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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재)
#풍자공상환타지
未約 (미래의 약속) 6
4장. 반월기
1200마리의 동진교무리가 누대를 살아오던 고향인 안산을 탈출해 구반월이라 불리는 곳에 당도한 것은 12월 24일 오전경이었다.
새벽바람에 수백마리의 혼합무리가 국경을 넘어 마구잡이로 유입되고 있다는 치안대신의 첩보를 입수한 수리23세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일찍이 없었던 사태에 모두 우왕좌왕할 뿐 신통한 대책이 도출될 리 없었다.
비로소 변경의 수비대장이 들어와 하는 보고로 그들이 고잔벌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천국이 있는 동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란 걸 알았으며 정명가도 아닌 동진가도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안도한 것도 잠시, 또 다른 파발이 들어와 하는 보고는 수리23세를 긴장케 했다.
즉 그들이 노략질에 여념이 없으며 강간과 폭력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자행하고 있다. 우리의 수십마리 치안병력으로는 진압할 방법이 없으며 놈들은 미쳤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놈들의 지도자는 메가라는 신의 사자를 참칭하는 자인데 매우 무시무시한 놈인 것 같다. 놈들은 지금 농협의 창고를 열려고 하는 중이다.
한편 농협은 오후부터 긴 연말연시 휴가에 들어가 있었다.
비록 당직은 있었으나 연쇄점창고나 간혹 점검할 뿐 조금 떨어진 추곡수매창고는 멀리서 건성으로 점검할 뿐이었으니 그가 어찌 창고 뒤편의 망가진 환기구 철망을 통해서 수백마리의 쥐가 창고안에 들어가 분탕질을 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겠는가?
메가의 교시아래 그들이 신의 도움으로 그 장쾌한 거사를 해냈느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아니었다.
메가의 지령으로 창고를 공략키 위해 달려간 순교를 각오한 특공대는 부서진 환기철망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게 어떻게 된 사연인가 하면, 사실은 이틀전 팔곡리에 사는 백고봉이란 양돈업자가 농협으로 사료를 떼러왔다가 직원으로부터 신용한도가 초과했으므로 더 이상의 외상거래가 안 된다고 거절당하자 술을 마시고 홧김에 쇠파이프로 창고의 튼튼한 환기철망을 강타하여 망가트려놓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공대는 물론 모든 동진교무리들은 메가의 능력으로 그 거사가 성공한 줄만 알고 메가가 확실히 신의 사자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으니 실로 신의 안배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창고안엔 수백가마의 벼 외에도 수백포의 축협사료 그리고 조합간부 이사들에게 구정때 선물할 사과,귤등 과일 백여상자가 있었으며 연쇄점에서 팔려다가 기한이 넘어 반품하려고 보관중인 민속주나 생수들이 수십상자 쌓여있었다.
그러니 물 마시러 밖에 나갈 필요도 없었으니 그안의 풍요와 환락은 오죽했겠는가. 동진교도외에도 동진교에 솔깃한 그리고 그 엄청난 식량에 혹한 그 지방 쥐들도 서서히 부화뇌동해왔으므로 교세는 하루에도 수십마리씩 불어날밖에...
수리 23세는 그 숫적인 기세에 눌려 정면대응을 못하고 암살단을 파견했는데 암살단의 반이상이 오히려 동진교에 포섭당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급기야 년말 수리 23세는 메가가 보낸 킬러에 오히려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메가는 일시적이나마 구반월의 패자가 되는데 성공했다.
“헐벗고 굶주린 쥐들이여, 모두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할지라”
이제 동진교에 저항할 능력이 있는 무리는 없었다. 눈이 내리고 추워져 곤경에 처한 걸뱅이 무리들도 끝없이 모여들었는데 그들로 인하여 교세는 처음보다 두배넘게 늘어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을 화나게 만들면 반드시 그 몇배의 보복을 받는다는 걸 아는 현명한 쥐들과 수리23세 치하에서 혜택을 받던 상류층인 자존심강한 쥐들은 끝내 지조를 지켰는데 결과적으로 그 현명함과 자존심이 그들을 횡액에서 건져내는 원인이 되었다.
어쨌거나 동진교에 새로 입교한 무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먹이걱정 없이 마음대로 먹고 그 열량과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 못해 섹스파티가 벌어지고 그곳이 바로 천국이 아니고 어디가 천국이랴?
