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걷다가 개옻나무 한 그루 만났습니다.
아기 나무인가 하고 밑동을 살펴 보는데
아주 굵직!
개옻나무 둥치가 이렇게 굵은 건 처음 봅니다.
아주아주 커다란 나무와 완전한 한 몸이 되어 있습니다.
우북한 솔잎을 걷어내고
보아도 나무는 서로 한 몸입니다.
이렇게 살고 있는 연리목은 행복할까요.
마지못해 헤어나지 못 해서 그 자리를 지키느라 힘겹지 않을까요.
아침에 읽은 소설이 생각나네요.
5년 동안 동거를 하고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동거하는 여자와는 헤어지지 못 합니다.
이유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 여자가 어쩐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데...... .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거나....... 할까봐.)
다시 사랑을 쏟게 된 그 여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을 두고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언젠가는 헤어지고 네게로 오겠다는 뜻인데
여자는...... 오래 버티는 여자가 여우가 된다......라고 하며 소설이 끝납니다.
통속적인 내용이지만 사람 사는 일이 통속적이니 언제나 이런 소설이 먹힙니다.
연리목이 된 나무는 행복할까요.
혹시라도 떨쳐내고 싶어 안달이 난 사내의 여자는 아닐까요.
아니면 죽지 못 해 죽을까봐 자살하게 될까봐
딴 여자가 생긴 걸 알고도 침묵하고 있는 진정한 여우가 되려는 여자는 아닐까요.
요즘 충격적인 일들이 이어지고
아들을 군대 보내고...... 또 다른 아픔이 자꾸 가슴팍을 파고 들고.......
그래서 뭇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의 뜻으로만 해석하는 연리목도 다르게 보이는가 봅니다.
첫댓글 소나무와 개옺나무가 서로를 양보하며 자라는 모습 지켜보며 공허한 삶의 아픈일들도 조금은 쓸어내려지길 바랍니다..그런데 벌써 아드님이 군대엘 가셨군요...보고싶으셔서 더 병이 날듯...
자연을 보며 사람 사는 세상을 읽곤 합니다.
사진으로 확신 할 수 없지만.....옻나무가 쓰러져 흙에 덮히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생명 부지하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듯..그렇다고 행복할 까는 미지수...행복이란 마음에 있는 것.
나무 밑동을 따라 내려가봤지만 그냥 딱 붙어 있는 듯했어요. 어떤 연유로 씨앗이 하필이면 저곳으로 날아들었던 거 아닐까 싶네요. 행복은 자기 안에 있는 것...... .
신기하네요. 다른 종자 인데도 같이 살수도 있군요. 감나무 접 붙이는거랑 비슷한가 봅니다. 아들 군대 보내곤 많은 엄마들이 우시던데.. 아마 들꽃님 아드님도 군대에서 잘 지내시고 멋진 남성으로 다시 태어나서 돌아올꺼예요. 내 아들넘도 군대 보내야 철이 들텐데...ㅎ
저런 특이한 모습을 가끔 만나면 되게 신기해요. 개옻나무는 과연 얼마나 더 자랄 수 있을까요...... .
간혹 찾아오는 싸-한 감정.. 찬란하지요. 좋은 일 생겼을 때보다도 더.
간혹.......도 찾아 오지 않는 내 마른 가슴. 그 찬란함을 가끔은 즐기고 싶단 생각마저도...... . 전 마음이 앞서서 늙어버렸나 봐요. ㅜㅜ
지훈이가 군대 갔구나. 잘 해내고 올 거라 믿어. 언제나 늠름하잖아. 근데 무슨 일 있어? 그저께 문자 할 때도 뭔가 있는 듯 했는데... 잘 견디기를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