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엄마들에게 가장 난감한 순간은 한밤중에 아기가 아파서 울 때다. 어딘가 안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이유를 알 수 없어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들쳐업고 응급실로 뛰어가야 하는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응급실에서는 별 이상이 없는 아기와 함께 달려온 엄마들의 해프닝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과연 아기에게 응급 상황이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보자.
응급실을 찾는 원인 1순위 '고열' 24 개월 이하의 아기인 경우 60% 이상이 열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소아 질환들이 열을 동반하기 때문인데, 보통 생후 3개월 미만의 아기에게는 항문으로 재는 직장온도가 38℃ 이상, 3개월 이상의 아기에서는 38.3℃ 이상일 때를 열이 있다고 보고, 입 체온은 37.8℃, 겨드랑이 체온은 37.2℃ 이상이면 열이 있다고 말한다. 아기가 열이 있을 때는 어떤 증상이 동반되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먼저 열부터 내려야 한다. 아기의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으로 15분 이상 온몸을 닦아주거나 처방받은 해열제가 있는 경우 용량을 지켜 먹인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하면 열이 떨어지는데, 만약 39℃ 이상의 고열이라면 여간해선 열이 내리지 않으므로 이럴 땐 한밤중이라도 응급실로 달려간다.
응급실을 찾는 원인 2순위 '복통' 아기의 복통은 증세가 복잡하여 판단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말을 못하는 아기의 경우 모든 것을 우는 것으로 표현하므로 배가 고파서 우는지, 어디가 아파서 우는지 여간해서 구별하기 힘들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복통 때문에 우는 울음은 평소와 다르다. 다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비틀며 불에 덴 듯이 울거나, 몸을 떨면서 울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특히 배를 만지면 더욱 세차게 우는데, 이것이 복통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아기가 배가 아픈 것이 확인됐다면 함부로 약을 먹이기보다는 즉시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 특히 혈변, 흑변이나 설사, 구토를 하면서 30분 이상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안색이 창백하고 오른쪽 아랫배를 누르면 불에 덴 듯이 울 경우에는 서둘러 병원에 가야 한다.
응급실을 찾는 원인 3순위 '외상'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겨울철에는 집안에 있는 물건들이 흉기로 둔갑할 수 있다. 특히 막 기거나 걷기 시작한 아기들은 주변의 사물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왕성해서 닥치는 대로 만지거나 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욱 증가한다. 아기들의 외상 중 가장 많이 응급실을 찾는 경우는 머리를 다쳤을 때. 아기가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멍해져서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둔한 경우, 토하거나 토하려고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울고 보채는 경우, 안색이 창백한 채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뇌 손상이 의심되므로 즉각 병원에 가야 한다. 그 다음으로 아기들이 넘어지는 순간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가 손목, 팔꿈치, 발목 주위인데 이때 아기가 통증이 심해 울고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다친 부위가 부어오르면 서둘러서 병원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병원에 가기 전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혀주는 냉찜질을 해주고, 다친 곳을 주무르거나 바로잡으려고 하지 말고 부목을 대어 고정시킨다.
그밖에 응급실로 가야 하는 경우들 화상을 입었을 때_ 우리나라 화상 사고의 70~80%가 집안에서 일어나며, 특히 4살 이전 영아 피해자가 많다. 기어 다니는 아기는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증기에 3도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잦고, 걸어 다니는 아기는 주로 주전자처럼 끓는 물에 덴다. 자칫 잘못해 화상을 입었을 땐 화상 입은 부위를 즉시 수돗물, 즉 흐르는 냉수에 30분 이상 담가 화상 부위를 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물질을 삼켰을 때_ 이물질을 먹거나 마신 것이 확인되면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순식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기가 삼킨 것이 무엇인지, 양은 얼마나 되는지, 이물질이 독성이 있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바나나, 찰떡 등과 같은 음식이 목에 걸렸을 때에도 물을 마시게 하면 음식물이 불어나 기도를 막을 위험이 있으므로 재빨리 가까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구토나 설사를 되풀이할 때_ 구토나 설사 증상 외에도 입술이 마르고 소변의 양이 줄어든다면 탈수 증상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걸쭉한 죽 같은 혈변을 누며 몸을 비틀면서 심하게 울고 토하는 경우, 황색이나 녹색을 띤 담즙이나 혈액이 다소 섞인 것을 토하는 증상(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이 나타날 때도 급히 병원에 가야 한다.
경련을 일으킬 때_ 경련은 흔히 있는 증상이기는 하지만, 1~3분 정도면 가라앉는 경련이 5~10분간 계속되거나 짧은 시간 안에 몇 번을 연달아 경련을 일으키거나 고열을 동반할 때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약 경련이 멎었다고 하더라도 구토 증상이 있거나 의식이 분명하지 않고 발작이 20분 이상 지속될 때는 가까운 소아과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도움말_김우경(서울 백병원 소아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