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슬리퍼?! 수건?!
호텔에서 가져가도 되는 것은?
호텔에 처음 갔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더글라스 룸’이었다.
(출처: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공식 홈페이지) |
쉐라톤 간판을 떼어내고 그랜드 워커힐로 호텔을 운영 중인 현재, 내가 묵었던 그 더글라스 룸도 더글라스 하우스로 리뉴얼을 단행해 예전 모습은 거의 찾기 힘들다. 다만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건, 호텔에 처음 가본 티를 안 내려 역력히 노력했던 내 모습과 유난히 폭신폭신했던 슬리퍼를 가져가도 되나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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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기억이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다. 작년 여름에 방문한 베트남 푸꾸옥의 한 리조트엔 예쁜 로브가 준비돼 있었는데, 로브를 한참 만지작거리던 어머니가 ‘이거 가져가도 되는 거지?’라고 물어서 깜놀하기도 했으니까. (아마 만지작거리면서 ‘긴가민가’ 한참을 고민하셨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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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텔에서 가지고 나와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기준은 굉장히 간단하다. '나 이전에 다른 누군가가 썼떤 물건인가?' Yes라면, 나 이후에도 누군가 써야 하는 물건이다. No라면, 가방에 넣어도 괜찮겠다.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하나씩 알아보자.
배쓰 어메니티
호텔의 화장실엔 각양각색의 브랜드 어메니티가 놓여 있다.
(좌: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 우: W 방콕) |
딱 봐도 가져가도 되게 생겼다. 나 이전에 누가 쓴 것도 아니고 나 이후에 누군가 쓸 거 같지도 않다. 과감하게 챙겨도 된다. 요샌 귀차니즘이 심해져서 잘 챙기지 않지만, 한때는 호텔을 다녀온 기념품으로 이 욕실 어메니티를 꼬박꼬박 챙겨오곤 했다. 나름 유용하기도 하고 각 호텔에서 공수해온 어메니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기억. (상하이 탕 최고 ㅠㅠ)
치약, 칫솔, 빗, 면도기 등 1회용품
일회용품이다. 남겨 놓으면 쓰레기가 될 뿐이다. 당연히 챙겨도 된다.
(좌: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 우: 호텔 더블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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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좋은 건 ‘안 쓰고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일부 호텔에서는 일회용 칫솔, 치약 등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귀찮게 칫솔, 치약을 챙겨야 한다는 수고가 따르긴 하지만 당신의 그 수고가 환경 보존에 크게 일조하게 될 것이다. 바다거북과 북극곰을 살립시다!<
티백, 스틱커피, 캡슐커피, 설탕 등
호텔에 있는 차나 커피를 증~~말 안마시는 1인으로서, 예전의 내가 이해되지 않지만, 예전엔 이런 걸 참 많이도 챙겼었다. 물론, 집 와서도 마신 적이 없다. 마치 기념품을 모으는 그런 심리였던 듯하다.
(W 방콕) |
단, 캡슐커피의 경우엔 주의가 필요하다. 있는 거 다 가져오면 안된다. 호텔마다 무료로 제공하는 개수가 다르니 사전에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1박에 2개를 무료로 제공한다.
필기구, 메모지,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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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의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객실 내에 있는 아무 생수나 공짜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complimentary’ 또는 ‘free’라고 적힌 생수만이 무료다. 이도 저도 아니면 사진에서 보듯이 저렇게 목도리(…)를 두른 생수는 대개 무료라고 여기면 편하다. 간혹 냉장고에도 생수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특히 유리병 생수…) 이런 건 유료인 경우가 많다. 미니바 이용 요금으로 청구되므로 비싼 물 맛이 궁금할 때가 아니면 조심하자.
일회용 슬리퍼
(플로라 호텔 신신) |
대체로 일회용 슬리퍼를 구비해 둔 호텔이 많긴 하지만, 간혹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에서는 일반 슬리퍼를 제공하기도 한다. 호텔에서 사소하게 행복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가 발에 닿는 슬리퍼의 촉감이 유독 폭신폭신할 때다. 아무리 일회용이라지만 물만 닿으면 찢어지는 슬리퍼는 무엇… (에디터 슬프다ㅠ) 일회용 슬리퍼는 챙겨가도 되지만 일반 슬리퍼는 꼭 두고 오도록 하자.
번외
앞서 배쓰 어메니티는 가져가도 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호텔 더블에이) |
주로 중저가 호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디스펜서 형의 샴푸 및 바디워시다. 가져가기도 힘들겠지만 가져가면 안된다. 전에 호텔 청소 알바를 했던 친구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있다. 이렇게 디스펜서 형 샴푸를 두면, 간혹 빈 공병에 이 샴푸를 꽉 채워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흠… 무서운 도시 괴담이다.
가져가면 안 되는 것
위에 언급되지 않는 것들은 대체로 가져가면 안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호텔 마리나베이 서울)
(호텔 더블에이) |
드라이기, 전화기, 시계, 조명, 머그컵, 커피포트 등등…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지만 호텔에선 이런 물건이 종종 없어진다고 한다. 심지어 침대 시트와 베개, TV 리모콘이 없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누가 들고 갈리는 없는데. 하하
(호텔 더블에이)
(플로라 호텔 신신) |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실종이 빈번한 물품은 수건과 샤워 가운! 탐나는 건 인정하지만 이 역시 호텔의 재산이므로 타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가져가서는 안되겠다. 이렇게 분실이나 도난이 빈번해질수록 호텔은 모자란 물품을 다시 사서 채운 돈을 호텔 요금에 반영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 비싸진 투숙료는 우리 손해인 것을...
만일 정말로 탐나는 게 있다면, 호텔에 구매 가능한 지를 물어보자! 갖고 싶었던 마음이 싹 달아나는 가격이라 자동으로 물욕이 사라질 것이다. (경험담)
by.프레스티지고릴라, ⓒ ZUM 허브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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