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야…근데….너도 남자라구…이 이불에서 남자냄새 난다?”
“(볼 상기) 뭐? 이 아줌마가 못하는 말이 없네, 정말.”
하면서 씩씩대는 지훈. 이렇게 순진한 놈 놀려먹는거 진짜 재밌다니까~
“당근빠따지. 아줌마가 무서울게 뭐있냐? 크크크”
지훈은 얼굴이 빨개진채로 눈을 아래 위로 희번덕거리더니만 이를 악물고
“그렇게 냄새나고 싫으시면
이불 안 덮으시면 되겠네, 아줌마.”
하면서 이불을 뺏으려 한다.
난 놓칠새라 이불을 다시 꼭 끌어 당기면서
“웃기시네. 누구 맘대로? 내 놔!” 하고 침 튀기면서 소리쳤다.
“웃씨. 그래도 내가 남잔데,
힘으로 날 당해낼 수 있을 거 같애?”
하면서 지훈이 또 이불을 확 끌어당긴다.
나도 질세라
“이……. 씨. 야, 이 싸가지. 빨랑 안 놔?”
하면서 온 몸의 힘을 열라 모아 팍팍 끌어당겼다.
그랬더니 그만, 오, 주여!
이불 뿐 아니라, 그 놈까지 같이 끌어당긴 것이 아닌가?
나도 그대로 벌렁 뒤로 나가자빠져서는…
결국, 출렁이는 커다란 물 침대 위에
둘이 꼭 마주보고 누워 있는 격이 됐다.
시간이 멈췄다.
눈…이….마주쳤다….
더군다나 그 놈 얼굴이 바로 코 앞에 있다.
허거….억… 하면서 난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켰다.
침대가 뭉클하면서 다시 넘어진다.
나도 그렇고 그놈도 그렇고 그렇게 몇번이나 다시 넘어지다가 겨우 일어났다.
둘 다 옷 매무새하며, 머리 꼴 하며….
누가 보면 진짜….한바탕 한(?) 줄 알겠다.
휴우…..참아야 하느니라……침 꿀꺽….
진짜 어색했다.
둘 다 말 없이 그렇게 침만 꼴깍거리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딩동….. 앗! 짱깨……아니 구세주다.
“어….버….벌써 왔나보네…내가 나가서 받을게….”
하고 후다닥 일어나서 1층으로 내려왔다.
밥 먹으면서도 진짜 어색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아무렇지 않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깐 미안했어. 이젠 그만 어색해 해. 응? (짱깨 후루룩, 후루룩.)”
하고 애교를 한 번 떨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짱깨를 나무젓가락으로 깨작거리며
밑을 쳐다본 채로 조용히 얘기한다.
“당신은 맨날 그런 식이야.”
“뭐가?” 후루룩, 후루룩.
“당신은………
진짜 내가 남자로 안보여?”
옷. 이게 또 뭐하자는 플레이야? 에잇, 모르겠다. 능청 ~
“어? 그게 무슨 소리야?” 후루룩, 후루룩.
“…………..”
지훈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한결같은 그녀의 반응.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언제나 사고 쳐놓고, 가슴에 불 질러놓고는 저렇게 모른척한다.
“(힐끔) 얼레리?
왜? 내가 널 남자로 봐 줬으면 좋겠어?” 후루룩 쩝쩝
“아니……뭐……꼭 그렇다기 보다….(변명 변명)”
“(쳐다보며) 올 ~ ~ ! (너, 잘 만났어)
너가 요즘 좀 외로운가 본데…..
이 누나가 그럼, 뽀뽀해줄까? (키득키득)”
“(얼굴 상기)뭐? ”
“키득키득. 에이, 진짜 아깝다. (고개 절레 절레)
지금 짜장면 먹는거만 아니면 그냥 화악 덮쳐주는건데. 크크크”
“그런게 뭔 상관이야? ”
하면서 짜증내는 지훈. 무슨 뜻? 해달라는 뜻?
“오 ~ ~ 너……….진짜야?
올…………좋아… 그럼 한 번 이리와 봐.”
하면서 난 벌떡 일어나 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도 깜짝놀라 벌떡 일어나더니 거실쪽으로 슬슬 도망친다.
“왜….왜이래?”
“이리 좀 와 봐, 지훈아..빨랑(게슴츠레)”
하면서 막 쫓아가는데 그는 요리 조리 피하고 도망다닌다.
“왜 이래? 하지마. 하지마. 저리가!”
“크크크. 왜? 외롭다며? ” 드디어 그를 잡았다.
그리고는 옆구리를 막 간지럽혔다.
“어..어….간지러 간지러…..하지마, 하지마..켁 켁 켁”
그러다가 발이걸려 같이 소파에 푹 엎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그의 몸 위에 엎어진 채로 말이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제대로 덮친것이야. 뜨아악….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쥐인짜 어색해 지지….
“크크크크크. 잡았다아……..
이리 와 봐. 누나가 뽀뽀해 줄게……”
하면서 장난으로 그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는 왠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도망가지도, 반항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이다.
그의 검고도 깊은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내 몸이 얼어버렸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말하는 듯했다.
그 눈빛을 본 순간, 난 더 이상 장난칠 수도,
또한 거짓말 할 수도 없었다.
가슴이 고동쳐서 마치 숨이 멎는거 같았다.
그래서 그대로 소파에 반듯이 앉았다.
뭐라도….한마디 해야하는데………
“(외면)……….내가 널 남자로 봤으면, 벌써 갖고 놀다 버렸을거야.
난 그런 사람이니까.
