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학교 후기] 연결된 우리는 할 수 있다

[김수영1]

강의가 넘쳐나는 시대다. 너무 흔하니 관심이 있는 주제도 스쳐 지나치기 일쑤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어떤 강의든 아주 쉽게 찾아 들을 수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해마다 공 들여 준비하는 등대지기학교가 시작되었는데 신청을 망설인다. ‘꼭 들어야 할까?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그간 들었던 강의와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그러다 잠깐 멈춰 들여다본다.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연결될 때’

한 번에 입에 딱 붙지 않아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사회 곳곳이 도무지 안녕하지 않은 요즘, 어느 때보다 서로의 안녕을 물어야 할 때임을 느낀다. 혼자가 아닌 연결된 존재로서의 나, 우리를 기억해야 할 때라고 되뇐다. 그래서 때가 되면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듯이, 등대지기학교 강의를 하나하나 듣고 있다.

안녕하지 않은 사회

5강은 변상욱 기자의 강의였다. 사회의 다양한 현장, 문제 앞에서 올곧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오랜 시간 일해왔던 어른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기자가 교육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교육이 다른 분야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사회 전체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며 생각한 것들을 조금은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 교육의 생태적 환경과 맥락을 찬찬히 살펴 가며, 우리 부모의 부모 세대부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가까운 미래 세대까지 한국 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지 따라갈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내가 사는 용인에서 지역등대 모임을 할 때면, 시작은 늘 아이들 이야기인데 교육, 대학 서열화, 경쟁, 노동 현장, 임금 격차, 부동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곤 한다. 이번 강의에서도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사회의 모든 요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교육 문제만을 말하거나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마음이 갑갑해졌다.

엄청난 불평등과 정치 양극화, 세대 간 갈등, 노동시장의 불안정, 복지와 의료 시스템의 붕괴, 정신 건강 악화, 전쟁과 사이버 테러, 디지털 불평등…. 변상욱 기자는 ‘위기와 불안의 키워드’로 우리 사회를 진단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떠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불안과 위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비 오면 빗속을 가고, 눈 오면 눈 속을 가고, 바람 불면 바람 속을 가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어요.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면 되는 거고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을 해 볼 수 있을까 궁리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는 거죠. 끊임없이.” 덤덤하게 건네는 말이 되레 따끔했다.

연결된 우리가 안녕한 마을을 만들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나라가 이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아니었다. 어려울수록, 방법이 없을수록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과감하게 해 보라는 격려였다. 특별히 마을에서 함께 모이고, 질문하고, 공부하고, 행동하는 ‘우리’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와닿았다. 아줌마 몇 명이 모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 보자며 시작된 일본의 ‘가나가와 네트워크’, 퇴직을 앞둔 교사 두 명이 나눈 대화에서 확장된 미국의 ‘전미퇴직자협회’.

다른 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딴지를 걸고 싶었는데, 번뜩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학 공부 걱정 없는 마을’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지역 등대 모임, 마을 작은 도서관 활동들, 협동조합이 떠올랐다. ‘아, 되는구나. 되는 게 있구나.’ 마음이 꿈틀거렸다. 우리 마을, 지역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모여서 무엇을 공부하고 해 볼 수 있을까.

강의를 들으면서 나만, 내 가족만 챙기는 것도 버겁다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우리는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너나 잘 챙기라는 말에 자꾸 속는다. 불안과 위험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와 가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며 애쓴다. 그러나 사실 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는 주변을 살필 여유가 있다. 나와 나의 아이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지역, 사회를 위해 행동할 수 있다. 변상욱 기자는 그 점을 콕 집어 이야기했다.

“여러분이 정말 힘들고, 사회에서 낙오된 존재라면 이런 운동 못 하죠. 어느 정도는 자신과 가족을 챙길 수 있기에 이런 운동도 할 수 있는 거죠. 자기를 갈고 닦는 것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이웃을 돌아보아야죠.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는 없으니까요.”

연결된 우리는 할 수 있다. 지금도 이미 하고 있다. 변화가 더디게 느껴지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흐릿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며 가고 있다. 그러니 오늘도 서로를 응원하며 뚜벅뚜벅.

■ 글. 노워리기자단 김혜화

[송순영]

연결된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도 서로를 응원하며 뚜벅뚜벅~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