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이 슬다라는 말이 있다. 좀은 아주 작은 곤충의 일종이다. 슬다는 산화 작용으로 인하여 부식된다라는 의미이다. 좀벌레는 나무와 책 등에 기생하며 나무와 책을 갉아 먹는다. 너무 작아 그 존재감도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해악이 참으로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오래된 집의 나무기둥을 송두리채 붕괴시키기도 하고 귀한 책을 아주 못쓰게 만드는 참으로 골치아픈 존재이다. 대규모 댐도 아주 작은 구멍때문에 결국 붕괴되고 만다. 작은 암세포가 전이되어 결국 사람이 사망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가볍게 볼 수 없고 방치할 경우 자칫 사회 전체를 무너뜨리는 그런 존재가 바로 좀벌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좀벌레같은 존재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수해때의 일이다. 강이 범람해 논밭을 파괴하고 수많은 이재민을 발생시키는 태풍때 강 여기저기서 요상한 일이 일어난다. 수석수집하는 자들이 떼로 몰려들어 돌맹이 채취에 여념이 없다. 강의 범람이 강주변의 돌멩이들을 요동치게 해서 생기는 묘한 돌들을 가져가기 위함이다. 강 상류에서는 또 다른 요상한 일들이 생긴다. 차가운 물을 찾아 올라오는 고깃떼를 노린 낚시꾼들이 난리를 친다. 강이 범람해 수많은 주변인들이 실의에 빠져 있을때를 악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자들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평소에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행위지만 다른 사람들이 불행할 때 그때를 노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그런 행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일으키는 지 모르는 부류들이다.
최근 또 다른 좀벌레들이 여기 저기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들어 전국의 아파트값이 이런 저런 이유로 급락하고 있다. 한때 급등한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급락하는 추세이다.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집 주인의 마음도 추락할 것이다. 자신이 산 가격보다 더 떨어질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이다. 강이 범람해 논밭이 쓸려나가는 그런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파트 현장에 또 요상한 좀벌레들이 꼬인다고 한다. 아파트 값이 하락하면서 전세를 끼고 사들이는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가 1억원대 아니 몇천만원대인 소액 갭투자가 다시 설치기 시작한다는 뉴스이다. 인간 좀벌레들이 따로 없다.
집값이 하락할 때 물건을 사려는 실거주자들의 행동이야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값이 저렴할 때 물건을 사는 것은 정당한 경제 행위이다. 하지만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투기지상주의 인간들의 패악질은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강이 범람할 때 돌멩이 주으러 다니거나 고기잡겠다고 설치는 인간들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전부 인간 좀벌레들인 셈이다. 사회적 암세포들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부동산 규제완화책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집값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은 인간 좀벌레들에게는 효력이 있는 살충제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좀벌레들로 인해 사회전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당국도 이런 시기에 사회적 암적 행동을 하는 사회 좀벌레들에게 자금 출처조사를 통해 철퇴를 가하여야 한다. 국가가 경제적 위기에 봉착하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반사회적 행위를 일삼는 좀벌레들에게는 매서운 세금 철퇴를 내려야 한다. 그래야 좀벌레들의 기승을 막을 수 있다. 좀벌레는 번식이 강해 처음에는 아주 작은 존재로 있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다. 초기에 강력한 살충제를 동원해 박멸해야 한다. 좀벌레를 방치하다가는 집 전체가 붕괴되고 만다. 지금은 사회를 좀 먹는 존재들을 찾아내 박멸해야 하는 시점이다.
2023년 2월 1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