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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12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12장)
[제12장 해석]
순망諄芒이 동방의 대해大海로 가려고 하다가 마침 동해의 바닷가에서 원풍苑風과 만났다.
원풍苑風이 말했다. “선생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순망이 말했다. “대해大海(대학大壑)로 가려고 하네.” 원풍이 말했다.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하시렵니까?”
순망이 말했다. “대해大海라는 물건은 아무리 물을 부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며,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내 거기서 노닐까 한다.”
원풍이 말했다. “선생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신지요? 성인의 정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순망이 말했다. “아, 성인의 정치 말인가? 그거야 관직을 설치하되 마땅함을 잃어버리지 않고, 인재를 발탁하되 능력 있는 자를 놓치지 않고,
신하들의 사정을 다 살펴보고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시행토록 하면, 행동과 말이 모두 스스로의 행위에서 비롯되어 천하가 교화되어
손가락을 까닥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만으로도 사방의 백성들이 다 찾아오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 이런 것을 성인의 정치라 한다.”
“덕인德人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순망이 말했다. “덕인德人이란 가만히 머물러 있을 때는 생각함이 없고 돌아다닐 때에도 헤아림이 없으며 마음속에 옳고 그름과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품지 않는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이롭다고 여기는 것을 자신의 기쁨이라 여기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을 자신의 편안함으로 여기면서도 구슬프게 기운 없는 모습으로 마치 어린아이가 어미를 잃은 것 같고,
멍한 모습이 마치 길을 가다 길을 잃어버린 것 같고, 재용財用이 넉넉한데도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려고 하지 않으며,
음식을 충분히 먹으면서도 그 소종래所從來를 알려고 하지 않으니 이것을 일러 덕인의 모습이라 한다.”
“신인神人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순망이 말했다. “신인은 자기의 정신을 하늘 위로 올라가게 하여 해나 달의 빛을 타고 형체와 함께 완전히 무無로 돌아가나니 이것을 일러 조광照曠(밝은 공허)이라 한다.
천명을 극진히 하고 자신의 성정을 다하면 천지자연의 질서가 즐겁게 보전되고 인간 사회의 모든 재앙이나 불상사가 다 소멸되어 없어지며 만물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니 이것을 일러 혼명混冥이라 한다.”
[원문과 해설]
諄芒將東之大壑 適遇苑風於東海之濱
苑風曰 子將奚之 曰 將之大壑 曰 奚爲焉
曰 夫大壑之爲物也 注焉而不滿 酌焉而不竭 吾將遊焉
苑風曰 夫子無意於橫目之民乎 願聞聖治
(순망이 장동지대학할새 적우원풍어동해지빈한대
원풍왈 자장해지오 왈 장지대학하노라 왈 해위언고
왈 부대학지위물야 주언이불만하며 작언이불갈하나니 오장유언호리라
원풍왈 부자는 무의어횡목지민호아 원문성치하노라)
순망諄芒이 동방의 대해大海로 가려고 하다가 마침 동해의 바닷가에서 원풍苑風과 만났다.
원풍苑風이 말했다. “선생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순망이 말했다. “대해大海(대학大壑)로 가려고 하네.” 원풍이 말했다.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하시렵니까?”
순망이 말했다. “대해大海라는 물건은 아무리 물을 부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며,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내 거기서 노닐까 한다.”
원풍이 말했다. “선생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신지요? 성인의 정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순망諄芒 : 우의寓意의 인명人名. 순諄은 순淳과 통하는 글자로 순박淳朴함을 뜻하고, 망芒은 망茫과 통하는 글자로 멍하니 어리석은 모습을 뜻한다. 세속을 초월한 사람으로 무위無爲의 유도자有道者를 비유한 것이다.
- 장동지대학將東之大壑 : 동방의 대해大海로 가려고 함. 지之는 가다. 동지東之는 동쪽으로 가다는 뜻. 대학大壑은 대해大海.
- 적우원풍어동해지빈適遇苑風於東海之濱 : 마침 동해의 바닷가에서 원풍苑風과 만남. 적適은 때마침.
- 원풍苑風 : 역시 우의寓意의 인명人名. 바람의 의인화. 앞의 순망과 대비되는 유위有爲의 사람. 주석가에 따라서는 세속에 노니는 작은 사람이라고도 하고, 초월超越의 철학哲學에는 관심이 없고 작은 일에 관심을 품고 있는 유위有爲의 인간으로 보기도 한다.
