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의미학
등산을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산을 오를때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
고 한 발자국 내딛는 것도 고역이지만
내려갈 때는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오르막
길에서는정상
까지 가는데 집중하느라
발치의 계단만 뚫어져라 바라보게 되지만
내리막길에는 산 아래 경치도 굽어보고길옆의 울창한 숲속도 들여다보게된다.
인간의 삶 역시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 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오르막길에만 관심을 쏟는다. 사회적인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오르막길이 마치 인생의 목표이자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것이다.
그러나 정작 더욱 깊은 의미
를담고있는것은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은 오르막의기세가 꺾이고난뒤그저 만만하게 가는
길이 아니라 인생의 나머지 절반이자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사람
들은 '관조'라 는 것을 하게 된다.
고요한 마음으로 주변과 사물을 두루 돌아보는 것은그나이쯤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나이듦에 뒤
따르는'좋은일'
들중 하나인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가 쓴 『하산의 사상」이라는
책에그런이야기가 나온다. 운명적으로
거부할수 없는 하산을시작하고
나면 이제 정신적인 성숙을 가꿀 차례라는 것이다.
생의 내리막 길에서는 전성기 때 그리도
탄탄했던 내 몸이 왜 이렇게 변해가는 걸까,
우울해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보다 이제나의 깊이를
만들어갈 때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인 능력과 뇌의 활동 수치는 떨어지지만 감수성과세상을
보는 눈은더욱
예민해진다. 젊을수록 더
감성적일 것 같지만 사실 진짜 감성은
나이가 들어서
제대로 발현
되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바쁜 시절에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산을 올라가는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삶의 정점을 찍고
하산기에접어
들면 꼭대기만 바라보던
시선이 발아래 를 내려다보고 주위를둘러보고 내 안을들여다
보게 된다.
어쩔수 없이 들어선 하산길, 하루하루 나이드는육신을 느껴야하는것이
신날수는 없다. 그러나 내리막길이라고
해서아무렇게나 막 내려올수는
없는 일이다. 산은 내려올때 미끄러져서 사고가 나기 쉽고 계단도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천천히 풍경들을
감상하며 어느 한 걸음도 허투루 디디지
말고 가자. 열심히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잘 내려 오고 나서야 등산은 무사히 끝이
나는 것이다.
우린 하산할 준비도해야한다. 이게 등산의
순리다.
땀을 훔치고 받아래 경치도 내려다보면서 여유를 즐길줄 알아야 한다.
더 오르겠다는 건 욕심인데도 더 오르지
못하면 즉각 불평불만이 쏟아진다.
더! 그것이 오늘날 한국의 사회 심리다.
더, 더, 하는 도파민 심리 탓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우리 조상의 지족정신이 새삼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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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연습
토요일 오후 2시 나는 지하철 경노석에 앉아 자그마한 독서 수첩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다가오는 구절들을 기록하고 소가 되새김을 하듯 이따금씩 다시 보아왔다. 그래야 영혼 깊숙이 각인이 됐다.
"그게 뭡니까?"
바로 옆에 있던 등산복 차림의 남자가 궁금한지 내게 물었다.
내가대충설명을 해 주었다.
"그렇군요,
나는나이가일흔
여섯 살인데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더라도자꾸만 머리를써야하는
프로그램을
봐야 해요."
숫기가없던 나는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를 불편해 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는 내가 다가가야하겠다는 생각을한다. 그의 얘기를 "아, 그렇군요" 하고 겸손하고 정중하게 들어주니까 그의 속마음이 금세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저는 육군 대령 출신이예요. 군에서 나와서도 매주 관악산에 오르면서 몸을 단련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일도찾아가면서 했어요.
지금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를
보내고 있죠.
예전에 듣던 팝송들도선별해 올리고 그래요.
하여튼
늙어가면서 좀
더 바쁘려고
노력하죠.
주변에 보면 나같이연금으로 살아가는 친구
들이일찍죽어요. 너무편하면빨리 죽는다니까요. 인간은 아등바등하고 정신없이 힘이 들어야 오래 사는 겁니다."
그는 나보다 열 살이나 위인데도 외모는 오히려 젊어 보이는 것 같았다. 늙어서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
하다고했던가?
