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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으며 그 난관을 뚫고 여러 현장을 거치면서 건설인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열심히 일해 왔고 그래서 대영건설이라는 굴지의 회사의 전무라는 자리까지 올라와 다른 건설기술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어느 현장보다도 열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 00도로 건설공사에서 뜻하지 않은 부실 공사가 발생하여 인사 사고까지 낸 죄인이 되어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니 이러한 상태를 만들어 놓은 미지의 운명의 신에 대한 분노와 그것을 극복 못 하는 자신이 무척 한스러운 생각이 든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렇게 국내외로 동분서주하며 뛰었는가?
그렇게 열심히 산 결과가, 회사와 나라를 위해서 일한 결과가 결국 교도소행이란 말인가?
푸른 제복을 입는 순간 나의 정체성은 무너져 버린 것이 아닌가?
건설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그리고 성실한 사회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허무한 생각에 허탈해진다.
책임이 전연 없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아니 근본적으로 일차적인 책임은 자기에게 있지만 그렇게 공기 단축에 반대한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치 논리에 의해 공기를 단축시켜 놓고 그것이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단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거기에 대한 언급은 없고 기철이 그 문제를 거론하면 쓴웃음만 지으며 실상은 제쳐놓고 겉으로 나타난 결과만 가지고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만 떠넘겼다.
내용을 알고 있는 원로 건설인이라는 사람이나 심지어 회사에서도 그 문제에 대하여는 일언반구 없어 00도로 건설 현장에서 난 사고도 흔히 일어나는 건설기술자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일어난 안전사고라고 사회에서 몰매를 때리는 식으로 지탄받고 그 정점에 자기가 있다는 것이 기철을 여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죄를 경감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게 된 동기를 누군가가 이해 준다면 이렇게까지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죄인이 되어 수의를 입었다는 것보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건실하게 걸어온 건설인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수치를 당했다는 것이 기철을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런 날들로 채워진 2년이 가고 형기를 마치고 기철이 출소하던 날
집에서 영희가 아들과 같이 기철을 맞으러 나왔다.
딸애는 집에서 2년간 고생하고 나오는 아빠를 위해 모욕 준비와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영식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
영식을 보는 기철은 마음이 더욱 우울했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자기의 후질 구례 한 모습에 비해 운전기사를 두고 품위 있고 말쑥한 영식의 모습에 주눅이 들기도 했고 지금은 부사장이지만 이제 곧 지금의 사장은 회장으로 올라가고 영식이 사장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얼마 전에 교도소로 면회 온 다른 직원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한때는 같은 대열에서 출세를 다투던 상대는 저만치 훨씬 앞에 달려가고 있는데 자기는 사회의 죄인으로 낙인찍혀 이제는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입장이라는 통한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철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고가 없었다면 영식이 사장이 되면 같이 사장은 못 되더라도 부사장에는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이제 출옥했고 회사에서도 그동안 공로를 인정받아 아직은 전무 자리를 내어 주고 있으니, 회사에 복귀하여 다시 착실히 사회생활을 하면 그런 기회가 오지 않겠냐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생존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2년간의 수인 생활이라는 벽은 그렇게 쉽게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350억 이란 막대한 이익을 회사에 만들어 주고 그 후 생긴 사고로 고생한 사람을 그냥 무시하기가 곤란하여 보아주고 있지만, 회사에 복직하여 다니더라도 범죄자라는 딱지가 모든 경쟁에서 장애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작은 잘못이라도 하면 퇴직이나 심하면 파면당할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철의 처가 출소하는 기철을 맞으러 나온 것을 보고 기철에게 그동안 고생했으니, 건강을 잘 추스르 라는 말을 남기고 영식은 돌아갔다.
돌아가며 영식이 기철의 처에게 회사의 결정이라며 회사에서는 기철에게 3개월 정도 휴가를 인정할 터이니 그동안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과거를 정리하고 다시 회사에 나오라고 했다.
지금 심정이 복잡한 기철에게 여러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기철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 아주머니에게 이야기 한다며
이것도 영식의 배려인지 모른다.
옛 애인의 남편을 간접적으로 망가트려 놓은 것에 대한 간접적인 보상이랄까?