기실 그 시절은 메가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좋았던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메가는 수리23세의 여러 후궁중 세 마리나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는데... 그중에 제일 예쁘고 머리가 비상한 [미요]가 두각을 나타내었다.
아무러나.. 해가 바뀌고도 환락의 날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독실한 교도들은 동진은 어떻게 된것인가 의혹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현명한 쥐들은 창고에서 머무는 건 위험하다며 동진을 계속하자고 간했으나 메가는 신의 계시가 아직 안 내렸다는 핑계를 대고 차일피일 동진을 미루기만 했다.
메가는 사실 이 생활이 너무도 환상적이어서 동진을 꼭 강행할 필요가 있는가 회의하던 참이었다.
신혼이고 미요가 임신을 하고 있긴 했지만 마음 한쪽에선 구반월의 패자로서 세세년년 호강을 누려도 좋겠다는 계산도 있었던듯 하다.
아아~ 유비는 다리에 살이 오른 걸 보고 탄식했다던데 우리 메가1세는 살이 뒤룩뒤룩 쪘음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미요가 그동안 갈고 닦은 방중술로 메가를 완전히 녹였던 것도 한 요인이리라.
한편, 긴 휴가가 끝나고도 농협직원들은 아직도 사태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믓 천적들은 갑자기 먹이가 귀해져 무척 곤혹스러워하며 허기를 참아야 되었다.
창고 입성 2주가 지났을 때는 모든 암쥐들이 출산을 했거나 한참 임신중이었고 모든 쥐들이 살이 포동포동 올라 기름기가 짜르르 흐르게 되었고 알콜중독쥐와 당뇨병에 걸린 쥐까지 생겼을때 기어이 파국이 다가왔으니 신의 섭리란 한치의 오차도 없는 것 같다.
구정이 얼마 안남자, 조합 간부들에게 선물을 돌리려고 직원과 기사가 창고문을 여는 날이 오고야 말았는데 그들은 쥐들의 인산..아니 서산서해를 보고 겁에 질려 문을 다시 닫고는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창고를 한바퀴 돌다가 원인을 알아챘다.
쥐들이 꼬리를 물고 도망치는 환기철망을 즉각 봉쇄하고는 동료들에게 이 기막힌 사태를 알리기 위해 뛰어가다가 미끄러져 나동그라지기까지 했다.
창고안의 나이든 쥐들은 공포에 질렸으나 메가를 비롯한 대다수는 아무 근거도 없이 신의 가호로 어떻게 잘 되겠지하며 크게 절망하지 않았다.
한편, 창고안에 수만마리의 쥐가 들었다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전대미문의 사태를 접하자, 조합장은 담당직원을 불러 질책하고 조합 소속의 운전기사들더러 쥐를 모조리 박멸하라고 명령했다.
할 일 없어 빈둥대던 기사들은 이게 웬 떡이냐 싶어 현장을 답사했다가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심각한 작전회의 후 흩어졌다.
그리하여 김기사는 사냥개와 고양이 여러마리를 차출해오고, 조기사는 지원조로 할 일없이 빈둥대던 여드름 투성이 중고생들 열댓명을 우유와 빵으로 매수하여 징용해오고, 박기사는 진압군에게 고무장갑과 장화를 신기고는 각목이나 쇠꼬챙이 도리깨로 무장시켰다.
그리고 자신들은 공기총까지 들고 나와 2중 3중의 포위망을 구축했다. 그리고는 조기사가 지서에서 얻어온 최루탄 두 개를 창고안에 터트리고 환기구를 완전히 개방했다.
그리고 후세에 [구정대학살]이라고 일컬어지는 대 참사가 시작되었으니...
동작빠르고 눈치빠른 쥐들만 겨우 기십마리 탈출했을뿐 당시 창고안엔 2000내지 5000마리로 추산되는 일족이 있었는데 최루탄에 못 견뎌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쥐들은 개와 고양이들에 일단 작살이 났고, 폭력영화와 일본만화에 중독되어 살인본능에 목말라하던 중고생들의 각목과 쇠꼬챙이에 맞아서 여지없이....
예외없이....
속절없이....
아무 가치도 없이...
허망하게...
철저하게...
무참하게도 죽어갔다.