- 대학지위물야大壑之爲物也 주언이불만注焉而不滿 작언이불갈酌焉而不竭 오장유언吾將遊焉 : 대해大海라는 물건은 아무리 물을 부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며,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음. 대해大海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또 모든 존재에게 주면서도 자기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는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존재로 도道의 상징이다. 주注는 물을 들이붓는다는 뜻이고 작酌은 물을 퍼낸다는 뜻이다. 대학大壑은 대도大道를 비유한 것이고 대학大壑에 노닌다는 표현은 대도大道에 노니는 것을 비유한 것. 〈제17편 추수秋水〉편 제1장에 “천하의 물에는 바다보다 큰 것이 없다. 모든 강물이 이리로 흘러들어 언제 그칠지 모르는데도 넘치는 일이 없다. 미려尾閭(꽁무니)로 바닷물이 새어 나가 그것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데도 텅 비는 일이 없다. 봄가을로 변하는 일도 없고 홍수洪水나 한발旱魃(가뭄)도 알지 못한다.”를 참조.
- 부자夫子 무의어횡목지민호無意於橫目之民乎 : 선생은 〈초월자로서 도道의 세계에서 노니는 것도 좋습니다만〉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人間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신지요.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을 가진 사람들이란 뜻의 횡목지민橫目之民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을 말한다. 민民은 인人과 같음.
諄芒曰 聖治乎 官施而不失其宜 拔擧而不失其能
畢見其情事 而行其所爲 行言自爲 而天下化
手撓顧指 四方之民 莫不俱至 此之謂聖治
(순망왈 성치호아 관시이부실기의하며 발거이부실기능하며
필견기정사 이행기소위하면 행언자위 이천하화하야
수요고지에 사방지민이 막불구지하나니 차지위성치니라)
순망이 말했다. “아, 성인의 정치 말인가? 그거야 관직을 설치하되 마땅함을 잃어버리지 않고, 인재를 발탁하되 능력 있는 자를 놓치지 않고,
신하들의 사정을 다 살펴보고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시행토록 하면, 행동과 말이 모두 스스로의 행위에서 비롯되어 천하가 교화되어
손가락을 까닥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만으로도 사방의 백성들이 다 찾아오지 않음이 없을 것이니 이런 것을 성인의 정치라 한다.”
- 성치호聖治乎 : 성인의 정치 말인가? 의문사 호乎를 붙여 마치 묻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성인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 없다는 표현이다.
- 관시이부실기의官施而不失其宜 : 관직을 설치하되 마땅함을 잃어버리지 않음. 꼭 필요한 관직만 설치한다는 뜻. 관시官施는 뒤에 나오는 발거拔擧와 대對가 되는데, 이것을 관직에 임용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읽는 것이 통설通說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이 대목은 “관직을 주어 등용을 하되 〈그 인재의〉 마땅함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마땅한 인재에게 적절하게 관직을 준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 발거이부실기능拔擧而不失其能 : 인재를 발탁하되 능력 있는 자를 놓치지 않음. 발拔은 발탁拔擢. 거擧는 거용擧用으로 모두 등용한다는 뜻. 능能은 유능한 인재.
- 필견기정사畢見其情事 이행기소위而行其所爲 : 신하들의 사정을 다 살펴보고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을 시행토록 함. 정사情事는 신하들의 사정事情, 곧 실정實情. 기소위其所爲는 마땅히 실천해야 할 일. 정사情事를 만물의 실정으로 보고 “만물의 실정을 분명하게 살펴서 자연의 본성을 따라 일을 처리한다.”라고 풀이한 견해도 있다.
- 행언자위行言自爲 이천하화而天下化 : 행동이나 말이 모두 스스로의 행위에서 비롯되어 천하가 교화됨.
- 수요고지手撓顧指 : 손가락을 까닥이고 고개를 끄덕임. 수요手撓는 손가락을 움직인다는 뜻이고, 고지顧指는 고개를 돌려 지시한다는 뜻.
願聞德人 曰 德人者 居無思行無慮 不藏是非美惡
四海之內 共利之之謂悅 共給之之爲安 怊乎若嬰兒之失其母也
儻乎若行而失其道也 財用有餘 而不知其所自來
飮食取足 而不知其所從 此謂德人之容
(원문덕인하노라 왈 덕인자는 거무사하며 행부려하며 부장시비미악하며
사해지내 공리지지위열하며 공급지지위안호대 초호약영아지실기모야하며
당호약행이실기도야하며 재용이 유여로대 이부지기소자래하며
음식을 취족이로대 이부지기소종하나니 차위덕인지용이니라)
“덕인德人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순망이 말했다. “덕인德人이란 가만히 머물러 있을 때는 생각함이 없고 돌아다닐 때에도 헤아림이 없으며 마음속에 옳고 그름과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품지 않는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이롭다고 여기는 것을 자신의 기쁨이라 여기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을 자신의 편안함으로 여기면서도 구슬프게 기운 없는 모습으로 마치 어린아이가 어미를 잃은 것 같고,
멍한 모습이 마치 길을 가다 길을 잃어버린 것 같고, 재용財用이 넉넉한데도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려고 하지 않으며,
음식을 충분히 먹으면서도 그 소종래所從來를 알려고 하지 않으니 이것을 일러 덕인의 모습이라 한다.”
