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딸은 갑상선 이상이 있어서 약을 먹는다.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이 증세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잘 안다. 특히 내가 앓는 것보다 딸이 앓는 모습을 보니 약한 몸을 물려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애가 탄다. 그런데 우리처럼 유전 요인 외에 환경 요인으로 인해 한 마을의 많은 여성들이 갑상선 암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월성1호기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이다.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생긴 발전소가 1982년 처음 문을 열었을때를 회상하는 주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논과 밭을 일구며 바다에서 물질하면서 대대로 평화롭게 살아온 삶의 터전에 현대식 건물이 생겨 반가왔다고. 발전소에서 흰 구름이 뭉게 뭉게 피어오를 때 무척이나 신기해서 구경했다고. 그런데 가족과 이웃에 암 환자들이 늘어갔고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에 핵발전소가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경주에 큰 지진이 나서 더 불안해 한다. 지금 핵발전소 안에는 사용후 핵연료 등 핵 쓰레기가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발전소는 30년 수명을 꽉 차게 운전하고도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고쳐가며 2022년까지 연장운행하려다가 잦은 고장과 위험성이 인정되어 2017년에 법원의 조기(?) 폐쇄명령이 내려졌는데 요즘 이 결정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뒷받침 하는 것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한 오류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핵발전소로 인해 건강을 잃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나오지 않아야 경제성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산다는 이유로 갑상선암이 2.5배 이상 발병률이 높고 삼중수소가 기준치의 17배가 넘게 나왔다. 내 땅에서 자라는 농산물과 식수를 매일 먹고 마신 결과였다. 그리고 지척에 핵발전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기에 더해 핵쓰레기도 떠맡으라고 밤낮으로 방송을 한다. 이 마을 주민은 집 위로 지나가는 초고압선의 위치만이라도 바꿔 달라고 애원을 하는데 사실 이 고압선은 대도시의 필요에 의해 만들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모두 마을에서 소비하는 게 아니다. 민망하기 짝이없지만 내가, 우리 가족이, 내 직장이 필요하여 만들고 있다. 그러니까 핵발전소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있는것인가? 라는 질문은 하면 할수록 내가, 우리 가족이, 나의 이웃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나는 <핵없는세상>의 회원이다. 이러한 고민을 기꺼이 하고, 함께 아파하고, 문제를 제대로 알고, 그래서 함께 해결해가자는 의지를 갖게 하는 단체의 한 사람이다. 핵발전소의 문제점도 모임을 참여하면서 잘 알게 되었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등등 점점 더 관심사가 넓어지고 있다.
첫댓글 좋은 글, 수고에 감사합니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으로도 공유할게요. 널리 공유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