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소재한 ‘큰나무집(대표 조갑연)’이 ‘한강이남 최고의 백숙집’이라는 명성은 식당에 들어서면 곧장 알게 된다. 언제나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웃는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 종업원들의 활기찬 움직임은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절로 흥이 날만 하다.
종업원들의 활기는 조 대표의 세심한 배려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조 대표는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에도 많은 힘을 쏟아 왔기 때문이다. 큰나무집 상주 직원만도 어느새 12명에 달한다.
조 대표는 큰나무집에 있는 139개의 압력밥솥이 연신 뱉어내는 수증기 소리가 가장 정겹다. 무더위에 토종닭을 사육하는 농업인들을 위해서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한 마리라도 토종닭을 더 판매하는 것 이라고.
쓰디쓴 실패도 맛봤고 남들이 인정할 만큼 성공한 여성이지만, 조 대표의 욕심은 끝이 없다. 단순히 돈만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다.
“손님들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작은 것이라도 소중하게 여겨 손님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매출증대가 아니라 큰나무집을 토종닭 백숙의 명소로 만드는 것이 제 희망이고 꿈입니다.” 그녀의 포부가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손님들이 빼곡히 줄을 서가며 ‘큰나무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대표를 만나 큰나무집의 숨은 비결을 엿들어 봤다.
입소문만으로 손님이 북적?
“나들이 손님도 있지만 특히 입소문을 타고 일부러 찾아온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특별한 것은 한번 찾은 손님들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것입니다.”
큰나무집은 나들이 왔다가 들르는 손님보다는 도심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입소문에 의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손님들은 갖은 한약재를 넣어 끓여낸 궁중약백숙의 특별한 맛을 보기 위해 줄을 서가며 찾는다. 먹음직스러운 검은 빛에 가까운 암갈색 살점이며, 갖은 정성으로 마련한 밑반찬으로 가득한 한 상을 맞이한 손님들은 곧장 큰나무집 매력에 푹 빠지기 마련이다.
큰나무집은 닭고기 소비의 최대 성수기인 ‘복’ 시즌을 제외하고도 일일 300여명 이상의 손님들이 찾고 있다. ‘복’ 시즌에는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북새통이다.
이 집의 궁중약백숙은 전래되는 중국의 궁중비법에 의해 조리된다. 잘 다듬은 토종닭을 통째로 압력밥솥에 넣고 인삼, 대추, 생강을 기본으로 당기, 청궁 등 별도의 24가지 한약재를 추가해 충분히 약효가 고기의 조직 속으로 스며들게 삶아낸 다음, 손님상에 내기 전 찹쌀, 율무, 녹두, 차수수, 흑임자, 호두, 은행, 잣을 넣어 다시 끓여낸다. 먹을 때는 고기부터 먹는데. 약재를 넣고 끓여 자칫 특유의 냄새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집 백숙에서는 약재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기름기도 적은데다 맛도 담백하면서 깔끔해 여성손님도 많다.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한 고기를 다 먹고 나면 압력밥솥째로 준비된 죽이 나오는데, 죽은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지만 입맛을 잃기 쉬운 초여름의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최고의 재료가 중요하죠!
“모든 식단의 원재료는 되도록 제가 직접 시장을 방문해 구입한다. 원가 절감한다는 명분으로 값싼 재료를 선호했다면 현재 큰나무집은 없었을 것이다. 비싸더라도 원재료만큼은 품질을 따지는 게 원칙이다.”
조갑연 대표는 모든 음식의 맛은 원재료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눈앞에 이익에 눈이 멀어 수입산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다면 그 식당은 장기적으로 손님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라고 장담했다.
조 대표는 매일 새벽 5시에 농산물 시장에 들러 죽을 끓일 때 반드시 필요한 찹쌀부터, 밑반찬에 들어가는 배추, 무 등도 비싸더라도 무농약,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한다. 이 같은 조 사장의 경영철학은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아 대충 농산물 판매했다가는 큰일 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이다.
이런 원재료를 활용해 조 대표가 직접 담근 각종 장아찌 등 밑반찬은 궁중약백숙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때론 방부제와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담근 물김치와 각종 장아찌 등 밑반찬의 맛이 뛰어나 손님들에게 때론 백숙보다 밑반찬이 더 맛있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조 대표는 “수많은 상인들이 토종닭을 50%이상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유혹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값싸다고 흔들리기 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사육농가와 끝까지 가는 것이 철학”이라면서 “손님들을 속여 가며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재래닭 반응 좋아요!
조 대표는 그동안 토종닭을 시장에서 직접 구매했다. 그러나 상인들의 ‘농간’이 도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구매 방법을 찾게 됐다. 믿을 수 있는 사육농가로부터 직접 토종닭을 공급 받는 것이다. 이 때 만난 사람이 배신국 사장(한국토종닭협회 경북도지회장)이다. 연간 50만수 이상 토종닭을 공급하는 배 사장과 계약을 맺으면서 큰나무집은 토종닭 구매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됐다.
그러다 지난 2006년 큰나무집은 기존 토종닭에서 재래닭으로 품종을 교체하는 모험에 나섰다. 당시 배 사장이 축산과학원이 복원한 ‘우리맛닭’으로 토종닭 교체를 추천하면서 큰나무집은 과감하게 품종교체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존 토종닭은 고기맛이 약간 퍽퍽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돼 왔지만, 우리맛닭은 고기 맛이 쫀득하면서 부드러워 아이부터 노인까지 사랑을 듬뿍 받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우리맛닭’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할 수 있었다.
조 대표는 “순수 재래닭이라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면 굉장히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 때문인지 백숙 맛이 더 좋아졌다고 칭찬을 많이 듣게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맛닭을 사육하는 농가들이 부족한 탓인지 1년내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데 애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토종닭산업 구성원
조 대표는 자신 스스로 토종닭산업의 구성원이라 생각한다. 토종닭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사육농가들을 돕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
토종닭협회 경북도지회(지회장 배신국)가 설립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육농가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품질 좋은 토종닭이 생산돼야 큰나무집이 살기 때문입니다. 사육농가들이 생산단계 구성원이라면, 큰나무집은 유통단계 구성원인 셈이죠.” 대다수의 식당 종사자들이 자신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기를 원하는 현실에서 사육농가와 상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조 대표의 철학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