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시퍼렇게 멍든 어린이들

[박제운]

5일 어린이날 91주년을 맞았지만, 우리나라 아동 인권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총 135건이 발생했으며, 최근 5년간 년 평균 104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일어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학대하다 적발된 원장과 교사에 대해선 최대 10년 동안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부산 수영구의 한 공립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해당 어린이집에서 폭행을 당한 한 아동의 모습. SNS에 급속도로 사진이 퍼지면서 사태가 확산됐다.ⓒ트위터

욕하면 생마늘과 청양고추 강제로 먹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 접수된 2건의 진정사건 조사 도중 충북에 있는 J아동보육시설에서 생활한 4∼18세의 아동 52명이 오래 전부터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렸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권위 조사결과 J시설 원장은 직원을 시켜 아동들을 나무·플라스틱 막대로 체벌하게 했고 욕설을 하는 아이에게 생마늘과 청양 고추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A교사는 다수의 아이를 나무 등으로 체벌하고, B교사는 수차례에 빗자루로 아동을 때리고, C교사는 아이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려 상처를 입힌 사건 등으로 시말서를 쓴 것도 확인됐다.

또한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2부(박철완 부장검사)는 3일 유아를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부산 한 공립 어린이집 원장 민모(40·여)씨와 교사 김모(32·여)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민 원장은 지난해 11월 초 원장실에서 윤모(1·여)양의 이마를 엄지손가락으로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고, 그해 12월 초에는 원장실에서 주모(1)군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김씨는 지난달 17일 낮 12시 12분께 교실에서 이모(1·여)양을 밀치고서 얼굴에다가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18일 오후 3시 14분께는 교실에서 안모(1·여)양의 등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려친 혐의다.

어린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여교사들은 경찰조사에서 “아이들이 종일 울며 징징대서 짜증이 나 때렸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방송화면 캡처

어린이 인권 인식 부족에서 나온 아동학대

이들 사례처럼 물리적 폭력이 직접적인 아동학대에 속한다면, 어린이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는 간접적인 학대에 속한다. 간접적이지만 그 피해와 후유증은 물리적 폭력 못지 않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영아 유모양의 외할머니 김모(58)씨와 김씨의 지인으로 함께 아이를 키운 하모(39)씨에 대해 아이를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두 사람에게 아이를 맡긴 유양의 어머니 김모(2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양의 어머니인 김씨는 동거남과 생활하던 중 유양을 낳았으나 동거남과 헤어져 집을 나온 뒤 거처가 없게 되자 유양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맡겼다.

어머니 김씨로부터 유양을 위탁받은 외할머니 김씨와 동거인 하씨는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유양을 유기견 6마리와 각종 쓰레기들이 가득한 하씨 소유의 승합차에서 생활하게 방치했다.

신나게 놀고 있는 어린이들ⓒ노원구

아동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지자체 허술한 관리

이처럼 아동에 대한 폭력적 행위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권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인식 미흡과 경제적 요인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과거에 폭력적 체벌은 보육시설에 교사가 부족한 환경에서 쉽게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법으로 여겨졌다”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기 힘든 어린이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인식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폭력에 대해선 “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이 학생이 폭행을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 이미지 때문에 쉬쉬하는 경우도 있다”며 “만약 똑같은 일이 성인이였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도 사회 국성원이자 한 인격체라는 인식이 굉장히 부족한 것”이라며 “아주 여렸을 때부터 인권인식을 갖는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여렸을 때 학대를 당한 경험은 어린이들에게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된다”며 “법제화를 통해 처벌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들 인권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남우영]

힘없는 아이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러한 일들은 사회에서 없어져야 합니다. 아동 폭력에 대한 강한 처벌은 이루어 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