아니 어쩌면 후에 닥칠 아직 기철은 모르는 또 다른 고난에 대한 보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줄 모르는 영희는 회사에 배려에 대하여 감사를 표했고 그 말을 전해 들은 기철은 흐릿한 웃음을 지었다.
집에 도착하자 문밖에 나와 기다리던 딸애가 달려와 아빠의 품에 안기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러는 딸아이를 품에 안으며 기철은 다시 마음이 아팠다.
이제 이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려고 하던 전과자의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닐 것이다.
특히 딸애가 이 사회에서 받을 이런저런 어려움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쓰리다.
그래서 딸애의 손을 잡은 두 손을 한참이나 놓지를 못했다.
그리곤 아들을 불러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처를 돌아보는 기철에 두 눈엔 눈물방울이 맺힌다.
남편의 행동에서 어렴풋이 그 뜻을 이해한 영희는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
“당신은 우리 식구를 위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였으니, 우리에게 조금도 미안해하지 마세요.” 하며 위로를 했고
애들도 우리는 괜찮으니 걱정마시라는 표시로 고개를 가만히 끄떡이며 아빠를 위로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딸애가 아빠를 끌며
“오늘은 아빠가 돌아오신 기쁜 날인데 공연히 내가 울어 아빠의 기분을 망쳤네. 아빠 이제 그만 목욕하시고 이 딸이 그동안 연마한 솜씨로 마련한 조촐한 아빠 환영파티를 받으세요.”하고
아들애도 “아빠 그렇게 하세요.”하고 등을 민다.
애들 때문에 다소 분위기가 고조되어 기철은 목욕탕으로 들어갔고 모녀는 식탁을 차리고 아들애는 아빠의 서재를 정리했다.
모두 자리에 앉은 식탁에서 분위기를 띠우려고 애를 쓰는 애들과 남편과 애들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 처를 보며 기철은 다시 한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출소를 해서 마음을 추수리고 있던 기철에게 영식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한 달쯤 뒤이다.
며칠 후에 검찰이 찾아갈 것이니 당황하지 말고 잘 대처하라는 것이다.
내용인즉 00도로 건설공사 1공구 발주 시 건설회사에서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이 수수되었다는 첩보를 받은 검찰이 그동안 내사를 해오다가 몇 군데 회사에서 그러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었는데 대영도 00도로 건설공사 1공구를 수주하면서 로비를 했고 금품이 수수됐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검찰이 대영건설을 조사하는 과정으로 현장소장이었던 기철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기가 막히고 당황한 기철이 그러한 정황이 있으면 자기에게도 미리 알려주어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든지 하여야지 지금 알려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을 하자
“박전무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생긴 일이라 박전무가 너무 신경써 건강을 해칠 것 같아 안 알려주었어요. 그리고 다른 일은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하였으니 박전무만 잘 대처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니 걱정말고 검찰에게 그런 일 없다고만 진술해요. 어떤 경우라도.”
“박국장은 어찌 됐는데요.”
하고 대영의 첫째이며 가장 큰 로비 대상이었던 박국장에 대하여 물었다.
“박국장은 수사가 있기 전 미리 알았는지 운이 좋아 그렇게 됐는지 2년 해외연수를 가고 없어요. 그 외의 다른 사람들도 회사에서 모두 정리하였으니 걱정말고, 박전무만 잘 넘기면 이번 일은 별일 없을 거예요. 아니 별일 없어요. 내가 장담하죠.”
“아니 그런데 검찰에서 어떻게 그런 정황을 포착했데요?”하고 묻는 기철의 말에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하도자 중 누군가가 술좌석에서 우리 회사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사람이 검찰에 고발한 모양이에요.” 한다.
대영건설에서 00도로 건설공사 1공구 수주를 위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로비를 하였고 로비 시 약속한 사례금으로 수주 후 박국장에게 1억 원을 00도로 건설공사 1공구 현장에서 기철이 만들어 주었다.
약속은 영식이 하고 돈은 00도로 건설공사 1공구 현장에서 기철이 만들어 갖다 준 것이다.
