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조선시대(朝鮮時代)의 교육제도(敎育制度)

[김인선]

02 조선시대(朝鮮時代)의 교육제도(敎育制度)

2. 학교제도

조선은 국가의 지배사상을 유학을 국시로 채택하고 이에 의한 모든 사회체제를 편성했다. 조선은 이러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교육에 관심을 기울였다. 건국 초부터 농상의 장려와 흥학을 국가의 2대 치국정책으로 채택한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조선은 흥학을 실현하는 학교교육을 중시하였다. 학교제도는 국가의 주도하에 관학으로 중앙에 성균관(成均館), 사학(四學), 그리고 지방의 각 행정단위에 향교(鄕校)를 설립하고, 개인들에 의하여 설립되는 서원(書院), 서당(書堂) 등을 장려하였다. 교육기관의 형성과 발전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성균관

(1) 성균관의 의미

성균관은 국가의 최고 교육기관으로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배려를 받았다. 따라서 성균관은 국가적 차원에서 많은 의미를 가진다. 이를 명칭에서 의미를 살펴본다. 성균관은 성(成)과 균(均), 그리고 관(館)의 뜻이 합하여진 것이다. 성은 인재를 이룬다는 의미이다(성인재지미취(成人材之未就)). 균은 풍속을 고른다는 의미이다(균풍속지부제(均風俗之不齊)). 그리고 관은 기관(공관(公館))이라는 의미이다. 성균관은 인재를 양성하고 풍속을 바르게 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성균관은 다른 명칭으로 불리어지기도 하였다. 성균관의 다른 명칭으로는 국학(國學), 태학(太學), 반궁(泮宮), 현관(賢館)이라고 하였다. 국학은 국가의 학교라는 뜻이고, 태학은 최고의 학교라는 뜻이며, 반궁은 제후의 지역에서 대학 교육을 한다는 뜻이며, 현관은 현명한 이를 양성하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수선지지(首善之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유학사상의 핵심인 선(善)을 행하는 최고의 터라는 의미이다.

(2) 성균관의 교육

조선시대 성균관의 교육목적은 대체로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통치이념인 유교의 보급이고, 또 하나는 통치체제에 필요한 관리의 양성이다. 조선시대 성균관의 교육 목적에 통치이념인 유교의 보급이 크게 강조된 것은 조선왕조가 통치이념으로 유학을 채택한 데에 비롯된다.

조선은 삼국시대 이후 1,000여 년간 국가의 지배사상이며, 민중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왔던 불교를 배척하고, 유학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채택하여, 사상적 교체를 단행하였다. 이러한 사상의 교체에 따라 새로운 사상의 보급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국가의 통치이념인 유교를 보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은 각종 교육기관이었다.

성균관은 문묘에 제향(祭享)을 하는 것이 최고의 임무였다. 성균관은 대규모의 문묘(文廟)를 설치하여 춘추 2회로 석전제(釋奠祭)를 지내고, 유생들을 매월 초하룻날마다 참배케 하였다. 그리고 주자예법에 따라 신규석전의(新規釋奠儀)를 제정하여 제향을 했다. 이는 유생들이 유교의 성현을 제사함으로써 유학사상의 실현을 기하는 성현을 숭상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였다. 성균관의 석전제는 국가의 큰 행사로, 군왕을 비롯하여 대신들이 참여하고, 유생들의 참석은 필수적이었다. 성균관의 문묘제향과 석전제는 유교 국가의 대의명분을 세우는 대표적인 것이었다.

성균관의 교육은 유학 이념에 입각하여 인재를 양성해서 관리로 등용하는 것이다. 성균관의 교육내용은 유교 경전(經典)과 제술(製述)이 기본 교과목이었다. 성균관의 교과교육에 중요한 것은 유학경전인 사서(四書 :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와 오경(五經 : 예기(禮記), 춘추(春秋), 시전(詩傳), 서전(書傳), 주역(周易))이었다. 이 사서오경을 각 과목에 따라 나누어 구재(九齋)를 만들어 교육했다. 구재는 성균관 유생이 먼저 대학재에 들어가 대학을 배우고 일정한 시험을 보아 합격하게 되면, 논어재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논어재에서 맹자재, 중용재, 예기재, 춘추재, 시재, 서재, 역재의 순으로 이수하는데, 그 예는 대학재에서 논어재로 오르는 것과 같다. 구재과정의 성적은 명부에 적어 성균관에 비치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과거시험이 있으면 성적을 참조하였다.

성균관교육에서 제술은 사서의(四書疑), 오경의(五經義), 시(詩), 부(賦), 송(頌), 책(策) 등이 있었다. 사서의와 오경의는 경서의 본문을 보고 논설을 전개하는 것이며, 부ㆍ송ㆍ시는 문장을 짓는 것이고, 책은 국가의 정책을 논의하는 과목이다. 이러한 경전교육과 제술은 1개월을 단위로 하여 20일간은 경서(經書)를 가르치고, 4일간은 경서를 고강(考講, 시험)하며, 나머지 6일간은 제술을 교육하였다. 이러한 성균관의 교육내용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과목과 대체로 비슷하였다. 조선시대 성균관의 교육은 과거시험 과목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3) 성균관의 교관

성균관의 교관 직제는 태조 원년 7월에 고려 말 성균관의 교관 직제를 대체적으로 답습하여 제정했다. 그러나 이 교관 직제는 조선왕조 500여 년 간 여러 차례의 개정을 보게 되었다.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성균관의 교관 직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유학의 교육은 문관이 맡는데 지사(知事), 동지사(同知事)는 타관이 겸하며, 직강(直講) 1명은 구임하고, 박사(博士) 이하는 의정부(議政府)의 사록(司錄) 1명과 봉상사(奉尙寺)의 직강 이하 2명이 겸한다. 그리고 지사(知事, 정2품) 1명, 동지사(同知事, 종2품) 2명, 대사성(大司成, 정3품) 1명, 사성(司成, 종3품) 2명, 사예(司藝, 정4품) 3명, 직강(直講, 정5품) 4명, 전적(典籍, 정6품) 13명, 박사(博士, 정7품) 3명, 학정(學正, 정8품) 3명, 학록(學錄, 정9품) 3명, 학유(學諭, 종9품) 3명의 모두 38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국대전의 성균관 직제는 약간의 변화를 하면서 조선말까지 계속되었다.

성균관의 교관 임명에는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로는 겸임교관제의 활용, 둘째로는 하급 교육기관에 성균관 교관 임명, 셋째로는 성균관의 일반 행정 기구에 교관의 보임 등이다.

첫째의 겸임 교관제의 활용은 타관직의 관리를 성균관에 교관으로 겸임시키는 제도이다. 경국대전에는 성균관의 지사(정2품) 1명, 동지사(종2품) 2명, 박사 이하의 3명을 의정부 봉상시의 관원이 겸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러한 성균관 교관의 타관원의 겸직은 성균관의 직제에는 없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성균관의 책임을 맡고 있는 대사성(大司成)에도 때로는 있었으며, 그 외의 제주(祭酒), 직강, 학록 등에도 있었다. 성균관에 겸임 교관제를 시행하게 된 것은 고려조의 국자감 또는 성균관에도 있었던 것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조선왕조의 태종 때였다. 태종은 당시 경학과 문장에 밝은 최고의 석학인 권근(權近), 김반(金泮) 등을 성균관 겸교관으로 임명하고, 국가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는 외에는 성균관에 나아가 유생을 교육하도록 했다. 이러한 겸교관제는 조선왕조말까지 계속되었다. 성균관에 겸교관제를 실시한 것은 타직의 유능한 인물을 교육기관에 유치시켜 교육의 효과를 더하고자 함에 그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성균관 교관을 하급 교육기관인 사학(四學)과, 종친의 교육을 담당하는 종학(宗學)의 교관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사학에는 자체 내의 교관을 확보하지 않고 성균관의 관리 중에서 사학의 교관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세종 8년에 개설한 종학에도 성균관의 교관 중에서 종학의 종학박사를 임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렇게 성균관 교관 중에서 사학, 종학의 교관을 임명하였으므로, 성균관 교관의 부족이 생기기도 했다. 조선왕조 초기 관학교육의 진흥책에 의하여 성균관, 사학에 많은 유생들이 취학하여 그 교육을 담당할 성균관 교관이 부족하게 되었다. 이에 한산한 문관에게 서반(서반직(西班職))을 주어 성균관 교관으로 임명하고 이들을 사학, 종학의 교관으로 임명하는 임시적 교관을 확보하기도 했다.

셋째로 성균관의 교관은 성균관의 존경각(尊經閣)과 양현고(養賢庫)의 관리로 임명하였다. 존경각은 성균관의 장서를 관리하는 곳으로 도서관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존경각은 관리자로 책색관(冊色官)을 두었는데, 책색관으로 성균관 교관인 사예, 학정 각 1명이 임명되었다. 양현고는 성균관의 교육 재정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이곳에 성균관 교관인 주부(注簿), 박사(博士), 학유(學諭) 각 1명이 임명되었다. 성균관의 교관을 존경각, 양현고에 임명한 것은 성균관과 협력 기관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성균관의 교관 자격은, 법제상에 별도의 규정은 없었으나 인품이 중요시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성균관의 교관 자격으로 중요시한 것은 첫째 경서와 문장에 통달한 학식이 있는 자, 둘째 유교적 윤리관에 입각한 덕행을 갖춘 자, 셋째 나이가 많을 것 등이다.1)

그리고 이 자격 기준이 엄격히 규정된 교관직은 대사성과 학정 등이었다. 대사성은 성균관의 최고 행정 책임자로서 “교중천백거세사(校中千百巨細事 : 학교의 많은 크고 작은 일을 본다)”를 관리하므로 그 인품과 학식이 뛰어나야 했다. 그리고 학정은 유생의 품행을 지도하는 관계로 비록 하위직이나, 그 선발에 신중을 기하였다.

성균관 교관의 업무는 각 지위에 따라 상이했다. 그러나 교관의 공통된 업무는 첫째 유생의 교수, 둘째 유생의 생활지도, 셋째 성균관에서 행하는 과거시험의 감독, 넷째 성균관의 각종 행정의 담당 등이었다. 성균관의 모든 업무의 책임은 대사성이 지게 되어 있었다.2) 그리고 업무에 소홀한 교관은 문책하였다.

(4) 성균관의 유생

성균관은 관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주로 양반의 자제들에게 입학 자격이 주어졌다. 그리고 양반의 자제라 하더라도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했다. 성균관의 입학자격은 첫째 성균관 입학시험에 합격한 생원(生員)ㆍ진사(進士), 둘째 사학(四學)ㆍ문음(門蔭)의 승보생(陞補生)이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셋째 문과 향ㆍ한성시 일도(一度) 합격자, 현직 관리 중 참상(參上), 참외관(參外官) 등은 시험 없이 입학할 수 있었다.

생원ㆍ진사는 식년 과거의 소과인 생원ㆍ진사시에 합격함으로써 주어지는 명칭이다. 이 생원ㆍ진사는 향교의 교도나 미관말직에 취직할 수 있으나 고관으로 출세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많은 생원ㆍ진사들은 고관으로 출세할 수 있는 대과인 문과에 급제해야 했다. 이 문과에 급제하려면, 성균관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것이 빠른 길의 하나였다. 성균관에 입학한 생원ㆍ진사를 상재생(上齋生)이라고 했다.

사학승보는 사학에 재학하고 있는 유생으로서, 연령이 15세에 이르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소학(小學)과 사서(四書) 중의 1서를 시험 보여 성균관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문음 승보는 자기 조상이 국가에 공이 있는 사람에게 소학을 시험 보여 합격하면 입학시키는 것이다. 그 범위는 공신자손, 3품 이상의 관리의 고손(高孫), 대간(臺鍊)의 자(子) 등으로 제한하였다. 사학ㆍ문음 승보에 의하여 성균관에 입학한 유생을 하재생(下齋生), 기재생(寄齋生), 혹은 승보생(陞補生)이라고 불렀다.

