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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내와 가희를 만나고, 가희는 나와 아내를 만나고, 아내는 나와 가희를 만난것이다. 다시 희극이다. 모차르트다. 돈 조반니를 부르는 지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대한 말이 무대를 뚫고 돈 조반니에게 달려온다. 아내는 한번도 나를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나를 사랑했다면 그건 가희였을 것이다. 내 거울은 나를 속였다.진정한 거울은 나와 함께 이 트렁크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 아니다, 모든 거울은 거짓이다. 굴절이다. 왜곡이다. 아니 투명하다.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는다. 그렇다. 거울은 없다...
김영하, <거울에 대한 명상>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오
이상, <거울>
한번, 친구가 그런말을 한적이 있다.
자신은 자신의 얼굴을 거울을 통해 보아야 하는 것이 너무도 화가 난다고
자신의 얼굴을 빛을 굴절시켜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 참을수가 없다고.
대부분은 이것에 화를 내지 않는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김영하의 소설을 원작으로한 주홍글씨.
이 영화, 치정극이다. 스릴러를 가장했지만 그건 인테리어 디자인 같은 것이다.
큰 축은 한석규가 분한 기훈과 그의 아내 (엄지원) 그의 숨겨둔 여자 가희(이은주)의 삼각관계이다.
기훈의 거울 속에는 기훈 밖에 없다.
뒷면의 은칠은 그에겐 눈을 가리고 하는 정사와 같다.
그저 탐이 나는 짜릿함
자신의 감각안에서만 진실인 사랑이다.
그는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유혹을 즐겼다가도 힘을 덜들이고 빠져나올수 있다.
은칠이 똑똑한 그를 아둔하게 했지만 보호할 수 있다...
가희를 죽이고 난 후 그가 살아남은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설정이다.
어느 블로거가 박찬욱 감독을 free child 라 하고
변혁 감독을 adaptive child 라 했는데
영화가 가희를 총으로 쏘아버리고
아내를 단죄하지 않는 것은
이영화가 올드보이와 동급의 엽기적인 소재임에도
체제순응적인, 그래서 훨씬 더 뒷맛이 더러운 이유를 설명한다.
사람이란 대개 사각의 평면안에 자신을 가득 담는다.
거울은 본래 자신의 모습을 비추기 위한 용도이다.
오른손을 움직이면 왼손이 따라오고
왼손을 들어올리면 오른손이 들려진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른손을 들고
왼손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또다른 한축이며, 김영하의 또다른 소설인
<사진관 살인사건>은 기훈의 또다른 거울이 된다.
사진관 살인사건의 미망인과 , 그의 내연남과의 관계는 기훈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건인 동시에
영원한 미제사건이다.
사진관 미망인은 기훈의 페르소나를 그대로 갖고 있다.
미망인의 고백안에서의 자신은 수수하고 순진하다.
내연남의 기억안에 그녀는 천하의 요부이다.
그들이 찍는 사진은
피사체는 오로지 자신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훈의 거울과 같다.
미망인은 피범벅이된 남편의 시체앞에 오열하지만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자 그를 방아찧듯 찍어 죽인다.
기훈은 그녀를 방관한다.
수사를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듯,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보는 듯 하면서도
살인사건안에 다른 피의자를 만들어 그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하고
자신은 훈장을 받는 것으로 암묵적 거래를 마무리한다.
자신을 용서하고 가희를 쏘고 나서
가희가 자살했다고 진술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는 이상의 거울 화자처럼
거울이 아니었던들...하면서 한방울의 눈물로 자위한다.
기훈의 눈물은 정말로 나약하다.
미망인의 오열은 정말로 빈약하다.
변혁감독의 의문은 정말로 씁쓸하다.
'사랑하면, 정말로 다 용서가 되나요?'
기훈과 미망인의 이 대화는
'용서받기 위해 사랑을 말하지 말것'
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훈의 정부인 가희야말로 정말로 사진찍는 사람이다.
그녀의 피사체는 오로지 자유의지로 뒤바뀌기도 하고, 불꽃처럼 타오르기도 한다.
도발은 일렉트로닉 플래쉬처럼 펑펑- 매우 불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직업 -재즈보컬리스트-처럼 즉흥적이기도 하다.
파국은 그녀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예정된 미래이다.
파국은 장난처럼 시작되어 처절하게 끝난다.
그녀의 아둔함은 기훈과 달라서 더욱 안타깝다.
선택권은 언제나 가희의 손안에 있었다.