- 거무사居無思 행무려行無慮 : 가만히 머물러 있을 때는 생각함이 없고 돌아다닐 때에도 헤아림이 없음.
- 부장시비미악不藏是非美惡 : 마음속에 옳고 그름과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품지 않음. 시비是非와 미악美惡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만물을 가지런히 파악한다는 뜻이다.
- 사해지내四海之內 공리지지위열共利之之謂悅 :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이롭다고 여기는 것을 자신의 기쁨이라 여김. 모든 사람들이 그의 덕으로 이롭게 됨을 뜻한다.
- 공급지지위안共給之之爲安 :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을 자신의 편안함으로 여김. 급給은 족足과 같고 위爲는 위謂와 같다.
- 초호약영아지실기모야怊乎若嬰兒之失其母也 : 구슬프게 기운 없는 모습으로 마치 어린아이가 어미를 잃은 것 같음.
- 당호약행이실기도야儻乎若行而失其道也 : 멍한 모습이 마치 길을 가다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음. 당儻은 돌아갈 곳이 없는 모양.
- 재용유여財用有餘 이부지기소자래而不知其所自來 : 재용이 넉넉한데도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려고 하지 않음. 재물을 축적하려는 욕심이 없기 때문에 재물의 소종래所從來(어디서 온 것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음식취족飮食取足 이부지기소종而不知其所從 : 음식을 충분히 먹으면서도 그 소종래所從來(어디서 온 것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음. 역시 욕심을 부리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願聞神人 曰 上神乘光 與形滅亡 此謂照曠
致命盡情 天地樂 而萬事銷亡 萬物復情 此之謂混冥
(원문신인하노라 왈 상신승광하야 여형멸망하나니 차위조광이니
치명진정하면 천지락 이만사소망하며 만물복정 차지위혼명이니라)
“신인神人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순망이 말했다. “신인은 자기의 정신을 하늘 위로 올라가게 하여 해나 달의 빛을 타고 형체와 함께 완전히 무無로 돌아가나니 이것을 일러 조광照曠(밝은 공허)이라 한다.
천명을 극진히 하고 자신의 성정을 다하면 천지자연의 질서가 즐겁게 보전되고 인간 사회의 모든 재앙이나 불상사가 다 소멸되어 없어지며 만물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니 이것을 일러 혼명混冥이라 한다.”
- 상신승광上神乘光 여형멸망與形滅亡 : 신인은 자기의 정신을 하늘 위로 올라가게 하여 해나 달의 빛을 타고 형체와 함께 완전히 무無로 돌아감. 육체적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는 뜻. 상신上神은 신神을 하늘 위로 올라가게 한다는 뜻이고, 승광乘光은 해와 달의 위에 올라탄다는 뜻이고, 여형멸망與形滅亡은 형체와 함께 완전히 사라져 무無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상신上神은 그 정신이 날아올라 천지 밖에 나가서 해와 달의 빛이 도리어 그 아래에 있기 때문에 빛을 탄다고 말한 것이다.”(林希逸).
- 차위조광此謂照曠 : 이것을 일러 조광照曠(밝은 공허空虛)이라 함. 조照는 소昭(밝을 소). 광曠(빌 광). 조광照曠은 밝게 빔. 더 이상 형체에 구속되지 않음을 표현.
- 치명진정致命盡情 : 천명을 극진히 하고 자신의 성정을 다함. 정情은 성性과 같다. 곧 자신의 성명을 극진히 한다는 뜻.
- 천지락天地樂 이만사소망而萬事銷亡 : 천지가 즐거워하여 만사가 모두 소멸되어 없어짐. 곧 천지자연의 질서가 즐겁게 보전되고 만사(인간 사회의 모든 재앙이나 불상사)가 소멸되어 없어진다는 뜻이다.
- 만물복정萬物復情 : 만물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감. 복復은 돌아간다는 뜻이고, 정情은 본래의 성정性情을 의미한다.
- 차지위혼명此之謂混冥 : 이것을 일러 혼명混冥이라 함. 혼명混冥은 혼돈混沌한 어두움. “신인神人이란 이 같은 ‘혼명混冥’된 진실재眞實在와 하나가 되고 ‘조광照曠’의 광대무변廣大無邊한 빛을 발하는 초월자를 말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福永光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