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070]成名固未易, 處名尤難能.
이름 얻기 진실로 쉽지 않지만,
이름 속에 처하기란 더욱 어렵네
아랫글 출처= [정민의 世說新語] (116) 방유일순(謗由一脣)
아암(兒菴) 혜장(惠藏)은 대단한 학승이었다.
사람이 거만하고 뻣뻣해 좀체 남에게 고개 숙일 줄 몰랐다.
다산은 그를 위해 5언 140구 700자에 달하는 긴 시를 써주었다.
덕을 기르고 스스로를 낮춰 내실을 기할 뿐
교만한 태도로 공연한 비방을 부르지 말 것을 혜장에게 당부했다.
몇 구절씩 건너뛰며 읽어본다.
成名固未易, 處名尤難能.
名臺進一級, 謗屋高十層.
"이름 얻기 진실로 쉽지 않지만,
이름 속에 처하기란 더욱 어렵네.
명예가 한 등급 더 올라가면,
비방은 십 층이나 높아진다네.
色莊必疑亢, 語詼期云陵.
眼鈍不記舊, 皆謂志驕矜.
"정색하면 건방지다 의심을 하고,
우스개로 얘기하면 얕본다 하지.
눈이 나빠 옛 벗을 못 알아봐도,
모두들 교만하여 뻗댄다 하네.
원문=詩集 卷五 / 詩
懷橧七十韻寄惠藏【竝序】
다산시문집 제5권 / 시(詩)
집을 그리는 칠십운. 혜장에게 부치다
[懷檜七十韻 奇惠藏] 서(序)를 곁들였음.
내가 처음 장공(藏公)을 보았을 때 솔직하고 꾸밈새가 없었으며
남에게 아부하는 태도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를 아는 이는 그를 귀히 여기지만 모르는 자는 교만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설명할 수도 없을진대
나 자신을 내가 닦는 길 그것만이 고명(高名)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리라.
여기 이 표현은 누추하지만 뜻만은 그렇지가 않아
그 뜻을 이해하고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내가 보기에 명예가 대단한 선비는 / 吾觀盛名士
틀림없이 대중의 미움을 사더라 / 必爲衆所憎
이름 얻기가 물론 쉬운 건 아니지만 / 成名固未易
그를 유지하기란 더욱 어려운 것 / 處名尤難能
명예가 한 계단 올라가면 / 名臺進一級
비방은 열 층계나 높아지지 / 謗屋高十層
어린 벌레는 고니가 부러운 법이고 / 壤蟲旣羨鵠
메추라기가 붕새 비웃기도 한다네 / 斥鷃乃嘲鵬
뭇 화살이 한 표적에 모이도록 / 衆矢集一的
살받이터를 높이높이 쌓아 놓았으니 / 壘壘起射堋
개미가 오는 것 누린내 때문이며 / 來蟻定由羶
나방 부른 건 등불이 아니던가 / 招蛾豈非燈
따지면 내가 부른 것이기에 / 所召諒在我
원망하고 탓하면 넓지 못한 일이지 / 怨尤期不弘
비취색이 좋으면 아예 물총새 닮아야지 / 愛翠須如鷸
흰색 더럽히려고 많은 파리가 덤빈다네 / 汚白故多蠅
이는 내가 직접 겪은 일이기에 / 昔吾身親嘗
팔 먼저 부러진 자 의원인거나 같지 / 如醫先折肱
가장 힘드는 게 사람 대하는 일로 / 接物最費力
헐뜯는 말이 거기에서 들끓는 거야 / 毁言此沸騰
얼굴빛 의젓하면 오만타 하고 / 色莊必疑亢
농이라도 할라치면 얕본다 하며 / 語詼期云陵
눈이 둔해 얼른 기억하지 못 하면 / 眼鈍不記舊
모두가 교만하다고 하는 거야 / 皆謂志驕矜
말에서 안 내린다 까탈 잡고 / 咎因騎不下
불러도 대꾸 없다고 화를 내지 / 怒在呯不譍
죄 만들 길 장막 칸 막듯 하고 / 造罪如間帷
형을 과할 땐 반드시 먹줄을 놓지 / 議律必引繩
패패이 사나운 짐승 발톱이요 / 隊隊豲厲爪
곳곳마다 고기 훑은 그물이야 / 處處魚離罾
