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화 교수님의 축사가 인상깊어 올려봅니다.
「졸업을 축하 합니다.
오늘 졸업식에 참석해주신
국악대학 졸업생, 국악교육대학원 졸업생,
그리고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특별히 오늘을 끝으로 총장직을 떠나시는 국악대학교수이자
중앙대학교 총장이신 박범훈 총장님과
우리 대학 교수님들께, 또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졸업생 여러분!
졸업은 하나의 완성을 뒤로하고,
희망이란 기대의 세계와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의 세계가 함께 출발되는
의미 있는 무대입니다.
우리가 서 있는 국악, 전통예술 분야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함과 희망이 섞여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 앞에서 저는 교수로서
작은 일부터 고백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여러분들을 소중한 인격체로 깊이 교우하지 못하고
위에서 아래로 명령하는 상명하복 관계로 대했습니다.
- 내 개인 공연이나 행사에 여러분들을 동원하여 부려 먹은 적이 있습니다.
- 내가 가는 곳에 따라와 수발을 들어주길 원했습니다.
- 나만 믿고 따르면 실력과 상관없이 미래를 보장해 줄 것처럼
은근히 복종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 가장 중요한 전공레슨 수업도 나의 편의대로, 틈나면 아무데서나 잠깐씩 해줬습니다.
레슨을 위한 레슨, 형식과 이름만 남아버린 후회스러운 레슨이었습니다.
준엄한 예술의 잣대로 여러분의 능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나의 사적인 소양의 잣대로 여러분을 평가했습니다.
- 예술 능력이 아닌 사적인 감정으로 차별 점수를 준적도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다른 방식의 가르침을 못 보게 여러분의 귀와 눈을 가렸습니다.
- ‘국악은 구전심수’라는 핑계로 교재 없이 그냥 북채와 입으로만 가르쳤습니다.
- 악보를 못 읽는 음악적 문맹인 학생을 못 본채 했습니다.
- 옛 노래만 강조하고 현재와 미래의 노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 내 음악 아닌 남의 음악은 못 배우게도 했습니다.
- 심지어 전통음악을 ‘정악과 민속악’이라는 두 종류로 나누는 것을 가르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내 짧은 경험에만 의존한 반복 교육,
내 것만 옳다는 아집,
옛것의 가치만 바라보는 편협한 나의 잘못된 교육이,
바로, 박물관 전시물 같은 과거지향형 국악인으로
여러분을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약해진 국악인 중에는 국악이 문화예술분야가 아니라 복지부나 보훈처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전통예술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9%가 대학에서 배운 것과 현재의 예술활동이
서로 달랐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의 생활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는 전통예술인이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 중에는 나의 잘못된 교육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가 만들어갈 국악, 전통예술 분야는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함보다는 희망이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전국에서 매년 배출되는 780여명의 국악 전공 졸업자와 바로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다른 문화예술분야 보다 높게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전통예술 분야 관람률(5.7%)에서 희망을 봅니다.
전통공연예술을 보고자 원하는 관객 13.6% ,
전통공연예술 콘텐츠에 지출을 원하는 6.1%의 수요와
전통예술교육을 원하는 국민들(2.8%)의 관심에서
희망을 봅니다.
또한,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지구촌의 문화예술 시장에서 핵심 산업재로 우리 국악을 꼽고 있습니다. 창조적 콘텐츠의 DNA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전통예술분야는 성장 가능한
명확한 희망의 사실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 희망의 시작은 전통예술의 테두리를 뛰어 넘어
여러분과 창조적으로 만날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오늘 졸업이 여러분에게는 바로 희망의 나래를 펴고 훨훨 날아가는 날입니다.
대학에서 가려졌던 그 귀와 눈과 입을 열고, 세상과 마음껏 대화 하세요. 여러분의 창조적인 삶과 예술세계가 만나면 행복한 삶이 휘휘 그려질 것입니다.
창조적이고 나만의 예술세계를 여는 행복한 예술가가 바로 여러분의 미래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국악을 전공한 여러분을 따뜻한 눈빛으로 맞이합니다.
나와 여러분은 상명하복의 관계가 아니라 도반입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2월 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