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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Daffodils - William wordsworth
I wonder'd lonelyn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uous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 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위의 시는 英詩이다. '약강격(iambic)음보'의 개념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각운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고, 이를 읽는 즐거움은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성큼 다가갈 만하다.
金樽美酒 千人血 금준미주 천인혈
玉盤嘉肴 萬姓膏 옥반가효 만성고
燭淚落時 民淚落 촉루낙시 민루낙
歌聲高處 怨聲高 가성고처 원성고
그런가 하면 한시는 또 나름대로 '韻母' 개념을 통해 각운의 압축성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영어권역과 한자권역에서는 시문학 창작의 높은 단상을 만들고 그 단상 위에는 '운의 아름다움'이라는 미적 가치로 대중을 참여하게 하는, 화려한 무대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시단은 지반석 없이 세워진 첨탑과 같다. 머리가 좀 굵어진 초등학생도 사랑을 시로 읊을 줄 알고 사춘기 소년·소녀들은 시를 '젊은 시절 감성의 통과의례' 정도로 보며 '젊은 날의 노트'에 '낙서'하는 기분으로 감정을 토해낸다. 물론 다수의 참여와 그에 의한 多作이 부정적인 개념만은 아니며 오히려 희망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시라는 탑은 단상이 없어서 쉽게 만져지는 대신에 그 꼭대기의 부분은 잘 보이지도 않아 많은 시문학도들이 좌절을 경험하며 이는 시인 자신을 '나부랭이'나 '부정적인 묵객'으로 보는 자기비하마저 가져온다. 또한 이러한 현실은 문학교육에도 여과없이 적용되는데 대다수의 중·고등학생들은 국어·문학 과목의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으로 '현대시'를 꼽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주체적 독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현실을 시인과 문학교사에게 모두 지울 수는 없다. 韻文의 음악적인 요소를 다분히 배제한 채 심상과 전언에만 급급한 상태에서는 시를 '향유'하는 계층이 얇아질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시에 대한 주체적 독자는 그 수가 계속 줄어들 것이다.
본론
1.한국어의 韻
일반적으로 한국 시의 음악성은 '韻律論'이 아닌 '律格論'으로 이해된다. 한국어의 통사구조상 '억양에 따른 운율감'은 있을 수 없고 '운모와 성조에 의한 운율감'도 미적 가치로 肉化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마치 우리 시에는 韻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음수율과 음보율의 비중을 드높이는 일은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시인과 독자에게는 '한국어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로 몰아붙이기를 주저하지 않고 문학교육자와 피교육자에게는 '한국어의 구조'라는 엄정한 근거를 제시하여 韻을 다른 나라의 좋은 경치쯤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한편, 우리 시에 음악성이 부족한 것은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겠으나 언어학적인 측면과 통사적인 측면, 즉 시인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발생한다. 흔히 한국어는 알타이어족에 해당하며 알타이어족의 첫째 특징으로는 '膠着性'을 들 수 있다. 어순은 주어(S)+목적어(O)·보어(C)+서술어(V) 의 순이며 각 성분에 붙는 조사와 서술어에 붙는 어미로서 주된 문법기능을 나타내게 된다. 두운과 요운이 상용화되어 미적 가치로 승화되기 어려운 현실(다른 여러 나라의 예처럼)에서 韻은 각운 위주로 형성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말의 통사구조상 각운이라 하면 문장의 종결어미에 귀속되기가 십상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이 시는 부드러운 유성자음과 반어적인 느낌형성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드문 예라 하겠다. 시문학교육의 과정에서 각운을 가르치기
위해 '∼하네'로 끝났다 하여 각운의 형성이라고 버젓이 가르치면 그
학생이 자라나 영시의 절창을 접했을 때 느끼게 되는 인지의 충격만큼 그 감정이 한국시의 폄하에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방안 중 하나를 대중가요에서 찾아보자면 다소 비약이 될까? 서양의 소네트나 우리 나라의 시조에서의 '읊조림'과
랩에서의 '내뱉음'은 유사한 단어다. 특히 美 east rap과 west rap의
차이는 문화적인 차이는 且置하더라도 그 형태와 빠르기 등에서 동편제·서편제 구분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1집에는 여러 랩 곡들이 있지만 '난 알아요'를 영어로 바꿔 부른 Blind love는 서태지라는 대중가수가 랩과 운에 대한 어느 정도의 自覺이 섰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블라인드 러브의 1절은
William Wordsworth의 시를 가사化 했고, 2절은 이와 비슷하게 자문을 얻어 작성하는 열의를 보였다.