함께 잘 땐 따뜻한 자리 양보하고 / 同寢讓煖炕
같이 밥 먹으면 효증 같다가도 / 共飯比殽脀
금방 돌아서면 말들이 많아 / 猶然退有言
빠져나갈 틈이 없이 휘감는다네 / 八葛連七藤
뱃속에는 저주가 가득하고 / 含詛在腸曲
기운이 적취처럼 뭉쳐 있으며 / 結轖堅瘕癥
덤불 속에 숨겨진 무수한 화살들이 / 萬弩伏叢莽
기회만 잡혀지면 일제히 쏟아지지 / 機發勢乃乘
그렇기 때문에 옛 현인 달사는 / 所以古賢達
언제나 봄얼음을 밟듯이 했다네 / 常若蹈春氷
어리석거나 덕이 없는 사람이야 / 愚人並無德
조롱도 헐뜯음도 일 까닭이 없지만 / 譏刺泯不興
재사라면 한 번만 삐끗해도 / 才士或一蹉
바로 재승덕하다고 하듯이 / 乃以才勝稱
맑은 옥이기에 하자가 잘 보이는 것이지 / 瑩玉易見瑕
흙탕물이야 누가 안 맑다고 뭐랄 것인가 / 泥水勿責澄
그리 생각해 내 허물로 받아들이면 / 念茲受爲咎
내 덕이 더욱 높아지겠지 / 我德豈不增
더구나 그댄 운명이 기구하여 / 況汝命蹇滯
불행히도 중이 되지 않았는가 / 不幸而爲僧
나라 풍속이 중이라면 얕보아 / 國俗輕緇髡
일이나 시키면서 깔아뭉개려 들지 / 傭賃思轢輘
나이어린 자에게 예절 갖추기 바라는 것이 / 乳臭望屈躬
예문에는 원래 없는 일인데 / 於禮本無徵
절이라도 혹시 좀 잘못하면 / 夎折或見過
쥐어박으면서 엄하게 꾸짖고 / 批捽必嚴懲
심한 자는 머리통을 쥐어짜며 / 甚者箍其元
남이야 아프거나 말거나지 / 曾莫察𤻇𤻴
욕설을 참고서 잘못이라 사과하고 / 忍詬謝愆悔
돌아와서 가슴만 치는 게지 / 歸來但拊膺
어찌 감히 제나라 초나라 탓하리요 / 豈敢尤齊楚
등나라 꼴인 내가 슬플 뿐이지 / 所悲我爲滕
아 죽이나 마시는 중들 / 嗟哉粥飯徒
신 삼고 나가면 바랑 지고 / 捆屨出擔㬺
개미같이 약한 그 목숨들 / 命微若螻蟻
대들고 말잘 것도 없는데도 / 不足相侵凌
그런데도 굴욕을 늘 당하여 / 尙玆遭屈辱
백성들 축에 들지를 못하는데 / 不得比黎烝
더구나 그대는 재주가 높아 / 況子才格高
명성이 시중에까지 자자하고 / 名聞殷吰噌
많은 경전을 섭렵했으며 / 博覽涉丘墳
화엄경 능엄경도 통달하고 / 妙解窮華楞
역법 추산은 굉망을 뒤따르며 / 算曆躡閎妄
시 짓는 솜씨도 유응을 추종하고 / 賦詩追劉應
주역의 괘수 풀이까지 / 錯綜蓍卦數
스승도 없이 혼자 다 연구했기에 / 獨詣無師承
불자 세워 들고 연이어 하는 설법 / 纚纚豎拂語
제자들 너도나도 등초한다네 / 弟子紛鈔謄
젊은 나이에 영특함이 드러나 / 弱齡藹蜚英
명성과 칭찬이 또래에는 없었으니 / 聲譽超儕朋
비유컨대 일정한 거리의 탑을 / 譬如由旬塔
밑돌을 놓고 점점 쌓는 것이었고 / 築基方陾陾
삼십 나이에 으뜸 제자 모아두고 / 三十集龍象
의젓하게 스승 자리 오른 것은 / 儼然皐比登
탑이 마치 몇 겹으로 쌓여지고 / 如塔旣數重
돌들이 우뚝 높아진 것 같아 / 石色高崚嶒
뭇사람 오물거려야 모기 벼룩 정도이고 / 衆𠯗遞蚊蚤
여럿이 조잘대도 쓰르라미 떠드는 게지 / 群啁鬧蜩𧕄
덕은 가벼워 그래도 들기 쉽지만 / 德輶猶易擧
비방은 무거워 견디기 어렵지 / 謗重嗟難勝
자기가 쳐들면 남은 누르기 마련이고 / 自揚必人抑
자신이 내리면 남이 올려주는 것이라네 / 自降必人升
겸손 그것을 언제나 지켜야 / 謙枋苟固持
든든한 설 자리가 있는 법이지 / 履基斯有憑
높은 손님 되려면 순순해야 하고 / 尙賓須用巽
수치 사는 건 변덕이 심해서지 / 承羞由不恒
내 듣기에 높은 만승천자도 / 吾聞萬乘尊
보필하는 의승이 필요했다는데 / 匡拂須疑丞
더구나 그댄 국내의 낮은 존재이니 / 況汝國所卑
몸가짐을 아주 조심해야지 / 操己宜凌兢
