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야구(野口) - 말의 해를 달군 말들
내가 이기지 않으면 패하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가정법은 없다고 한다. 물론 기록의 스포츠라 불리는 야구도 여기에 해당하지만 여타 종목과는 달리 ‘복기가 가능하다’는 특수성을 지닌다. 그리고 그 특수성은 무수한 뒷얘기들을 전한다. 2002년 말의 해를 수놓았던 말들을 간추려 보았다. / 야구부
◆<코칭스태프의 고뇌>편
■ 김성근 감독은 (야구의) 신이 아닌가 싶었다.
김응룡 삼성 감독-한국시리즈 6차전서 패권을 차지한 뒤 김성근 전 LG 감독의 투수교체와 대타작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아 예상 밖의 힘든 싸움을 벌였다면서.
■ 하나가 빠지면 셋이 더 필요해.
강병철 전 SK 감독-시즌 중반 이승호의 군입대로 당시 1선발 격이었던 채병룡이 마무리로 가게 되자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선발 투수 2명과 중간 계투 1명이 필요하다며.
■ 예전처럼 내가 나가서 치지를 못하니….
백인천 롯데 감독-6월 26일 롯데 감독 데뷔전을 치른 첫 소감이 어땠냐는 물음에. 백 감독은 1982년 MBC 청룡시절 감독 겸 선수로 나서 전무후무한 4할 타율(.412)을 남긴 바 있다.
■ 내일 모레부터 전쟁인데 이제 와서 무기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김재박 현대 감독-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내 취약 포지션이 어디냐고 묻자 이제는 기존 전력으로 꾸려갈 수밖에 없다며.
■ 우리 팀에서는 매일 교통 사고가 납니다.
강병철 전 SK 감독-팀내 야수들이 주루와 수비에서 어이 없는 실수를 자주 저질러 경기 흐름을 끊는 것을 지적하며.
■ 출연료 한 푼도 못 받는데 뭘.
양상문 LG 투수코치-‘벌떼작전’을 구사해야 하는 팀 사정상 잦은 투수 교체로 중계 방송 카메라에 자주 등장한다는 얘기에.
■ 부상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김성근 전 LG 감독-프로 선수가 몸 관리에 철저하지 못한 것을 잘못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요즘은 오히려 그 반대라며.
■ 당장 페넌트레이스가 급해 대만대표팀 자료 분석할 시간이 없다.
김인식 두산 감독-부산 아시안 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뒤 분석 요원들이 자료를 많이 가져왔지만 팀 성적에 매달리느라 볼 여유가 없다며.
■ 잘 던진다고만 생각하렵니다.
이광환 전 한화 감독-13일 경기에 앞서 새 용병 파라의 불펜피칭을 지켜 본 뒤 느낌이 어떠냐는 질문에. 어차피 한 번뿐인 용병 교체 기회를 써 먹었으므로 가장 좋은 상황만 생각하겠다며.
■ 내가 나가지요 뭐.
김재박 현대 감독-시즌 막판 박종호 채종국 등 2루수가 줄부상으로 출전하기 힘들어지자.
■ 산너머 산이네.
우용득 전 롯데 감독-시즌 초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한 데 이어 용병, 중심타자들의 헛방망이질로 안 그래도 수심이 가득한데 만나는 팀마다 강 팀들이라며.
◆<촌철살인(寸鐵殺人)>편
■ 전력강화를 소홀히 하는 것은 동업자 정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박영길 전 태평양 감독-올 시즌 롯데처럼 외국인 선수를 방출하는 등 전력을 높이는 데 애쓰지 않는 것은 홈 뿐만 아니라 원정지 관중도 줄이는 행위라며.
■ 이제 ‘철인’에서 ‘초인’으로 돌아갔습니다.
최태원 SK 내야수-연속경기 출장 기록을 1014경기에서 마감한 뒤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면서.
■ 그러면서도 챙길 것은 꼼꼼하게 다 챙기시지.
강병철 전 SK 감독-김응룡 삼성 감독이 시작 직전까지 덕아웃에 나타나지 않자 그래도 중요한 사안들은 모두 보고 받고 지시도 한다며.
■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
김응룡 삼성 감독-감독들이 자기 팀 선수가 사구(死球)를 맞으면 빈볼이라고 주장하고 상대 팀 선수가 맞으면 실투라고 말한다며.
■ 야구는 분쟁이 없어. 아무도 감독 안 맡으려고 하는디.
김성한 기아 감독-축구는 국가 대표 감독 선임을 두고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야구에서는 프로 감독들이 서로 맡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아무 갈등이 없다며.
◆<선문답>편
■ 꽃다발 전하다 보니 한 시즌이 다 갔네.