BLIND LOVE - 서태지와 아이들 (1집) 1992
1. I once met a lady Girl she was all so fine
and the only thing I wanted was to make her mine
I was all so sweet and all so kind
and like a man whose in love I was all so blind
Cause from the first time I saw her I became obsessed
and the only thing I wanted was her sweet carless
she had the pretties eyes and the smoothest skin
but she left me on the outside trying to get in
2. I thought she really cared so I gave her my heart
(and) when things were looking up she played the part
but when my downs come around the girl skipped town
she left my face to baring a frown
so to all you casinobas out there or who want to be
take it from me Taiji the one and only
love can always be kind
but when a girls all waked love is all so blind
다음은 대중음악평론가 강헌과 서태지의 인터뷰 중 랩 가사에 대한
발화를 발췌한 것이다.
서- 곡을 먼저 쓰고 난 뒤 랩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홍서범, 나미 선배가 그전에 시도해 본 바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말로 랩을 하는 것은 모험에 속했다. 하지만 꼭 우리말로 하고 싶었다. 그렇게 과감히 결정하긴 했지만, 예상대로 굉장히 어려웠다. 발음, 띄어쓰기, 휴지부의 호흡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고,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조금씩 만들어 갔는데 완성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마치고 나서야 아, 되긴 되는 구나,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Blind Love`는 우리 말 작업을 마친 뒤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어 본 것이다.
강- 또 다른 차원에서 충격받은 것은, 열광적인 객석의 아우성을 배경음으로 시작하는, TAIJI를 Talent, Attention, Intellect, Joy,
Identity로 解字하여 거의 자기도취적인 오만이 분출되는 `우리들만의
추억`이라는 노래이다.
서- 랩의 영어부분은 음악선배의 친구가 소개해 준 재미동포 2세인
릴리안 비라는 사람이 썼다.
다음은 서태지와 아이들 2집에 있는 '우리들만의 추억'의 가사이다.
1집의 '블라인드 러브'에서 워즈워드의 시를 차용하고 그에 기반해 2절을 내놓은 것이라면 '우리들만의 추억'은 자체가사를 싣기 위해서
고심한 서태지의 노력이 엿보이며 강헌의 말대로 다소 자만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신선함으로 서태지 자신의 랩과 그 운에 대한
자각을 보여준 예라 하겠다.
우리들만의 추억 ― 서태지와 아이들 (2집) 1993
1. Devastating taiji in the place to be
with ju-no and hyun-suk right beside me
creating the sound to the fullest effect
pumping it hard to gain the respect
art to the truth and truth to the art
coming to you straight from the heart
we're rocking the mike as never before
so to all the freaks in the house move to the dance floor
2. dance to the music and move
move to the sound and groove
to the soft MC's, I'm a lyrical poet
listen to my rhyms and you'll surely know it
a hard hiphopper there is none higher
sucka MC's they call me sire
T to the A to the I to the J to the I...
why... cause we want you to funk
3. T is for the talent that I possess
A is for attention I get from the rest
I is for my intellect, style, and my grace
J is for the joy I bring to my race
I is for identity, visions I see
we'll rock you Till the twenty first century
so united we stand divied we fall
in this year of 93 we're talking it all
서태지가 우리말 랩을 作詞함에 있어서 韻에 대한 자각으로 '시도'를
했다면 그 이후의 이른 바 '랩댄스 가수' 들은 그렇게 힘겹게 만들어
