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오르간 이야기 6
-오르가니스트의 수다… 오르간 꽁트
파이프오르간 담당자, 수도국으로 발령?
이번 호는 오르간에 얽힌
일화들입니다.
음…, 우리 나라에선 보통 여자가
오르가니스트인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선 대부분 남자들이 오르가니스트입니다. 키가 평균 160cm 정도 되는 동양 여성 연주자가 이 거대한 악기를
다룰 때 보면 탄성이 절로 납니다. 오르간이 클수록 건반수가 많아지는데 4 단 정도 넘어가면 팔이 짧은 연주자는 연주가 힘듭니다. 어떤 선생님은
교회에서 시험 보다가 페달보드 위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르간에 얽힌 이야기 중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 오르간 담당자가 서울시 수도국으로 발령을 받았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죠. 오르간이 파이프로 만들어졌으니
수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발상은 정말 기막힙니다.
교회에선 제단 전면에 오르간을
설치한 경우 오르가니스트들이 신발을 신고 - 다른 교회에선 보통 실내화로 갈아 신고 올라가잖아요? - 단위에 올라가는 것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합니다. 연주를 위한 오르간 구두가 따로 있어요. 또 규모가 큰 오르간들의 경우 파이프 속엔 새가 날아가다 빠지는 경우나 쥐들의 집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특히 쥐는 목재 파이프들을 갉아먹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옛날엔 촛불을 켜고 오르간 연습을 하다가 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기모터가 바람을 만들어 주지만 그 전엔 칼칸트(Kalkant)라고 불리는 바람을 넣어 주는 직업이 있었다고 그래요.
영국의 윈체스터 성당 연주 때는 70 명의 건장한 칼칸트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파이프 오르간이 워낙 고가의
악기이기 때문에 궐련을 좋아한 어떤 음악가는 몰래 파이프실에 있는 파이프를 훔쳤다고도 하는데 정말 큰일날 일이지요. 반면에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매년 졸업생들이 기부금을 모아서 채플실의 오르간 한 랭크(rank·파이프 한 열) 씩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답니다.
요즘엔 문명의 혜택을 오르간도
많이 받아서 연주를 편하게 하는 여러 장치들이 많이 나오는데 십 년 전만 해도 연주를 할 때 소리를 바꿀 때마다 옆에서 보조자가 이리 저리
다니면서 스탑을 넣었다 뺐다 하던 것을 이젠 한쪽에 가만히 서서 단추 하나만 가지고 제때 눌러주기만 하면 됩니다. 또 근래에 설치된 오르간들은
거의 연주대 한쪽에 모니터들을 설치해 놓고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지휘자의 사인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본 것 중에 대구 계산동
성당의 오르간은 제대 옆면에 찬양대석과 2 층 발코니의 오르간이 무척 거리감이 있었는데 - 그것도 오르가니스트는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형태 -
가까이 가서 보니 오르간 오른편에 작은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음악회에 가면 연주자들이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연주를 하잖아요? 그런데 오르간 연주자들은 페달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바지를 입고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는 앞이
트인 드레스 형태로 안엔 바지를 입는 경우가 많죠. 유럽에서는 연주복을 거의 안 입고 연주해요. 오르간 연주는 해질 무렵이면 일상적으로 어느
교회에서나 있고,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들은 모두 편하게 듣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갑니다.
<계속>
/김지리
기자 kuya7275@hanmail.net">kuya727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