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장진
고독한 밤
외로움으로 머릿속이 아득해지고
모든 사물이 그믐의 어둠 아래 갇히듯
세상을 비추는 빛이 사라진
곤고한 영혼이여
두근거리는 심장
겨우 버텨낸 깊은 밤을 뚫고
새벽이 찾아오리니
그대여, 떨지 마라
낙심과 절망을 버려라
오직 정의를 사랑하는 자여
욕망의 간교함에 분노하고
죄악의 사악함에 치를 떨며
이제 하늘을 향해 고하라
힘없는 민생들의 참혹한 고단함을
간절한 기도는 거대한 외침
하늘이 정의의 빛으로
가증한 권력을 몰아내어
소망의 길을 열어주리니
버티자, 삶의 여명이 보일 때까지
삶
장진
하늘은 아네
겨우네 삐쩍 마른 목마름
생명을 향한 실낱같은 간절함을
하늘은 보네
소소한 봄비로도 생동하여
거친 땅 뚫고 새순 내는 용기를
하늘은 듣네
껍질을 찢는 나비의 몸부림
생존지를 찾아 날아가는 철새들의 신호를
하늘은 안아주네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애씀
구원이 간절한 민초의 삶을
하늘은 보여주네
어둠에서 빛으로
사랑이 가득한 공동체의 섬김을
하늘은 기뻐하네
푸르름 속에 익어가는 열매와
흐르는 땀을 위로하는 아이들의 포옹을
충전 완료
장진
햇살이 창에 닿아도
침대에 누인 몸은 바위 같아
경쾌한 알람은 소음인가
내려진 눈꺼풀은 무겁게 잠긴 커튼
시원한 물 한 모금 찾아
겨우 이불 밖으로 내딛는 발
어쩌나, 피곤함이 가득한 아침
나가야 해, 힘을 내자
대문 밖은 딴 세상
새벽부터 기다리는 맑은 하늘
싸악싸악 나뭇잎 지나온 바람 소리
금목서 향 퍼지는 골몰길, 좋다
파란 하늘에 힘이 솟는다
달콤한 가을 향기에 웃음이 지어진다
폐부로 들어온 청청한 공기
가자, 에너지 충전 완료
춘추(春秋)
장진
수천의 시간을 통과하며
수백 수천억의 삶이 살다 남긴 흔적들
수많은 인생들이 얽혀 세력을 만드는
생존을 건 치열하고 비열한 전쟁
이긴 자는 세상에 내가 옳다 외친다
역사가 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그 기록 밖으로 던져진 진실의 파편들
누가 역사의 실종을 찾아내고
그날의 사실을 확인하여 줄까
오늘 우리는 남겨진
기록에만 의지할 뿐
신문, 방송, 온라인으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슈들
매일이 기록되고 저장되는 역사
그렇게 지금이 정의되어 간다
여전히 욕망이 대치하는 치열한 생존 전쟁
빠짐없이 기록할 의로운 자 누구인가
우리의 오늘은 어디 쯤에 있는가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정의를 외면하고 욕망만을 부추기는 거짓 글을 꾸짖고
진실의 소리 가감 없이 전하는 자 어디 있는가
왜곡과 거짓이 사실처럼 호도되는 어지러운 세상
욕지기가 나고, 내뱉는 숨에는 한탄 만이 가득하다
공자를 따라 역사를 기록할 자 어디 있는가
선택적 사실만 늘어놓는 거짓 같은 기록 말고
시시비비를 가려 용기로 너의 소리를 내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흔들림 없이 기록하라
가짜가 가득한 혼탁한 세계를 걷어내고
제대로 역사를 기록하여 오늘의 춘추로 저장하라
호(呼)명품호(呼)백
장진
시절이 혼돈하니
가관이다
샤넬을 샤넬이라 부르지 못하고
명품을 명품이라 부르지 못하고
백을 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작은 파우치가 웬 말이냐
인생 부끄럽게 살지 마라
하여 나는 거침없이 불러 보겠다
샤넬 백
명품 백 받은 자여
죄 값을 받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