세종 후기부터 성균관이 침체되면서 유생의 취학이 줄어들자 성균관의 입학자격은 다소 완화되었다. 문과 향ㆍ한성시 일도 합격자, 현직 관리는 시험을 보지 않고 성균관에 입학할 수 있었다. 또한 원방 유생(遠方儒生)이 입학을 희망하면 입학시키기도 했다.

유생의 정원은 조선 건국 초에는 150명으로 되어 있었다. 세종 11년에 50명을 증원하여 200명이 되었는데, 이 200명은 상재생 100명, 하재생 100명으로 구성되었다. 이 정원은 그 후 경국대전에 법문화되어 계속되다가 영조 때의 속대전(續大典)에 74명이 감해져서 상재생 106명, 하재생 20명으로 되었다. 이 법제상 정원은 국가에 흉년이 들면 일시적으로 100명에서 50명까지 감하는 일이 있었다.

성균관의 유생의 정원은 충원되는 일이 드물었던 것 같다. 조선왕조의 역대에 성균관 유생의 취학을 보면 정원이 충원되었다는 기록은 거의 없다. 성균관의 학생수는 건국초기에 30∼40명에 불과했으며, 세종 11년에 유생정원을 증원할 때에도 100명 미만이었다고 했다. 이렇게 성균관의 정원에 미달된 원인은,

첫째 성균관의 재정부족과 시설의 불비,

둘째 권문자제와 생원ㆍ진사의 취학 기피,

셋째 성균관 교관의 부족과 무능자 임명,

넷째 성균관의 엄격한 생활 규제로 인한 취학 기피 등이었다.

국가에서는 성균관에 유생을 취학시키기 위하여,

첫째 성균관의 시설 정비(약방, 존경각 설치 등)와 재정 지원(어장, 현물지급 등),

둘째 권문세가 자제의 문음(門蔭, 음임(蔭任))을 억제하여 성균관에 취학하도록 유인하였으며,

셋째 성균관 유생에게 과거시험의 특전을 부여(직부시(直赴試))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유생들은 엄격한 학규에 의하여 학교생활을 했다. 유생들의 학교 규율은 학령(學令)이 기본 규범이 되었으며, 시대에 따라서 교육 요목이 정해져 규제를 가하였다.3) 성균관 유생들의 일상생활을 규제하는 것은 학령(學令)이었다. 학령의 대강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미명에 북소리가 한 번 울리면 기상한다.

② 북소리가 두 번 울리면 의관을 갖춘다.

③ 북소리가 세 번 울리면 식당에 간다.

④ 교관이 명륜당(明倫堂 : 강학소(講學所))에 들면 유생들은 집례(절)를 청한다.

⑤ 북소리가 한 번 나면 유생들이 교관에게 집례한다. 그리고 유생들은 교관 앞에 나아가 일강을 청하고 교관은 강(講)을 행한다. 그리고 유생들의 학업 진도를 기록하게 된다.

⑥ 북소리가 두 번 나면 유생들은 교관 앞에 나가서 배운 것을 강난(講難)하여 변의(辨疑)하는 등의 유생의 일과를 정하였다.

생활 규범으로서 수업에 관한 사항은,

① 노장(老莊)ㆍ불경(佛經)ㆍ잡류(雜類)ㆍ백가자집(百家子集) 등의 이단서(異端書)를 읽지 말 것,

② 수업시 졸거나 한눈을 팔지 말 것,

③ 글을 쓸 때 해서(楷書)로 단정히 쓸 것,

④ 수업을 받지 않거나 성적이 나쁘면 처벌한다고 했다.

도덕적 사항으로는,

① 성현을 숭상하는 마음을 가질 것,

② 조정을 비방하는 말을 하지 말 것,

③ 주색ㆍ재물에 관한 이야기나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하지 말 것,

④ 오륜을 지킬 것,

⑤ 사장(師長)에 예(禮)를 할 것,

⑥ 말을 타지 말고 유희 등을 하지 말 것 등이다.

유생들의 생활은 교관이 관찰하여 선악부에 기재하고 이 선악부는 유생이 과거시험에 응시할 때 참조하도록 하였다.

성균관 유생은 이러한 타율적 규제를 받기도 하였지만 자율적인 생활을 하도록 자치 활동이 허용되어 있었다. 유생들은 재회(齋會)라는 자치회를 구성하였다. 재회는 유생들이 스스로 운영하며, 유생들이 조직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중심체가 되었다. 재회의 임원은 유생들이 선출하는데 그 우두머리는 장의(掌議)이다. 장의는 재생의 지도자로서 재회를 주도하였으며, 성균관의 자치 생활은 그에 의하여 좌우되는 일이 많았다. 장의는 재생의 모임이 필요하면 재회의 소집요청을 할 수 있고, 또한 재회를 통하여 유생을 처벌하거나 공천(公薦)하는 등 권한을 가졌다.

성균관 유생들은 재회를 통하여 자신들의 의사를 조직적으로 표시할 수 있었다. 그 방법은 상소(上疏, 유소(儒疏)), 권당(捲堂), 공관(空館) 등이었다. 성균관 유생의 상소는 ‘사습(士習)의 원기(元氣)’라고 하여 다른 상소보다 우대하였다. 유생의 상소는 내용의 옳고 그름이나 경중대소(輕重大小)를 가리지 않고 접수하여, 이에 대한 비답(批答 : 왕의 답변)을 내리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는 성균관 유생의 상소가 자유로운 비판정신을 일깨워줌으로써, 국가 미래의 이상을 가지게 하려는 배려였던 것이다. 권당은 성균관 유생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식당에 들어가지 않는 시위방법이다. 이는 단식투쟁의 시위라고 보는 것보다는 식당에 비치된 도기(到記, 출석부)에 유생들이 원점(圓點, 출석기재)을 거부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공관은 유생들이 성균관을 떠나는 시위 방법이다. 이는 성균관의 전 기능이 정지되는 것으로 유생들의 시위 방법 중 가장 강경한 것이다.4)

성균관 유생들의 상소ㆍ권당ㆍ공관의 대상이 되는 문제는 시대적으로 변화가 있었다. 조선 초기에는 불교에 대한 척불 상소가 중심이 되었으며 그에 따른 권당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는 유학이념의 수호, 정치적 문제, 성균관 지위상의 문제가 중심이 되었다. 이는 조선시대의 성균관의 성격 변천을 나타내 주는 일면이기도 하다.

(5) 성균관의 교육 재정

성균관의 유생들은 동ㆍ서재에서 기숙을 하였는데, 여기에 소용되는 경비는 막대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국가에서는 성균관에 학전(學田), 어장(漁場), 노비(奴婢) 등을 지급하여 그 세수로써 재원을 삼도록 했다.

성균관의 학전은 성균관 재정에 중심이 되는 것으로 태종 13년에 그 규모가 1,000여결이나 되었다. 그리고 세종 13년에 965결, 동왕 29년에 약간결을 추가로 지급하였으며, 성종 15년에는 사량기재생(私糧寄齋生, 사비생)의 공궤(供饋)를 위해 400결을 지급하였다. 조선 초기 성균관의 학전은 2,400결에 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학전 지급은 경국대전에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누계의 기록에 의문이 있다. 성균관 학전은 중종 대에 두 차례에 걸쳐 100결씩, 그리고 명종대에도 두 차례에 걸쳐 45결과 수량 미상의 학전이 지급되었다. 그러나 임란이 끝난 조선 후기에 성균관의 학전이 400여결이라는 기록이 있고, 영조 때의 속대전에 400결로 법제화되었음을 보아, 조선 후기의 성균관 학전은 조선 초기에 비해 그 규모가 상당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

성균관에는 노비가 있었다. 노비는 잡역에 종사하며 외부의 노비는 신공(身貢)을 바치어 재정에 충당하였다. 성균관의 노비는 건국 초기에 약 300명이 되었다. 이는 고려조의 성균관에 소속된 노비로 그 중에는 안향이 기증한 노비의 후손이 많았다. 그 후 세종원년에 100구, 문종 원년에 죄인의 속공노비(屬公奴婢) 10구, 그리고 중종 때에 80구, 명종 때에 50구 등이 지급되었다. 이러한 노비는 조선 후기에 그 수가 크게 증가되었다. 영조 때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성균관의 노비수가 장노비(壯奴婢) 6,214구, 약노비(弱奴婢) 3,242구로 총 9,456구에 달했으며, 또한 양현고(養賢庫)의 노비수가 전국에 1,302명이나 되어 총 10,758구가 되었다. 이들 노비는 문묘의 제향과 유생의 조석 공궤, 기타 성균관 내의 수위, 사환 등의 잡역에 종사하는 자가 있고(선상노비(選上奴婢)), 외방에서 농사나 상업에 종사하면서 해마다 일정한 신공을 바치는 자도 있었다(외거노비(外居奴婢)). 대체로 후기의 노비들은 외거 노비들이 대부분으로 이들이 바치는 신공은 성균관의 재정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다.5)

또한 성균관에는 중기 이후 어장(漁場)이 지급되어 그 세(稅)로 유생의 조찬(助饌 : 반찬) 경비를 충당하게 하였으며, 시장(柴場)에서는 땔감을 공급했다.

이러한 성균관의 재정은 양현고에서 관리하였다. 양현고는 호조(戶曹)에 속한 관아로서, 성균관 내에 위치하고 그 관원도 성균관 교관 중에서 임명하여 운영하였다. 성균관의 재정은 호조의 통제하에서 운영되었다.

2) 사학

(1) 사학의 기원과 설립

사학은 조선시대의 국도인 한양에 설립한 국립 유학 교육기관인 동학(東學)ㆍ서학(西學)ㆍ남학(南學)ㆍ중학(中學)의 총칭이다. 사학은 조선 초기에는 사부학당(四部學堂, 동부학당ㆍ서부학당ㆍ남부학당ㆍ중부학당)이라고 불리었으며, 약칭하여 학당(學堂)이라고도 했다.

사학은 고려 원종 2년(1261)에 설립한 동서학당이 기원이다. 동서학당이 고려 말엽에 오부학당으로 개편되고, 조선 초기에 사부학당으로 되었다가, 세조 때에 사학으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고려 말의 오부학당은 조선 건국 초기에는 별로 발전이 없었다. 오부학당은 국도의 행정 구역인 오부에 하나씩 설치할 의도였으나, 초기에는 동ㆍ서부 학당만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건물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사찰의 건물을 빌려 쓰고 있었다. 사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내용과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태종, 세종 때에 이르러서이다. 태종이 즉위한 후 정치적 안정이 이루어지고 동왕 5년에 국도를 한성으로 옮기게 되자 사학은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태종은 국가의 지도 이념인 유학의 진흥을 위해 교육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동왕 11년(1411) 10월에 남부학당을 설립하였는데, 이는 학당 중에서 최초로 독립된 학사를 갖게 된 것이다. 또 동년 11월에는 중국 송(宋)나라의 외학제(外學制)를 토대로 오부학당제를 제정하는 등 사학 발전의 토대를 세웠다.

사학은 세종조에 그 교육적 내용이 더욱 충실해졌다. 세종 4년(1422) 12월에 남부학당을 빌려 쓰고 있던 중부학당에 독립된 학사를 신축하고, 동왕 20년(1438) 3월에는 유우소(乳牛所) 자리에 동부학당을 이전시켜 학사로 삼게 했다. 이처럼 세종 때에 이르러서 사학은 본격적인 학교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북부학당의 개설에 관한 문제가 있다. 북부학당은 태종 3년 이후 설립되었다가 세종 19년 이전에 폐하여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북부학당은 독립된 학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성 북부 일처에 있던 인수원(仁壽院 : 불교사원)을 사용했는데, 이 북부학당은 조선 후기 현종 2년에서 3년 사이에 다시 건립하여 얼마간 있었다. 건국 초기 북부학당이 폐하여진 후 세종 30년과 성종 원년에 복설 문제가 있었으나 현실적인 부적합성으로 인하여 이루어지지 못하였다.6)

(2) 사학의 교육제도적 성격

사학은 성균관의 예비 학교이며 하급 교육기관이다. 고려 말에 오부학당을 개편할 때 동서학당이 중심이 되었으며, 이 시기에 고려 시대의 사학(私學)인 십이도(十二徒)를 폐하게 된다. 이는 오부학당이 동서학당뿐 아니라 십이도의 성격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학십이도는 고려 말에 이미 국자감의 예비 학교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관학을 진흥시켜 새로운 사상을 보급하고자 하는 유학자들이 오부학당을 성균관에 예속시켜 운영하고자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태종 11년 11월에 송(宋)의 외학제(外學制)를 모방하여 제정한 오부학당제에 반영한 것이다.

