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치고 나서나 병원에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릴 때에는 언제나 초조하고 긴장이 됩니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3일 전에 동네 단골 가정의학과(해드림)에서 건강검진(심전도, 소변, 피 등)을 받았습니다. 오늘 결과를 보러 갔습니다. 가장 염려했던 것이 당뇨와 신장기능이었는데 결과는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당뇨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수년 째 6.0에 고정이 되어 당뇨 전 단계이지만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소변 횟수가 좀 잦아져 콩팥기능도 걱정을 했었는데 이 또한 정상이라고 합니다. 심전도도 정상이고 혈압은 최저 수준의 약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격려의 멘트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뜻밖의 질병이 찾아왔으나 평소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에 따른 면역력이 강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칠순이 지난 노인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국선도체조와 더불어 테니스를 3게임이나 신나게 치고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기분 좋게 목요일 오전이 지나갑니다.
행복이 뭐 별건가요? 건강하게 하고 싶은 거 실컷 하고 즐겁게 살면 그게 행복이지요. 누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여 미워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천국입니다. 나보다 잘 나고 잘 된 사람이 많지만 이젠 시기심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박수를 쳐주고 싶으니 성인이 다 된 기분입니다.
하기사 칠십이 넘으면 너무 건강검진에 신경을 써지 말라고 합니다. 살만큼 살았고 이제부터 오는 질병은 늙어서 오는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누군들 생로병사의 흐름을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 하루하루를 덤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라는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은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으니 지금처럼 활발하게 사시라고 하네요.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나니 꼭 승진고시 합격을 하고 너무 기뻤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언젠가 내 몸의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고약한 병 친구가 찾아오겠지요. 다만 그 시기를 좀 늦추고 싶을 따름입니다. 어차피 한 번은 다들 가야 하는 인생이니까요.
아직은 가야 할 때가 아닌가 봅니다. 좋은 검진결과를 보니.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맡겨진 사명을 다 하고 소리 없이 이 땅을 떠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