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굿 윌 헌팅>을 다시 봤다. 처음 봤을 때도 제법 심각하게 보았던 영화인데, 여러 가지 계기가 물려 다시 보게 되니, 이 번에는 좀 더 각별한 감동이 밀려들었다. 얼마전 사람들과 만났을 때, 우연찮게 좋아하는 영화 배우 이야기가 나왔었다. L는 마론 브란도와 로버트 드 니로가 좋다고 했고, J는 제러미 아이언스가 좋다 했다. J가 L에게 제레미 아이언스처럼 보호 본능을 어느 정도 일으키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남자는 좀 생각해 볼 일이라며 덧붙였다. 그러자 L도 턱선이 강하고, 마초적 기질이 느껴지는 그네들을 현실에서 만나면 아마도 거부감을 갖게 될 것이 확실하다고, 실제로는 자신은 그런 마초가 싫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둘은, 아마도 이런 것을 두고, 자신들의 '검은 그림자(black shadow)' 투영이 아니겠느냐면서 이론을 적용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줄곧 내가 좋아한 배우가 있다면 누구였나? 누구를 좋아했었나 자문했지만, 그 대답은 늘상 궁할 때 마다 꺼내던 덴젤 워싱턴과 맷 데이먼이었다. 결국 지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것으로 내 대답을 들은 둘은 해석했는데,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열렬하게 좋아한 감정이 아니고, 어느 정도 영화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좋다'고 말을 꺼내놓고서도 내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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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계기로는, 주말에 나눈 대화 준에서 잠시 잊어버렸던 중요한 대목이 바로, '직관'이란 점이 떠올라서였다. 천재와 직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S는 음악의 천재에게 있어서 직감을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은 흔히들, 수학에서의 직관이나 과학적 발견에서의 직관은 인정하지 않고, 직관이란 단어 대신 논리적 천재니, ,IQ 등으로 대치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어려운 문제를 동료들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벤치에 나와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새들과 시간을 보냈다는 예를 들었다. S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수학이나 물리의 발견도 어느 순간 영감처럼 떠오르는 전광석화 같은 직관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그럼 직관의 천재는 타고 나는가? 이 점에 대해 우리의 대답은 '타고 난다'에 합의를 이루었다. 좀 더 심각하게는 직관은 계발될 수 있는가까지 이르렀지만, 그 이야기는 여기에 맞지 않으니, 논외로 한다.
마지막 계기랄 것은, 사실 이 마지막 계기가 가장 직접적인데, 내가 고민해야할 소재, 글 주제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편집자를 만났을 때, 그는 학지사에서 나온 책 한 권을 가방에서 꺼내면서 내게 읽어봐고 했다. '두려움이 학문과 열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이었고, 특히 '가족 관계에서 형성된 두려움과 자기 부정이 인격 형성에 끼친 영향'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나는 책을 사서 보는 사람이므로, 빌려주겠다는 말을 물리치고, 결국 온라인 주문을 했지만, 원서 몇가지와 주문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책은 도착하지 못한 상태이다.(이나마 이 글을 쓰려고 마음 먹고 알게 되었다. 이, 바보. 급한 일인데도, 이렇게 무신경했다니. 너무 논다고 정신 쏙 빠져 지냈더니. 뭐가 일상에서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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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그를 좋아하는가?
우선 나는 고백해야겠다. 대답꺼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누군가 어떤 영화배우가 좋으냐고 물을 때, 덴젤 워싱턴과 맷 데이먼을 꺼냈던 것이 의식적인 답변이 아니었음을, 무의식 깊숙히에서 원초적으로 끌리고 있었음을.