오부학당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송의 외학제에 따라 오부학당의 교육은 성균관의 교관으로 하여금 그 책임을 맡도록 한다.

② 학당의 유생은 10세 이상부터 취학시키고 15세가 되어 소학(小學)의 공을 이루면 성균관에 진학케 한다.

③ 성균관의 유생이 정원에 미달되면 학당 유생을 시험 보여 우수한 자를 진학시켜 수를 채운다.

④ 권과법(勸課法)도 송나라의 법에 따라 성균관에서 학당을 총괄케 한다.

⑤ 학당의 학령은 성균관의 학식에 따른다.

사학의 운영은 성균관에서 총괄하도록 되어 있으며 교관의 임용, 유생의 입학, 학교의 규칙 등이 모두 성균관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사학에는 문묘가 설치되지 않고, 성균관의 문묘에 참배케 했으며,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성균관의 양현고에서 사학의 재정운영을 맡기도 했다. 이를 보면 사학은 성균관의 예비 학교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의 향교는 독립적 학교이고, 사학은 부속적인 학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3) 사학의 교관

사학의 교관은 조선 건국 초에 제정된 속육전(續六典)에 성균관의 교관으로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 규정은 그 후 오부학당제, 경국대전에도 명시되어 효종 때까지 존속되었다.

성균관의 교관 중에서 사학의 교관을 임명한 것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교관을 확보하여 하급 교육기관인 사학의 교관으로 충원함으로써, 교육의 일관성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생각된다. 성균관의 교관 중에서 사학의 교관을 임명하게 됨에 따라 성균관의 교관이 부족할 때에는, 사학의 교관을 한산한 문신에게 서반직(西班職)을 주어 임명하고(서반직 교관(西班職 敎官)), 성균관에 관리수습중인 권지(權知)를 임명하는 일도 있었다. 효종 때부터는 사학의 교관에 시종(侍從)을 겸임토록 하여 임명하고 있다. 시종은 홍문관(弘文館)의 하급 관리로서 대체로 학식이 있는 관리이다. 사학 교관에 홍문관의 시종을 임명하는 것은 영조 때에 편찬된 속대전(續大典)에 법제화되었다. 사학의 교관에 시종을 임명하게 된 것은 성균관의 교관 부족과 사학의 독립된 학교로의 변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효종 때에는 사학을 총괄하는 직으로 제주(祭酒)를 별도로 두기도 했다.

사학의 교관 정원은 태종 11년 11월에 제정된 오부학당제를 보면, 교수관 2명, 훈도관 5명이었다. 그 후 태종, 세종 때의 교육진흥책으로 사학이 발전되어 세종 4년에는 각 학에 1명씩 증원하고, 세종 13년 5월에는 동학에 3명, 서학에 3명, 남학에 4명, 중학에 4명을 정원으로 했다. 그리고 세종 13년 9월에는 다시 동학과 서학에 각 3명, 남학과 중학에 각 5명의 교관을 임명하게 되었다. 이렇게 각 학당의 교관 정원에 차이가 있게 된 것은, 중학과 남학은 이 시기에 독립된 학사를 가지고 교육하고 있음에 따라 사학의 취학생이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은 교관을 임명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학의 교관은 성종 8년 2월에 사학 교관 구임법(四學敎官久任法)을 제정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근무하도록 했다. 사학교관들에 30개월 구임법을 제정한 것은 인품이 있고 경학에 밝은 인물을 오래 교육기관에 머물게 함으로써 유생들에게 효과적인 교수와 지도가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다.

(4) 사학의 유생

사학은 국도 오부의 행정 구역을 고려하여 설립한 교육기관이었으나 취학생의 거주지에 대한 제한이 엄격하지 않았다. 사학의 취학 연령은 태종 때의 오부학당제에는 10세 이상으로 규정되고, 문종 때에는 8세 이상으로 나타나, 취학 연령이 낮추어진 것으로 보인다. 소학지도(小學之道)는 8세 이상임을 볼 때, 그 후는 8세 이상이 사학의 취학 연령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학에는 때때로 25세의 나이 많은 유생도 취학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하여는 별다른 제약을 하지 않았다.

사학의 유생 정원은 때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선 초기의 사학의 유생 정원은 각학 100명으로 법제화되었다. 이 법적인 정원은 흉년이 들 때는 재정 부족으로 감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 중기 이후는 유생 정원을 대폭 감하여 임진란 이전에는 각 학 10명, 병자란 이후에는 각 학 2명으로, 그리고 인조 때에는 각 학 5명으로 책정했다. 사학의 각 학 5명의 정원은 영조 때에 편찬된 속대전에 명문화되었다. 사학의 유생 정원의 변화는 사학의 발전과 쇠퇴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7)

사학의 유생들은 학교 내에서 교관을 악언(惡言)과 시장(詩章) 필(筆)로써 모욕하고, 교관을 길에서 보면 남 보듯 하고, 혹 교관이 가르침을 주면 교관에게 반항하고 위협하는 일까지 있었다. 명종 때에 퇴계는 논사학사생문(論四學師生文)을 지어 특별히 사학의 교관에 대한 유생들의 불경(不敬)을 경계했다.

유생들은 국가의 척불정책에 따라 불교를 배척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 하면서, 불교에 대한 무분별한 비행 사건을 자주 일으켰다. 유생들은 불사(佛寺)에 집단으로 침입하여 승도(僧徒)를 구타하고 사원을 파괴하였으며, 때로는 사원의 물품을 강탈하고 심지어는 방화를 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유생들의 불사의 훼손은 국가의 척불정책과, 예부터 유사(儒士)들이 조용한 산사(山寺)에서 독서하는 풍속이 있어 불사와의 잦은 접촉에서 연유된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유생들은 조정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상소와 극렬한 행동으로 이를 제지하였다. 심지어는 대비(大妃)가 사원에 보내는 불상을 탈취하여 소각하는 격렬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 외에도 화려한 의복을 걸치고 말을 타고 거리를 활보한다든가, 거리에서 종친을 구타하고 여자를 희롱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도적질을 하여 처벌을 받기도 했다.

(5) 사학의 교육

사학의 교육 목적은 소학지도(小學之道)를 성취하는 것이다. 이는 성균관이 대학지도(大學之道)를 목표로 하는 데에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사학유생들의 교재는 소학(小學)을 비롯하여 효경, 사서(논어ㆍ맹자ㆍ중용ㆍ대학), 오경(역경ㆍ서경ㆍ시경ㆍ예기ㆍ춘추), 문공가례집(文公家禮集), 제사(諸史) 등과 초사(楚辭), 문선(文選), 역대제가시(歷代諸家詩) 등도 공부하였다. 이 중에 소학은 유교 사회의 도덕규범 중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초록한 것으로, 사학유생들의 필수 과목이었다. 그리고 소학은 사학유생들의 학령(학생생활규칙)이 되었으며 성균관에 진학하기 위한 승보시(升補試)의 중요한 시험 과목의 하나였다.

사학 유생들의 교육 목표는 성균관에 입학하는 것과 생원ㆍ진사시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사학 유생의 성균관 진학에 대한 규정은 조선시대의 모든 법전에 명시되어 있다. 성균관의 관원이 사학에 나아가, 사학 유생으로 15세 이상이 되고 소학의 공을 성취한 사람에게 승보시를 보여, 합격한 사람을 성균관에 입학시키도록 되어 있었다. 이 승보시에 합격한 사람을 사학 승보생이라고 하며, 이들은 성균관의 하재생이 되었다. 그리고 사학 유생에게 생원ㆍ진사시에 응시할 자격을 주었고, 또 6월 도회(六月 都會)나 알성시(謁聖試)를 통해 생원ㆍ진사시에 응시할 수 있는 특전을 주었다. 6월 도회는 사학 유생들의 권학을 위하여, 매년 6월에 관원이 사학에 나아가서 유생들에게 제술과 경서를 시험하여, 우수한 유생을 뽑아 곧 바로 생원ㆍ진사 회시(會試)에 응시케 하는 것으로, 이 유생을 직부생(道赴生)이라고 했다. 알성시는 왕이 문묘에 참배한 뒤에 성균관에서 행하는 시험인데, 이때는 성균관 유생과 사학 유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때에 원점수(圓點數 : 재학일수)가 차고, 시험 성적이 우수한 사학 유생은 생원ㆍ진사 회시에 응시할 수 있었다. 6월 도회와 알성시는 과거시험에 응시할 사학 유생에게 주는 특전이었다.

(6) 사학의 재정

사학은 조선 건국 초의 얼마 동안은 일정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기숙사(재사(齋舍))가 없었다. 그래서 유생들은 매일 통학을 하고 점심도 제공하지 못하였다.

사학은 태종 때에 이르러 독립된 학사(學舍)를 가지게 되고 성균관의 양현고에서 운영경비를 지급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 성균관의 양현고가 성균관 운영 경비를 충당하는 데에도 부족하여 정부의 풍저창(豊儲倉)에서 사학의 운영 경비를 매달 지급하게 되었다. 그리고 때로 흉년이 들어 조세 수입이 부족하면 유생의 정원을 감하고, 혹은 음식(廩食)을 줄이고, 방학을 하기도 했다. 조선 중기에 사학은 전답과 어장을 내려 독립된 재정을 마련해 주었다.

사학에는 노비가 있었다. 사학의 노비는 고려시대에 세워진 최충의 구재학당(九齋學堂)에 속하여 있던 노비를 배속하고, 세종 때에 혁거사찰노비(革去寺刹奴婢), 문종 때에 속공노비(屬公奴婢)가 지급되어 사학의 필요한 노역을 담당하였다.

3) 향교

(1) 향교의 설립

향교는 국가에서 지방의 각 행정 단위인 주(州), 부(府), 목(牧), 군(郡), 현(縣)에 성균관을 축소하여 설치한 유학 교육기관이다.

고려의 향교는 인종 때에 설치되었으나 그 후의 사회적, 정치적인 혼란으로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고려 말기에 이르러 성리학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향교가 국가의 교육기관으로 활발하게 발전한 것은 조선시대에서이다.8)

(2) 향교의 제도적 성격

조선시대 향교의 교육 제도상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논의할 수가 있다. 첫째는 중등교육 단계이다. 둘째는 유학 교육기관이다. 셋째는 공교육기관이다. 넷째는 교육과 교화를 수행하였다.

첫째로, 향교는 학교제도의 단계적 측면에서 보면 중등 교육기관에 속한다. 조선시대의 향교는 성균관의 하급교육단계의 교육기관이다. 성균관의 교육은 유생들에게 대과를 준비하는 교육기관이고 향교는 소과를 준비하는 교육기관이다. 본시 조선의 법 규정에는 향교에 입적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소과의 과거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졌다. 소과의 응시 요건에 향교의 입적 여부가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향교의 입학 연령은 16세인데, 양반의 자제나 양인의 자제들은 향교에 입적하기 전에 이미 사숙(私塾)이나 서당(書堂)에서 한문의 기초를 익혔다. 향교 입학은 기초 한문을 익힌 사람에게 한정되었다. 따라서 향교는 한문의 기초를 가르친 서당이나 사숙보다는 높은 단계의 교육기관이었다. 향교와 성균관의 연계성이 있으나 향교와 서당 사이에는 없었다. 그러나 학교제도의 형식적인 단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향교는 중등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향교의 교육 내용은 유학이 중심이 되었다. 향교를 설치한 국가가 필요로 하는 각 행정직의 인재를 유교 이념에 입각하여 훈련된 사람으로 선발하였다. 고위 행정직을 제외한 각 부분에서는 전문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였다. 향교는 유교 이념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지방민을 유교 이념에 따라 교화하는 기관이었다. 그러므로 향교의 교과 과정에는 유교와 직접 관계되지 아니하는 것은 모두 제외되었다.

