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645호]
우금치
박제영
그때는 다 동학이었네라
누구라 할 것도 없네라
왕과 양반들 친일 모리배들 빼고는 죄다
남자고 여자고 애고 어른이고
조선 사람이믄 죄다 동학이었네라
저 무너미 고개 넘어 곰나루 돌아
우금치에서 다 죽었네라
몽둥이 들고 죽창 들고
왜놈들 신식총과 맞섰으니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네라
우금치 마루는 시체로 하얗게 덮였고
시엿골 개천은 아흐레 동안 핏물이 콸콸 흘렀네라
준자 봉자 최준봉
녹두장군 모셨던 할배도 게서 죽었네라
니는 우금치가 낳은 씨알이네라
우금치를 잊으면 사람이 아니네라
- 『조화벽과 유관순』(달아실, 2019)
*
올해는 3.1만세운동 100주년 되는 날입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기까지 과거의 조상들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잊고 삽니다.
잊어서는 안 될 일들을 너무 쉽게 잊고 삽니다.
평생을 독립운동과 조선백성의 교육에 헌신하였고
폐족이 되다시피 한 유관순 일가를 지켜낸 여성이 있습니다.
개성 만세운동의 주역인 조화벽입니다.
『조화벽과 유관순』
이번에 책을 내면서 제 졸시를 굳이 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 까닭이었습니다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요.
미처 모르고 있었던 역사
그런데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
조화벽과 유관순은 그러한 역사의 일부이겠지요.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인데
그 거울에 자꾸 녹이 습니다.
2019. 2. 25.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