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목천
내가자란곳은앞뒷산사이장대를걸쳐빨래를말릴수있는곳으로굽어진강가에버들개지가봄을전해온다. 들판에실낱같은아지랑이가라면발처럼피어오를때는하루해가너무길어허리띠를졸라매고흐르는시냇물로배를채우며저녁때를기다렸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사치스러운 전설 같은 이야기다. 여유가 있을 때 아름다움이 눈에 보인다.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면 새가 울고, 가을이면 골짜기마다 불타오르다가 겨울이면 휑하니 찬 바람이 불어오는 산골이다.
유년시절나는동물농장을구경하며자랐다. 아버지는어려운가정을꾸려가기위해돈되는일은찾았다.
어느해에겨울이채가기도전이른봄병아리를부화시켜추운날씨에방안에가두어길렀다. 방안기온이낮다고초롱불을켜두었더니모두질식사하고말았다.
집안에는늘동물들의울음소리가그칠새가없다. 때가되면일제히내지르는울음소리가화음이된요란한공연이온집안에울려퍼진다.
소, 돼지, 거위, 닭, 토끼, 개, 고양이가한식구다. 이들은제할일이모두있다. 소는농사일을돕는것이주된것같지만매년낳은송아지가살림에큰도움이된다. 돼지가새끼를많이낳을때는열한두마리다. 이때는집안에큰경사가난것처럼온동네사람들의자랑거리다. 새끼를낳을때는집안을청결히하며사립문가에댓가지를걸쳐남들이드나들지못하게했다.
닭장 위에 토끼집을 짓는다. 좁은 집안에 한 식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토끼라는 놈은 새끼를 배고 한 달 만에 순산한다. 내 새끼손가락 크기의 털 하나 없는 바알간 맨살의 어린 것이 꼼지락거릴 때는 징그럽기도 하고 신기하다.
동물도생각이있고나름의지혜가있다고본다. 그러기에사람이옳지못한행동을할때개보다못한인간이라고한다. 각동물의지능지수가다르겠지만임신하여출산하는기일이인간과가장근접한동물이사고지수와나름의지혜가높을것으로여겨진다. 우리집에서기른동물식구중에는소의출산일이가장길다. 집안일을사람의몇몫을하고살림보탬에가장큰도움이된다.
하루는학교에갔다가사립문을들어서니식구들은없고어미소의울음소리가크게들렸다. 마구간으로갔더니얼마나울었던지눈가에눈물자국이흥건하다. 송아지가팔려간것같았다. 한식구처럼다정했던송아지가없으니마음이짠하다.
내가어린시절우리집동물농장을들여다보면모두각기맡은일이있었다. 협동과배려, 공존과상생의원리가톱니바퀴처럼돌았다. 닭은먹이가없을때는모이를챙겨주지만마당에떨어진알곡을버리지않고주워먹는일과시계가없던때에울음소리로시각을알린다. 돼지는집안에서나오는구정물과남긴음식찌꺼기를청소하는일을도맡았다. 하나하나살펴보면고맙지않고사랑스럽지않은놈들이없다.
이제조지오웰의인간동물농장을찾아가보자.
조지오웰은영국식민지였던인도에서태어나이튼학교를나와케임브리지대학에진학할기회가왔지만, 출신신분에맞는직업을얻기위해포기하고 1992년부터 5년간미얀마에서대영제국경찰로근무하다접시닦이, 노동자, 거지등의밑바닥삶을경험하고초등교사생활을하다가노동자들의삶에관한조사활동을하다 1933년첫소설집을내고이후여러소설을내었지만성공을거두지못했다. 1936년스페인내전참가를전후해서민주적사회주의를목표로하고전체주의를적으로규정한뒤 1947년동물농장을출간하여성공한다.
1950년 47세에 폐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인간이경영하는농장에서똑똑한동물인돼지가자신들이힘들고노동을해야하는이유가인간들때문이니인간을몰아내면모든초지와먹이는자신들것이며배불리먹고일할필요도없는살기좋고평화로운세상이온다고선동하여주인을쫓아내고는자신들의세상을만든다. 모두가공평하게살아야하며인간들처럼생활하는것은죄악으로누구도그렇게해서는안된다고한다. 우리들이모두편안하게살고공평하게일을하고어떤문제가생기면해결해줄수있는이가필요하다고합니다. 그럴듯한생각같습니다. 누구하나반대하지않습니다. 나중에보니이런동물들이그자리에앉아서인간들처럼생활을한다. 편안한침대생활과파티와맥주와과일등맛있는음식을먹는다. 이사실을알게된다른동물들이숙덕거리니여러분을지켜주기위해서는어쩔수없는일이라고한다. 그래도잠재워지지않을때는동물회의를합니다. 몸집이큰돼지우두머리옆에이빨이사나운호위무사개들이입을쩍쩍벌리고있습니다. 이안건에반대하는이는손을들라고합니다. 손을들었다가는그날저녁에당장농장에서쫓겨나거나다음날다른동물들눈에띄지않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예전이 좋았다고 하는 동물이 늘어나지만 어느 누가 나서서 대항을 못 하는 세상이 돼버리는 동물농장을 빨리 떠나야 편안한 세상이 온다는 것을 알게 한다. 철책을 부수어 자유를 찾든지 해야 한다. 전체주의가 무서운 것을 깨달아야 인간은 자유를 누리며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글의머리에모든인간은우리의적이며모든동물은우리의동지라고한다. 인간은인간외는그어떤동물의이익에봉사하지않으니인간을믿어서는안된다고합니다.
무서운 전체주의 사상이다.
내유년에아버지의동물농장에함께사는동물들은우리가족이며아버지와어머니, 내가보살펴야했다. 여름어느날저녁때가되어앞산에서소를쳐서몰고오는가파른산길을소들이우르르달려내리다가힘약한우리소가떠밀려낭떠러지에굴러떨어졌다. 소식을듣고달려온아버지, 동네어른들이소를메고집으로와서는손수소의발목에깁스를하고매일어머니께서는똥술을만들어한달포정성으로보살폈더니거뜬하게일어나어른소가되어서는논갈이밭갈이를잘해내는일꾼이되었다.
며칠 전 찾아간 그곳, 이제 그 산골에는 들판 어디에도 소들은 보이지 않고 트랙터 경운기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강남 간 제비도 찾지 않는 그곳이 아직도 내 고향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