놓은 랩환경을 이용하고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시행착오들은 우리말의 교착성에 따른 다분히 당연한 것이었으며 '우리말은 통사구조상 어미나 조사에 의한 반복과 변증으로
랩을 구현할 수밖에 없다' 라는 고정관념을 낳게 했다. 그러한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우후죽순처럼 나온 랩댄스 그룹들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나온 수많은 랩댄스 그룹과 힙합 그룹들은 과도기적 상황으로 보면 당연스런 사례이고 발전으로 가기 위한 초석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2.랩의 rhyme化
랩의 rhyme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이슈화한 가수가 김진표인 것은 유명하다. 그는 그룹 '패닉'의 일원이었던 시절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라는 곡에서 이미 한국어의 랩化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이후 랩만으로 이루어진 앨범을 최초로 냈다는 상징성을 지니기도 한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 ―패닉(3집) 1998
바다 앞에 내 자신이 너무 작아
흐르는 눈물 두손 주먹쥐고 닦아
많은 꿈을 꾸었는데 이젠 차마
날 보기가 두려워서 그냥 참아
그때 내가 바라보던 것들 아마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눈을 감아
나의 낡은 서랍속의 깊은 바다
이젠 두눈 감고 다시 한번 닫아
이후 김진표는 랩음반으로 솔로앨범을 내게 되는데 실험적 가치가
높은 나머지 말장난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냐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사랑해 그리고 생각해 ― 김진표(1집) 1998
기억나니 처음 만났던 그 자리 오백 일째 오백 송이 그 장미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너의 아파트위 푸른 바다위 우리 둘이
화난 즐거운 목소리 모두 전해준 전화기
마음 많이 상했니 다시 봤니 그 많은 편지와 사진
생각해 봤니 그 많디 많은 우리 기억이 왜 이렇게 되버렸는지
오늘도 난 학교에 간다 ― 김진표(1집) 1998
뭔말인지 응얼응얼 애들 손에 손에 손에 거쳐 다 뜯긴 포르노오
남들 돈에 돈에 돈을 노리는 앞의 주위의 나쁜놈옴
귀에 꽂혀 절대 빠지지 않는 이어포온 어느덧 다가오온
착각 ― 김진표(2집) 1998
지겨워 너무도 싱거워 이젠 같은 일을 되푸 되풀이하는 것도 힘겨워
말만이 거창할 뿐 이유없이 바쁜 아무런 죄 없는 벽만 긁는 것도 며칠 가뿐
마음 아픈 그리고 기분 나뿐 나는 종일 틈만 나면 허~~~ 하품
오늘 무슨 요일인지 대체 몇 일인지 지금 몇 시인지
완전히 깨져 버린 리듬 나에 대한 믿음 애정까지 시든
오늘은 뭔가 틀린 날 무언가 풀릴 날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왠지 무언가 일날 날
준비 준비/해야지/ 안전하게// 할 일 없는/ 티를 벗어/ 완전하게//
저기 옷장 속에 멋진 정장 그리고 만 일을 대비한 지폐 몇 장
어~ 이렇게 너무 정신없이 뛰는 가슴 여기에 살짝 손을 얹어 봤음
별에 별 생각을 하다보니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나 갔음
가까워지는 그녀와의 약속 장소 그녀의 해맑은 나를 향한 환한 미소
생각하며 차 파킹하고 보니 워 허~ 보인다 보여 까만 스타킹
다른 느낌 높아진 코와 조금은 커진 눈에 일단 나만의 말문은 막힘
한편, '서태지가 랩을 대중화시켰다면 조pd는 랩을 전문화시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pd라는 걸출한 가수의 등장은 한국어의 韻에
示唆하는 바가 크다.
나의 라임 연습장 ― 조 pd(2집) 1999
나의 라임 연습장 그렇게 공부를 하면 아마 반장
은 할 걸 반장은 무슨 반장 너나 해 반장
나의 라임 연습장과 mic와 아가씨가 있는 내가 대장
요즘 세상에 hiphop은 그냥 팝
그러니 우리나라 힙합 하는 사람 모두 집합
여전히 후진 음악은 들리지만 그건 모두 좆밥
나의 관심 밖 그렇게 박박 그게 힙합이라 우겨도
못난 여자가 모나리자가 될 수 없듯
근본적으로 다르단 뜻 모르겠니 에이고 쯧쯧
가끔가다 문득 떠오르는 격한 감정이 바로 힙합의 원천이라는 뜻
아리송해 아리송해 아리송해 나의 라임은 아리송해
2U Playa Hataz Ⅲ ― 조pd(3집) 2000
I'm selling rhyme got it?
그런 나로 인한 물갈이 이 새꺄.
니 주둥아리와 니 좆밥 성깔이 개겨봤자 뒤로 가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니?
네게 더는 mini-me는 필요 없어. 보이니?
입가의 비웃음이 그런 corny한 cheezi한 잡지도 많지 그건 휴지
그런 니 색깔이 너무 너무 너무나 단세포 새대가리
꼭 누구 말마따나 유치의 극치 이건 catch 백지 줘봐
더 재밌게 해주지 이제껏 너의 무지를 다 일깨워주지
이리와 봐 가까이 벌려 이빠이
이 칼이 이빨에 걸리지 않도록 날 말리지 않도록
그런 상투적인 말투로 질투말고
화투라도 쳐서 한푼이라도 버는 게
너희들에겐 차라리 나은 life! guide! guide of life!
