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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 죽이고 싶은 인간
영업시간이 끝나 더
버티기 못하고 식당을 나가기 위해 일어선 일행에게 배장로가 결연하게 입을 열었다.
“방금 제 체질이
바뀌었습니다.”
배장로의 말에 모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뭔 체질이
요랬다조랬다 요상하요?”
최사장의 말에
천연덕스럽게 배장로가 말했다.
“제 체질이 원래
그렇습니다. 제 체질은 사상체질이 아니라 환경에 민감하거든요.”
“머씨다요?”
최사장이 배장로의
말에 펄쩍 뛰었다. 진회장도 놀라서 물었다.
“장로님 체질은
카멜레온 체질인감유?”
“아니지. 배장로님
같은 체질은 디지탈체질이라는 거야.”
제비의 말에 배장로가
웃었다. 그 웃음이 좀 느끼했다.
“어머머, 그럼
장로님 체질센서는 예민하시겠네요. 느낌은 아날로그 같은데.”
“나으, 아니.
제비의 뿌리쌰. 조론걸 하이브리드라는거이야. 본인이 누구여? 전자판매 대빵아니어라?”
최사장의 말에 함께
웃었다. 요즈음 같이 웃을 일 없는 사람들에게 그 웃음소리는 갈증 속에서 찾은 청량음료 같았다.
허지만 배장로의 말
귀를 알아듣는 사람은 쁘리쌰뿐이었다. 쁘리쌰는 체질을 앞세운 배장로의 의중을 대변하지 않았다. 결자해지하라는 뜻이었다.
배장로가
말했다.
“그래서 저도 스크린
갑니다. 죽어도 같이 살고, 살아도 같이 동행해야지요. 우리는 운명의 공동체니까요.”
“으미, 무신 이런
이변이 있소? 발효 안 된 생짜는 2차 자격이 없는디.”
최사장의 말 한마디에
배장로가 잠시 머뭇하더니 즉시 또 돌변을 일으켰다. 배장로가 두 번째 일으킨 이변에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랬다.
배장로가 최사장의
무릎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입에 털어 넣었다. 술잔의 바닥에 간신히 붙어 있는 술을 입에 단숨에 털어 넣고 쪽쪽 소리도 요란하게
바닥까지 빤, 배장로가 최사장에게 말했다.
“저는 장이 간단해서
즉시 발효합니다. 어? 벌써 시작되네요. 기별이 옵니다. 됐지요?”
모두 박수를 쳤다.
박수는 단합과 승인을 의미하는 행위다.
골목길건너
스크린골프로 걸어가면서 배장로가 말했다.
“사실은 저 오늘
여기 온 용건은 올인의 정회원가입하려고 온 겁니다. 이제 골프도 확실히 연마했고 올인의 월례라운드에서 제 기량도 테스트하려고 합니다.
제비집사님이야 무조건 승인하시겠지만 다른 임원들의 승인을 오늘은 꼭 받아 내려고 작정했거든요.”
배장로의 말에 모두
제비를 쳐다보며 경악했다.
“뭐여유? 우리 몰래
제비사장이 장로님하고 이미 합의했다는거여유?”
“그 말 정말이에요?
그런데 어쩜 아랫입술도 안 다물고 시침 딱 떼고 있었죠? 아무리 제비님이 합의해준 승인이라 해도 제가 거부권 행사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알면서
이럴 수가 있어요?”
“으미. 으미. 이
건 배신이여. 본인이 제비사장을 얼마나 비호했는디 이럴 수가 있어야? 흐미, 참말로 분노스럽소.”
“분노 뿐인감유?
찢어 죽이고 싶은디유.”
배장로의 예기치 않은
말 한마디에 스크린골프장에 도착할 때까지 일행은 완전 길거리 난장판이 되었다.
제비가 황급히 사태를
무마하려고 자세를 낮출 만큼 낮췄다. 자존심 세워서 될 일이 아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마음들 푸세요. 오해입니다. 앞으로 우리 올인을 더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배장로님의 발언을 문제 삼지 말고 모두 마음
푸세요.”
“머씨다요? 형평성이
있는디, 우리 올인의 최고간사장한테 상의도 없이 그럴 수가 있소? 우리 올인의 최고간사장은 누가 뽑은 인물이요? 우리 손으로 뽑은 인물
아니어라? 근디 뒤통수치는 거이라? 흐미. 흐미.”
배장로뿐만 아니라
제비는 갑자기 난감함을 느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배장로가 귀띔으로 자신이 카페 아웃인에 오게 된 사연을 말했을 때 걱정마시오. 내가
누구요? 올인의 대표이며 창설자 아니오? 그 뿐인가? 카페 아웃인의 손님인데 배장로를 쁘리쌰가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오. 이렇게 말한 것이 이런
낭패를 가져올 줄 정말 정말 진짜로 참말로 짐작도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첫댓글 배장로의 혹심을 알았군요~~
달빛도 배장로의 속심을 비쳤나 보죠?..ㅎ
고운밤되세요
장로도 결국은 술을 먹게 되는군요,
잘보았슴니다.
장로라고 술 마시지 말란 법 없는데요..ㅎ
고운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