가희는 먼저 그녀의 동창인 엄지원에게 접근했다.
기훈과의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것도 그녀이다.
기훈과 불륜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그녀이다.
트렁크 문을 닫아버린 것도 그녀이고
기훈에게 총을 쏘아달라고 부탁한 것도 그녀이다.
좁은 공간에 폐소되어 울부짖는 가희는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지만
자신을 누구에게도 내맡기지 않고
드러내지도 않는
그렇지만 자신이 선택한 피사체로 모든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고독한 사진사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트렁크씬의 작위는 조금 관대하게 봐주고 싶다.
(그랜저 XG는 트렁크 안에서 문을 열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지 아마 -_-...)
게다가 개인적으로 이은주의 연기는 백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다.
불륜과 질병과 가난은 경험해봐야만 잘 알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편인데
이은주가 영화 찍으면서 앓았다는 기사를 봤는데... 정말인듯 했다.
혹평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영화
첫댓글 거울 종류에 따라 사람 모습이 천차 만별로 보이다는....끄덕~ 자기에 맞는 나르시즘용 거울 원츄~
오.......... 언니... 에디터 해도 되겠어요!!
근데 언니 지금 설악산 아닌가요?!
딴소리지만 영화 초반 한석규는 넘버3 삘이었다 -_-a...
중마때문에 설악산 포기했다 -_ㅜ 배아파 죽는줄 알았다
방금 보고왔다..웃을지 모르겠지만 본인 엄지원같은 분과의 결혼을 꿈꾸웠다..(비웃지는 말고ㅋㅋㅋ) 개인적으로 본인은 좀 사실적인 영화를 좋아한다..스럴러도 좋아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가 진정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그렇다고 고난이도 스토리 탄탄은 아닐지라도..대충 미션 임파서블 원 정도면 만족한다...
한석규가 직업만 형사인 서울의 달 분위기로 나오는거 보고 굉징하 기대 많이 했다...전과 달리 막나가는 성현아랑 나의 영원한 연인인 이은주...내가 꿈꾸는 엄지원 같은 여자... 처음엔 엄청나게 집중했다..
다 좋은데, 트렁크 안에 들어가서 장면...솔직히 엑스쥐 아니더라도 왠만한 차는 트렁크 안에 갇히더라도 뒷자석을 통해 나올 수 있다...ㅋㅋㅋㅋ --> 왜 갑자기 이런 심술스러운 생각이 들고...나의 이상형인 엄지원과 이은주의 동성애....--> 쉣...똘아이들...갑자기 튀어 나오는 불평...
한국판 원초적 본능을 기대했던 나의 기대는 잘못인가? 성현아에게 그 정도 연기를 기대하지 않았던 감독의 생각이 옳았는지...한석규는 마이클 더글라스가 아니었는가..감독은 너무 흥행을 생각한 안정화를 꿈꾸웠던가...쩝..차라리 엄지원과 이은주를 그대로 두고 (갠적으로 동성애 이딴거 혐오 한다..)
성현아에게 뭔가 카드를 넘기지 않았으면 바램을 해본다...볼만한 영화 였지만..본인은 평점 8.5점 정도 주고 싶다..
오아시스에 이은 멋진 평 ^^)=b
내가 썼듯이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이영화가 쉣일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이영화는 치정극 이미지로 밀었어야 한다. 요즘은 '반전'이 없으면 영화를 못만드는지 꼭 그런게 나오더라. 영화원작에 충실했다고 보면 된다. 동성애는 not my business이고 소수인권이니 모니 하는것도 내 관심사는 아니지만 나는
여자 둘 혹은 남자둘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감정 그자체는 이해할수 있을거 같다. sex 이전에 정서로 파악한다면...불륜보다 훨씬 마음아픈 감정일듯... 아주아주 깊이 누군가를 사랑해봤다면 이해할수 있지...
리플의 압박들~ㅡㅡ;; 나도 영화 보고 리플단다. 언제가 될지는 몰겠지만ㅡㅡ;
이은주 노래 안나온다.ㅠㅠ
또 딴소리, the corrs 보다는 이은주 버젼이 연주도 보컬도 맛이 좋군~ 재즈삘이라 그런가.. 험~ 좀 땡기는 힘이 약해서 그런데 목소리는 좋다.
이거 오케스트라 편곡 정말 죽음이지? 이은주 초반몇소절은 쏠풍으로 부르더니 뒷부분은 정말 그냥 놓아버린다... 그리고 너무 겉멋들어보여서 별로 멋있지 않고 오히려 촌쓰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