터진 입이라고 모두 입이 아니라고 마비시킬 나의 랩이 여기 있다고
지껄임이 아니라고
세상에 내 편이 반이라도 목조를 사람은 여전히 반이라고 그러고 돌아서 편이라고
fucker! sucker! 내가 아는 욕 모두 다 섞어! 뱉어!
나 오늘 아니면은 바뻐 똑바로 들어
이 비트는 나의 일터
너희는 헛다리만 짚어 이곳엔 먹구름이 짙어
die mother fucker!
직설적인 단어와 비속어까지 이용하여 운을 만들어 내고 전언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한국어 韻의 가능성을 한층 높인 예라 하겠다.
위대한 탄생 ― 드렁큰 타이거(2집) 2000
붐//
래/브/로/래/브/로/취/
해/봐/보/여/봐/너/에/
그/진/정/한/모/습/을/
흑//
과/백/과/선/과/악/과/
너/와/나/와/그/들/과/
그/것/을/위/하/여/원샷/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그것을 위해
나는 지난 겨울처럼 또 다시 나타나
다가가고 있어 그곳으로 가고있어
라샬락 붐 터지고 있는 나의 슬픔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나의 마음
바라만 보지마 다같이 외쳐봐
사고 팔고 떠도는 너의 영혼을 그들은
아 그 귀신처럼 덤벼보고 되고있어
자존심까지 화장으로 지워버려
차별과 가식으로 너를 묻어버려
타오르는 열망으로 취한 나의 타령
카마카마 카마카마 make a million
파란 하늘 향해 겨뤄 babylon
하늘을 향해 주먹을 질러봐
가위눌리는 현실에서 깨어나고 싶어
나는 나 너는 너 그들을 따라가기 싫어 모두
다 의지를 버리지 말고 앞으로 밀고 나가봐
라일락 향기보다 달콤한 독을 알아봐
마구 입을 놀리는 내 주먹의 맛을 봐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우리인생들
사슬에 묶여 함께 끌려가는 인생들
아무리 외쳐봐도 듣지 않는 그이들
자신의 노예 속 밖에서 뛰어나와서
차가워진 마음 녹여 모두다 다가와 더
타오르는 열망으로 취한 나의 타령
카마카마 카마카마 make a million
파란 하늘 향해 겨뤄 babylon
하늘을 향해 주먹을 질러봐
랩에서의 韻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지 말아야할 그룹이 드렁큰 타이거다. 그들은 인정받는 애드립 랩퍼로 즉석에서 하는 랩에도 rhyme을 꼭 넣는다는 천재적인 韻感의 소유자다. 한시의 운을 맞추듯이 즉석에서 읊조리는 운은 매우 신선하다. '위대한 탄생'을 들어 보면, 가나다라...를 사용한 것 이외에도 도입 후렴구에 rhyme은 한국어의 言衆이 아니었던 이들에게서 나온 것이라고는 이해되기 힘들만큼 한국어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 졌음을 보여준다.
3. 韻과 rhyme
힙합에 있어서 가사(lyrics)는 어찌 보면 비트(beat)보다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MC는 자신이 쓰는 가사로서 실력을 평가받으며(따라서 다른 작사가의 가사에 입을 벙긋거리는 자는 MC일
수 없다), 또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직설적이고 자유롭게
랩을 통해 표현 할 수 있다. 힙합의 가사는 그 라임(rhyme)과 메시지(message)로 특징지어진다. 힙합의 가사는 한편의 시(poetry)이다. 때문에 MC는 때로 시인(poet)으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라임(rhyme)이고, 우리 나라의
"운(韻)"에 해당하는 이 라임이란 요소는 랩에 있어서도 빠질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랩을 하는 것을 rapping, mcing 또는 "rhyming"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MC의 작사실력은 적시 적절하고
절묘한 라임이 사용을 통한 자기 메시지의 전달에 따라 평가된다. 결국 라임이 없는 랩은 랩이 아닌 것이다
댄스음악 중간 중간에 빠른 속도로 내뱉는 것을 랩이라고 알던 것에서, 이제는 웬만한 한국어 랩가사에서도 비록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라임을 찾아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은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업 타운은 기존의 가요와는 차별되는
본토 힙합에 비교적 가까운 곡들을 선보였고, 이현도도 자신의 솔로앨범의 몇 곡에서 힙합 곡들을 시도했으며, 지누션도 한국적인 힙합을 통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김진표는 국내 최초로 랩으로만 구성된
열외앨범을 내놓았고, 특히 그는 자신의 가사에서 라임(rhyme)의 중요성을 강조해 화제를 끌었다. 이후 힙합은 단순히 댄스음악의 중간중간에 가미되는 용구적 성격을 벗고, 독자적 장르로 인식되어 힙합만을 추구하는 가수들이 늘어났고 그들의 음악도 본토의 정통 힙합에
가까워졌을 뿐 아니라 이를 한국적으로 수용하려는 독창적 시도도 활발하다.
