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탄터미널에 도착하여, 13번 버스의 사인보드를 찾았다.
터미널 건물을 한바퀴 돌아서야, 13번 버스의 사인보드를 찾아, 사인보드 밑에서 얌전히 버스를 기다렸다.
잠시후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왔으나, 승객들만, 내려놓고는 다시 차를 돌려 옆에 있는 주유소로 가버린다.
엥~!!! 이게 무슨 시스템...!!!
터미널 건너편에 버스들이 세워져있는, 주차장을 보니 13번 버스도 보인다.
그쪽으로 건너가서 버스 안을 살펴보니, 한대의 13번 버스에 여자 검표원이 앉아있는게 보였다.
그 버스에 올라, '쿠치'라고 하니, 나이가 어느정도 들어보이는 여자 검표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이 종점이라 여유있게 앉아 갈 수 있다.
이곳에서 종점인 '쿠치'까지 간 뒤에, '쿠치 터널'을 보기 위해서는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가 출발하고, 검표원이 버스비를 받으러 왔다. 5000동...
호치민시내를 통과 할때 까지는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시내 곳곳의 정류장에 정차한다.
시내를 벗어나자 '쿠치'를 향해 정차없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때... 난 중국에서 건너와 '베트남'을 여행하고, '캄보디아'로 넘어가기 위해, 이 길을 달렸었다.
그때 '묵바이'행 버스에 앉아, '쿠치'를 보면서 다음 여행때 꼭~!!! 와보리라 생각했었다.
여정의 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쿠치'에서 이틀정도 묵으면서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은데...
아쉬움만 남는다... 이 사연많은 곳, '쿠치'를 돌아보면서 달랑 '쿠치터널'만 보고 간다는게...
1시간여를 달려서 버스는 '쿠치'터미널에 나를 내려놓는다.
버스에서 내리자, 오토바이기사들이 서로 다가와 '쿠치'터널을 외친다.
난 모두 거절하고, 터미널을 살폈다. 한편에 76번 버스와 79번 버스가 보인다.
두 버스 모두 두 곳의 각기 다른 '쿠치터널'을 가는 버스이다. 물론 땅속으로는 연결되어있을 것이다.
나는 79번 버스가 정차되어있는 앞으로 걸어갔다. 버스는 비어있는데... 문이 닫혀있다.
아직 출발준비가 되지않은 모양이다. 운전기사나 검표원도 없고, 버스안은 텅 비어있다.
빈 버스앞에 굳게 닫혀있는 문을 열지도 못하고,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은 터미널의 먼지와 햇빛아래 그냥 서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버스 탑승구의 문은 닫혀 있을 뿐이지... 잠겨있는 것 같지도 않다...
난 늘어서있는 줄을 벗어나 터미널 건물의 그늘로 향했다.
그늘에 앉아, 담배를 한대 빼어물고... 꿋꿋하게 줄서 기다리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였다면, 아마 다들 버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좌석에 앉아서 기다렸을 것이다.
저들은 무슨 심정으로 저 빈 버스를 바라보며, 땡볕아래서 저 먼지를 들이마시며, 줄 서있을까...?
담배를 한대 다 피우고나자, 드디어 검표원이 버스가 서있는 곳에 등장하여 문을 열고, 차에 오른다.
그제서야 줄서 기다리던 승객들도 차에 올라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나도 어슬렁거리며, 버스로 향했다.
그랬다. 굳이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충분히 자리를 차지하고 두다리 편하게 앉을수 있다.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자, 맛있게 구워진 바게트 빵 하나가 내 앞에 쑥, 내밀어진다.
짧은 머리에 새까만 얼굴을 한 소년이 한쪽 옆구리에 먹음직한 바게트 빵이 가득담긴 광주리를 안고,
나에게 바게트 빵을 내밀어 보인다.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여, 사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프랑스 놈들이 바게트 빵을 만드는 기술전수 만큼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확실히 해주고 간듯하다...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소년은 한순간의 미련도 없이 뒷좌석으로 간다...
베트남 인들이 변했나...???
한쪽 손목이 없는 아저씨는 자리에 짐을 내려놓고, 차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운다.
이런 모습들은 전혀, 베트남 답지 않다...
2년전만해도, 버스안에서고, 심지어 공항에서도 마음놓고 담배를 피울수 있는 곳 이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말자, 담배를 피워물고, 입국수속을 밟을수 있던 나라가 베트남이였건만...
이제는 이 곳도 흡연에 대한 제약이 많아져... 더이상 흡연자의 천국이라고 소개하기엔 그렇다...
버스가 출발하고, 검표원이 요금을 받는다. 3000vnd...
'쿠치'시내를 벗어나자 '묵바이'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얼마쯤 달리다, 비포장길로 꺽어들어간다.
이제 '쿠치'길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어가는 것이다. 좁은 도로는 우리네의 시골길과 같다.
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띄엄띄엄 집들이 있고, 좁다란 사거리길에는 어김없이 조그만 가게가 있다.
사거리에 자리한 가게는 버스 정류장이 되고, 시내에 나갈 일이 있는 주민들은 가게앞에 모여있다.
이런 모습들은 아직도 우리나라 시골의 한적한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다른 점이라면, 우리나라 도로는 포장이 되어있고... 이곳은 아직도 비포장도로라는 것...
30여분정도를 한적한 시골길을 여유있게 달리니... '쿠치터널'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내가 내리려고하자, 검표원이 아직 아니라고 손을 젓는다. 이번 정류장 말고, 다음에 내리란다.