그 증거로 내가 좋아한 사람들의 얼굴형의 유사성에서 드러난다. 생각해 보니 한편으로는 젊은날 내 아버지의 얼굴형(피부색은 다르지만) 과 닮아있고,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성격이나 능력 역시 비슷한 듯 하다. 의식이 강화되고 30대가 되어서 나는 아버지의 스타일에 거부감을 느끼고, 부드럽고 나긋한 성격의 유연한 남자들을 더 좋아했지만, 어쩌면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맷 데이먼 그대로를 좋아하는 것이 속내 깊은 진실이 아니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보았다. 왜 진작 20대 초반에는 이런 남자들과의 만남 자체를 회피했는지 나의 무관심이 오만이고 편견, 세상 보는 얄팍한 시각 때문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2) 경험이 주는 겸허한 지혜
사실 나이가 든다고 지혜롭게 되지 않음은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많이 느끼는 바이고, 개인이 체험할 수 있는 경험치란 인지 능력과 비슷해서, 어느 정도 성장의 한계치가 있는 것 같다. 즉 경험을 하려고 하는 인간이 있고, 극한 상황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배짱이나 용기가 있는 자와 이것 저것 재면서 안전주의, 혹은 보수적 성향을 갖는 인간의 성격이 있다는 의미이거니와, 주어진 운명이나 상황이 각 개개인마다 겪는 경험의 질과 양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정 인생의 통찰력을 얻고 싶다면, 영화나 책, 선인들의 지혜에서 취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다달을 수 없는 경험 그 자체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그것에 대한 영화 속 대화를 그대로 인용해 본다.
(상황은 정신과 의사 숀의 진료실-연구실-에서 윌이 숀이 그린 그림 한 점을 들여다보면서 특유의 해박한 지식과 분석력을 통해 숀이 현재 아내의 상실로 부터 상실감을 느낌을 지적하면서 의사 대 환자로서의 위치적(입장적) 기득권을 빼앗길 수 없어 재간을 부리는 장면이다.)
윌 - 폭풍 속의 항구처럼 위태위태해 보여요. 너무 놀라 혼비백산한 거죠. 어쩜 현실을 피하려고 당신은 정신과 의사가 되엇을지도 몰라요.
숀 - 넌 네가 뭘 지껄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애야. 내가 미술에 대해 물으면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댈껄.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내음이 어떤지 몰라. 또 여자애들에 대해 물으면 네 타입의 여자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 놓겠지. 하지만 여인 옆에서 눈을 뜨는 행복이 뭔지는 모르지. 그리고 넌 상상도 못해. 전우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을 코 앞에서 보는 것이 어떤 건지 넌 몰라.
그리고 한 여인에게 완전히 포로가 되는게 어떤 건지 몰라.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넌 몰라. 죽어 가는 내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실을 지킬 때...... 넌 진정한 상실감이 어떤 것인지 몰라. 타인을 네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몰라. 내 눈에 네가 자신감있고 지적이기 보다, 오만에 가득한 겁쟁이 어린애로 보여. 하지만 넌 누구보다도 천재야. 그런데 그림 한 장을 보고 내 인생을 다 안다는 듯, 내 인생을 잔인하게 난도질 했지.
(3) 진실해 질 수 있는 능력 - 자기긍정
(상황은 정신과 의사 숀의 진료가 몇 차례 진행되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윌을 향해 안타까움을 느낀 숀이, 윌이 솔직해 질 수 없음이 그의 내면에 어린 시절의 학대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과정에서 느꼈던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수치심과, 거절 당하고 또 다시 멸시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임이 연장된 것을 알아보고 해주는 말이다.)
숀 - 넌 고아지.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안다. 그러나 우선은 네 스스로에 대해 말해야 돼. 네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그럼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주마. 넌 네 자신이 어떤 말을 할까 겁내고 있으니까.
윌 - 여자하고도 자봤어요. 전 프로예요. 네, 지난 주에도 데이트를 했는걸요.
숀 - 어땠어? 또 만날거야?
윌 - 몰라요. 전화 안했어요.
숀 - 아무츄어네.
윌 - 작전이죠. 걱정 마세요. 하여간 그 애는 정말 예쁘고 똑똑해요.
숀 - 그럼 전화해.
윌 - 왜요? 그러다 똑똑치도 않고 재미없는 여자란 걸 알게 되면요? 지금 그대로가 완전해요.
