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눈을 떴다.
그런데 창밖이 온 통 노을 빛이다. 아니 일출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창가에 앉지 못해 근사하게 감상을 못하는 것 같아 참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겁도 없이 벨트를 풀고 일어나서 보려고 애썼다.
"일어나면 위험해요." 비수님의 염려에 앉으면서 아쉬웠다.
창가에 앉았어야 하는데.....
혼자서 궁시렁거리며 인천 공항에 도착한다.
갈 때는 앙코르에 대한 호기심,기대감으로 설레이더니만 이제는 가족을 만날 생각, 우리나라 9월의 산천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설레인다.
비행기에 내려 짐을 찾아 짐어지고, 그리고 9일을 같이 했던 님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기념사진도 찰칵,
형아님은 향기야님을 마중와서 포옹하는 장면을 보니 괜히 부럽다.
남편생각이 났다.
'우리가 결혼하고 이렇게 많이 떨어진 적이 있었든가?'
처음인 것 같다.
우리 남편도 서울 근교에 살면 마중 나왔을텐데......
이번 여행에서도 세삼 느낀 건데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가족인 것같다.
언제 어디서든 생각났다.
'이렇게 좋은 풍경 같이 보았으면... 이런 멋진 사원을 아이들이랑 같이 보려 왔다면....'
아뭏튼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남해를 오면서 정말 행복한 마음에 어쩔 줄 몰랐다.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하늘도 보고,들도 보고,구름도 본다.
파란 하늘에는 솜털구름이 하늘하늘 날아 다닌다.
벼는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는 찰랑찰랑하고 바람은 은근슬쩍 다가 와 소곤소곤 지들끼리 다정도 하다.
'아! 너무 좋다'
창 밖으로 둔 시선을 거두질 못했다.
참! 비수님은 친구를 만난다고 나와는 같은 버스를 타지 않았다.
인삼랜드휴게소에 내려 떢볶이를 사고, 김밥을 사고 만두랑 군것질 거리를 잔뜩 샀다.
마침 내가 타고 가는 기사 아저씨가 아는 사람이였는데 친절하게
"여기 바침대 있는 곳에서 드세요."
"이거 제가 먹을 게 아니고예,우리 애들 갔다 줄 건데요."
우리 애들이라는 소리에 은근히 힘이 주어진다.
정말 내 제일 좋은 재산, 우리 애들, 아이들만큼 내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다.
드디어 멀리로 남해대교가 보인다.
속이 다 시원해 지는 것 같다.
나는 남해를 벗어 났다가 다시 돌아 갈 때, 남해가 보이는 시점에서는 늘 똑 같은 감정에 사로 잡힌다.
다른 이들도 아마 고향에 대한 느낌은 비슷할까?
그런데 아닌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더러는 내가
"남해가 너무 좋아. 영원히 남해에서 살거야."
하면
"니가 우물 안에 개구리라서 그래 외국에 나가 보아라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곳이 많은 지..."
늘 핀 잔을 받고 공격을 당한다.
그럴 때마다 ' 그래 내가 유럽이나 북 아메리카나 호주를 다녀와도 남해를 좋아 할테니까.'
나 혼자 지조를 지키는 여인네 마냥 다짐을 하곤 했었다.
어디 갔다가 남해대교가 보이면
"와!! 남해대교다~~. 역시 남해대교가 보이면 마음이 푸근하고 평화롭다"
하면 옆에 있던 사람들은
"난 걱정부터 앞서는데, 나가 있으면 담배을 피워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나 내가 하고 싶은게 있어도 마음대도 못하는데 뭐가 평화롭냐?"
한다.
아직은 근사하게 꾸며진 공원이나 호수가 많은 나라는 가 보지 못했지만
어느 나라나 자연만 근사하게 살아 있다면 나는 동경도 할 것이고 좋아 할 것이다.
그러나 남해처럼 아늑하게 내 마음을 사로 잡는 곳 없으리라.
그래서 나는 영원히 남해맨이 되리라 본다.
내가 사는 풍산 아파트가 보인다.
아니 그 시간에 남편과 강희가 버스 정류소를 향해서 오고 있다.
텔레파시가 통한 걸까?
서둘러 내려서 녀석을 안아 보니 녀석은 엄마를 오랫만에 보았건만 애틋한 마음도 없는지 어뚱한 짓에 정신이 팔려서 엄마를 외면한다.
괜히 나만
"강희야,강희야, 잘 있었어?."
코맹맹이 소리를 해 가며 녀석한테 애교를 부린다.
참 괴상한 녀석이다.엄마를 늘 매숭매숭으로 대하는 게 .......
그래도 나는 혼자 좋아서 녀석의 야들야들한 빰을 부비고 날리를 친다.
드디어 9박10일의 서재심의 여행이 끝이나나 보다.
집안에 들어서니 내가 있을 때보다 청소가 잘 되어 있다.
싱크대도 윤이 반짝반짝 난다.
'간 혹 이렇게 부재중이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겁도 없이 엉큼한 마음을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가족이 잘 있었고,
또 동경하는 여행도 반가운 사람들과 무사히 다녀 왔고,
늘 궁금증을 자아내던 앙코르를 보았으니
내 나이 마흔 하나 무진장 의미 깊고 행복하다.
다시 내가 좋아하는 문화유적들을 만나기를 꿈꾸며....
안녕, 바이바이
아! 그리고 서재심의 다음 여행후기는 중국 운남성이 될 것같다.
우리 대장님 다음 외국 답사여행코스는 아마 운남성으로 잡을 것 같으니.....
나는 좀 예지력이 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첫댓글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나는 후기 잘읽었습니다.처음부터 쭉 다 읽었는데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좋네요.
서재심님 장문의 여행후기 잘 읽었습니다.가보지 않았지만 가본듯 그려집니다, 님의 글을 통해서...... 그리고 우리산천,우리가족이 소중하지 않고 좋다고 안하는 사람들은 위선이라고 봅니다.님의 그런 사고를 높이사고 따르고 싶습니다.꼬맹이 잘 놀죠?.ㅎㅎ.
부러워라...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서재심의 후기 벌써 끝이예요..? 남해에서의 생활도 가끔 올릴거쥬..? 재밌게 읽게해준 그대.. '젊은이!! 복 받겠수~~'
*^^*웃음이 묻어나는글.... 음... 인도라고 했던것 같은데... 우리 어디서 다시 만나남? 운남성?? 아니믄......인도의 타지마할...? 흠... 암튼 막연한 기대..^^ 덕분에 즐거웠고, 반가웠고.. 좋은기억만 남아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가족사랑을 위해서 가끔은 훌쩍 떠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