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가 노랗게 핀 꽃다지를 만났다. 어려서 한탄강에서 소꿉놀이할 때 단골손님이던 봄꽃이다. 꽃다지는 봄소식을 알려주는 반갑고 살가운 친구였다. 애달픈 전설도 깃든 꽃다지의 꽃말은 ‘무관심’이라고 한다.
집 근처 골프장 산길을 오랜만에 걸었다. 골프장 안에 있는 산길이라서 골프장에서 출입을 금하지는 않는데 골프 공 사고가 간혹 생겨서 그렇게 환영하지는 않는 길이다. 무엇보다 호젓한 산길이라서 여자 혼자서 걷기에는 요즘처럼 무서운 뉴스를 접하면서 사는 시기에는 주변에서 혼자 가지 말라고 걱정한다.
골프장 입구 벚꽃 길은 봄이면 진량의 명소가 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꽃이 어느 정도 피었는지 알 수 있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벚꽃 길 상황부터 둘러본다, 발그스름하게 벚꽃 길이 물들고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 일부러 산책을 나왔다. 멀리서 보기와는 다르게 아직 꽃망울이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며칠 기온이 올라가면 앞을 다투어 톡톡 꽃망울이 터질 것이다.
꽃다지와 냉이꽃이 어우러진 산길이 한없이 정겹다. 하얗게 꽃을 피운 냉이와 노랗게 꽃을 달고 있는 꽃다지가 길섶에 꽃밭을 만들었다. 사이사이 파릇한 애기 쑥도 깍두기로 끼어서 고무줄놀이 한다. 걸음을 멈추고 꽃다지를 사진으로 담았다. 해마다 꽃다지를 찍지만 언제나 새롭고 설렌다. 초록과 노랑이 어우러진 꽃다지는 유년의 추억을 불러온다,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서 꽃다지랑 공기놀이 하며 놀던 소녀의 파릇한 시간을. - 2024년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