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다시 책을 잡게 될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의 눈을 한번 챙겨보자. 눈이 나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도 아프게 마련이다. 또 물체를 보려고 인상을 찡그리게 돼면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취학 아동들에게도 시력검사는 중요하다. 눈이 나빠도 아프다고 보채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게임기나 컴퓨터 등 눈건강에 대한 유해환경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대한안과학회 소아·사시학회 학술이사이자 삼성서울병원 소아안과 전공 오세열 교수로부터 아이들의 시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아이들의 시력
생후 3~4개월이 되면 눈을 맞추고 따라 보는 정도가 된다. 만 1세에는 시력 0.2, 3세가 되면 0.5 이상이 되고 6세가 되면 성인의 시력까지 거의 도달한다. 어린이 눈은 만 8~9세를 전후해 성장이 멈추게 되므로 초등학교 입학후 눈의 이상을 발견하면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만 3세 이후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시력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 시력 저하의 원인은 대개 굴절이상(원시, 근시, 난시)이며 그 중에서도 근시이다. 근시의 원인은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유전적인 요인과 컴퓨터나 게임기, 독서 등을 눈 가까이에서 하는 것이 주 원인이라는 추측뿐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고도근시인 경우 3세 이전이라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근시를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러나 너무 어두운 곳에서 장시간 책을 보거나, 컴퓨터를 장시간 하게 되면 눈의 섬모체근이 수축되어 쉽게 눈이 피로해지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가성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 가성근시는 근시는 아니지만 근시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것. 가성근시와 근시는 치료법이 다른 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의 한 논문에 의하면 미국의 안경낀 학생 20%는 잘못된 처방을 받았다고 한다. 또 굴절 이상이 없거나 굴절 이상을 교정해도 시력이 좋지 않은 경우를 약시라 하는데, 약시는 조기에 치료하면 효과적이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으로 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눈 관련 올바른 습관
조명이 중요하다. 너무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좋지 않다. 적당한 조명(1,000룩스 정도)을 갖추고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는 방향에 조명을 배치해야 한다. 또 눕거나 엎드리지 말고 올바른 자세로 앉아 책과는 35~40㎝의 거리를 두고 공부한다. 오교수가 자녀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도 바로 바른자세로 책보기와 적당한 조명이다. 또 45~50분의 독서나 컴퓨터 사용후에는 5~10분간 휴식을 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휴식 때에는 수축된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먼곳을 보도록 한다. 텔레비전을 멀리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 적어도 화면크기의 5~7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음식에 있어선 단백질이나 비타민 부족이 시력 발달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양이 결핍돼 시력 저하를 초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따로 영양 보조재나 특이한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할 필요는 없다. 카로틴 성분이 풍부한 당근이나 시금치 등이 눈건강에 도움을 준다.
◇시력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우리 아이 시력이 ‘마이너스 (-)’라 큰일=마이너스니까 시력이 아주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흔한 오해. 마이너스는 근시를 의미하고 플러스는 원시를 의미한다. 그 뒤에 붙는 수치(도수)가 크면 시력이 더욱 나쁠 수 있다.
▲근시 안경을 끼면 근시가 진행된다=안경을 착용한다고 해서 근시가 더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안경 착용은 시력발달 과정에 있는 어린이에게 도움을 준다. 다만 근시를 과교정해서 잘못된 안경을 착용하면 근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안경은 안과에서 정확히 검안한 후 착용해야 한다.
▲TV를 많이 보면 시력이 떨어진다=의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불켜고 자면 눈이 나빠진다는데=불켜는 것과 시력은 아무 상관 없다. 단 깊은 잠을 못이룰 수 있고 성장에 관계가 있어 못하게 하는 것뿐이다. 불끄고 텔레비전을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말도 근거없다.
▲눈운동이나 눈요가가 시력 저하를 예방한다는데=눈체조는 1920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고 실제 눈체조를 해서 시력이 향상되거나 시력 저하를 예방했다는 임상적 자료도 없다. 오히려 잘못된 지식에 의해 약시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그 외 핀홀(pin hole)치료, 초음파치료, 침술 등도 의학적 근거가 없다.
〈송현숙기자 3D3Dsong@kyunghyang.com">3Dsong@kyunghyang.com">3Dsong@kyunghyang.com">so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