그런것 같았다.
그는 내려야 할 정해진 역이 있지만 나는 아무데서나 내려도 상관이 없다. 나는 이따금씩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아무역
에서나 내린다. 그리고 낯선 동네를 혼자 산책한다. 그게 나만의 고독연습이고 늙어가는 법이다.
일본인 소노 아야코 여사는 늙어갈수록 점점 외로워진다고 했다. 친구도 가족도 점차 없어지고 마지막에는 홀로 남는다고 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낯선 동네를 혼자 산책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마음을 잡으라고 했다. 나는 그걸 실행에 옮겨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한테서도 배웠다. 아흔 살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 육십대 중반의 아들이 걱정스러운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살아보니까 나이 먹으면서 고독이 제일 뼈가 저리도록 힘들더구나. 누구나 어쩔 수 없는거아니겠니. 너도고독을 잘 견뎌내고오너라"
그래서 나는 요즈음 고독을 견뎌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늙어가는 법'
이라는 책을 쓴 소노아야코 여사는 돈도 아끼지 말고 쓰라고 했다.
돈때문에 궁상
을 떨지말라는 것이다.
돈이없어질때면 죽는다는것이다.
혹 돈이 있어도 몸이 쇠약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면 이미 그 돈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돈으로 가족과 즐겁게 먹고 마시는데 쓰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하게 한마디 한다. 노인이 되어 정말 돈이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마지막 행진을 하라고 했다.
몸이 쇠약해지면 길을 가다가 어렵지 않게 저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만난 남자가 갔다. 그 다음의신당역에서 내렸다.
조금걷다가보니 중앙시장이 나타났다.
한가한 걸음으로 재래시장 안을 걷는다. 건어물 집, 떡 집, 족발 집, 칼국수 집, 과일 가게, 옷 수선 집 등이 나란히 있다.
가게 안의 모습들이 보인다. 김치찌개가 담긴 냄비를 앞에 놓고 마주 앉은 부부도 보이고 혼자서 멍하니 텔레비전 화면에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들 살면서 늙어가나 보다.
- 엄상익 에세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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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不知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를 잡는 지혜"
철이 없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른다.
철부지는 원래 '철不知'라고 쓴다.
'철을 알지 못한다' 는 뜻 이다.
그렇다면 철이란 무엇인가?
사시사철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철부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때'를 모른다는 말이다.
봄이 오면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땀을 흘리면서 김을 매고,
가을에는 열매를 수확하고
겨울에는 월동을 하기위해서 창고
에저장해야한다.
철을 모르는 사람은 땅이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에 씨를 뿌리려고 들판에 나가는 사람 이다.
눈밭에 씨를 뿌리면 싹이
나올리없다.
가을이 되어서 수확을 해야 하는데, 철을 모르면 수확을 할 줄 몰라서 열매가 땅에 떨어져 썩어 버린다.
이렇게 설명하면 쉽지만,
사실 자기 인생 사이클에서 철을 정확하게 짚어내기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사람마다 각기 철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인생은 태어 나자마자 가을부터 시작
하는경우도있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부모가 물려준 빌딩의 임대료 부터 받기 시작하면 과일부터 따 먹는 셈이다
흥청망청 청년기를 보내면 대개는주색잡기
(酒色雜技)로 흐르기마련이고,
패가망신
(敗家亡身)이
라고 하는 엄동설한 이 다음 코스로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겨울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조실부모
(早失父母)하고 자장면 배달부터 시작 하지만,
시간이 가면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맞는다.
문제는 자기 인생이 지금 어느 철(때)에 와 있는가를 객관적 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진단이 정확하면 처방은 나오게 되어 있다.
봄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씨를 뿌리면 되고,
여름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기꺼이 땀을 흘려야 한다.
철을 알면 기다릴 줄 안다.
겨울 다음에는 반드시 봄이 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다린다.
철을 모르면 기다리지 못한다.
철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진단만 정확하면
그 사람 인생의 절반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살아보니까
진단 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아
보기는 정말 어렵다.
진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철든 사람이고, 진단을 내려 주는 사람이 스승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스승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철부지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고 즐겁고 행복한날 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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