숀 - 반대로 완벽한 네 이미지 망치기 싫어서겠지. 정말 대단한 인생 철학이구나. 평생 그런 식으로 살면 아무도 진실되게 사귈 수 없어. 내 아내는 긴장하면 방귀를 뀌곤 했다. 자면서도 방귀를 뀌었지. 어떤 날은 자기 방귀에 놀라 깨서는 '당신이 뀌었수?'하고 물었지. 나도 당황해서 그렇다고는 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2년이나 됐는데, 그런 기억만 생생해. 멋진 추억이지. 그런 사소한 일들이말야. 제일 그리운 것도 그런 일들이야. 나만이 알고 있는 아내의 그런 사소한 버릇들. 반대로 아내는 나에 대해 그런 사소한 것을 알고 잇?瑁?. 남들은 단점으로 보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야.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셰계로 서고를 끌어들이니까. 너도 완전하지 않아. 기대를 망치게 되서 미안하지만 말이다. 네가 만났다던 그 여자애도 안벽하진 않아. 중요한 건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 하는 거야. 남녀관계란 바로 근 거지.
윌 - 아내를 안 맞났을 때 선생님 생이 어땠을지 생각해 봤어요?
숀 -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면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새삼 감사케 돼.
윌 - 그럼 부인과 만났던 것 후회 안해요?
숀 - 지금 느끼는 이 고통 때문에? 물론 후회하는 일들은 많지만, 아내와 보낸 나날들은 후회하지 않아.
(4) 직관 - 천재 스스로 설명하는 직관이란?
(상황은 벤치에 앉아 유기화학을 공부하고 있는 여자친구 스카일라를 바라보던 윌이 심심해한다.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나서자, 스카일라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거절한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윌이야 말로 어떻게 그리도 쉽게 어려운 문제를 그토록 쉽게 이해하는지를 묻는 대목이다.)
스카일라 - 이 문제는 누구에게도 어려워. 그런데 넌 너무 쉽게 이해해. 네 머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겠어.
윌 - 너 피아노 칠 줄 아니?
스카일라 - 아니 지금 난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냐.
윌 - 그래. 나도 지금 그 설명을 하려는 거야. 그럼 넌 피아노를 보면 모차르트가 생각나지?
스카일라 - 아니, 젓가락 행진곡
윌 - 좋아, 베토벤이 생각났다고 하자. 베토베은 피아노를 보면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생각했을거야.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는 피아노를 보면 음악이 떠올랐을 거야. 그렇지만 난 그림도 못 그리고 피아노는 못치지.
스카일라 - 하지만 넌 유기화학 문제를 보고 한 시간 만에 풀었잖아.
윌 - 그런거라면 생각 없이도 할 수 있어. 굳이 설명하자면 그래.
(5) 두려움 이겨내는 자만이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이 상황은 하버드를 마치고 버클리로 의과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예정된 스카일라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다, 윌에게 함꼐 버클리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윌로 부터 거절을 당한 부분이다. 윌이 상당 부분 거짓으로 자신의 처지를 가려온 것을 알고 있던 스카일라는 윌이 마음을 닫고 소심하게 행동하는 것이 두려움이란 것을 꿰뚫어 본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뒷걸음치고 수동공격적이 된 윌에게 스카일라가 조금 화가 나서 몰아부치는 대목이다)
스카일라 - 넌 왜 돈에 그리 집착해? 내 1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유산을 상속 받았어. 아침이면 눈을 뜰 때마다 가능하다면 그 돈을 돌려주고 싶었어. 당장이라도 아버지와 단 하루라도 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말이야. 어쨌든 그게 내 운명이라 감내하고 있어. 두려워하는 건 자기면서 괜히 내게 퍼붓지마!
윌 - 내가? 내가 뭘 두려워해?
스카일라 - 날 두려워하잖아. 내가 널 사랑해주지 않을까봐서. 나도 두려워. 하지만 노력해보고 싶어. 적어도 자기한텐 정직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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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혼의 동반자 - 멘토
(상황 - 윌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키우려고 하는 제리 교수가 알선해준 연구소 면접에 자신의 친구를 대신 보내고 사라졌던 윌이, 제리 교소와 션이 말다툼을 하던 상황에 나타난다. 그리고 제리 교수가 자리를 비켜주자, 숀과 윌 사이에 이어지는 대사들)
션 - 넌 영혼의 동반자가 있니?