박국장이 기철의 진급에 도움을 주어서 기철이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처럼, 이것도 영식의 제안이다.
이처럼 영식이 의도했든지 아니었든지 영식이 근래에 기철을 위해 한 일은 이상하게 모두 기철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기철이 00도로 건설공사 1공구 현장소장이 된 것도 전무가 된 것도 그 사례로 박국장에게 금품을 전달하게 된 것도
다행이라면 1억 원을 한꺼번에 다 주지 않고 세 달에 걸쳐 세 번으로 나누어 4천 3천 3천만 원을 주었다.
비자금은 믿을 수 있는 하도자 몇 명을 선정하여 물품 대금에서 얼마씩 또 기성금액에서 이삼백씩 몇 회에 나누어 현금으로 만들어 하도자가 직접 기철에게 전달하고 기철도 자기가 직접 박국장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했기 때문에 물적 증거가 거의 없고 복잡하기도 하여 직접 관여한 사람도 몇 달이 지나가면 내용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철만 부인하면 검찰에서 증거를 잡지 못할 것이다.
이점을 영식도 알고 있어 기철에게 그렇게 전화를 한 것이다.
정말로 며칠 후 검찰이 들이닥쳤고 기철은 검찰청으로 끌려갔다.
검찰에서 기철은 영식의 말대로 그런 일이 없다 모른다고 모든 것을 부정했다.
정황을 잡고 있는 검찰이 증거를 잡으려고 끈질기게 어떤 때는 우회적으로 어떤 때는 유도로 어떤 때는 협박적으로 물어오는 모든 질문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그런 일이 없다고, 그런 것 모른다고.
검찰에서는 본사의 장부와 현장의 서류를 압수하여 계좌 추적 및 서류 대조를 하였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소량으로 수 회에 나누어 현금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일이라 증거를 찾지 못했다.
조사를 받으며 기철은 혹 박국장이 잡혀 자백하거나 내용을 잘 아는 하도자 중 누가 고백을 하기 전에는 증거를 잡을 수 없을 것이며 외국으로 몸을 피한 박국장이 잡힐 리가 없고 혹 잡히더라도 모든 것을 부인할 것이고 협력체로 지정된 하도자들도 자기들에게 전연 손해가 없이 처리된 삼사천 만을 위해 대영을 배반하여 다음 하도의 기회를 놓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아니 그것보다도 이 년 간이나 교도소 생활을 한 지금 이제 더 형사적인 벌을 받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기철을 버티게 했는지도 모른다.
기철이 조사를 받는 동안 매일 신문에서는 건설업계 비리라며 검찰의 수사 내용을 대서특필하고 연루된 다른 건설사와 함께 대영겅설과 기철의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렸다,
특히 기철은 00도로 건설공사 1굥구 현장소장으로 있을 때 부실공사로 터널이 붕괴되어 많은 사상자를 냈는데 이번엔 건설업계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조사 15일 만에 결국 무 협의 처리되어 기철은 풀려났고 대영도 정황은 있는데 증거불충분으로 무 협의 처리됐다.
신문에서는 대영건설 무 협의 처리에 검찰의 무능을 질타하는 사설을 실을 정도로 검찰을 비난했다.
무 협의로 검찰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왔지만,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어떻게든 증거를 잡으려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가 증거가 확보되면 위증의 죄가 추가로 적용된다는 협박과 잠을 재우지 않고 하는 조사 회유 등 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시달림을 받은 기철은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 졌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무너진 상태로 집에 돌아오며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안전사고로 징역까지 살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뇌물 수수로 조사를 받고 왔으니 처나, 자식들을 어떻게 대할까? 하는 생각에 집에 가기가 무서워지고 처와 자식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 현장관리도 잘못해서 안전사고나 내고 징역을 산 아빠,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아빠, 똑똑하지 못한 처신으로 가정을 엉망으로 만드는 남편으로 낙인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그런 생각은 처자식을 보기가 민망하고 그래서 어떤 말로도 자신의 처지를 정당화할 수 없을 것 같아 쓸쓸하다
첫댓글 즐~~~~감!
무혈님!
간사합니다.
한결 같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