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가족 22-6, 다녀가길 잘한 것 같아요
“은아, 우리 엄마 아빠한테 전화드려 볼까?”
점심 먹고 샤워하기 전, 햇볕이 드는 은이 집에서 은이에게 묻는다.
“설이잖아. 이번 설은 은이도 선생님도 집에서 보내지만,
그래서 더 부모님 잘 계시는지 안부 전화 챙기면 좋을 것 같아서.
선생님이 전화 걸어서 여쭐 테니까 은이가 옆에서 같이 들을래? 할까?”
몸을 기대어 양반다리로 앉은 은이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추고 웃는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일이 있는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지금 부모님 일이 있으신가 봐. 전화 보면 다시 걸어 주실 테니까 먼저 샤워하고 있을까? 바로 씻을까?”
온열 조명을 켜두어서 훈기가 도는 욕실에서 은이가 샤워한다.
다 씻고 나와 옷을 입는데 반가운 벨이 울린다.
“어! 은아, 엄마 전화 왔다. 선생님이 지금 바로 받아 볼게.” “네, 어머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잘 계시죠? 전화하셨더라고요.”
“네, 다름이 아니라 설이라서 부모님 잘 계시는지 안부 인사드리려고 은이랑 같이 걸었습니다.
지금 은이 옆에 있어요. 샤워하기 전에 걸었는데 이제 막 다 끝내고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우리 은이 잘 지내죠?”
“네, 어머니. 은이 잘 있습니다. 명절이라도 지역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부모님 댁에는 못 다녀왔네요.
아쉽지만 방학하고 바로 다녀와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위안 삼습니다.”
“그러게요. 거창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죠? 구미도 지금 백 명이 넘게 나오네요.
은이 아빠 회사에도 확진자가 나와서 저희도 자가 격리 중입니다.”
“아! 정말요? 두 분 건강은 괜찮으시고요?”
“네, 저희는 괜찮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따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워낙 전체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은이 방학하고 구미 다녀가길 잘한 것 같아요.”
“맞습니다, 어머니. 그때 다녀오지 않았으면 또 한동안 어쩔 수 없이 미뤄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잘 다녀왔습니다. 다시 상황이 나아질 때를 봐서 언제든 또 다녀오면 좋겠고요.”
“맞습니다, 선생님. 다 괜찮아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집에 왔다 가서 은이는 잘 있었나요?”
“방학 내내 식사도 잘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코로나 상황 탓에 복지관 운동재활 수업은 한 번 참석했고, 학교 언어치료 수업도 몇 번 못 갔지만
그래도 때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도록 챙겼습니다. 내일이 벌써 개학이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내일이 개학이라고요? 방학이 금방 가네요.”
십 분 남짓 이어진 통화를 마치고 어머니와 인사한다.
옷 입던 중이라 깔아둔 수건 위에 누워서 듣던 은이가 다시 미소를 보낸다.
은이도 다 안다.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선생님 잘했지? 뭐? 고맙다고? 진짜야?”
은이를 안고 가볍게 흔들며 말한다.
장난스러운 말투를 듣고 이번에는 ‘꺄’ 소리 지르며 아주 크게 웃는다.
평안한 설이 지나간다.
2022년 2월 2일 수요일, 정진호
겨울방학 후 오래 부모님 댁에 다녀온 날, 그날이 위안이 됩니다. 은이도 부모님도 조만간 맘 편히 만날 날을 기다릴 겁니다. 그날이 어서 오기를. 박현진
은이 부모님 자가 격리 중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신아름
그러게요. 예정했던 명절 일정을 바꿔야 해서 아쉽고 송구합니다. 얼마 전 부모님 댁에 다녀온 게 무척 위로가 되고요. 감사합니다. 월평
하은, 가족 22-1, 은이가 보낸 새해 인사
하은, 가족 22-2, 부모님과 미용실
하은, 가족 22-3, 부모님과 신년 계획 의논
하은, 가족 22-4, 사랑하는 우리 막둥이 은아
하은, 가족 22-5, 자주하게 도울 수는 있습니다
첫댓글 "은이도 다 안다.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선생님 잘했지? 뭐? 고맙다고? 진짜야?”
은이를 안고 가볍게 흔들며 말한다.
장난스러운 말투를 듣고 이번에는 ‘꺄’ 소리 지르며 아주 크게 웃는다.
평안한 설이 지나간다."
아, 마음속에 찡-한 무언가가 지나갔어요.
저도 하은 군 도울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럴 때면 다 듣고 있구나 하고 느껴요.
더해서 내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제대로 들어주는 구나 하고 감동해요.
하은 군의 맑은 눈빛과 깊은 침묵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어요.
그래서 더 곁에 가서 말하고 싶은 날이 있어요.
고마워요, 하은 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