셋째로, 향교는 공교육기관으로 국가에서 설립하고 운영하였다. 향교는 제도상으로 성균관과 같이 국가적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시와 감독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하였다. 교육 행정 체계상으로는 예조(禮曺)의 행정 소관이고, 그 교관의 임명은 이조(吏曹)의 권한과 책임이었으나, 일차적 책임은 각관 지방의 수령(守令)이 지도록 되어 있었다. 중앙의 성균관이 국립 교육기관이라면, 향교는 공립 교육기관인 셈이다.

넷째로, 기능면에서 보면, 향교는 교육(敎育)과 교화(敎化)의 양면성을 지닌 기관이었다. 조선은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전국의 향교를 통하여 양성하고 과거를 통하여 선발하였다. 또한 고려 시대부터 민간 생활의 심층에까지 뿌리 내린 불교를 유학사상으로 대치하고자 하였다. 유학 이념에 따라 민간 풍속과 사회 질서를 정립하는 데는, 향교만큼 좋은 기관은 없었다. 특히 조선 중엽부터는 각종 병란으로 사회가 혼란하고 민심이 부박하여지자, 교화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였다. 이 때문에 향교는 지방 교육기관일 뿐 아니라 유학 중심의 교화 기관으로서 지방 문화의 중심이었다.

(3) 향교의 설치 목적

조선시대에 전국에 향교를 확충ㆍ설치한 목적은 대체로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통치 체제에 필요한 관료 자원의 확보이고, 둘째는 새로운 통치체제의 정치 이념에 입각하여 백성을 교화하려는 것이었다. 이 중에서 유학이념에 따라 백성을 교화하려는 것을 더 중요시하였다.

조선은 유학 교육기관으로는 중앙에 성균관과 사학, 그리고 지방에 향교와 서원이 있었다. 불교 대신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하려던 조선은 억불 숭유 사상의 형성을 위한 유학 교육기관을 어느 기관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하여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농상(農桑)’과 함께 ‘풍화지원(風化之源)’으로서의 유학 교육기관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였다. 관립 학교 중에서 향교는 국가 통치의 기간 인재인 관료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방의 교화 기관으로 매우 중요시되었다.

조선은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에 필요한 관료를 확보하는 것을 향교에만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향교에 입적만 해 놓고 실제 과거 준비는 서당이나 사숙에서 하고 성균관을 통하여 문과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볼 때, 향교는 관료 자원의 양성보다는 화민성속(化民成俗)의 기능이 더 기대되었던 기관이다. 향교는 성균관과는 달리 전국의 각 지방에 산재해 있었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서민 문화의 기층에 깊이 접근할 수 있었다. 고려시대로부터 서민 문화의 심층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불교문화를 유학문화로 대치하는 데 있어 향교 이상 좋은 수단은 없었다. 이 때문에 향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지대하여 향교 교육의 성패를 지방 행정관의 진퇴를 가름하는 제일 중요한 정책 과업으로 규정하였다. 지방 수령의 기본 업무인 ‘수령칠사(守令七事)’ 중에 ‘수명학교(修明學校)’가 있다. 이는 고려 시대의 수령오사(守令五事)에는 없었던 것이 조선시대에 와서 삽입되었다. 조선 왕조가 향교에 걸었던 기대가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령칠사 가운데 수명학교를 중요한 업무로 강조하였다.

(4) 향교의 행정 체제

향교의 행정체제는 중앙정부의 기관이 예조의 감독을 받았다. 예조는 향교 교육을 각 도의 관찰사(觀察使)를 통하여 행정적으로 지휘하고 감독하였다. 관찰사는 다시 각관 수령을 통하여 정부의 교육 의지를 전달하고 교육을 독려하였다. 이 때문에 향교에 입학한 생도를 직접 교육하는 책임은 향교 교관에게 있었지만, 교관과 생도가 교육과 학업에 정진하도록 행정적 지도와 감독을 행하는 일차적 기관은 각 지방의 수령이었다. 태조 원년에 각 도의 관찰사로 하여금 향교의 흥패로 각 수령의 근무 성적을 평가하도록 하였다. 즉 학교교육을 담당한 교관의 근무 상황의 감독은 수령의 책임이며, 수령의 향교 감독 상황의 감독은 관찰사의 책임이었다. 수령의 기본 업무 가운데서 학교교육의 진흥이 제일 중요한 책임이었던 것과 같이, 관찰사의 업무 중에서도 학교교육의 진흥이 중요한 업무였다.

(5) 향교의 교관 제도

조선시대의 향교 교관 제도는 경국대전이 완성된 세조, 성종 연간을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있다. 조선 초기의 향교 교관 제도는 대체로 고려 말기의 교관 제도를 그대로 승계하였다. 조선 초기는 아직 나라의 기반이 확립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교관의 직제도 확립된 체제를 세우지 못하여, 그 명칭이나 자격 및 파견 원칙에 변화가 있었다.

태조 때에는 향교 교관은 교수관(敎授官)과 훈도관(訓導官)이 있었다. 6품 이상은 교수관이라고 하고, 7품 이하는 훈도관이라고 불렀다. 조선의 향교는 지방의 주ㆍ부ㆍ군ㆍ현에 각기 1개교씩 설치하였는데, 전국 향교에 파견할 만큼 유자격 교관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여 대과(大科)에 합격하지 못한 생원이나 진사를 교관으로 파견할 경우 교도(敎導)라고 불렀다. 생원 진사를 교도로 파견하여도 부족한 경우가 있어 학장(學長)을 선임하게 되는데, 학장은 그 지방에서 경서를 통하고 나이가 들은 사람 중에서 관찰사가 선임하는 관료가 아닌 교관이었다. 이 때문에 학장의 직은 관직이면서도 신분은 관리가 아니었다. 학장은 생도의 면학을 지도하면서도 봉급은 없었다. 그러나 호역(戶役)을 면제받았다. 조선 왕조는 건국 초기부터 중앙 집권적 왕권을 강화하고 유교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사회 체제를 확립하려는 목적에서, 국가에서 양성하고 선발한, 새로운 이념에 따르는 관리를 지방 교관으로 파견하였다. 그러나 군이나 현에까지 파견할 교관 자원이 없어, 부득이 부 이상의 향교에만 중앙에서 파견하고 그 이하의 향교에서는 학장을 선임하여 생도를 지도하게 하였다.

경국대전의 완성으로 조선 왕조의 제반 국가의 기반이 확립됨에 따라 향교의 교관 제도도 확립되었다. 이때부터 향교 교관의 명칭은 교수관과 훈도관으로 고정된다. 그 자격을 보면 6품 이상은 교수관이고, 7품 이하는 훈도관이다. 그 밖에 법제상의 명문은 없으나 실제로 군ㆍ현의 향교에서 생도의 교육을 담당하던 학장이 있었다. 이들은 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법제 속에서는 명문화되지 못하고 있으나, 이들이 교육에 미친 영향이나 역할은 관리의 교관에 못지않았다. 그런데 법 규정에 따른 유자격 교관이 확보되지 아니하여, 이미 성종 때부터 생원이나 진사를 훈도관으로 파견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그 후 각종 병란을 겪은 후에는 법정 자격 교관을 확보할 수가 없어, 학장으로 향교 교육을 지도하게 하고 이들을 감독하고 장려하는 향교 제독관(提督官 일명 교양관(敎養官))이 등장한다. 이것은 법제 속에는 규정되지 않았으나 선조 때부터 만들어져 조선 말기까지 운영된 제도이다. 향교 제독관은 학장으로 충원된 교관들을 감독ㆍ지도하던 장학 행정관이었다.

교관의 연령은 40세부터 70세로 한정하였다. 이 때문에 대과에 합격하여 자격을 갖추었다 해도 나이 40세가 되어야 교관으로 파견되었다. 이는 다른 행정직에도 적용되는 경우가 있으나, 향교의 생도가 향교에 머물 수 있는 나이의 상한이 40세였던 것과 상관이 있다고 보여진다. 즉, 교관과 생도의 연령 차이를 법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교관의 정원은 각 도의 도호부 이상의 향교에는 교수관을 1명씩 파견하고, 그 이하의 군ㆍ현 향교에는 훈도관을 1명씩 파견하였다. 자격 있는 교관이 부족할 경우에는 그 지방 출신자 중에서 학장을 선임하였는데, 각 향교에 1명의 학장을 선임하였다. 경국대전에 규정된 전국 향교의 교관 정원을 보면 교수관이 72명, 훈도관이 257명, 도합 329명이다. 향교 교관의 정원은 영조 20년에 완성된 속대전에서 모두 폐지하였다. 이는 정부에서 향교에 교관을 파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조선 후기에는 향교에 교관을 파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향교 교육이 연산군 때부터 크게 퇴폐하기 시작하여, 선조 때에 각종 병란으로 그 교육이 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난(亂) 후에 향교 교육을 재건하려는 정부의 각종 진흥책들은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고, 재정적 기반과 교관의 자질이 떨어졌다는 것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법제상의 자격에는 미달하지만 향교 생도를 지도할 능력이 있는 지방의 유학(幼學)을 학장으로 선임하고, 이들의 교육 활동을 감독하면서 직접 교육에도 임하는 제독 교수관을 각 도별로 몇 명씩 파견하여, 종래의 중앙에서 파견한 교수관의 일을 대신하게 하였다. 제독 교수관은 법제상에 명시된 정식 교수관제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제독교수관의 정원에 관하여는 명문 규정이 보이지 아니한다. 때에 따라 각 도별로 1명의 제독관을 파견하기도 하고, 1개 도에 몇 명의 제독관을 파견하기도 한다.

교관의 자격은 문과에 합격한 자로 하였다. 그 선발은 경국대전에 의하면 매년 정월에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시험하여 40세 이상이 된 자로 하였다. 다만 문과 복시강 입격자(文科覆試講入格者 : 문과시험의 복시에 합격한 사람)는 선발시험을 면제하며, 생도의 나이와 차이를 두기 위하여 40세 이상이 되어야 파견하였다.

교관의 임기는 경국대전에 900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단종 때에 벽지에 파견되는 교관에게는 15개월을 감축해 주는 특전이 있었다. 선조 때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제독관의 임기도 교수관에 준하여 30개월로 하였다. 다만 학장에 관하여는 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근이나 임기가 적용될 수가 없었다.

조선시대의 관학의 교관은 모두 중앙 정부에서 선발하여 파견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중앙 집권적인 왕권을 강화하고 유교 이념에 입각한 새로운 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새로운 유교이념에 입각하여 국가에서 양성하고 선발한 관인을 지방 교관으로 파견한 것이다.

(6) 향교의 교생

향교의 교생 제도는 자격, 정원, 특전으로, 교생의 자격은 연령, 학력, 신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향교의 입학 연령은 조선 태조와 태종 때에 10세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경국대전을 비롯한 그 후의 각종 법전에는 17세 이상으로 하고, 그 이하이면 정원 밖으로 간주한다고 하였다. 17세 미만인 사람도 향교에 와서 공부할 수는 있으나 정규 학생으로는 간주하지 않았다. 향교에 머물 수 있는 연령의 상한에 관하여 법전에는 명시한 곳이 없다. 세조 7년에 예조에서 규정한 40세의 상한선이 조선 말기까지 그대로 준수되었다.

향교 입학을 위한 학력은, 조선 초기에는 학력 제한 조치가 보이지 않으나, 선조 때 이이(李珥)가 작성한 학교모범(學校模範)에서는 ‘글을 아는 사람’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인조 때 조익(趙翼)의 학교절목(學校節目)에서는 소학을 시험하여 ‘조 이상(粗以上)’이면 입학시킨다고 하였다.