난 누굴 사랑해 본 적도 없고,
내 인생에 사랑이 있을거라 생각해 본 적도 없어”
“왜 그렇게만 생각해? 내 말을 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그가 말한다.
“(말꼬리 자르며) 그러니까 내 말은!
…………아예 그런 복잡한 건 처음부터 시작도 안하겠단 뜻이야.
더군다나 넌 연예인이잖아? 난……….유부녀구.
너한테 민폐끼치는 일은 절대 만들지 않을거야. 걱정마”
하고 차갑게 뱉은 후, 내 방에 뛰어 들어가서 문을 꽝 닫았다.
며칠동안은 그렇게 아무일도 없었다고나 해야할까.
별로 대화도 없었고, 꼭 필요한 말만 하고,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해야하나…
지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꽤 마음의 안정을 찾은거 같았다.
예전과 같이 그를 대할 수 있을거 같았다.
그리고 그도, 가끔 던지는 나의 농담도 이젠 제법 받아치면서
그렇게 우린 친구처럼, 예전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슬슬……그와의 이별여행을 준비할 때가 된 거같다…
“우……..진짜 심심하다……”
이러면서 하루는 텔레비전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으려니까,
네버랜드 선전이 나온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와….저거 재밌겠다.. 야간개장이래. 우리 가자!”
잘 봐, 저기! 테마가 가면무도회라잖아.
가면 쓰고가면되네, 저기에 나온대로.
야……가자…….응?
나 고등학교때 이후론 처음이야. 진짜루…”
“뭐? 우리가 애냐?
그리고 신문에 나고 싶어?”
“야….애들만 가는거 아니야.
학생들도 가구…..가족들도 가구…..친구들, 연인들도 가구…..
그리고.(지훈을 돌아보며)
집주인하고 가정부도 같이가고……그래, 요즘은 (씨익)”
지훈도 그런 시연을 보며 황당하다는 듯이 씨익 웃는다.
그러더니 보고있던 신문을 툭 던지며
“……….좋아, 어차피 나도 요즘 좀 뭔가 변화가 필요했어.
뭐 신선한 자극이랄까…그런거”
“정말? 가는거지? 결정된거지?
와이..와이..와이…”
하면서 시연이 만세를 부르며 거실과 부엌을 왔다갔다 뛰어다닌다.
“이 봐. 마룻바닥 꺼져, 살살 좀 뛰어”
하고 눈을 흘기면서도 지훈은
그렇게 신나하는 시연이 귀여운 듯 바라만 볼 뿐이다.
저녁때에 맞춰, 차를 몰고 나갔다.
다행히 모두들 테마에 맞춰 가면을 쓰거나 쾌걸조로같이 눈만 가리기도 하고
야간개장으로 향하는거 같았다. 잘됐다.
우리도 눈을 가리는 가면을 하나씩 쓰고,
사람들이 걸어가는대로 무작정 같이 걸어갔다.
진짜 오랜만이었다…
많이 바뀐거 같기도하고, 좋아졌구….
또 밤에 오는것도 처음이었다, 사실.
들어가는 입구에서 보니, 현수막에 [엽기노래자랑대회]이라고 씌여있다.
대상은……..옹? 밥통? 전기밥통?
오…….좋겠다….
안 그래도 지훈이네 밥통 쫌 꼬졌던데 우리도 밥통 하나 있음 딱 좋겠다.
“지훈아,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봐”
하고 시연이 잠시 사라진다.
멀뚱히 서서 잠시 기다리는 지훈앞에 잠시후에 나타난 시연.
“잠깐 이리와봐” 하면서 팔을 잡아당긴다.
“왜? 어디가는데?”
“놀이동산 가기전에 잠깐 들를 데가 있어”
하면서 데려간 데는 바로 아까 본 엽기 노래 자랑 대회의 무대다.
뭔 지도 모르고 질질 끌려들어간 지훈.
어쨌든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 하는거야? 여기?
노래자랑대회?
뭘 썰렁하게 이런걸 보냐?
빨랑 가서 다른거나 구경하자.”
하면서 일어서려는 지훈을 시연이 꾹꾹 눌러 다시 앉히면서
“보는게 아니고, 나가는거야. 키킥”
“뭐? 누가? 아줌마가?”
“아니”
“그럼?”
“우리.
나랑……….너..”
“뭐? 미쳤어? ”
“저길 봐”
하고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엔 상품이 전자밥솥이라고 씌여있다.
“그래서?”
“너네 집 밥통 꼬졌거든. 내가 새걸로 바꿔줄게”
출처 [죠이꼬의소설카페]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중편 ]
좋아하는 연예인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기#037
죠이꼬
추천 0
조회 522
06.09.24 22:4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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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어요 +_+ 다음편 기대기대 !
항상 기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ㅋ아줌마~위험해요~~워워~ㅋㅋㅋ슬슬 이별의 시간인가요?ㅠㅠ
배경음악 고르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못말리는 아줌마.. 조용히 못지나가고 꼭... 한건씩 하네요...
마지막까지 아마 그럴것 같습니다. 사고뭉치~
검색에 안나와서 못 읽을 뻔 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쩐 일인지~
쿡쿡. 근데 검색에 나오던데.. 근데요.. 진짜 결말이 궁금하네요.. 여긴 학교구요. 지금 컴터시간이에요. 게임보단 이게 날 것 같아서요.^^
ㅋㅋ 그러셨군요. 검색에 최근에 다시 나오기 시작하네요. 전엔 계속 37편만 안나와서 속상했는데...문의 주신 분도 많구요.
지금은 안나오네요~ 배경음악 못들어서 아쉽습니다~-,-;
클래지콰이의 She is 였습니다. 다른것도 다 알려드릴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