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도 '男女有別'….
잘 생기는 병·치료법 다르다
"性認知醫學" 주목 성호르몬 양·감소 시기 차이 여성,
흡연성 폐암 '남성 3배'; 노년엔 뇌·혈관질환 더 취약.남자에게 잘 생기는 병, 여자에게 잘 생기는 병이 다르고, 같은 병이라도 남녀별로 치료효과가 다르다는 연구결과 나오면서 성별에 맞게 병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성인지의학(性認知醫學)'의 학문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대 목동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는 "지금껏 의학적으로 인체 연구의 기준은 모두 70㎏의 남성에 맞춰져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유전적 차이는 1%나 된다. 정 교수는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가 1.5%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차이"라고 말했다.
성인지의학을 실용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실험 이후 처음 생겼다.
약 2만 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을 10년간 복용시켰더니 심장마비 위험이44% 줄었다는 1980년대 하버드대 연구가 있었다. 그런데, NIH가 같은 실험을 여성에게 했더니 심장마비 위험 예방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 이후 성인지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급증했고, 우리나라에는 2010년 국내 대학병원에서 처음으로 성인지의학 협진 클리닉이 개설됐다.
남녀 호르몬·위산 분비량 등 차이
남녀별로 질환이 잘 생기는 병, 병의 시기, 양상 등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분당 서울대 병원내분비내과 김경민 교수는 "여성은 성호르몬의 분비량이 감소와 증가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다50세 전후로 거의 다 사라지는 반면, 남성의 경우 성호르몬 분비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주요한 차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르몬은 세포를 증식시키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등 체내에서 다양한 작용을 한다. 위산분비량과 사구체 여과율(콩팥이 일정 시간 내 불순물을 걸러내는 비율) 등에 차이가 있는 것도 영향 요인이다. 여성은 위산분비량과 사구체 여과율 등이 비교적 낮아 약물이 몸 속에서 잘 분해, 배출되지 않아 약물 부작용이 남성의 1.5배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女, 뇌졸중 사망률 높고 치매는 2배
성별로 더 잘 생기는 병, 병이 생기는 시기, 양상 등 다른 점을 알아놓으면, 원인을 피하는 등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흡연에 의한 폐암, 여성이 3배=
여성 흡연자들은 남성 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더 높다.
여성 흡연자의 경우 흡연을 했을 때 특정 유전자(K-ras)가 손상되는데, 이 때문에 담배의 발암 물질을 몸 속에서 희석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 폐암 세포가 눈에 잘 보이는 기도에 생겨 증상이 일찍 생기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폐 주변부에 나타나기 때문에 암이 진행되고 한참 후에 증상이 생긴다는 위험도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여성이 2배=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신경이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잘 생기는데, 정지향 교수는 "성호르몬은 뇌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며 "남성호르몬은 분비량이 서서히 줄며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여성들은 50세 전후로 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끊겨 신경 보호 효과가 크게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뇌졸중, 65세 후 여성이 1.25배=
뇌졸중은 65세 이전에는 남성에게 더 잘 생기지만, 이후에는 여성에게서 1.25배 더 많이 생긴다.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젊었을 때 남성은 흡연이나 술과 같은 생활습관에 의해 혈관이 좁아지면서 뇌졸중이 더 잘 생긴다. 하지만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 혈관을 보호하는 성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혈관질환이 유발,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도 여성(25%)이 남성(14%)의 1.7배다.
성인지의학(性認知醫學)
남녀(男女)에게 잘 생기는 병의 종류나 병이 생기는 시기 등을 구분해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법도 달리해야 한다는 의학 학문 분야.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학문이 정립됐다.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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