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쯤 한겨레21에서 '학교 폭력의 방관자도 어떤 의미에서는 가해자'라는 문장을 읽었다. [방관]은 피해자에게 무엇으로 해를 끼친 걸까? 뜻을 찾아봤지만,
- 방관: 일에 직접 나서서 관여하지 않고 곁에서 보기만 함.
'어떤 의미'를 알아내지 못한다.
3월이 되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화 '화차'가 개봉했다. 감독과 배우가 영화를 찍고, 배급사에서 영화를 풀고, CGV에서 그것을 영사하였다. 눈매가 서글서글한 친구가 영화표를 예매하고 간식은 먹지 않겠다고 하니, 나는 방관자의 몸으로 짝꿍의 옆자리에서 관람만을 했다.
차경선이 사채업자에게 뺨을 맞고 끌려가는 장면을 무심히 건너다본다. 나는 폭력영화를 '아무렇지 않게' 보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다. 손 까닥 안하고 떡을 먹다가 개를 안은 여자가 경선을 쳐다보는 모습에 목메고 눈물이 난다.
누군가 나를 저렇게 공포에 찬 눈으로 본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경선이 살면서 받아야 했던 시선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아프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야멸치게 쏘아보고, 단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기도 하고, 또 불쌍하게 내려다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눈빛으로 지은 죄들을 생각한다. 쉽게 남을 흘겨보고, 같잖게 보거나, 무턱대고 측은하게 보았던 일. '너를 이해할 수 없어', '참 불쌍하다야',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오직 눈빛으로, 작은따옴표에 넣으면 찢어질 것 같은 거친 표현을 했다. 물론 나 또한 불편한 눈초리에 상처 받은 적이 적지 않다.
'화차'는 죄인을 태우고 불지옥으로 달리는 요괴라는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아침에 눈 뜰 때부터 밤에 다시 눈꺼풀을 닫을 때까지 수많은 눈빛 요괴를 내보내고 남을 화끈거리게 했었다. 이제는 '보기만 함'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단 걸 알았으니까, 늘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변을 보겠다고 결심했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가 말한다.
"와, 김민희 그 정돈줄 몰랐는데 진짜 매력적이다."
나는 결심한 대로 사근사근한 눈빛을 드러내 보이며 친구에게 대답했다.
"그치? 옷빨도 최고야! 나도 폭풍 다이어트 해야겠어!"
그러나 눈치 없는 친구는
"니가 살 빼면 '그냥 마른 애' 되는 거 아니야?" 하며 웃는다.
금세 불타오르는 나의 눈. 요괴와 서글서글한 놈에게는 죄의식이 없다. 친구는 영문도 모른 채 내가 파견한 화차를 타고 지옥으로 간다. 나도 함께 지옥에 간다. 네가 나를 깔본 것 유죄, 내가 널 째려본 것도 유죄. 차에서 내리면 우리는 또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갈 것 같다. ㅎㅎ

첫댓글 김민희는 분명 재발견이었죠. ㅎ
김민희씨의 여러 표정들이 잊히지 않아요. 꺄악!
글 잘쓰신다@_@
댓글 고맙습니다. 그런데 아직 멀었죠.ㅜㅜ 화차 재밌어요.^ ^
좀 스포 있나용? ㅎㅎ
글은 별로 못 쓴 거 같은데.. ㅋㅋㅋ(농담이에요. 째려 볼라.. ㅎ)
ㅋㅋㅋ 요괴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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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ㅜㅜ 저는 한 번 더 볼 거예요. 혼자서요.
이선균씨가 김민희씨를 사랑해줘서 진짜 고마워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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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았어요. ^ ^ 마지막에 약간 허무한 느낌 들기는 했지만요. ㅎㅎ
저도 기다리던 영화였어요! 그래서 개봉일에 맞춰서 봤죠 ㅎㅎ
김민희 특유의 정적인 목소리 톤과 표정이 차경선 역에 더할나위 없이 맞아 떨어졌어요. 김민희라는 배우의 재발견이에요, 정말. 중간중간 재미있는 대사나 장면들도 있고, 특히 김민희가 피가 흥건한 바닥에서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는 장면, 나비가 피에 젖어 날지 못하는 장면...참 인상에 강하게 남아요.ㅎㅎ
맞아요. 정말 그랬어요. 김민희씨하고 딱 어울리는 역할 같아요. ^ ^ 저 파업 콘썰~트 다녀왔어요. ㅎㅎ 집에 오는 길에 비는 내리고 마을버스에서 이현우- '비가 와요'가 나오는 거 있죠. 감수성 폭발했어요. 집에 오니까 마음이 울적해요. ㅜㅜ 베란다에 물새는데 큰일이네요. ㅋㅋ 낭만적인 주말 보내세요. ^ ^
저는 영화 나오기 전에 우연히 시나리오를 읽었었는데 탄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이 영화는 성공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절대 제가 조성하씨 팬은 아니구요 ㅋㅋㅋ
저도 조성하씨 좋아요.ㅎㅎ 우와, 저도 시나리오 읽어 보고 싶어요. 상상하면서 읽고 실제로 영화 보고 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네요.ㅎㅎ
어디선가 들은 것(혹은 본 것) 같은데,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제 몸에서 제가 관리할 수있는건 운동을 통한 근육의 양이나 지방의 양이 전부인것같아요.. 특히 혀랑 눈 손가락은 관리하기가 힘드네요 ㅠㅠ
제 모든 근육은 전혀 관리 안되고 있어요.ㅜㅜ 그런데 집에서 거울로 내가 나를 째려봤더니 아~~ 이렇게 보면 안되겠다 싶었어요.ㅎㅎ 물론 손꾸락하고 혀도 절제가 필요한데, 지금은 천진난만해요.ㅋㅋ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
우와~글도 글이지만, 그림이 정말 좋네요~! 저도 화차 참 재밌게 봣는데, 아직도 김민희의 눈빛이 생각나면 온 몸에 소름이 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고맙습니다.^ ^ 화차 책으로도 읽어볼까 해요. 왠지 그런 느낌 좋아요.ㅎㅎ 개그콘서트 보고 꿈나잇 하세요♥
오늘 '화차' 볼려다, '타이탄의 분노'를 봤는데.. 불타오르는 동일성에 만족하며 ㅋ
ㅋㅋ 이번 주말에는 '건축학개론'을 보렵니다. 불타오르는 금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