아아~ 백, 이백, 삼백, 사백, 오백...시산혈해가
따로 없었다.
신이여 저들에게 저주를...!!
그 대학살을 어찌 말로 표현이 가능하랴? 그중엔 미처 눈을 뜨지 못한 새끼도 있었으며 배가 터진 암쥐의 내장속에선 미처 출산못한 다 자란 태아들도 꿈틀거리고 있었으니..개와 고양이는 진작에 질려있었고 어른 인간들도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저, 싸가지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중고생들만이 신이 나서 소림사 무승 흉내를 내며 성룡이 이소룡이 장끌로드 반담 혹은 터미네이터 흉내를 내며 전자오락실에서 우주선 때려잡듯이...
동료들에게 겁쟁이란 소릴 안들으려고 미소까지 띤채 키득거리면서 살육에 광분했던 것이다.
조합장을 비롯한 직원들 몇 명이 좀 떨어진 곳에서 참관하고 있었는데 조합장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에 호감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었다.
아무리 쥐들이라 하나 이건 아니다. 이런 식의 학살은 인간으로서 차마 할 짓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학살 중지령을 내렸다.
헬렐레야!
그리하여 몇 마리가 죽었는지 모르나 결국 800여마리가 살아남았으니....구정
일주일전의 그 홀로코스트는 동진교의 역사에 신의 뜻을 거역한 천벌이라고 결론지어졌다.
농협의 피해는 거의 천오백만원에 가까웠는데 농협은 이백만원을 지출하여 쥐약을 사서 관내에 두루 나누어 주었다. 결국 한달여에 걸쳐 천여마리의 구반월쥐가 중독사하였다.
물론 메가는 운좋게 살아남은 800마리의 쥐에 속했다. 동진교는 탈출 와중에 6개지파로 분열되었는데 메가의 지위는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는 잽싸게 변신하여
“쉬지 않고 동진하라는 신의 명령을 거역한 천벌입네다. 나는 골백번 떠나자고 했건만 저 사단에 물든 종파분자와 반동분자들이 내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슙네다”
라고 주장하며 무고한 정적 50마리를 처형하고는 다시 동진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중정사령관인 도네가 200마리를 이끌고 반기를 들었다.
도네는 무주공산이 된 구반월에서 편히 살기로 결심한 것인데, 메가는 그 배신에 치를 떨었으나 자신의 수법을 잘 알고 있는 도네의 빈틈없는 경계로 반란을 진압하는데는 실패했다. 더구나 자신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하자 깨끗이 포기했다.
후일 도네가 일주일도 안되어 농협의 쥐약에 맥없이 죽고 말자, 메가는 그 보라는듯 신을 배신한 말로라며 기막힌 홍보거리로 삼았다.
좌우간 뼈를 에이는 듯한 추위속에 동진이 쉬울리 없었다. 들쥐는 몰라도 집쥐등은 정착성이라서 여름도 아닌 한겨울의 이동이란 무리도 이만저만 무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척후대로부터 온 첩보는 더욱 암담한 것이엇다.
즉 서울은 아직도 까마득히 멀며 산본등의 산에는 길목 요소요소마다 천적들이 매복해있으며 무엇보다도 군포에는 구반월의 수리23세는 쨉도 안될 강력한 통치력을 가진 [네롱4세] 라는 황제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절망과 공포에 빠진 쥐들을 메가는 달래줄 수가 없었다. 가시밭길의 아무 보장도 없는 동진이었으나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메가는 소수의 반대파가 있음을 알고 있었고 언제든지 그들과 부화뇌동할 수 있는 반이상의 잠재적인 적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의 이름을 계속 팔아야 되었다. 그렇다.
동진교단은 자전거와 같아서 계속 전진을 않으면 스스로 전복 파멸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것이다. 도네와 남았던 교도들이 따라잡았다. 그들은 도네의 중독사와 구반월의 대학살을 알려주어 동진교의 교심이탈을 다독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와중에 미요가 출산을 했다. 메가도 어쩔 수 없이 안정을 바라는 기성세대가 된 것인데...하여간 서울에 입성하기까지는 두달이 더 걸렸는데....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계속......
첫댓글 즐~~~~~감!
어른들은 절대 못 따라갈 착한 학생들이 많아요^^ 지구의 장래는 밝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