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알프스는 보은의 구병산에서 시작해 장고개를 거쳐 백두대간으로 들어서서 형제봉~속리산 천황봉(1057m)~문장대~
관음봉~묘봉~상학봉(861m)까지 이어지는 43.9㎞구간에 이르고 있다. 여러 산을 묶어 등산로를 개설한 이 능선은 산세와
연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에 비견될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워 '충북의 알프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중 구병산과 천왕봉에서 문장대까지의 구간은 오래전 등반의 경험이 있으나 경치가 빼어나다는 문장대~관음봉~묘봉~
상학봉~활목고개 부분의 등반은 오래된 숙원이었다. 오래전부터 계획하였으나 그때마다 일들이 생기는 바람에 취소되고
몇년을 벼르고 벼르다 답사라는 명목하에 겨우 다녀오게 되었다.
금요일 12시 퇴근, 일주일 지친몸을 일으키기 힘들어 늦잠으로 실컷 게으름을 피우고나니 좀 몸이 가벼워지는것 같다.
아예 하산 후 1박을 작정하고 떠나다 보니 늦은 출발이라도 마음이 평온하다.
등산지도 챙기지 않은것이 속으로 약간 못마땅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세우기를 여러차례 한지라 머릿속에 지도 입력이
되어있고 충청북도에서 등산로로 개발해 놓은지라 등산로 표기가 잘되어 있을거라는 믿음에 지도 없이도 등반에 지장이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시반 등반의 시작점 두부마을에 도착한다. 점심으로는 약간은 이른시간이지만 두부마을에서 두부를 먹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다. 두부만 넣어서 만든 두부찌게가 왜 고소한 맛이 나는지 모르겠다.계산하면서 식당 주인아주머니에게 산불방제기간인데
어떻게 올라갈수가 있는가하고 물어보니 온천수 흘러내려오는 개천을 따라 쭉 올라가면 감시원의 눈에 띄지 않고 갈수 있다고
하며 방향을 가리켜 준다. 그 방향으로 조금 가니 개천이 나오는데 마을 바로 옆이라 이것이 온천수일까? 좀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올라가는데 역시 감시원과 마주쳤다. 입산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몰랐다는 말을하고
출발점으로 원위치후 다시 돌아 아까 아주머니가 가르켜준 방향으로 쭉 더 전진하니 이제 정말 온천수일것 같다는 개울에
도착하고 개울을 따라 산으로 쭉 올라가는데 뒤에서 차가 올라온다. 아까 마주쳤던 그 감시원이다. "내려가세요" 하는 말에
고분고분 "네" 하며 다시 뒤돌아선다. 하지만 머리속에는 여전히 다른 등산 방법을 찾고 있엇고 아예 하산을 계획했던 곳에서
등산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곳도 분명 다른 감시원이 지키고 있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아예 산고개 하나를 더 넘을 각오를 하고 전혀 다른 곳을 깃점으로
등산 시작을 하려니 12시 40분이다. 등산을 하려고 첫발을 뗀 후 40분이 지나갔다.
없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려니 길을 헤멜 수 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가끔은 이용했을것 같은 희미한
산길이 있고 아직은 나뭇잎이 나지않아서 시야 확보가 멀리까지 되어 주위 산의 형세만 보고도 충분히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다.
특히 등산로에서 한고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등산로가 있을 계곡을 따라 쭉 올라가면 될 것이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다.
어느 덧 산길이지만 포장된 등산로와 만나고 감시원의 눈도 피해 멀찍이 올라왔다. 1시간 넘게 올라가니 북가치라고 생각되는
고갯마루에 도착을 하고 잠깐 숨을 돌린다. 이어 곳 묘봉을 향해 오르는데 바위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은것이 오늘 산행의
난이도를 짐작케한다.
곧이어 밧줄이 나오고 줄잡고 씨름하여 힘을 뺀 후에 묘봉에 도착하니 커다란 바위 너머로 보이는 경치가 아찔하다.
밥을 먹었던 두부마을, 온천수가 나온다는 계곡, 그리고 원래 등산을 했어야 하는 등산로 계곡, 그리고 실제로 돌아 들어온
계곡들을 조망해본다. 가야할길은 역시 예상대로 쉽게 넘볼 수 없는 암봉의 연속일 것이다. 묘봉 내려오는 길은 밧줄에 쇠말뚝에
이런 경험이 많은 나도 오금이 저린다.
바위와 밧줄 없이는 오르내리기 힘들어 산행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위험천만한 곳인데 충청북도에서는 어떻게 이런곳을
등산명소화 하려고 하였을까? 이곳 산 능선이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데 경상북도는 산불방제 기간으로
입산 금지를 하고 있지만 충청북도 쪽에서는 입산이 허용되고 있다. 나는 경상북도 쪽을 산행 기점으로 잡아 그 고생을 했다.
어쨋든 등산로의 난이도로 볼 때 산행 무경험자가 많은 우리 친구들에게는 도저히 단체 산행지로서 추천할 수가 없지 싶다.
그렇지만 남자들이라면 꼭 한번 가 봤으면 한다. 충분히 힘도 있을 뿐더러 바위를 오르내리는 스릴도 재미의 한 부분이니까.
두부마을에 내려오니 6시 정각이다. 산행거리는 얼마되지 않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경치구경하랴 오르락 내리락 발조심
하랴 힘이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추천할 만한 곳이면 숙소 및 여러가지 정보도 알아 볼겸 쉬었다 가겠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
그날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혹 가고 싶은 친구는 나중에 같이 가보자. 개인적으로는 다시 가고픈 산이니까.. 코스를 묘봉에서 문장대 쪽으로 잡는것도
괜챦을 듯 싶고...
묘봉에서 찍은 문장대 쪽 사진 왼쪽 높은 곳이 관음봉으로 보이고 오른쪽 철탑있는 곳이 문장대이다.
올라온 경상북도 측 조망과 묘봉 표지
기꺼이 엉덩이 모델이 되어 준 집사람. 쇠말뚝과 밧줄이 산행이 힘들었음을 대변한다.
묘봉에서 진행 방향인 상학봉 측 암봉들
그냥 찍었다. 이후에 더 멋있는 굴도 있었는데 사진기 밧데리가 다됐다.
내려오는길에 토끼봉으로 추측되는 봉우리
첫댓글 산꾼 다됐네, 언제 같이 한번 유산 가보자, 동기들 불러모아 운장산서 구봉산까지도 괜찮을 듯 !!!
예전에 혼자 구봉산에서 운장산까지 해본적이 있는데 내가 힘들 정도니까 친구들도 코스가 너무 길어서 힘들꺼야.
하지만 유산이라면 괜챦겠다는 생각도 드네..좀 줄여서 운장산에서 칠은리나 구봉산에서 칠은리 정도..
대단하다
뭐가????
산꾼이 아니라 산신령님 이구만 !!!
사진에 친구 모습은 어디 있는겨 각시 보다 친구 모습이 보고싶다ㅇ ㅋㅋㅋ
형근아 한번 추진해봐, 우들 힘들면 대불리쪽 아무데로나 탈출 하면 되지뭐!
방가~~사진속 방뎅이만보인여인네가 형그니마눌님여? 얼굴이안보여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