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식당/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 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 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 2019
첫댓글 팔십년대 초반 종로2가 몽쉘통통 레스토랑 앞 포장마차에서는 국수를 팔았죠.
한그릇에 150원. 단무지 달랑 두개 줍니다. 서서 먹는데 십분이면 족하죠.
맛보다는 허기를 채우는...^^*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가득했던 날이었지요
그 시절은
지금은 먹지 않아도 잔뜩 헛배만 부른 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