이광환 전 한화 감독-올 시즌 송진우 최다승 신기록을 비롯,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3000루타, 1000득점) 한용덕(통산 2000이닝) 등 유난히 대기록 수립자들이 많아 시상식을 자주 치렀다며.
■ 5년 계약한 게 가장 큰 실수인 것 같아.
김응룡 삼성 감독-올 시즌 계속 접전을 치러야 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여 때가 되면 은퇴할 생각이지만 지난 2000년 이미 삼성과 5년 계약을 해버렸다며.
■ 저승 가서 던지려고 그러나.
백인천 롯데 감독-국내 투수들이 시즌 전 연습 투구량이 너무 적고 야수들도 송구 연습을 거의 하지 않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 아직 안 맞아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이대진 기아 외야수-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뒤 상대 투수들의 강속구를 상대해 보니 겁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번득번득 아이디어>편
■ 카드 36개월 할부로 내면 안 될까.
김성한 기아 감독-6월 21일 잠실 LG전에서의 빈볼 사태에 대한 징계로 KBO로부터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것에 대해 금액이 너무 크다며.
■ 매기는 민물고기가 아니라 바닷고기인가 보네요.
박철호 SK 홍보차장-롯데에서 SK로 트레이드된 투수 매기가 부산에서 인천으로 옮겨왔으니 바다를 건너오지 않았겠느냐고 농담.
■ 그냥 승리하면 2승, 안타 치면 2안타로 계산하면 안 되나.
백인천 롯데 감독-시즌 후반 우천으로 밀린 경기가 많아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등 일정이 복잡해 같은 팀을 상대로 띄엄띄엄 한 경기씩 치르는 경우는 한꺼번에 계산 하자며.
■ 한쪽 눈으로도 잘 쳐야 ‘야구 천재’지.
이건열 기아 타격코치-지난 4월 말 이종범이 왼쪽 눈에 다래끼가 나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자.
■ SK 와이번스가 아니라 SK 곶감스입니다.
노대권 기아 매니저-올 시즌 하위 팀 SK에 유난히 힘든 경기를 펼치자 SK는 호랑이(타이거즈)보다 더 무섭다는 곶감이 아니겠느냐며.
■ 그렇게 하면 ‘매국노’ 소리 듣게 되게?
이광환 전 한화 감독-좌완 에이스 송진우가 아시아게임 이전에 또 한 차례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있냐는 말에 자청할 경우 고려해보겠지만 억지로 투입하지는 않겠다며.
■ 고춧가루와 후춧가루의 대결이네.
이광환 전 한화 감독-시즌 후반 롯데전을 앞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물 건너간 양팀의 대결이라며.
◆<월드컵 열풍>편
■ 우리도 많이 배고프당께.
장채근 기아 배터리 코치-시즌 중반까지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에 쫓기는 처지라 여전히 승리가 필요하다며.
■ 어제는 축구처럼 골득실까지 생각했어.
김성근 전 LG 감독-축구처럼 골득실을 따졌으면 6월 6일 기아와의 광주 더블헤더를 모두 싹쓸이 할 수 있었다며. LG는 1차전에서 8_3으로 이긴 뒤 2차전은 3_3으로 비겼다.
■ 축구도 좋은 팀이 되려면 2선에서 1선으로의 전환이 빨라야 한다면서요. 그래서 저도 1선으로 올라왔습니다.
박재홍 현대 외야수-시즌 중반 중견수에서 3루수로 출장한 박재홍에게 새 포지션이 낯설지 않느냐는 질문에.
■ 네가 경기에 못 나가니까 지단도 벤치에서 쉬더라.
강병철 전 SK 감독-최근 용병 잉글린의 영입으로 출장 기회가 줄어든 외야수 양용모를 위로하며. 양용모는 프랑스 축구 선수 지단과 외모가 닮아 팀내에서 ‘지단’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상대편 기 죽이기>편
■ 현대 선수들 경기 끝나고 약속 있는가 보죠?
윤기두 기아 홍보팀장-현대와의 한 경기에서 상대 타자들이 초구 공략이 유난히 많다며.
■ 골대를 두 번 맞혔네요.
박철호 SK 홍보차장-7월 11일 인천 경기에서 2회 기아 김경언이 우측 폴을 살짝 빗나가는 홈런성 파울볼을 친데 이어 3회 정성훈이 좌측 폴을 살짝 벗어나는 타구를 날리자.
■ 우리 팀 말고 다른 팀하고 할 때 잘하라 그랬지.
김인식 두산 감독-인사차 덕아웃에 들른 한화 이도형과 얘기 도중 유독 두산전에 강한 게 문뜩 생각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