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승민 최고위원은 7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20~30%는 교체해야 하고 정책도 청와대와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떻게 현역 을 교체하고 인재를 영입하여 공천할 것이냐 문제가 한나라당의 화약고이자 뇌관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새 지도부가 물갈이 잣대를 분명히 세워야 탈락자들도 승복할 것이라고 말하며 박 전 대표도 내년 공천을 심각하게 보고 불출마 내지 수도권 출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좋은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면 내년 총선은 해보나마나라며 청와대의 이해와 인내도 촉구했다.
이어 그는 당직 인사와 관련, 홍준표 대표에게 탕평 인사를 하라고 조언했다며 당이 잘못 되는 방향으로 가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사실상 박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문수지사와 오세훈 시장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으로 여유를 과시하며 박 전 대표가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득력 있게 알리면 지지율이 더욱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를 일정 지지율에 고착된 존재로 보아서는 안 되지만 다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일정부분 짊어지고 가야 하는 문제 때문에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덧 붙였다.
공천 문제에 관해 앞으로는 친박 지분을 챙기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친이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차별 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신하며 ‘이재오 특임장관, 원희룡 최고위원 청와대 인사 등, 누구라도 만나 대화하겠다. 이 장관도 미래를 보고 화해에 역할을 다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계파 해체는 말로 해결 되는 문제가 아니고 당 지도부가 화합정책을 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당의 화합을 상징하는 당직 인사, 총선 문제 그리고 차기 대선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이 묻어나는 유승민 신임 최고위원의 인터뷰 내용이지만 따지고 보면 진즉에 홍 대표의 입에서 나왔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취임 첫날부터 공천을 무기로 계파활동을 금지시키겠다는 강압적인 발언을 하는 바람에 돈키호테 소리를 듣고 최고위원들의 지탄을 받았는가하면 이튿날엔 아침 일찍 상도동을 방문, 주책없이 YS 키즈를 자처해 가며 넙죽 큰 절을 해서 어안이 벙벙케 만들었다. 거기서 YS에게 ‘각하’ 호칭까지 붙여가며 아첨의 극치를 보이는 통에 우쭐해진 YS가 주책없이 망언을 내 뱉게 유도, YS까지 노망든 영감탱이로 만들어 버렸다. 당대표가 되자마자 공천 장사의 대가인 YS에게 쪼르르 달려가 한 수 지도 받고 본격적으로 떡 장사판에 나서려던 것이 아닌지 의심받기 꼭 좋은 행동이었고 21세기 대한민국을 몇 십 년 전의 3김 정치 시대로 되돌려 놓은, 4선 의원의 자격을 의심케 만든 바보짓이었다.
새로 당 대표에 취임한 홍 대표 공천에 관한 강압적인 발언이나 상도동 방문 말고도 할 일은 산적해 있다. 유 최고위원 말 대로 우선 흐트러진 당의 분위를 수습하고 화합으로 이끄는 메시지도 전해야 했고 최고위원들과 모여 당이 나아갈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에도 머리를 싸고 고민했어야 한다. 그리고 잘된 일이건 안 된 일이건 간에 현재 오세훈 시장이 부딪쳐 있는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관한 일 등에도 당론을 정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밖에도 산적한 국내외 문제를 다 제쳐놓고 공천권에 집착한 모습이나 아첨에 부지런을 떤 모습은 국민이 바라는 보수정당 대표의 모습이 분명 아니었다.
평의원 시절에도 가벼운 입 때문에 늘 인구에 회자되고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내어 ‘버럭 준표’ 별명이 붙어있는 홍 대표다.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믿을 수 없는 인물로까지 분류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국정을 주도하는 여당 대표로서 좀 더 진지하게 행정부의 실정과 민생을 살피고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고 국정에 대해 청와대와 야당의 협조도 부탁할 때다. 이런 문제들을 다 제쳐놓고 상도동부터 먼저 달려간 홍준표, 자신은 머리가 좋다고 자화자찬을 할지 모르나 나이 어린 나경원 의원에게까지 공천문제로 핀잔을 듣는 홍준표를 보는 국민의 눈은 실망 그대로다.
그에 비해 여태까지는 친박의 중심에서 박 전 대표를 보필하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신랄하게 꼬집던 유승민 최고위원, 그러나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 당 전체를 아우르고 총선 대선은 물론, 국가의 장래까지 염두에 둔 정책개발에 몰두하고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유승민을 보니 자연 세상 권력을 다 쥔 것 같이 기고만장한 홍 대표와 비교가 된다. 이제 홍 대표는 당 대표 직에 오른 감격에서 벗어나 현실을 냉엄하게 직시해야 할 때다. 자신의 가벼운 말과 행동을 자제하고 정의와 신뢰에 입각하여 한결 같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승적인 자세를 견지해 온 박 전 대표를 본받아야 한다,
아울러 항상 사리사욕을 떠나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당의 미래와 국민의 고통을 풀어주고자 노심초사하는 유승민 의원의 진지한 자세부터 배워야 한다.
배움에는 학력, 나이, 지위 고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