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나 건빵’이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실은 건빵이 더 큰 메타포로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청계천에 나갔다가 팔뚝만 한 잉어를 목격했고 청계천에서
메기는 처음 보았어요. 이놈이 수염을 쫙 피고 어슬렁거리는데 존재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제가 소년 시절(15살) 수로 밑 깊은 물 속 메기를 작살로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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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고 돌무덤 메기 소굴에 손을 넣어 더듬이로 물에 나갈 때마다 서너 마리씩은
꼭 잡았어요. 한 번은 물 댄 논에 왕 메기가 헤엄을 치며 지나가는데 물의 온도가
높아서 그런지 놈의 움직임이 그날따라 더 느리더라고요. 물장구를 치며 메기를
덮쳤는데 언제 충전했던지 엄청 빠르게 도망을 쳐버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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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논 메기와 깊은 물에 사는 메기를 구별할 줄 압니다.
대체 적으로 논 메기는 갈색이고 물살이 빠른 곳에 사는 메기는 암갈색 혹은 코발트
빛깔을 띱니다. 세계의 메기는 대략 2,400종가량 된다는 데, 한국에 서식하는 메기는
크기가 30cm에서 1m 정도지만, 유럽이나 남미, 인도에는 2.5m 이상 자라는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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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들도 있습니다. 메기는 살이 말랑말랑하고 수염 달린 물고기로 통하지만 다른
물고기 뺨 때리는 경린 이나 다름없는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종이 많고, 남미의 돌핀
캣피쉬는 메기의 상징인 수염이 없습니다. 한국에 서식하는 메기 Silurus asotus는
미꾸라지처럼 미끄럽고 뒷지느러미가 갈치처럼 꼬리까지 이어지지만, 세계의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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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들과 비교하면 생김새가 특이한 편입니다. 오히려 열대어인 붉은꼬리메기나 토종
물고기인 빠가사리의 모습이 세계 메기의 평균에 가깝습니다. 열대어로 인기가 있는
아마존의 붉은 꼬리 메기(레드 테일 캣)을 보면 보통 물고기처럼 지느러미가 따로따로
떨어졌는데, 이 메기가 속한 pimerodidae가 남미에서 가장 번성한 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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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로 키우는 붉은 꼬리 메기는 제가 노래방 할 때(2010) 몇 달 키워보았는데
잘 죽지 않고 키우기는 편 하지만 값이 비싼 걸로 압니다. 우리나라 메기는 독침이
없는데 외래종 들은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에 날카로운 가시를 지니고 있고
쏠종개 등은 독침까지 지니고 있대요. 몸이 대부분 점액질로 미끌미끌해서 다른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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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들보다 가시에 베이기 더욱 쉬워요. 소년 시절 경험으론 빠가사리를 잡을 때는
한 번이라도 발버둥 치는 순간 손이 쫙쫙 베여나가 피가 철철 나는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메기는 하천의 하류, 저수지, 호수, 댐에 서식하며 가물치류와 함께
담 수어 종 먹이사슬 최상위 중에서도 가장 대형 종에 속합니다. 사는 곳은 주로 흐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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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강바닥과 호수 밑바닥으로, 입가의 민감한 수염으로 바닥을 훑고 다니면서 큰
입으로 물고기든 개구리든 움직이는 것은 삼킬 수 있는 한 닥치는 대로 먹어 삼킵니다.
메기는 영역 의식이 굉장히 강해 배가 부르거나 크기 차이가 크게 나도 가까이에 온 적을
공격합니다. 수명이 대략 60년가량 된다고 해요. 메기가 지진 감지 능력이 뛰어나
이상 징후가 일어나면 물 밖으로 뛰어오른답니다. 지진 비상용 메기를 키울까요?
2023.6.17.SAT.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