향교 입학 자격에 관해서 법제상으로는 명시한 곳이 없다. 그러나 향교에 다니는 목적이 과거시험 준비에 있었기 때문에 문과에 응시할 수 있는 신분상의 자격자가 향교에 입학하였다. 조선왕조는 무과(武科)에 응시함에는 그 신분상의 제한이 그리 엄격하지 아니하였으나, 문과(文科)는 양반과 양인의 자제에 한정하였다. 그러므로 향교의 입학에 있어 신분상의 제한은 양반이나 양인의 자제에 한정하였다.

향교의 학생 정원은 시대에 따라 약간씩의 변동이 보인다. 학생 정원은 향교가 소재하는 관부의 크기에 따라 차이를 두어 책정하였다. 태종 6년에는 유수관(留守官) 향교에는 50명, 대도호부(大都護府)와 목(牧)의 향교에는 40명, 도호부(都護府)의 향교에는 40명, 군(郡)의 향교에는 30명, 현(縣)의 향교에는 15명으로 하였다. 그 후 성종 때에는 그 정원을 대폭 증원하여 부ㆍ대도호부ㆍ목의 향교에는 90명, 도호부의 향교에는 70명, 군 향교에는 50명, 현 향교에는 30명으로 하여 조선 말기까지 변동이 없었다. 법적 정원은 그러하였으나 실제로 향교에 입적하고자 하는 사람이 쇄도하자, 법적 정원 외로 액외생(額外生)을 입적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럴 경우 법적 정원 안에 들어간 학생은 액내생(額內生)이라 하였다.

향교의 교생에게 주어지는 특전은 무상교육, 과거응시의 자격, 생진시의 초시 면제, 군역(軍役)의 면제 등이었다. 향교 교육에 소용되는 교육시설, 숙식시설, 교관의 봉급 등은 모두 국가에서 지급한 학전과 노비를 통하여 마련되었으며, 야간 독서를 위한 등유나 서책도 학전의 수입에서 충당되었다. 과거의 특전에 관해 살펴보면, 문과에 응시하려는 사람은 향교에 입적되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였기 때문에, 과거 준비를 향교에서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향교의 명부에 이름이 등재되어 있어야 했다. 또한 매년 6월의 도회(都會)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생진시의 초시를 면제해 주는 특전이 있었다. 이 밖에 가장 큰 특전은 군역을 면제하는 것이었다. 문관을 존중하던 조선시대는 그 사회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간 인재를 문과 출신자에게 기대하였고, 향교의 교생은 장차 문과를 거쳐 국가의 기간 관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향교에서 학업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군역을 일체 면제하였다. 그런데 조선 중기 이후에 이르면, 이 특전을 악용하여, 공부에 뜻이 없으면서도 군역을 면제 받으려고 앞 다투어 향교에 몰려들었기 때문에 군역의 자원이 부족하였다. 그리하여 정부에서는 정기적으로 시험을 실시하여 성적이 나쁜 학생을 군역에 충원시키는 이른바 낙강충군제(落講充軍制)를 실시하였다. 그런데 연산군 시대부터 비롯된 사회 질서의 문란은 중종 때를 지나면서도 회복이 되지 아니하여, 면역을 위하여 입적한 자들은 축적된 재화로써 수령이나 교관에게 상납하고 고강(考講)을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부조리를 궁핍한 재정의 해결 방편으로 이용하여 납율면강제(納粟免講制, 물품을 내고 시험을 면제받는 제도)를 합법화하여 조선 인조 때에 이미 실시된 것이 조선 말기까지 계속되었다. 이는 향교의 교육 정신에 어긋난 방편으로서, 향교 교육의 파행성을 초래한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7) 향교의 교육과정

조선은 중앙 집권적 왕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유교 이념에 입각하여 관료를 양성하고, 유학을 보급하여 민중을 교화하려 하였다. 향교의 교육과정은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 직접 연관이 있었다.

향교의 교과는 시대에 차이가 있었으나 소학(小學), 사서(四書), 오경(五經), 성리대전(性理大典), 삼강행실(三綱行實), 이륜행실(二倫行實), 효경(孝經), 심경(心經), 근사록(近思錄) 등의 경서(經書)와 통감(通鑑), 송원절요(宋元節要) 등의 제사(諸史), 중국 한유(韓愈), 유종원(柳宗元) 등의 선학(先學)의 제설(諸說), 향약(鄕約), 가례(家禮) 등이었다.

향교의 교육 일정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없다. 향교 교육은 과거시험이 실시될 경우와 행사 기관 동안과 천재지변으로 인한 휴가가 있었다. 문헌상으로 보면 방학은 농번기와 기근이 들었을 때에 실시하였다.

(8) 향교의 교육 재정

조선시대의 향교의 재정은 토지와 노비가 기반이 되었다. 향교의 토지는 향교의 2대 기능에 따라 제향을 위한 위전(位田)과 교육을 위한 학전(學田)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위전은 석전제향(釋奠祭享)을 위한 토지로서 제전(祭典)이라고도 하였다. 학전은 학위전(學位田), 교전(校田), 향교늠전(鄕校廩田)이라고도 하였다.

향교의 토지와 노비는 조선 초기부터 있었으나 정식으로 책정된 것은 태종 때부터이다. 태종 6년 3월에 대규모의 사원철폐(寺院汰斥)를 실시하였는데, 이때에 몰수된 불교 사원의 토지를 사노비와 함께 모두 군자전(軍資田)과 전농시(典農寺)의 관할로 했다. 그리고 군자전의 일부를 향교에 지급하도록 하였다. 불교 사원의 정비와 함께 그 경제적 기반인 토지까지 정비하여 유학 교육기관에 이속시켰다는 사실은 척불숭유정책의 적극적인 수행의 일면이다.

태종 6년 7월에 새로이 책정한 각관 향교의 토지를 보면 제전과 학전으로 구분된다. 제전(祭田)은 유수관(留守官), 대도호부(大都護府), 목(牧)은 6결, 도호부(都護府), 군(郡)은 4결, 현(縣)은 2결로 하였고, 학전은 유수관에는 50결, 대도호부, 목은 40결, 도호부, 군은 교수관이 파견되어 있으면 15결, 그렇지 아니하면 10결, 현은 10결로 책정하였다. 그런데 세종 27년에 이르러 제전을 더 지급하여, 유수관은 15결, 대도호부, 목은 10결로 하였다. 성종 때에 이르러 도호부 이상의 향교에 10결, 군 향교에는 7결, 현 향교에는 5결로 하였다. 그 후 영조 때에 이르러서는 도호부 이상의 향교에는 모두 7결로 줄였고, 군 이하의 향교에는 모두 5결로 줄였다. 조선 초기의 액수에서 점차로 줄어든 이유에 관하여는 분명하지 않으나, 중종 때의 기록으로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향교 교관이나 지방 수령이 탈취하여 줄어든 것으로 생각된다.

향교 노비도 태종 13년에 처음 책정되었다. 향교 노비의 액수는 유수관이 20호(戶), 대도호부와 목이 각 15호, 도호부가 10호, 군이 7호, 현이 5호로 되었다. 태종 17년에는 유수관이 30호, 대도호부와 목이 각 25호, 도호부가 20호, 군이 15호, 현이 10호로 증액되었다.

4) 서원

(1) 서원(書院)의 기원과 발달

조선시대의 서원은 각 지방에 민간 중심으로 선현 선사 및 선열(先烈) 의사(義士)에 대한 사묘(祠廟)를 설치하여 제향(祭享)을 행하고, 유학 교육을 통하여 유생을 양성하던 사립 교육기관이다.

조선은 건국 초기에 관학을 위주로 한 교육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세종 때 이후는 사립학교의 진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세종 즉위년에는 유사(有司)로서 사사로이 학교를 설치하여 생도들을 교화하는 사람을 정부에 보고하여 포상하도록 하는 등 사학의 설치를 장려하였다. 이 사학들은 여말선초에 주자학의 보급과 더불어 대두된 정사(精舍)와 같은 사설 강학소로서 서재(書齋), 서당(書堂), 서사(書舍)와 맥락을 같이 한다.

조선시대의 서원은 중종 38년(1534)에 설립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은 사묘(祠廟)와 강학소(講學所)가 통합된 형태로서 조선시대 서원의 효시가 되었다. 풍기군수(豊基郡守)였던 주세붕(周世鵬)은 백성들에 대한 교화는 선현을 받들어 모시는 일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주세붕은 고려의 명유공신인 안향(安珦)이 어렸을 때에 독서하던 숙수사(宿水寺)의 옛터에 사우를 짓고 그 터에 따로 재(齋)를 세워 백운동서원이라 하였다. 숙수사는 불교의 사원으로 안향이 학생으로 절터에서 공부를 하였다. 불교의 사원을 유학의 강학소로 전환하는 것은 조선시대에 흔히 이용하던 방법이다. 백운동서원은 명종 5년(1550) 당시 풍기군수였던 이황(李滉)의 건의로 국왕으로부터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편액을 하사받아 최초로 국가 공인의 사액서원(賜額書院)이 되었다.9)

서원의 창설기라고 할 수 있는 명종 대에는 29개의 서원이 설립되었다. 서원의 발전은 관학의 부진과 향촌의 사림(士林)의 발전이 중심이 되었다. 서원은 연산군 이래 사화(士禍)가 거듭됨에 따라 향촌에 퇴거하였던 사림이 도학(道學)을 존중하고, 새로운 학풍을 조성함으로 발전이 가능하였다.

서원은 선조 때부터 숙종 때까지 154년간에 걸쳐 커다란 발전을 보았다. 서원은 관학의 부진에 더하여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희생된 충신과 의사에 대한 향사가 증대되고, 당쟁(黨爭)이 격심하게 되어, 자기의 당파에 속한 사람들을 사묘에 모시고, 강학소를 설치함에 따라 많이 건립되었다. 이 시기에 서원은 577개소가 되었다.

이와 같은 서원의 난립은 붕당과 결탁하여 당쟁의 근거지가 되었고, 사람들이 서원에 들어가서 군역을 피하는 등의 폐단이 생기게 되었다. 따라서 인조 때에는 서원의 설립을 국가에서 허가제로 하여 제한하였고, 숙종 때에는 서원의 첩설(疊設)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서원의 수는 계속 증가하여 한 도(道)에 80∼90개에 이르는 난립상을 나타냈다. 서원의 정리기에 해당하는 경종(景宗) 이후에는 사묘가 중복된 서원을 철폐하고 사액을 불허하였다. 그리고 서원은 1현(縣)1서원(書院)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로 영조 때에는 약 300여 개의 서원이 남았다.

조선 말기에 대원군이 집정하여 서원에 대한 일대 정비령을 내리게 되었다. 고종 5년(1868)에 비사액서원을 철폐하고, 고종 7년(1870)에는 사액서원이라 하더라도 붕당을 만들어 백성들을 해친다고 인정되는 서원은 모두 철폐하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1872년에는 1선현(先賢) 1서원(書院) 외에 중복되어 설치한 서원은 모두 철폐하여 전국에 서원은 47개만 남게 되었다.

(2) 서원의 임원 조직

서원의 임원은 제향(祭享)과 강학(講學)을 담당하는 인적 조직이다. 서원의 임원은 유회(儒會, 재회(齋會), 서원의 자치회)를 통하여 지역 및 국가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유회는 서원의 전반적인 운영 문제에 관한 의결을 위시하여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에 관한 재야 유사들의 여론을 수렴했다. 유회는 백성의 행위의 시비를 가리어 효열(孝列)의 인사를 표창하고, 강상(綱常)에 기강을 세우는 일을 하였다. 그러나 서원의 유회는 무고한 백성들을 토색하는 등의 잘못도 있었다. 이때에 주로 사용된 방법은 패지(牌旨) 또는 까막패자(묵패(墨牌))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그 횡포가 가장 심하였던 것이 화양묵패(華陽墨牌)였다.