바짝 마른 나무 그 속에 들어 있어도 / 入定槁木中
발 밑에서 등사가 나는 법인데 / 脚下猶生螣
고해란 원래 아득하고 넓어 / 苦海本漭洋
배 없으면 못 건너는 바다보다 더하다네 / 有甚河難淜
어린애처럼 부드럽게 굴어야 / 致柔如嬰兒
지도가 비로소 몸에 엉기는 법 / 至道迺可凝
봉일수록 더 고개를 숙이고 / 威鳳彌低垂
기러기도 주살을 무서워 않던가 / 冥鴻亦畏矰
기운이 넘쳐도 축적을 해둬야 / 逸氣有含蓄
구름을 박차고 날 때가 있는 법 / 雲翮竟翔䎖
낮게 얕게 그리고 흐리멍덩하게 / 卑鄙復混沌
되도록 너와 나를 사이 두지 말게나 / 愼莫設畦塍
코만 막으면 훈유가 일반이고 / 塞鼻齊薰蕕
혀가 깨물렸으면 치승이 똑같은 것 / 咋舌均淄澠
석가여래 주장인 평등법에 / 如來平等法
슬기롭고 어리석은 자 구별을 했던가 / 慧愚分何曾
거지도 깔봐서는 안 되는 법 / 褐夫不可慢
약한 거가 증을 멸하지 않았던가 / 莒弱猶滅鄫
새매가 꿩은 못 잡아도 / 覃鷂未捕雉
참새에게는 무서운 매라네 / 於雀乃蒼鷹
힘들어도 지팡이 짚지 말고 / 有杖勞毋撰
피로해도 안석 기대지 말고 / 有几倦毋凭
흔연히 차 끓이고 밥 지으며 / 欣然具茶飯
찜질하고 불때는 일 사양 말게나 / 毋得辭炊蒸
말과 얼굴빛이 온순하지 못하면 / 色辭苟違溫
따스하던 게 금방 싸늘해져 / 昫曦變沍凌
성낸 눈을 당장 부릅뜨고 / 恚目俄睢盱
머리털이 바람을 일으키지 / 怒髮欻鬅鬙
마음을 애써 누그러뜨리고 / 黽勉降心意
공력을 쌓아 터지는 것을 막으면 / 積累防潰崩
어찌 더러운 늪에 있다 하여 / 豈以處汚澤
예쁜 연꽃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 而不愛荷菱
해가 우연에 잠기지 않고서야 / 不有虞淵沈
어떻게 부상에 솟아오를 것인가 / 詎見扶桑昇
군자는 말해주는 걸 좋아해 / 君子貴贈言
돈 비단보다 더 낫게 여긴다네 / 勝如遺金繪
부끄럽기도 하지 주 나라 태묘에는 / 却愧周太廟
말 삼가라고 금인 입 봉해놨으니 / 金口戒緘縢
머나먼 복희 신농 시대 생각하며 / 緬思羲農先
무사태평 다락집에 누웠노라 / 熙熙臥巢橧
[주-D001] 효증(殽脀) : 상대를 위하여 저민 고기를 적대(炙臺)에다 올려놓는 것.
《국어(國語)》주어(周語)에, “친척이 모여 잔치하면 효증(殽脀)이 있다.” 하였음.
[주-D002] 굉망(閎妄) : 한 무제(漢武帝) 때 태초력(太初曆)을 만들었던
낙하굉(洛下閎)과 주력사자(主曆使者) 선우망인(鮮于妄人)을 말함.
《漢書 律曆志 第1 上》
[주-D003] 유응(劉應) : 삼국 시대 위(魏)의 유정(劉楨)과 응탕(應瑒)을 말함.
문재(文才)가 대단하여 이른바 건안칠자(建安七子) 중의 두 사람임. 《三國志 卷21》
[주-D004] 덕은 …… 쉽지만 : 《시경》대아(大雅) 증민(烝民)에,
“덕이 가볍기가 털과 같으나 그를 들어 그대로 행하는 이는 적네.
[德輶如毛 民鮮克擧之]” 하였음.
[주-D005] 의승(疑丞) : 아주 옛날 천자를 보좌하던 신하를 이름. 《禮記 文王世子》
[주-D006] 훈유(薰蕕) : 향기가 나는 풀과 악취를 풍기는 풀. 《孔子家語 致思》
[주-D007] 치승(淄澠) : 맛이 서로 다른 두 물. 백공(白公)이 묻기를,
“만약 물에다 물을 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니, 공자가 이르기를
, “치수(淄水)와 승수(澠水)를 섞어놓으면
역아(易牙)는 그것을 구별한다.” 하였음 《列子 說符》
[주-D008] 약한 …… 않았던가 : 힘만이 표준일 수는 없다는 것.
