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백화 문상희
참으로 좋은 시절임은 틀림이 없다.
31일 하루 년월차 휴가를 쓰면 9일을 쉰다.
누구 좋자고 만든 휴일인지 몰라도 참 길기도 하다.
그러나 자영업 포함 일부는 휴일에도 일을 해야한다.
설 명절이 코 앞인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팔불출 같은 사람이라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경동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사람 사는 모습과 시장 구경을 하러 가는 것이지
사실 제사 장거리야 집 근처 전통시장에도 있다.
근처 마트와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가 있다.
다만, 좀 더 저렴하다는 군중심리에 가는 것이다.
브런치를 대충 챙겨 먹고 경동시장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인산태가 났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주차행열과 사람이 뒤엉켜
그야말로 시장판 난장판이었다.
시대적 흐름에 모든 물품에 윈산지와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본인 딴에는 에누리가 있겠지 하고
3,500원짜리 사과를 3개 사고 싸게 좀 해주세요
하고 오만 원권을 내밀자 39,500월 거슬러 주었다.
아~, 변화무쌍한 세월에 메이저급 전통시장 역시
각박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왕 나온거
이것저것 주섬주섬 사서 가방에 구겨 넣었다.
오며 가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집으로 향했다.ㅁ
새벽을 여는 사람들
(산문)
희뿌연 여명을 뚫고 솟아오른
오늘이라는 또 다른 태양
어둠을 헤치고 시장판의 열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밤새워 먼 길 달려온 커다란 트럭
피곤한 기색을 뒤로하고 문짝이 열리면
바다향 물씬 풍겨나고 흙냄새로 가득하다
하역장 지게차 기사에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한 짐 가득 희망을 실어 나른다
한겨울 살을 에이는 추위도
삼복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상인들의 열정
만백성 식탁에 올라갈 식재료들이 단숨을 쉰다
난장판 같이 느껴지는 시장
하지만 결코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은어와 나름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늦으면 놓칠세라
난전 할머니의 자리다툼, 전쟁 같은 아우성
어쩌면 그것도 생존경쟁이 아닐까 생각하며
흥정이라는 관습에
덤이라는 인정이 통하는 시장
이것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삶의 열정이 꿈틀거리고
활기가 살아 숨 쉬는 재래시장
아침 해가 뜨기도 전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찌 보면 모진 생 이어갈 터전이요
생존의 법칙에 의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독보적인 세습으로 수천 년을 이어온 그들의 전통
또다시 새 날이 밝아오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삶을 이어 갈
시장판 새벽을여는 사람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8행시)
새아침 동트짐에 부산을 떨어야만
벽두에 새벽첫차 오르고 한숨돌려
을싸한 새벽공기 정신을 가다듬고
여기는 도매시장 동네가 시끌벅적
는지시 물어보고 가는이 태반이요
사장님 눈치에다 매출은 걱정이고
람실댄 인파속에 퇴근길 지옥같아
들녘에 한가로운 나비가 부럽구나
재미있는 차례상 행시 (12행시)
紅東白西, 棗栗梨枾, 頭東尾西
(홍동백서,조율이시, 두동미서)
홍일점 감과사과 밑둥치 잘라내어
동쪽에 가지런히 예쁘게 담아내고
백설기 맛난송편 한과도 한자리에
서로의 자리배분 전통의 젯상차림
조字는 대추棗에 참좋은 한약재요
율하면 밤栗이니 가시에 찔린추억
이字는 배나무梨 배꽃이 아름다워
시하면 홍시생각 한겨울 까치간식
두상을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동태는 명태먹태 이름도 다양하지
미과는 쌀과자로 젯상에 단골이요
서풍에 말린북어 향기도 구수해라
*인산태가 나는 경동시장 내부 동영상*
*북풍한설 몰아치는 아침*
*청량리 청과시장, 경동시장 입구 횡단보도*
*경동시장에서 사 온 제수용품*
참고로 도움이 될까 해서 올린 평균치 가격입니다.
대추 1 되 (8,000원) 감 1줄(5,000원)
배 1개(5,000원) 사과 1개(4,000원) 황태 (6,000원)
한과 1 봉지 (소, 5,000원) 당근 3개 (1봉지 3,000원)
제주 무, 쌈 배추 각 1개 (3,000원) 깐 밤 (5,000원)
호박 1개가 (3,000원)으로 가장 비쌌습니다.
첫댓글 시장 구경
참
잘~~~~했습니다!
랄라라~~~~ 감사합니다~~~~~하하하
@젬마김영미
오늘은
이 땅 위에 남은 내 삶의 첫날이다!
자유롭게 행복하게 멋지게 살기다!
벌써 해넘어 갔네요~!! ㅎㅎ
오래되어 까먹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