서원의 임원 조직은 서원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무성서원(武城書院)의 예를 보면 여러 직임이 있는데 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원장(院長)은 원내의 최고 권위자로서 원무(院務)를 총치(總治)하였다. 원장은 서원의 유림 중에서 선임하였다. 원이장(院貳長)은 원장을 보좌하고 원장의 유고 시에는 그 직무를 대행하였다. 강장(講長)과 훈장(訓長)은 유생들에 대한 강학을 담당하였다. 강장과 훈장은 학식과 덕망이 뛰어나고 예가 밝은 자로서, 각각 60세 이상으로 한 고을을 넘어 도내의 명망 있는 인사로 위촉하였다. 특히 강장은 경학과 예절에 밝아 강문을 담당하였고, 훈장은 학문과 교학에 힘써 원생들에 대한 훈도를 맡았다. 재장(齋長)은 재중의 사무를 일체 결재하였으며, 50세 이상으로 행동이 바른 사람으로서 그 임무를 담당토록 하였다. 집강(執綱)도 50세 이상으로 바르고 정직한 사람으로 임무는 서원의 풍기를 담당하고 원생들의 훈육을 맡았다. 도유사(都有司)는 서원의 크고 작은 일을 감독하였고, 50세 이상으로 청렴하고 덕망이 있는 인물로 선정하였다. 부유사는 도유사를 보좌하였다. 장의(掌議)와 색장(色掌)은 서원의 실제 사무를 관장하였다. 장의는 지방의 선비 중에서 유식한 자로서 40세 이상으로 사무에 능통한 사람이어야 했으며, 색장은 20세 이상의 성실한 원생으로 서원의 모든 일을 직접 담당하였다. 직월(直月)은 유회의 사무를 집행하였으며 직일(直日)은 직월을 보좌하였다.

(3) 서원의 원생

서원의 원생 정원은 초창기에는 일정한 규정이 없었다. 그러나 소수서원등록(紹修書院謄錄)에 원생의 정원을 10인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아, 초창기의 다른 서원들도 10인 내외의 정원을 수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서원의 원생정원은 30인 정도로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숙종 때에는 이것을 제한하여 사액서원에 20인, 미사액서원에 15인으로 법제화하였다.

서원 원생들의 입원 자격은 일정하지 않았다. 백운동서원의 원규(院規)에 입원자격은, 첫째, 생원과 진사를 원칙으로 하였다. 둘째, 생진과의 초시 합격자로 하였다. 셋째, 초시 비합격자라 하더라도 향학열이 높고 행실이 바른 사람으로서 유사(有司)가 유림의 승인을 받아 허락하였다. 이러한 유생의 입원 자격은 중앙의 성균관의 입학자격과 비슷한 것으로, 이는 서원의 교육 정도가 상당히 높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4) 서원의 교육

조선시대 서원의 교육은 관학이 국가적 통제와 과거 준비에 편중되었던 것에 비하여, 학문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문 그 자체의 탐구와 연마를 위한 활동을 강조하였다.

서원의 교육 목적은 국가에 필요한 선비를 양성하는 데 있었다. 과거를 통하여 관리가 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선비란 성현의 교훈에 따라 염치와 절의를 존중하고, 시비를 구별하며, 이를 지키는 도학적 성리학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뜻한다.

서원의 교과 내용은 유학의 교육이 중심이 되었다. 서원의 교과는 소학(小學)과 가례(家禮)를 입문으로 삼고, 사서오경(四書五經)을 기본으로 하였다. 독서의 순서는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시경, 서경, 주역, 춘추로 정하였다. 그리고 제사(諸史), 자집(子集)은 윤리와 관련하여 읽도록 하였으며, 과거에 필요한 사장(詞章)과 과거문(科擧文)도 읽도록 하였으나 그것은 이차적인 학습 활동이었다. 무성서원에서는 과거준비를 하려면 반드시 타처에서 학습해야 한다고 하였을 정도로 순수한 성리학을 강조하였다.

서원에서는 강독 이외에 제술과 습자도 아울러 익혔다. 제술에 있어 작문은 의리를 나타내는 본(本)이 된다고 하여, 이단의 서적과 잡문은 짓지 못하도록 하였다. 습자는 반드시 해서를 원칙으로 하였다.

서원에서는 강(講)을 교수하였다. 강은 학습한 문장을 소리 높이 읽고 의리를 묻고 답하는 교수 방법이다. 강을 통하여 학업에 대한 평가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강에는 매일 실시하는 석강(夕講), 열흘마다 행하는 순강(旬講), 보름마다 실시하는 망강(望講), 매월 실시하는 월강(月講)으로 구별된다. 강은 암송을 중심으로 하지만 문리(文理)를 터득하는 일에 중점을 둔 학습 활동이다. 따라서 암송이 끝난 다음에 전개되는 문답식의 교육 방법을 통하여 주입식이나 획일적인 학습을 피하고 능력별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강을 통한 학업의 성적 평가는 대통(大通), 통(通), 약통(略通), 조통(粗通), 불통(不通)의 5단계 평가, 또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4단계 평가로 이루어졌다.

또한 서원에서는 유교의 교과 교육과 동시에 선현에 대한 제향을 통하여 의식화 교육을 하였다. 서원은 존현숭덕(尊賢崇德)이 설립 목적의 하나였으므로, 향사는 대단히 중요시되었다. 조선 후기로 내려올수록 강학보다 향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원의 향사(享祀)에는 매월 삭망에 알묘(謁廟)하는 향알례(香謁禮)와 정월 초닷새(5일)에 행하는 정알례(正謁禮) 및 춘추의 향사가 있었다. 춘추 향사의 시기는 중춘(음력 2월)ㆍ중추(음력 8월)의 중정일(中丁日), 또는 춘추계월(음력 3월ㆍ9월)의 상정일(上丁日)이나 중정일(中丁日)로 정하였다. 중춘ㆍ중추의 상정일은 성균관과 향교의 석전일(釋奠日)이기 때문에, 그 이후의 정일을 향사일로 잡았다. 향사의 제관은 나이가 많고 덕망이 높은 선비로 하였고, 제사하는 집사는 유림과 원생 중에서 선정하였다. 제례의식은 서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향사는 선현에 대한 추모를 통하여 선비로서의 몸과 마음가짐을 바로 하여 사풍(士風)을 진작시켰다. 그리고 향민들을 선도하여 향풍을 순화하는 교화적 의의를 갖는 것이다.

또한 서원에서는 향약(鄕約)을 보급하여 향풍진작에 힘썼다. 향약의 조항은 처음부터 서원에 모여 정하였으며, 향약의 임원도 서원에 모여 선임하였다. 특히 향약의 재정적 운영을 담당하는 사화(司貨)는 반드시 서원의 유생 중에서 삼도록 하였다.

(5) 서원의 교육 재정

서원의 교육 재정은 토지, 노비, 현물경제가 중심이 되었다. 서원의 재정적 기반은 서원의 토지였다. 서원전은 속대전(續大典)의 규정에 의하면 3결(結)로 하였다. 그리고 서원전의 마련은 스스로 하도록 하였다. 속대전의 규정은 법제적인 의의만 지닐 뿐 실제적인 효과는 없었다. 따라서 서원은 사액서원이거나 미사액서원이거나 사사위전(寺社位田), 원입전(願入田), 면역전(免役田), 매득전(買得田), 속공전(屬公田) 등에 의하여 서원전을 확대해 나갔다. 사사위전은 억불숭유정책에 따라 사원의 정비와 함께 그 경제적 기반을 정리하여 전지(田地)를 서원에 귀속시킨 것이다. 원입전은 뜻있는 지방의 인사로부터 기부받은 토지이며, 면역전은 서원을 배경으로 역전의 면제를 원하는 자가 바친 토지를 말한다. 매득전은 서원의 재산으로 매입한 토지를 뜻한다. 속공전은 관의 조치에 의하여 서원에 이속된 공전을 이르는 것이다. 서원은 토지 겸병으로 방대한 토지를 소유하는 일이 많았다.

서원의 재정에 있어서 왕이나 지방관이 지급하는 현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왕으로부터는 사액과 더불어 토지가 주어졌고 현물과 서적이 주어졌다. 그리고 지방관으로부터는 서원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들이 제공되었다. 지방의 관찰사들은 서원 유생들의 물품지급을 도내의 각 읍에 행정명령으로 하여 등유, 사기, 기와, 목반, 각종 종이, 묵, 모필, 화목(火木) 등의 일용잡물을 바치도록 했다. 그 밖에도 학생들의 급식에 필요한 어획물과 소금을 공급하였다. 서원에서 쓰고 남는 현물들은 전답을 구입하는데 이용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의 노비는 토지와 더불어 중요한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노비는 서원의 각종 사역에 종사하였으며 세습되는 재산으로 간주되었다. 서원의 설립 초기에는 사액과 더불어 노비를 각각 1인씩 정부에서 지급하였으나, 각 서원은 지방관이나 서원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많은 수의 노비를 확보하였다. 효종 8년에 서원의 노비수가 정액(定額)이 없어 문란상을 나타내므로 사액서원 7인, 미사액서원 5인, 향현사(鄕賢祠) 1인으로 정하여 노비의 수를 제한하였다. 이와 같은 노비수의 법제화는 형식적인 제한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법적 정액이 지켜지지 않았다. 서원의 노비들은 교육기관에 종사한다는 중요성 때문에 타 사노비에 비하여 특별한 보호를 받았으며, 관에서는 노비에게 특전을 주어 국가에서 부과하는 노역을 면제하여 주었다. 서원은 토지 노비 등의 재정을 확보하여 융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5) 서당

(1) 서당의 기원

서당은 글방, 서재, 서방, 책방이라고도 불리던 민간의 교육 기관이다. 서당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특히 발달한 초등 교육기관이다. 서당의 기원은 고구려의 사설 교육기관인 경당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사설 교육기관이었다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당은 고려 시대에 존립되고 있었다. 고려는 국초부터 유학진흥에 힘썼으나 불교가 국가의 이념으로 별다른 발전을 하지 못했다. 고려 중기 이후에 외세의 침입과 무인의 전권 및 불교계의 횡포 때문에 낙향한 유학 지식인이 고향의 소재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들은 인근의 자제들을 모아 가르치기도 하였는데, 이로써 이른바 서재학당이 각처에 출현하게 되었다. 이는 시골의 유학자가 자기의 개인 서재에서 유학을 연구하면서 틈틈이 이웃 자제들을 모아 가르치는 교학이 함께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서재에 붙여진 이름을 헌(軒), 재(齋), 당(堂)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모두 일종의 서당이라고 보는 주장이 있다.

서당이라는 표현은 조선 성종 때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성종실록에 “유인달은 광주에 사는데 서당을 별도로 설립하여 촌의 자녀들을 모아서 부지런히 교육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 기록은 서당을 사설 초등교육기관으로 보았다. 서당은 조선시대를 통하여 크게 보급되었으며, 일본 통치기를 지나 8ㆍ15 광복 후에도 전국 각 지방에 잔존하여 전래의 교육을 계속하여 왔다. 그리고 1950년대에는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의 한문 교육기관으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서당 교육은 한국의 고대에서 현대까지 그 교육적 자생력을 가진 민족의 교육기관이다.10)

(2) 서당의 제도적 성격

서당의 교육적인 성격을 보면, 첫째로 교육 제도상에서는 초등교육 단계이며, 둘째로 교육 내용에서는 유학의 기초를 교육하는 학교이며, 셋째로 학교 운영에서는 사설 교육기관이며, 넷째로 교육의 기능 면에서는 지역사회의 교화의 중심지였으며, 다섯째로 학교에 향사(享柌)가 없었다.

첫째, 학교제도의 단계상으로 보면, 초등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고등교육 단계의 교육기관으로서 중앙에 성균관이 있었고, 중등 교육단계의 교육기관으로서 중앙에 사학과 지방에 향교가 있었다. 사학이나 향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초보적인 학력을 지녀야만 하였다. 서당은 유학의 초보적인 교육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초등교육단계로 본다. 서당은 대부분 초보적 유학을 교육했는데 때로는 개인적으로 개설한 서당에서 유학의 높은 단계의 교육을 실시한 곳도 있다.

둘째, 교육 내용 면에서 보면 서당은 순수한 유학 교육기관이었다. 서당에 다니는 목적은 문자를 배우고 초보적 유학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었다. 서당은 국가 교육기관에서 유학 교육기관 중에서 가장 초보적인 단계의 기관이었다.