오버그라운드에서도 힙합
을 추구하고 제대로 된 힙합을 소개하는 가수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대중적 인기라는 또 하나의 장벽을 가지고 있기에 아무래도 언더그라운드 그룹들만큼 음악적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으나, 주어진
조건에서 본질에 충실한 힙합을 시도한다. 크게 나누어 보면, 주로 교포출신으로 구성되어 미국적 힙합을 하는 사람들과, 힙합을 한국적으로 소화하여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로 나뉘는데, Uptown,
Drunken Tiger 등이 전자이고, 김진표, 조PD, Bobby, 허니, X-Teen등이 후자이다. 지누션과 원타임 같이 매우 한국적이고 대중적인 힙합을 추구하는 그룹들도 있다. 이와 같이 같은 힙합을 하는 가수들끼리도 음악의 스타일이 무척 다른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은 모두 힙합이란 울타리 속에서 결국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 발매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1999 대한민국 앨범이나, Drunken Tiger가
계획하고 있는 Movement앨범에서 이들 래퍼들이 모여 같이 곡 작업을 하는 것에서도 곡 자체에 대한 취향의 차이나 완성도를 떠나 제대로 된 힙합을 하고 이를 대중에게 들려주려는 의도는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힙합의 가사를 라임(rhyme)과 메시지(message)로 보는 견해는 시를
韻(rhyme)과 傳言(message)으로 보는 것과 一脈相通한다. 시에 필수적인 요소가 운(rhyme)이며 랩에 필수적인 요소가 라임이라는 점은
얼마나 잘 들어맞는 운을 배치하느냐가 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처럼 얼마나 라임을 적절히 사용하느냐에 따라 랩퍼와 그 음악에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운에 대한, 랩가사에 대한 메타언어가 나오는 것도 랩퍼들의 고민과 노력에 의한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 rhyme의 발전
대중의 인기를 끄는 음악이 盛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랩을 좋아하고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매니아 층을 이루면서 랩퍼들의 실력은 청취자의 욕구에 비례해서 높아지고 있다. 실력은 flow나 비트를 맞추는 능력 뿐만 아니라 韻을 맞춰 작사하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골목길 ― 양동근(1.5집) 2002
오늘밤에 너무도 캄캄해 You're the international bomb에
아름다움 앞에 무너진 자신감에 난감해
비록 비오는 길목 갈피를 잡지 못하니
기분이구려 Even if you feel bad 기분이구려
이제 올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이제 니 모습이 보일 것 같은데
혼자 있는 이 길이 난 정말 아직도 쓸쓸해
Throw your hands in the air come on every body say
좌우앞뒤 45도 아래위
남녀노소/ do disco/dance with me/yes or no/
미자 옥자 말자 숙자 오늘밤 같이 웃자
check it out you better work it out you know my name is
양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사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 세브리캉 허리케인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바둑이에 돌돌이
위 양동근의 노래에서 밑줄 친 부분은 비록 영어가 끼워지긴 했지만, 문장구조 속에서 두운이 실현됨을 보여준 예이다. 영어가 버젓이 운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신선한 매력은 루바쉬카, 공굴(콘크리트), 나타샤 등의 詩語와 비슷한 정도로(嗜好에 따라, 혹은 반주음악과 리듬에 의해 倍加되어)다가온다.