윌 - 있어요. 니체, 소크라테스, 로크,......
숀 - 모두가 고인이잖아.
윌 - 제겐 아니예요.
숀 - 하지만 대화를 할 수 없잖니. 서로 교감할 수가 없잖아. 네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평생 그런 친구는 사귀지 못해. 넌 너무 부정적이야. 윌 날 똑바로 보고 말해. 넌 뭘 하고 싶니? 넌 누구한테나 지껄이지. 간단한 질문에도 정직한 대답을 못하지. 왜냐하면 너는 진정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7)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 한 인간에게 타인과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힘
제리 교수와 숀이 윌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숀은 천재성만으로 몰아부치는 제리의 태도가 윌에게는 맞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주며, 애정결핍이야 말로, 제리로 하여금 현재까지 현실을 회피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도록 스스로를 몰고간 것임을 말한다.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꼭 필요한 말은, 아무리 흉한 일이 있었더라도, 이들에게는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학대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윌의 무의식 속을 헤치고 들어간 숀은 윌이 그토록 듣고 싶지만, 듣는 것이 부담되고 두려웠던 말,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를 수도 없이 거듭하며 윌로 하여금, 안도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윌로 하여금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심어준다.
숀 - 제리. 왜 윌이 현실을 회피하고, 아무도 못 믿을까? 그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이야. 그 애가 어떤 애인줄 아나? 사람들이 자기를 떠나기 전에 멀리 떠나게 만들고 있어. 바로 방어심리라고. 그 때문에 20년이나 외롭게 산애라고..
제리 - 애정 결핍 같은 것인가? 그래서 자네와 내가 그 애를 포기하도록 만들고, 그 여자친구랑도 헤어진거고?
숀 -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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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어>
좋은 영화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니, 역시 좋은 영화 속에는 시공을 초월한 보편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Idaho'를 만든 감독이다. 리버 피닉스를 스타로 만든 감독, 그리고 리버 피닉스를 잃게 된 감독, 만약 리버 피닉스가 오늘날 까지 살아있었더라면, 맷 데이먼은 이 영화에서 주역을 맡았을까? (어쩌면....그러나 리버가 나이가 있으므로, 그대로 맷 데이먼을 기용했을 확률이 크겠지만)
결국 두려움이 여러 면에 있어서 문제이다.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도 자기 안에 두려움이 없어야만 가능한 것이고, 거절당해도 자기의 존재감을 잃지않을 수 있는 자기 확신,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자기긍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한 두려움은 학문에 접근하는데도 큰 걸림돌이 된다. 예컨대 수학에 대한 공포가 그것이다. 몇 번 씩이나 도전해 보지만, 번번이 시간만 버리고 얻는 것이 없어 '나는 수학을 못해.'라고 자포자기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넌 누굴 닮아 그 모양이니?'식이라면 아이는 스스로를 '돌머리'로 낙인찍고 수학공포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떤 문제든지 곰곰히 생각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를 연속하다보면 어느날 부지불식간에 실력이 생겼음을 확인받게 되지 않던가? 그럴 때까지 필요한 것은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느긋한 마음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해보지도 않고, 스스로를 낙인찍어 공부에 소홀해진다. 그러면서 '나는 돌 머리니까. 나는 과외를 받지 않으니까.'하며 외부적인 원인를 만들고 회피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에 두려움을 가진 연인들은 두려움이 앞서 연인 앞에서 퇴행하지 못한다.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윌이 그랬던, 사랑하면서도 연인이 떠나가는 것을 선택하도록 방치하면서 외면적으로는 태연한 척 한다. 이 영화는 윌이 숀이라는 멘토를 통해, 자기를 긍정하게 되고, 자신의 white-shadow를 끌어내는 드라마이다. 윌에게 있어서 black-shadow로 무시무시한 작용을 했던 것은,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해서 부모가 이혼했고, 내가 잘못해서 나는 학대받았고, 나를 알게 되면 스카일라도 떠날거야.'라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자기학대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부터 배워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자기에게 확신을 가져야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 너무 자명한 말 같지만, 실천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