셋째, 서당은 운영상에서 대부분 개인이나 촌락의 주민들에 의하여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서당은 향촌의 개인이나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공동 출자하여 설립하고, 운영하였다. 서당의 설립은 일정한 규제가 없었다. 그러므로 개인에 의하여 설립되거나 혹은 촌락의 주민들이 필요에 의하여 설립과 폐지를 자유롭게 할 수가 있었다.

넷째, 서당은 기능면에서 지역(촌락)의 교화의 중심이었다. 서당은 지역의 자제들을 교육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불어 지역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능이 있었다. 서당은 그 지방, 향촌의 교화의 중심 기관이다. 한국의 전통 사회 속에서는 글을 모르는 사람은 사람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통념화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알고 또 그것을 가르치는 훈장이 있는 서당은 그 지방 사람들의 정신문화의 중심처이기도 했다. 따라서 서당의 훈장은 그 서당에 공부하러 모이는 학생의 선생일 뿐 아니라 동리의 선생이고 동민을 교화하는 스승이었다.

다섯째, 서당은 향사(享祀)를 하지 않았다. 유학을 교육하는 학교는 선현이나 선사를 향사하는 것이 수(隋)나라 이래 동양적 교육의 특색이다. 그러나 서당은 유학의 기초교육을 담당하면서도 향사를 하지 않았다.11)

(3) 서당의 교육과정

서당의 교육 내용은 강독(講讀), 제술(製述), 습자(習字)의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강독의 내용은 처음에는 천자문(千字文)이나 유합(類合)으로 시작하여 동몽선습(童蒙先習), 소학(小學)으로 나아가고, 그 다음에 통감(痛鑑), 사서삼경(四書三經), 사기(史記), 당송문(唐宋文), 당률(唐律)로 나아갔다. 서당의 규모나 훈장의 학식의 수준에 따라 춘추(春秋), 예기(禮記), 근사록(近思錄) 등을 읽히기도 하였다.

서당의 중요한 교재로 사용하였던 교재는 천자문과 동몽선습 등이다. 천자문은 학생들이 한문을 초보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문자교육의 중심이 되었다. 동몽선습은 분량은 적지만 매우 간략하면서도 조리 있게 우리의 역사를 정리하여 어린이의 초학서로 사용하였다.

제술은 보통 오언절구(烏焉節句), 칠언절구(七言節句), 사율(四律), 고풍십팔시(古風十八詩) 등의 글짓기인데, 규모가 작거나 훈장의 수준에 따라 제술을 전혀 가르치지 않은 서당도 있었다.

습자는 처음에는 해서(楷書)에서 시작하는데, 어느 수준에 이르면 행서(行書)와 초서(草書)로 나아갔다.

(4) 서당의 교육방법

서당의 교육은 전반적으로 개별 교수법에 의존하였다. 강독, 제술, 습자가 모두 개별교수로 진행되었다.

강독의 순서는 처음에는 초학서를 놓고 한 자씩 가르치고, 음독(音讀)이 가능하면 구독(口讀)과 문리(文理)를 가르치고, 그 다음에 대의(大義)를 가르쳐 나갔다. 학생들의 개인적 능력에 따라 진도가 서로 다르며, 반복 암송하여 문장을 혼자서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즉 문리가 통할 때까지 반복하여 읽는 것이 강독의 학습 방법이었다. 교과의 진도는 훈장이 강(講)을 할 때 합격해야만 그 다음의 내용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강이란 학습평가를 일컫는데, 전일에 배운 것을 훈장 앞에서 책을 덮고 암송(暗誦 : 배송(背誦) 또는 배강(背講)이라고도 함)하며, 자의(字義)나 문의(文義)에 관한 훈장의 질문에 완전히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강의 대상은 박문강독(博文講讀), 암송(暗誦), 문장해석(文章解釋)이며, 강의 종류는 전일에 배운 것을 평가하는 지강(指講)과, 책 한 권을 다 마치면 실시하는 괘책례(掛冊禮 : 책세식이라고도 했다)와, 서당의 전체 행사로서 실시하는 장원례(壯元禮)가 있었다. 괘책례는 한 권의 책을 다 떼고 나서, 학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잔치를 벌여 훈장에 대한 사은을 표하고, 자축하기도 하며, 모든 학생과 더불어 회식을 하고, 그 다음 책으로 나아가게 하는 진급식이었다. 특히 송편을 먹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는 속을 비운 떡으로 이처럼 속을 채우라는 의미가 있었다. 장원례는 시작(詩作)까지도 포함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서당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매월 2∼3회 강하여 석차를 매겨, 수석을 차지한 학생의 부모가 잔치를 베풀어 훈장에게 사은의 뜻을 표한다. 평정의 등급은 순(대통), 통, 약(약통), 조(조통), 불통의 5단계로 하였다.

습자는 1점 1획의 연습으로 시작하여 숙달되면 글자의 구성으로 나아가고, 이것이 숙달되면 훈장이 글자를 종이의 한 쪽에 써놓은 것을 체본(體本)으로 하여 연습하며, 별도의 교과서는 없었다. 종이가 귀하여 연습지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판(粉板)과 사판(沙板)이 습자지 대신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습자는 서예의 숙달에 한정한 것이 아니고 문자의 학습과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실시된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12)

서당 교육의 일정은 일반적으로 학년이나 학기가 없고, 일과표도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수업의 수준은 개인 진도에 따라서 모두 차이가 있었다. 서당은 평균 하루에 10 내지 12시간 수업이 진행되었다. 야간 수업을 하는 서당도 있었다. 야간 수업을 하는 서당의 경우는 훈장도 학생과 함께 합숙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합숙하는 훈장은 교과 지도뿐 아니라 생활 지도, 즉 예절이나 인격도야에도 크게 도움을 주었다.

서당에는 일정한 방학은 없었지만, 농번기에는 수업을 하지 아니하였다. 이 밖에 고정된 휴일은 민속명절, 즉 정초(正初), 중삼(重三), 한식(寒食), 단오(端午), 유두(流頭), 칠석(七夕), 추석(秋夕), 중양(重陽), 세모(歲暮)와 석전제일(釋奠祭日) 및 공자탄강일(孔子誕降日) 등이었다. 그 밖에도 천재지변이나 길흉사에는 휴업하였다.

또한 계절에 따라 교과 내용을 달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더운 여름에는 머리를 쓰지 않는 학습, 즉 시(詩)나 율(律)을 읽고 짓는 것을 많이 했고, 봄과 가을에는 사기(史記)나 고문(古文) 같은 것을 읽히며, 겨울에는 경서(經書)를 읽게 하였다. 때로는 머리를 쉬게 하며 학습하게 하는 놀이를 하였다. 거기에는 고인의 시를 취미를 가지고 암송하게 하기 위한 ‘초ㆍ중ㆍ종장 놀이’, 우리나라의 군현 이름을 기억시키는 ‘고을모듬 놀이’, ‘글 대구 맞추기’, 연작(連作)을 장려시키는 화승작(火繩作) 등이 이용되었다.

학업 성적이 나쁘거나 품행이 불량하거나 태만한 학생에게는 초달(楚撻)로써 징계하였으며, 성적과 품행이 양호한 학생은 표창하고 상품을 주기도 하였다.

(5) 서당의 운영 체제

서당의 설립과 운영은 기본 자산이나 인가를 얻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뜻이 있으면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설립과 폐지가 자유로웠다. 서당의 운영 형태도 다양하였다. 서당의 운영 형태를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6가지로 나뉘어진다.

첫째, 훈장자영서당(訓長自營書堂)이다. 지방 유지나 유학자가 훈장이 되어 자기 생계의 수단으로 직업적으로 경영하거나, 아니면 교학일체의 취미로 운영하는 서당이다.

둘째, 유지독영서당(有志獨營書堂)이다. 향촌에서 경제 형편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기 자제를 교육시키기 위하여 훈장을 초빙하고 서당 운영의 모든 경비를 부담하여 친척의 자제나 이웃집 자제들도 무료로 공부시키는 서당이다.

셋째, 유지조합서당(有志組合書堂)이다. 그 마을의 유지 몇 사람이 서당조합(계)을 만들어 훈장을 초빙하여 자기들의 자제들을 공부시키는 서당이다.

넷째, 동리공동서당(洞里共同書堂)이다. 마을 전체가 경비를 공동으로 부담하여 훈장을 초빙하고 그들의 자제를 공부시키는 서당이다.

다섯째, 동족조합서당(同族組合書堂)이다. 같은 성을 가진 씨족이 조합(계)을 구성하여 경비를 공동으로 부담시키면서 자기들 가문의 자제들을 교육시키는 서당이다.

여섯째, 관립서당(官立書堂)이다. 지방관청의 소재지에 지방 행정관에 의하여 설립, 운영하던 서당이다.

서당의 설립이나 운영의 형태가 다양하였다. 서당의 운영에는 훈장 가족의 생활비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적인 부담이었고, 그 외에 경우에 따라서는 훈장의 의복이나 잡 경비도 부담하였다.

서당의 시설을 보면 훈장 한 사람과 방 한 칸이면 교육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기본 시설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학생의 수에 따라 당사(堂舍)의 크기가 다양했는데 1칸에서 4칸까지가 가장 많았다.

학생의 수는 규모가 작은 서당은 2∼3명에서 많으면 40여 명이나 되는 서당도 있었다. 학생의 연령은 5∼6세를 비롯하여 20여 세까지 재학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일반적으로는 16세가 되면 향교나 사학에 입학하는 것이 조선시대 교육제도였다. 그러나 실제에는 서당의 학생이 향교나 사학에의 입학은 신분상의 제한과 입학 정원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20세가 넘도록 서당에서 면학하는 경우가 있었다.

서당의 조직 면에서 볼 때 훈장과 학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나 훈장을 도와 학업 지도와 생활 지도를 하는 접장(接長)이 있었다. 접장은 나이가 많고 학력이 뛰어난 학생으로 선정하였다. 접장은 훈장에게 배우면서, 나이가 어리고 학력 수준이 낮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서당의 면학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13)

서당은 초등 교육기관이고 유학이념에 따른 교육에 한정되었으나, 전국 각 향촌(鄕村)에 설립되어 있었다. 서당은 국민 대중의 문자 교육과 민풍과 도덕규범을 확립하는 교화기능(敎化機能)을 발휘하였다. 서당이 국민 대중의 교화와 향풍(鄕風)의 정립에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6) 잡과교육

(1) 잡과교육의 형성과 발달

잡과(雜科)교육은 유학교육을 제외한 외국어 교육, 의학 교육, 무과 교육, 음악 교육, 미술 교육, 천문학 교육 등을 포함한 교육을 의미한다. 잡과 교육은 국가 경영에 필수 불가결한 실용 기술직 관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정비하여 실시하였다. 잡과교육은 행정ㆍ기술의 실무를 맡은 하급 관리를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잡과 교육은 조선이 유학을 숭상하고 문치주의의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유학 교육에 비하면 소홀한 면이 있었으나, 실제적인 국가 체제를 운영하는 데는 중요한 분야였다.14)

잡과 교육은 우리 민족의 교육에서 상당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잡과 교육을 실시한 것은 삼국시대 이전부터일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조선의 잡과 교육은 대체로 고려 말의 잡과 교육을 답습하여 정비하였다. 조선의 기술교육 제도는 태조 2년에, 고려의 십학 제도와 중국의 주제(周制)를 모방하여, 병학(兵學), 율학(律學), 자학(字學), 역학(譯學), 의학(醫學), 산학(算學)의 육학(六學)을 설치하였다. 이것은 태조 6년에 무학(武學), 이학(吏學), 역학(譯學), 음양학(陰陽學), 풍수학(風水學), 의학(醫學), 자학(字學), 율학(律學), 약학(樂學)으로 확대되었다.

조선의 기술 교육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는 것은 성종 때의 경국대전(經國大典) 예전(禮典)의 생도조(生徒條)에 각 학교의 생도를 법적으로 명시한 데서 비롯된다.

