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드림니다와 촉지 엄금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차에 가스를 넣으러 주유소에 들렀다. 그랬더니 몇일날 검사로 영업을 못한다는 안내문 붙인 게 보였다. 그런데 첫 머리에 맞춤법이 틀린 게 보였다. 바로 ‘알려드림니다’였다. 웃음이 났다. 소리 나는 대로 ‘드림’이라고 쓴 게 오히려 정감 있게 보였다. 주유소 사장은 글을 별로 쓰지 않는 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소리나는 대로 썼던 것이다.
몇 시간 지난 뒤 TV에 대구의 무슨 살인사건 보도가 나오면서 사건 장면이 나왔다. 현장 보존을 위해 노란 띠를 치고 안내문을 붙인 게 보였다. 거기엔 ‘촉지 엄금’이라고 써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냥 ‘손대지 마시오’라고 쓰면 될 것을 촉지 엄금이라고 한자감각이 없으면 못 알아들을 정도로 생소한 말을, 고압적으로 느껴지게 쓴 게 영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반성이 되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다보니 은연중 내 말투나 글에서 어렵고 딱딱한 말이 자주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나만해도 입말 대신 구어라고 쓰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처럼 누구나 쉽게 입말을 쓰는 게 한글이 아닐까? 우선은 쉽게 통해야 하고 다음으로 그 사람의 개성과 문화가 담기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은 단점이 아니다. 그게 훨 민주적으로 느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