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치는 2016 병신년을
보내며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양희선
2016 병신년 원숭이해가 끝자락에 머물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12월이면 어쩐지 마음이 착잡하고 뒤숭숭해진다. 일 년이란 세월은 긴 시간 같지만, 하루 이틀 지나노라면 어느새 한
달, 두 달이 훌쩍 지나고, 금세 한 해가 지나간다. 시간의 속도가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금년 새해 첫날 아침, 아우가 동해바다에서
치솟는 붉은 태양을 찍어 카톡 으로 보내주었다. 물위를 박차고 솟구치는 일출 사진에 입맞춤을 하면서 가족들의 무사안일을 염원했었다. 그때가
엊그제 같건만 어느새 2016년이 저물고 있다. 금년에 일어났던 사건 중에 떠오르는 몇 가지를 대충 되새겨봤다.
꽃피는 화사한 봄날도 잠시,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지독한 찜통더위는 보름이상 열대야가 지속되어 숨통이 막힐 지경이었다. 에어컨을 밤낮으로 가동하자니 전기세가 문제였다.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과세(課稅)로 에어컨을 두고도 전기세가 두려워 쓰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가물어서 비는 오지 않고, 땡볕에 밭곡식은 타들어 갔다. 한
줄기 소나기라도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메마른 땅은 쩍쩍 갈라졌다. 여름철에 내렸어야할 비는 심술궂게 때 아닌 추수기에 추적추적 내렸다. 마치,
미운 일곱 살 심술쟁이가 심통을 부리듯 짓궂은 날씨였다.
세계적인 관심거리였던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뜻밖에
힐러리를 제압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현직 오바마 대통령과는 정치적 이념이 다른 관계로 우리나라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게 되었다.
재산가인 당선자는
“부자나라인 한국을 왜 미국이 도와야 합니까?”
“한국정치는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강대국 미국 대통령후보 유세 중에 거침없이 쏟아낸 말이었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핵이 없기 때문이며, 북한 김정은이 미사일과 핵의 힘을 믿고 과시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한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조류독감)는 전국에 퍼져 수천만 마리가 살 처분으로 매몰되었다. 내 손으로 새끼 키우듯 애지중지 키운 닭과 오리들을 독감
때문에 한꺼번에 매몰시킨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처사다. 키운 정 때문에 가슴이 쓰리고 아프며, 얼마나 큰 손해를 끼쳤을까. 해마다 되풀이 되는
AI는 조류의 배설물에 의해 감염된다니 사전에 예방책을 강구(講究)해야 할 줄 안다. 어미닭의 Ep죽음으로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제빵업계는
초긴장 상태란다. 달걀부족상태를 긴급 처방하여,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다.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하여 국정농단을 일으킨 게
들통 나,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어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대면보고도 받지 않고,
불통정치를 하더니, 속셈은 따로 있었나보다. 성난 군중은 광화문 광장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불을 들고 탄핵해야한다는 수 백 만 명의 함성이
주말마다 울려 퍼지고 있다. 작은 촛불의 힘은 횃불이 되어 들불처럼 번졌다. 마침내, 12월 9일 234명의 압도적인 국회찬성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부정부패를 일삼던 이승만 정권을 학생들이 의기투합(意氣投合)하여 4․19혁명을 일으켜 불의를 정의로
바꾸지 않았던가.
어머니를 잃고, 대통령아버지 슬하에서 영부인
역할로 18년의 긴 세월을 정치에 몸담았으니 박근혜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으로 성공적인 임기를 마칠 줄 알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치부를 보면서,
가족이 없는 홀몸이기에 물욕에 눈독 들이지 않을 것으로 여기지 않았던가. 사람은 겉만 보고 평할 수는 없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최순실과의 아리송한 관계는 무슨 사연이 숨겨 있는 걸까.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그렇게도 의지가 허약했단 말인가.
오바마 미국대통령 영부인 미셀은, 중소기업체에서
만든 중저가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영부인이 입은 옷이 유행되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활성화되고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는 보도였다. 국모인 영부인은, 낮은 자세로 모범된 표양으로 국민들의 열렬한 사랑과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정권말기에
60%로 상승한 것도 아내의 내조였다는 신문을 읽은 적이 있다. 자고로 속이 찬 사람은 하찮은 옷을 입어도 우아한 지성미가 흐르나, 속빈 사람은
값비싼 옷으로 겉치레에 치중하는 법이다. 외모를 가꾸는 일은 여성의 본능이라지만, 어차피 정치가로 나선 이상 정치에 몰두하여 역사에 업적을
남겼으면 좋았으련만….
어떤 인연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달라진다.
좋은 만남은 은인이 되고, 나쁜 길로 유인하는 것은 악연이 된다. 나약한 인간은 악마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던가. 혼돈의 요즘, 백성인 우리는 그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 다 같이 고민해 볼 때다.
(2016.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