(2) 잡과교육의 형태

(가) 역과 교육(譯科敎育 :외국어 교육(外國語 敎育))

역과는 외국과의 교류에 필요한 통역관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역과에서 교육하는 외국어는 한학(漢學 : 중국어), 몽학(蒙學 : 몽고어), 여진학(女眞學 : 청학), 왜학(倭學 : 일본학)으로 대별되어진다. 이와 같은 외국어는 사역원(司譯院)을 중심으로 하여 필요한 해당 지방 관아에서 필요한 인원을 양성하였다.

사역원에서 한학은 교수 4명, 훈도 4명이 학생 30명을 양성하였다. 몽학은 훈도 2명과 학생 10명이 정원이었다. 여진학은 훈도 2명과 학생 20명이 정원이었다. 왜학은 훈도 2명과 학생 15명이 정원이었다.

그리고 외국과의 교류가 필요한 지방에서도 해당 외국어 교육을 실시하였다. 한학은 평양, 의주 황주에서 역학 훈도를 두었고, 학생은 각 30명이었다. 여진학은 해당 지방에 역학 훈도를 두었고, 역학 학생은 의주(義州) 5명, 창성(昌城) 5명, 북청(北靑) 10명, 그리고 이산, 벽동, 위원, 만포가 각 5명씩이었다. 왜학은 제포, 부산포에 각 10명씩이었고, 감포가 6명이었다.

(나) 의과 교육(醫科敎育)

조선시대의 의학 교육은 전의감(典醫監), 혜민국(惠民局), 그리고 각 지방의 관아에서 실시하였다. 의학 교육은 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에 부설하여 실시하였다. 전의감은 왕을 비롯한 궁의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 기관이다. 전의감의 직제에는 의학교수와 의학훈도가 있으며, 습독관이 30명으로 되어있다. 혜민국(혜민서)에는 의학교수 2명, 의학훈도 1명이 있다.

의학교육은 경국대전 예전 장려조에 “의학 습독관은 소독(所讀)한 제서(諸書)의 일과를 기록하였다가, 예조에서 제조(提調)와 함께 시험 보아, 제서에 능통한 자는 왕에게 품계하여 현관에 임명하고 본직을 겸임시키며, 나태한 자는 그 상황의 경중에 따라 논죄한다. 습독관 및 정원 내의 생원ㆍ진사는 출근한 일수로 원점(圓點)의 수에 준하여 문과의 과거에 응시할 것을 허용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의학 생도와 여의(女醫)는 제조(提調)가 매월 시험을 본다. 여의로서 성적의 평점이 많은 자 3인에게는 3삭의 급료를 지급하고, 불합격의 성적이 많은 자에 대해서는 그가 생도면 해당 관사의 서리로 배치하고, 그가 여의이면 해당 관사의 다모(茶母)로 임명함으로써 벌주고, 능통한 뒤에 본업에 복귀시킨다. 각 고을의 의생은 관찰사가 순행하여 시험 보아 징계를 행한다.”는 것을 보면 의학 생도와 여자 의생도 있었다.

(다) 무과 교육(武科敎育)

조선은 문관 우위의 정치를 하였으나 국방에 대한 준비로서 병사에 관한 무술 교육을 실시하였다. 조선시대에 무술교육은 병조(兵曹)의 훈련원(訓練院)에서 실시하였는데 훈련제도와 내용은 경국대전에 명시되어 있다. 경국대전 병전에 “병사의 무재(武才)의 시험, 무예의 연습, 병서의 강습 등의 사무를 분장한다. 습독관(習讀官 : 무경(武經) 습독(習讀)의 임무를 담당하는 직)은 30명으로 록관(祿官), 권지(權知)와 더불어 병요(兵要), 무경칠서(武經七書), 통감(痛鑑), 장감(將鑑), 박의진법(博儀陳法 : 병서 설진법), 병장설(兵將說) 등을 습득하고, 혹은 활을 쏘는 법과 말을 타는 법도 연습한다. 본원의 당상관은 병조와 도총부 당상관 각 한 사람과 함께 매월 병서의 강독을 고사하여 채점하되, 연말에 고사 성적을 통산하여 그 우등자를 왕에게 상신한다.”고 하였다.

평소의 군사 조련을 살펴보면, 매월 초 2일과 16일에 진법(陳法)을 연습한다. 왕이 친히 열병 사열하는 것이 끝나면, 병조에서 상신하여 왕의 지명을 받은 담당 장군이 장교들을 모아, 교외에서 진법 연습을 시켜, 장교들의 능숙 여부를 기록하여 보고하고, 연초에 통합한 그 성적을 고사하여 상벌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화포의 방포 연습과 표적에 대한 사격 연습을 정기적으로 훈련하도록 하였다. 무과 교육의 하나로서 군사 장비에 대한 제작을 맡은 군기시(軍器寺), 경공장 등에 기술인원을 두어 갑옷, 화살, 활, 화약 등을 제조하였다. 이는 관계 기관에서 자체 내의 인원에 의하여 전수된 것으로 보아진다. 세조 때에 저술된 총통담록(銃筒謄錄)과 병기도설(兵器圖說)은 포술의 개발과 개량에 관한 저서이다.

(라) 율학 교육(律學敎育)

율학 교육은 법의 집행에 종사할 실무 관리를 양성하는 것이다. 율학 교육을 주관하는 중앙 관청은 형조(刑曹)였다. 그리고 지방의 각 행정 기관에서는 필요에 따라서 훈도를 두고 학생을 양성하였다. 형조에서는 교수 1명, 별제 2명, 훈도 1명을 두고 학생은 40명이었다. 지방에서는 행정 규모에 따라서 차이가 있었다. 각 행정단위에 훈도를 두고, 목ㆍ부ㆍ도호부에서는 학생 각 14명이 정원이며, 도호부는 12명, 군은 10명, 현은 8명이 정원이었다.

(마) 산학 교육(算學敎育)

산학 교육은 출납, 회계를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산학 교육을 주관하는 관청은 호조(戶曹)이다. 호조에서는 산학교수 1명과 별제 1명, 훈도 1명을 두고 산학 생도를 교육하였다.

(바) 자학 교육(字學敎育)

자학 교육은 정부의 문서 정리와 교정을 담당하는 실무의 관리를 양성하는 것이다. 자학 교육은 교서관(校書館)에서 관장하였다. 교육 내용은 설문, 자림, 정자, 부경삼체, 도화 등이었다.

(사) 이학 교육(吏學敎育)

이학은 예조에서 관장하며, 공문서를 작성하는 하급 관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특히 조선이 사대교린(事大交隣)을 하는 데 필요한 문서의 작성, 관청과 관청 사이의 공문, 소송과 판결에 필요한 문서 작성 등을 교육하였다.

(아) 음악 교육

조선시대의 음악은 궁정 음악과 민속 음악으로 대별된다. 궁정에서 음악은 각종 의례와 관계되어 국가적으로 관심사가 되었다. 조선시대에 국가의 음악을 관장하는 기관은 장악원(掌樂院)이었다. 장악원은 악곡의 제작, 악보의 편찬, 악기의 제조, 악공의 양성 등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관장하였다. 장악원은 악사(樂師 : 전악(典樂)과 부전악(副典樂)), 악생(樂生 : 아악 종사자), 악공(樂工 : 속악 종사자)로 구성되어 있다.

경국대전의 아속악조(雅俗樂條)에 장악원의 인원을 보면 상당한 규모였다. “아악은 좌방에 소속하며, 악사 2명과 악생 297명(후보생 수백 명)은 모두 양인으로 충용한다. 속악은 우방에 속하며, 악사 2명과 악공 518명(매 10명에 후보생은 1명이다.) 및 가동(歌童 : 대궐 안 잔치 때에 노래하는 아이) 10명은 모두 공천(公賤 : 국가에 속한 노예)에서 보충한다. 악공은 체아직으로 정원 20명인데, 그 중에 당악(唐樂)은 12명, 향악(鄕樂)은 8명이다. 관현맹(管絃盲 : 관현악을 하는 맹인)은 재직 기간 400일이면 품계를 높이며, 천인은 종 6품으로 제한한다.” 음악의 학습은 세습적이며, 도제적인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악기의 제조는 풍물장(風物匠)에서 상의원 소속 8명이 맡고 있었다. 악기의 제조도 역시 세습적이고 도제적인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자) 화학 교육(畵學敎育)

조선시대의 회화는 도화서(圖畵署)에서 관장하였다. 도화서는 국가의 기관으로 설립된 것으로 국가에 필요한 도서의 삽화, 도면의 제작, 초상화, 중국화의 모사(模寫) 등의 작업을 하였다. 도화서의 인원은 경국대전 이전(吏典) 도화서조에 “화원(畵員)은 20명이다. 계속 근무하는 사람은 서반(西班)의 체아직(遞兒職)으로 하여 6품 1명, 7품 1명, 8품 1명으로 한다.”고 하였다. 이것을 보면 도화서의 화원은 일정한 녹봉을 받는 정규적인 직이 아니라, 일이 있을 때에만 일 하는 임시직이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화원을 선발하는 방법을 보면 경국대전 예전 취재조에 “대(竹), 산수(山水), 조수(鳥獸)의 그림, 화초 중에서 두 가지에 대하여 시재(試才)하며, 대를 1등으로 하고, 산수를 2등, 인물 조수화를 3등, 화초를 4등으로 하여, 화초의 그림에서 통(通)의 성적을 받으면 2분, 약(略)을 받으면 1분의 점수를 주고, 인물 조수화 이상은 차례로 등급을 올려서 그 성적에 따른 점수를 보탠다.”라고 규정하였다. 화원에게 대를 그리는 것을 첫째로 보고, 그 다음으로 산수를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화원의 학습 과정은 사사를 받으며, 반복을 훈련을 통하여, 자신의 경지를 얻는 형태를 취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예술의 전수에서 사용하는 학습 방법이 되었다.

(차) 음양학(陰陽學 : 천문학(天文學))

조선사회는 농업을 중심 산업으로 하였다. 국가에서는 농업 산업 체제를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하여 점성과 천문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의 세종을 비롯한 역대의 군왕이 천문학에 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연유이다. 조선 초기부터 중국의 역법(曆法)을 수정하여, 우리나라에 적합한 역법(세종 때의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을 제작하고, 기상을 관측하며, 강우량을 측정하는 등의 사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으로 관상감(觀象監)을 설치하였다. 관상감은 천문 지리(풍수설), 역수(曆數 : 일월 운행의 도수를 계산하여 역서를 만드는 일), 점산(占算), 각루(刻漏 : 물시계)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였다. 관상감의 관리자로는 영사(領事 : 정 1품관으로 영의정이 겸임한다), 주부(注簿)가 있다. 관상감의 규정에서 인원의 구성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천문학 독습관(讀習官)은 10명을 둔다. 이들은 종 6품관이 되면 관을 떠난다. 관상의 일에 정통한 사람은 사습관(肆習官)이라고 하여 관상의 일을 보게 한다. 둘째 천문, 역수, 점산의 세 가지의 학문에 정통한 사람을 현관(顯官 : 정직의 관리)에 임명한다. 셋째 금루(禁漏, 시간을 관리하는 직)는 30명을 두며, 재직 일수가 많은 사람을 관리로 임명한다. 그리고 관상감의 생도에 관한 규정을 경국대전의 예전 제과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음양과의 천문학은 당해 본학(本學)의 생도 외에는 응시를 허락하지 않는다. 음양과 초시에는 천문학에 10명, 지리학과 명과학(命課學)에 각 4명씩을 선발하였으며, 관상감에서 추천하여 선발했다. 음양과의 복시에서는 천문학 5명, 지리학과 명과학 각 2명을 선발했다. 그리고 이들이 학습하는 서적은 보천가(步天歌, 중국의 천문학 서적), 경국대전의 독해,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 : 천문학 서적), 교식추보가령(交食推步假令, 조선조의 이순지가 저술한 일식(日蝕), 월식(月蝕)에 관한 산송(算誦)의 주해서)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