거(莒)와 증(鄫)은 둘 다 춘추(春秋) 시대의 약소국들인데,
거가 증과 싸워 이겨 증을 멸하였음. 《左氏傳 襄公 6年》
[주-D009] 우연(虞淵) : 해가 지는 곳.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訓)에,
“해가 우연(虞淵)의 물 속으로 들어가면 그를 일러 황혼(黃昏)이라 한다.” 하였음.
[주-D010] 부끄럽기도 …… 봉해놨으니 : 말을 삼가하랬는데 말을 많이 한 것이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뜻. 주(周)의 태묘(太廟) 바른편 뜰 앞에다
(金人)을 세워두고 그 입 세 군데를 봉함하고는 그 등에다 쓰기를,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 하여 놓았음. 《孔子家語 觀周》
ⓒ 한국고전번역원 | 양홍렬 (역) | 1994
余始見藏公,眞率不矯飾,無脂韋態。知者貴之,不知者以爲驕。旣莫戶說,莫如自修,此處高名之道也。詞鄙意厚,庶幾存持。
吾觀盛名士,必爲衆所憎。成名固未易,處名尤難能。名臺進一級,謗屋高十層。壤蟲旣羨鵠,斥鷃乃嘲鵬。衆矢集一的,壘壘起射堋。來蟻定由羶,招蛾豈非燈?所召諒在我,怨尤斯不弘。愛翠須如鷸,汚白故多蠅。昔吾身親嘗,如醫先折肱。接物最費力,毀言此沸騰。色莊必疑亢,語詼斯云陵。眼鈍不記舊,皆謂志驕矜。咎因騎不下,怒在呼不譍。造罪如間帷,議律必引繩。隊隊䝠厲爪,處處魚離罾。同寢讓煖炕,共飯比殽脀。猶然退有言,八葛連七藤。含詛在腸曲,結轖堅瘕癥。萬弩伏叢莽,機發勢乃乘。所以古賢達,常若蹈春氷。愚人竝無德,譏刺泯不興。才士或一蹉,乃以才勝稱。瑩玉易見瑕,泥水勿責澄。念玆受爲咎,我德豈不增?況汝命蹇滯,不幸而爲僧?國俗輕緇髠,傭賃思轢輘。乳臭望屈躬,於禮本無徵。夎折或見過,批捽必嚴懲。甚者箍其元,曾莫察𤻇𤻴。忍詬謝愆悔,歸來但拊膺。豈敢尤齊ㆍ楚?所悲我爲滕。嗟哉粥飯徒,捆屨出擔幐。命微若螻蟻,不足相侵凌。尙玆遭屈辱,不得比黎烝。況子才格高,名聞殷吰噌?博覽涉丘墳,妙解窮《華》ㆍ《楞》。算曆躡閎妄,賦詩追劉應。錯綜蓍卦數,獨詣無師承。纚纚竪拂語,弟子紛鈔謄。弱齡藹蜚英,聲譽超儕朋。譬如由旬塔,築基方陾陾。三十集龍象,儼然臯比登。如塔旣數重,石色高崚嶒。衆𠯗遞蚊蚤,群啁鬧蜩𧕄。德輶猶易擧,謗重嗟難勝。自揚必人抑,自降必人升。謙枋苟固持,履基斯有憑。尙賓須用巽,承羞由不恒。吾聞萬乘尊,匡拂須疑丞。況汝國所卑,操己宜凌兢。入定槁木中,脚下猶生螣。苦海本漭洋,有甚河難淜。致柔如嬰兒,至道迺可凝。威鳳彌低垂,冥鴻亦畏矰。逸氣有含蓄,雲翮竟翔䎖。卑鄙復混沌,愼莫設畦塍。塞鼻齊薰蕕,咋舌均淄澠。如來平等法,慧愚分何曾?褐夫不可慢,莒弱猶滅鄫。覃鷂未捕雉,於雀乃蒼鷹。有杖勞毋撰,有几倦毋凭。欣然具茶飯,毋得辭炊蒸。色辭苟違溫,昫曦變沍凌。恚目俄睢盱,怒髮欻鬅鬙。黽勉降心意,積累防潰崩。豈以處汚澤,而不愛荷菱?不有虞淵沈,詎見扶桑昇?君子貴贈言,勝如遺金繒。却愧周太廟,金口戒緘縢。緬思羲ㆍ農先,熙熙臥巢橧。
454 ~ 456쪽
ⓒ 다산학술문화재단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