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설계-
안전사고로 당한 일, 그리고 엉뚱한 민원으로 겪은 일을 생각하다 보니 공사 자체로 어려움을 겪은 일도 여러 가지가 생각이 난다.
그 중에도 일 년 반이나 여러 가지 시공법을 연구하고 또 의논하다가 결국에는 설계변경을 하여 시공한 부여대교 건설공사 생각이 난다.
부여대교는 전라북도 익산시와 충청남도 부여를 연결하는 길이 1,500m의 장대 교량과 양쪽에 약 300m씩 600m 정도의 진입도로가 붙은 공사로 1987년에 시공하여 1990년에 준공한 공사이다
1987년 9월 부여대교 발주 당시 외국 현장에 있다 들어와 곧바로 부여대교 건설현장 소장으로 부임하여 시공 준비를 하며 설계도를 살펴본 기철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고 황당하고 난감하였다.
기철이 살펴본 부여대교는 강판으로 빔을 제작하게 되어 있는 강도로교로 설계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째로
부여대교는 강교로 설계되어 있은 데
일반적으로 강교는 강판으로 빔( 빔은 교량에 교각과 교각 사이에 놓이는 구조물로 교각과 교각 사이에 이 빔들을 올려놓고 이 위에 차량이 다니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인 상판을 연결하여 시공하여 일체구조로 교량을 완성)을 만드는 교량으로 빔의 모양은 T형으로 되어 있고 그 빔의 설계는 빔의 횡단방향 (교량의 직각 방향)으로는 변하지 않고 종단방향 (교량의 길이와 같은 방향)으로만 변하는 구조로 설계한다. 즉 빔의 폭은 변하지 않고 길의 방향으로 빔의 높이만 변한다.
즉 구조계산에 따라 교량에 실리는 무게(하중이라고 함)로 그 힘(응력이라고 함)을 많이 받는 곳인 교각에 놓이는 T형 빔의 단부는 높이가 높고 그 힘을 적게 받는 중앙부에서는 그 높이가 낮아지는 2방향 변화 구조(이런 설계는 고가의 자재를 줄이는 경제적인 효과가 있음)이다
그런데 부여대교는 빔의 단면형태도 T형 아니고 윗변이 아랫변보다 큰 사다리꼴로 모양으로 되어있고 종단방향으로도 변하고 횡단방향의 폭도 작용하는 응력에 따라 변하는 빔의 높이와 폭이 변하는 3방향 변화의 구조다.
둘째로
교량의 교각과 교각 사이 즉 한 교각 사이에 들어가는 빔 한 개를 3개 내지 네 개로 나누어진 조각을 만들어 그것을 연결하여 만드는데 한 개의 빔을 완성하는 데 이 조각들을 세그멘트라고 한다.
부여대교는 교각 사이의 길이가 60m로 길어서 자연 빔의 규모가 크고 길어서 사다리꼴로 된 단면의 넓은 상변의 폭이 최대 12.0m, 하변의 폭은 8.0m 높이가 4.0〜5.0m나 되며 길이도 15내지 30m가 되어 한 개 세그멘트의 무게 또한 50톤 정도에서 100톤 정도가 되는 대형의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이렇게 거대한 강교 세그멘트를 부산에서 제작하여 선박으로 남해를 돌아 서해로 올라와서 영산강 하구 둑을 통과하여 공사현장으로 운반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기철이 지금까지 배운 강도로교에 대한 지식과 그동안 강교를 시공하면서 강교 설계 도면을 검토한 경험으로는
강교의 빔의 변형이 종단방향으로만 변하는 2차원 변형이 아니라 종단과 횡단이 같이 변하는 3차원으로 되어있는 구조는 제작상에 큰 문제를 수반한다.
이런 빔은 배를 만드는 조선소에서 제작한다면 모를까 우리나라 강교제작 공장에서는 아직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설계한 사람도 이 강교의 제작 가능 여부를 강교제작 공장에 물어본 것이 아니라 배를 만드는 삼성중공업에 물어보았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또한 1987년도 현재 우리나라의 강교제작 공장에는 제작공장에서 빔을 제작할 때 용접하고, 브라스팅(철판에 녹을 제거하는 작업), 그리고 페인팅 작업할 때 등 제작하는 동안 또는 완성된 세그멘트를 운반용 차에 싣는 등 움직이는데 사용되는 장비가 필요한데 세그멘트 하나의 무게가 100Ton이나 되는 것을 다룰 수 있는 장비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강교 설계는 현재 우리나라 강교제작 공장의 시공능력을 고려치 않은 설계가 된 것이다.
두 번째로
그래서 위에서 말한 것 같이 크고 무거운 빔을 강교제작 공장이 아닌 배를 만드는 공장에 제작하는 것으로 하여 배 제작공장이 많은 부산에서 제작하도록 계획하고 또 빔의 세그멘트가 너무 크고 무거워 육로로는 운반 못 하고 대선(짐 싣는 배)에 싣고 해상으로 남해와 서해를 거쳐 군산으로 해서 현장까지 먼 거리를 해상으로 운반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기철이 해상에서 시행되는 공사를 시공해 본 경험으로는
대선이라는 것이 자가발전에 의한 자동 운반선이 아니고 앞에서 예인선이 끌어야 움직이는 선박으로 이런 대선에 거대한 물건을 몇 개씩 싣고 먼 항해를 하여 운반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전복하여 침몰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혹 운반이 가능하더라도 이렇게 큰 위험부담을 안고 운반하도록 설계가 됐다는 것은 설계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세 번째로
이렇게 위험부담을 안고 운반하여 군산까지 운반이 된다고 하더라도 금강 하구둑에서 상류 측으로 12Km 정도에 위치한 부여대교 건설현장까지 가려면 금강 하구둑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큰 문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금강 하구둑에 있는 배수갑문을 열고 들어오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배수갑문의 폭은 30m이나 배수갑문을 열었을 때, 배수갑문 게이트 높이 때문에 높이가 4.5〜5.0m 되는 거대한 강교 세그멘트를 실은 대선을 통과 시킬 통과 높이가 나올지도 의문이며 근본적인 문제는 금강 하구둑 배수갑문은 홍수 시가 아니면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금강 하구둑을 막을 때 하구둑 안의 담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할 목적이었으며 지금은 담수호의 물이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평상시 배수갑문을 열면 담수호 안으로 해수가 들어와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쓸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홍수 때가 아닌 평소에는 열지를 못 한다.
그래서 설계 시 어도를 만들어 물의 흐름을 유지하여 물고기들이 왕래할 수 있게 하였고 어선이 외항에서 하구둑 내로의 운행이 필요 경우 운행이 가능하도록 배수갑문과 별도로 통선문을 만들어 그곳을 통하여 운행하도록 해 놓았다.
이것은 부여대교가 시공되는 곳에서 하류 쪽으로 12Km 정도 떨어진 금강 하구둑 근처에 있는 금강 하구둑을 관리하는 농업진흥공사 금강 관리 사업소를 직접 방문하든지 공문서로 하든지 어떤 형태로든 문의했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설계자가 금강관리 사업소에 문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철이 금강하구둑에 대하여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농업진흥공사에서 금강하구둑 공사를 발주할 때 대영에서도 입찰에 응했었고 그때 기철이 입찰 관련 팀에 있어서 도면을 검토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입찰결과 대영건설이 차점으로 떨어졌지만.
위와 같이 설계검토 한 사항을 정리하여 기철이 발주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첫댓글 즐~~~~감!
무혈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