난 '쿠치터널'이라고 말하자, 검표원은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난 검표원이 시키는데로 그냥 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쿠치터널'입구 표지판 앞에서 현지인 승객만 한명을 내려놓고, 난 그냥 태운체로 출발한다.
'쿠치터널'입구를 앞에두고, 버스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시골길을 달리더니... 나에게 내리란다.
버스에서 내려준 곳은 '쿠치터널'과 함께 있다는 '호치민 기념관'이였다.
도로를 건너 슬금슬금 기념관 안으로 들어섰다. 입장권을 파는 매표소가 없다.
누군가의 여행기에서 읽었듯이 이곳을 먼저 구경하고, 걸어서 '쿠치터널'입구로 가면, 입장료를 받는다.
70.000vnd의 요금은 이곳 '호치민 기념관'과 '쿠치터널'입장요금이 합쳐진 금액이다.
'쿠치터널'입장요금은 55.000vnd이고, '호치민 기념관'입장요금은 15000vnd이다.
원래는 '쿠치터널'과 '호치민 기념관'의 입장요금을 각기 따로 매표소를 두고 운영했었는데...
관광객들이 '쿠치터널'만 찾고, '호치민 기념관'은 찾지를 않자, 운영소측에서 나름대로 꾀를 냈다.
입장요금을 통합해서 '쿠치터널'에서 일괄적으로 받는다.
그리고 버스노선은 아예 들어올때는 '쿠치터널'앞에서 정차를 못하게하고, 모두 '호치민 기념관'으로 보낸다.
그러다보니 '호치민 기념관'을 안 볼 수 없고, 설혹 안본다고 하여도, 요금은 똑같다...
대단하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난 너희들에게 일찍이 알려졌던, 따이한의 후예 아닌가...
너희들이 지금 하고있는 모든 얍삽한 짓거리들의 원조격인 대한민국에서 생존한 관록의 국민인 것이다.
난, '쿠치터널'은 관심없다. 예전에 일일투어 프로그램으로 가본적도 있고, 그 좁다란 땅굴에 별 관심없다.
애초에 '쿠치터널'보다는 '쿠치'라는 곳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쿠치터널'운영소측의 얍삽함 덕분에, 난 공짜로 '호치민 기념관'을 보는구나...
고맙다, 베트남 관광청~!!! 관광객 등치는 베트남인을 등치는 나는야 한국인~~!!! ㅡㅡ;;
'호치민 기념관'은 커다란 베트남식 사찰양식의 건물이다.
앞쪽으로 비각을 세우고, 옆으로 네기둥을 용(龍)이 휘감아 올라가는 모양을 한 10층 탑이 있다.
본 건물의 사방벽에는 베트남의 역사를 묘사한 벽화로 장식을 하고, 안에는 부처상과 기념물이 있다.
대웅전 내부를 촬영하려고하자, 관리인이 제지를 한다.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있단다.
난 대웅전을 나와 뒷쪽으로 갔다. 기념탑이 보이고, 그 뒤로 강이 흐른다.
그쪽으로 걸어내려갔다.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자니... 이강을 따라 가면, '묵바이'가 나올 것 같다.
갑자기 '캄보디아'로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프놈펜에서 하루, 씨엠립에서 3일정도 있다가 돌아갈까...
국경이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국경을 넘어, 또 다른 세계로 가고싶은 욕심이 난다.
'호치민 기념관'을 돌아보고, 다시 버스에서 내렸던 곳으로 걸어나왔다.
두대의 버스가 주차장에 들어와 정차를 하고, 관광객들이 내린다.
난, 식당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버스회사에서 나와, 배차시간을 체크하던, 젊은친구가 나에게 저쪽으로 가야한다고, 손으로 가르킨다.
난, 고개를 가로젓고, 그냥 여기서 버스탄다고 했다. 이 친구 희안하다는 듯 나를 본다.
다시 79번 버스를 타고, '쿠치'시내로 돌아왔다.
음 오늘은 공짜 관광을 알차게 했구나... 점심값을 벌었네...ㅡㅡ;;
터미널에서 '호치민'행 13번 버스를 타기전에
맛있어보이는 '바케트 빵' 한개와 아이스커피를 한잔으로 점심을 때웠다.
짧은 여정이 아니였다면, 이곳에서 하루 묵으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쿠치'구석구석을 보고싶은 생각이다.
내가 모르는... 그들만이 알고있는 곳으로...
'벤탄'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2시가 조금 지나고 있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기 시작하였으니까... 조금더 서두른다면, 오전시간에 다녀올 수 있을 거리이다.
(여행기간 : 2007년10월29일 ~ 11월08일)
'쿠치'의 '호치민 기념관' 입구의 전경
기둥이 용(龍)으로 장식되어있던 베트남 양식의 10층 탑
이곳이 독립전쟁 당시 중요한 지역이였음과 '호치민'의 치적을 기념하는 비석
기념과 본 건물의 모습, 베트남의 전통 사찰 양식의 건물로 대웅전의 모습이다.
기념관 뒷편으로 조성되어진 기념탑과 정원 전경
기념관 뒷편으로 흐르던 강...
저 강을 따라가면, 국경도시 '묵바이'가 나오고, 그 너머가 '캄보디아'이다...
우리네 시골마을 어귀에 자리잡고 그늘을 남겨주던 나무 모습이다
혁명기념탑...
본관 건물의 벽화.. 독립투쟁을 그렸다.
이쪽면은 아마도 '베트남'의 역사를 회화로 표현한듯하다.
copyright(c) 2007 All rights reserved by kjysguy@hotmail.com
첫댓글 님 덕분에 구경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