이번달에 ― DNS(1집) 2002
이것이 인생인가 그것은 약속위반
하지마 더는 그만 내 귀에 진실 말만
이번 달에 얘길 들어볼래
공감 못해 안들어두 돼
앞날이 불투명한 나의 입장에게
시적인 표현 원해 보여줄게
계속해 울어대는 휴대전화진동 Cut Off
유난히 짜증나는 이번 달엔 Back Off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지나 몇 년
성공에 대한생각 이젠 바뀌어 집념
왜일까 주변에서 내게 스트레스
주는 이윤 한가지 오직 한가지
나의 대한 믿음 또 리듬 Uh Rhymes 이지만
시간 지나 착각하고있는 한가지
부러트린 것과 부러진 것의 차이
Figaro Figaro
이번 달 땜에 미치고 미치고
생활이 너무 지치고 지치고
여자친구한테 어쩌구 저쩌구 잔소리만
들리는 건 24시간 7일 365 필요 없는 걸 어디 가든지
Stress에 쫓겨 휜 머리랑 주름살 생겨
이번 달에 피끼피끼 발매 돈 때문에 걱정밖에 안돼
전화기 요금부터 집월세 나의 미래는 신용불량자네
하필 나 이번 달에 바빠 죽겠는데
지금 나 왜 이렇게 짜증나는 건데
사자성어로 살짝 이어갈게
파란만장 어의가 없네
주변의 변화 평지풍파
잘나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머리가 커져서 사오분열
일자무식 그러면 안돼
그녀는 지금현재 난공불락
멋진 한 남자로써 낙장불입
챔피언 ― Psy(3집) 2002
모두의 축제
서로 편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소리 못 지르는 사람 오늘 술래
다같이 빙글빙글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수월래)
함성이 터져 메아리 퍼져
파도 타고 모두에게 퍼져
커져 아름다운 젊음이
갈라져 있던 땅덩어리
둥글게 둥글게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사나인데
가슴 쫙 펴고 화끈하게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이것 보소 남녀노소
좌우로 흔들어
전경과 학생
서로 대립했었지만 나인 같아
고로 열광하고 싶은 마음 같아
오늘 부로 힘을 모아
합세 하나로 합체
모두 힘을 길러 젊음을 질러
자유로운 외침이
저기 높은 하늘을 찔러
소리 질러
우리는 제도권 killer
둥글게 둥글게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사람인데
똑같이 모두 어깨동무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하면서
파벌 없이 성별 없이
앞뒤로 흔들어
DNS나 싸이의 노랫말이 효과를 얻는 것은 실제 노래의 비트와 플로우의 깔끔함에도 있지만 韻의 효과적인 구현과 傳言의 우회적인 표현(조pd에 비해 상당히)으로 무리없이 '들리기' 때문이다. 메타적인 요소도 가지고 있고, 메시지를 '내뱉지' 않고 한번 '돌려 말해'주는 기법은 한국에서 고유한 부류를 이루고 있다.
결론
시를 시답게 하는 요소를 꼽으라면 흔히들 운율(음악성), 심상(회화성), 함축(의미성)을 꼽게 된다. 산문의 대화체와는 다른 韻과 律이 있고, 소설의 묘사와는 다른 이미지의 전개가 있고, 암시보다 애매한 매력이 있는 함축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현대시단이 산만한 이미지의 집중과 전언 일색으로 꾸며져 있다고 해서, 시문학교육이 과도한
이미지 분석과 작품 외적 요소에 따른 '전언 찾아내기'로 치닫는다고
해서 그것이 영시나 한시의 음악적인 요소라고 폄하할 생각은 없다.
'시 정의의 역사가 오류의 역사'이듯이, 시 작품에 대한 혹은 비평적
가치에 대한 우열도 '오류'일 수밖에는 없다.
시 자체가 작가주관적이고 독자주체적인 문학임을 인정한다면 시인과 독자 사이에서 의사소통은 그 탐미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시인이 起寢했어야 하는 시대에는 전언이 아름다움이며 평화로운 시대에는 자유연애가 최상의 가치가 되기도 한다. 散文이 아니라 韻文이라면 음악성이 경시되어서는 안되고, 시인이고 문학교사라면 독자와 피교육자에게 '시의 아름다움이란 이것 뿐이야'라고 틀을 지워서도 안된다. 기표우위 문학으로서 독자들에게 기억될 기표는 선동적인 전언이 될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경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진 말자. 어느 무엇이 높다는 주관적인 판단은 있을 수 있어도 어떤 것은 낮다는 객관적인 叱咤가 불필요함은 자명하다.
새 교과서에는 하덕규의 '가시나무'가 실려 있다. 詩的인 내용의 노랫말로 어필한 이유인데 비유와 상징을 설명하기에 딱딱해 보이는 시보다 훨씬 평이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韻을 설명할 때 국어 문장에서는 힘든 과정이니, '∼하네'로 끝나니 각운이니 하는 말은 집어치우고 유행하는 랩을 한 곡 틀어주면 어떨까?
詩作에 있어서, 文學교육에 있어서 어느 하나 '배제'할 것은 없다. 가능성의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