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밤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제일 무섭고 두려워하던 장소가 가까워 오고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란히 손잡고 떨면서 그러면서도 서로 바깥쪽에서 가지 않으려고 밀치고 야단들이다.
공동묘지가 가까워 올수록 공포는 극에 달하여 머리카락은 쭈뼛쭈뼛 서고
어느 찰나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소리친다. 나직이
"저 아래 논두렁 밑에 하얀 소복을 여인이 왔다 갔다 한다."
고개를 돌려 확인할 새도 없이 모두 기겁을 하고 공포에 질려
걸음아 날 살리라 하고 정신없이 도망치기 바쁘다.
이럴 때 달리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비참할까
돌아보기라도 하면 홀릴세라 감히 돌아보지도 못하고 무조건 동네에 다다를 때까지
숨을 헐떡이며 뛰고 또 뛴다.
길을 나설 땐 언제나 신이 나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늘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는 듯이
그 장소에 오면 어서 이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절로 빨라지기만 한다.
정말 귀신이 있었을까.
그 시절 이야기를 빌자면 귀신들이 무척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다 꾸며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밤이면 강 건너 산밑에 파란 도깨비불이 자주 종종 나타났던 것 같다.
시골은 대게다 그렇듯이 마을이나 학교가 드문드문 떨어져 있다.
그것도 꼭 공동묘지를 사이에 두고 말이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을에서 몇 4킬로쯤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때는 TV 이도 없었고 재미있는 놀이 문화가 별로 없었다.
공부는 하기 싫고 기껏해야 모여서 잡담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가끔 시골에는 무성영화인지 뭔지 흑백 영화가 순회를 돌며 마을에 들어와
며칠씩 상영하곤 했는데
가끔가다 우리 시골에도 그 영화가 들어왔다.
그런 날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나서 동네 젊은 사람들은
구경 갈 생각에 벌써 마음이 들떠 있곤 했다.
초등학교가 있는 그 마을 시장통이나 강변에 하얀 천을 설치해 놓고
그 당시에 유행하던 영화를 보여 주었던 것 같다.
제목이 뭔지 누가 나오는지 기억도 나진 않지만
친구들이 우르르 떼로 몰려 구경을 가니까 덩달아 너도나도 따라나서곤 했다.
돌아올 시간이면 보통 밤 10시쯤, 끝나기가 무섭게 그때부터
몸은 덜덜 떨기 시작하고 집에 어떻게 갈 것인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우리 동네와 초등학교 사이에 그놈의 공동묘지가 우리의 간을 오므라들게 하고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럼에도, 무슨 재미로 늘 따라나서곤 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설날이나 추석에는 어느 동네나 할 것 없이 상품을 내 걸고 노래자랑을 하곤 했는데
어디를 가든 산이 우거져 그런지 금방이라도 산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오직 땅만 바라보며 걸었는데 어떻게 왔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항상 돌아올 땐 친구들이 딴엔 놀래 킨다고 그랬는지
소복한 귀신이 여기 번쩍 저기 번쩍한다고 겁을 주곤 했는데
진짜 귀신이 있었을까 지금도 의문이다.
그땐 무서워 깜짝깜짝 놀래면서도 어째서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는지,
모였다 하면 도깨비가 어떻고, 머리를 풀어헤친 소복한 여인이 어떻고,
밤마다 귀신이야기에 쥐 죽은 듯이 온 신경을 그곳에 귀를 쫑긋 새우고
듣고 또 듣곤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마다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극장가에는 공포영화가 붐을 일으키고
TV 또한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기 위해서
여러 프로에서 여름 특집으로 전설의 고향 등, 공포물을 보여 준다.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국산 영화보단 외국 영화에 심취해 있었다.
지겹고 따분한 애정영화보단 공포와 액션, 그리고 음모와 배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율과 서스펜스, 그런 영화를 좋아했다.
물론 애절하면서도 오랫동안 가슴에 여운이 남는 그런 애정 영화도
좋아했지만 하여튼 재미있다고 소문이 들리면 공포 영화든 뭐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다 보았다.
공포영화도 굉장히 즐겨 보고 좋아했다.
한번은 "버닝."이란 공포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눈을 감고 볼 정도로 소름 끼치고 무서운 영화였다. 재미도 있었고
오죽하면 몇 번씩 보았을까
"어느 날 대학생들이 숲 속 강가에 캠핑을 가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이
그곳에 홀로 살고 있었다.
하루는 장난삼아 잠자고 있는 그 집에 몰래 들어가서 불장난을 했다.
그런데 사소한 불장난이 그만 큰 화재로 번져 집은 홀랑 다 타버리고 그 사람은
큰 화상을 입었다. 병원에 이송되어 몇 달간을 치료는 했지만 너무 심한 화상에
흉측한 몰골로 괴물처럼 변해 버렸다.
거울을 통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미친 듯이 귀성을 지르고 울부짖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살인을 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아주 큰 가위를 구입해서 자신이 살던 그곳으로
돌아와서는 닥치는 대로 그 가위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이야기로,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당시에 함께 했던 문제의 그 대학생 몇몇이 포함한
여러 명이 그 장소에 다시 찾은 데서
자신들이 저질은 과거의 이야기를 빙 둘러앉아 들려준다.
뭔지 모를 공포가 서서히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그 학생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복수의 대상으로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끔찍한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로
가위로 살인하는 그 장면은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영화를 보고 난 후론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장면이 자꾸만 떠오르기도 하고 밤이 되면 꼭 그 괴물이 나 타 날것만 같고
누가 등 뒤에서 자꾸 잡아당기는 듯한 착각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이
잠을 이룰 레야 이룰 수가 없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허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공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또다시 귀신들이 몰려오는 한여름밤이 찾아왔다.
"누구, 저와 함께 공포영화 한 편 보러 가실 분 안 계신 가요?"
"이 히 히 히 히 히."
스파이 웨어청소 한번 하세요. 옛날에는 공포영화 보면서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는데...요즘은 뭐, 특별하게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바람 불고 불 끄지고 이상한 소리나고 이어서 지지리 못 생긴 것이 나타나고.... 한편으로는 분장하면서,촬영하면서 얼마나 우스광스러울까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컴이 이상해요.에디터에 커서가 들어가지 않아요. 다른 시인님컴에도 그렇습니까. 할수 없이 텍스트에 옮깁니다. 그런데 영 그렇네요. 도대체 어디가 잘못 된 것인지..
스파이 웨어청소 한번 하세요. 옛날에는 공포영화 보면서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는데...요즘은 뭐, 특별하게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바람 불고 불 끄지고 이상한 소리나고 이어서 지지리 못 생긴 것이 나타나고.... 한편으로는 분장하면서,촬영하면서 얼마나 우스광스러울까는 생각이 듭니다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장력도 뛰어다시고요. 공포영화 한번 보러 가야겠습니다. 제가 어릴 땐 고놈의 달걀귀신땜에 밤잠을 못잔적이 많았습니다. 어휴- 감사합니다.
공포의 밤을 멋지게 쓴 글에 젖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