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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으뜸상
초(저)
김지민 (황성초 3-4)
비둘기
8층 이모집
베란다에
자그마하게
둥지를 텃어요
나뭇가지 엉성하게
엮어놓았지만
천재 화가
다빈치처럼
동그란 둥지를 텃어요
동그란 둥지안에
올망졸망한
알도 두개나 낳았지요
이제 곧
우리 가족처럼
네명이 되겠지요
초(고)
첨성대
이정훈 (유림초 4-1)
나는 첨성대입니다.
선덕여왕의 큰 꿈을 안고 태어났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 안에 숨겨진 선덕여왕의 큰 꿈도 모르고 사진찍고 가치있는 문화재, 관광지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약간 쓸쓸하지요. 1400년 전 사람들이 내 위에 올라가 천체 관측을 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때 나는 하늘을 품고 그 뜻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하나의 풍경일 뿐이군요. 사람들이 제 고통과 슬픔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사진 찍는 관광지로만 생각합니다.
계속 내 마음 속 어딘가의 행복 주머니가 터지지 않은 채로 오늘도 하루가 넘어갑니다.
끊이지 않는 사진찍는 소리, 플래시 불빛이 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가 되어 사진소리, 플래시 불빛을 맞는다면 사람들도 내 마음을 알게 될까요?
내가 다시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게 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밤 하늘 별들이 나눠준 이야기와 드넓게 펼쳐진 우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중등
강물
정소영 (선덕여중 1-3)
내가 만약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강물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어디엔가에도 나와 같이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강물은 돌고 돌면서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학교 국어시간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란 시를 배웠다. 그 평화로운 느낌의 시는 강물을 시인의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평온한 마음이 지속되길 바라서 끝없는 강물이 흐른다고 썼는데 난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이 구절에는 어딘가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시 한행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시험 때문에 시를 외우고 한다고 읽는 것에 질렸던 나는 시를 통해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학교 입학 했을 때 국어선생님 한 분이 늘 시를 외우시며 즐겁게 다니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조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강물이 마음을 순환하며 내 정신을 정화시켜 주듯이 나도 모든 사람의 깨끗한 강물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강물이 언제나 모든 사람의 마음의 한 켠에 남아있듯이 나도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강물이 되고 싶다. 내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강물처럼 계속 돌고 돌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달려왔던 길마다 내 흔적이 남을 것이다. 마치 강물처럼.
초(고)
첨성대
이정훈 (유림초 4-1)
나는 첨성대입니다.
선덕여왕의 큰 꿈을 안고 태어났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 안에 숨겨진 선덕여왕의 큰 꿈도 모르고 사진찍고 가치있는 문화재, 관광지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약간 쓸쓸하지요. 1400년 전 사람들이 내 위에 올라가 천체 관측을 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때 나는 하늘을 품고 그 뜻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하나의 풍경일 뿐이군요. 사람들이 제 고통과 슬픔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사진 찍는 관광지로만 생각합니다.
계속 내 마음 속 어딘가의 행복 주머니가 터지지 않은 채로 오늘도 하루가 넘어갑니다.
끊이지 않는 사진찍는 소리, 플래시 불빛이 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가 되어 사진소리, 플래시 불빛을 맞는다면 사람들도 내 마음을 알게 될까요?
내가 다시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게 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밤 하늘 별들이 나눠준 이야기와 드넓게 펼쳐진 우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중등
강물
정소영 (선덕여중 1-3)
내가 만약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강물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어디엔가에도 나와 같이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강물은 돌고 돌면서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학교 국어시간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란 시를 배웠다. 그 평화로운 느낌의 시는 강물을 시인의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평온한 마음이 지속되길 바라서 끝없는 강물이 흐른다고 썼는데 난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이 구절에는 어딘가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시 한행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시험 때문에 시를 외우고 한다고 읽는 것에 질렸던 나는 시를 통해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학교 입학 했을 때 국어선생님 한 분이 늘 시를 외우시며 즐겁게 다니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조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강물이 마음을 순환하며 내 정신을 정화시켜 주듯이 나도 모든 사람의 깨끗한 강물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강물이 언제나 모든 사람의 마음의 한 켠에 남아있듯이 나도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강물이 되고 싶다. 내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강물처럼 계속 돌고 돌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달려왔던 길마다 내 흔적이 남을 것이다. 마치 강물처럼.
초(고)
첨성대
이정훈 (유림초 4-1)
나는 첨성대입니다.
선덕여왕의 큰 꿈을 안고 태어났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 안에 숨겨진 선덕여왕의 큰 꿈도 모르고 사진찍고 가치있는 문화재, 관광지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약간 쓸쓸하지요. 1400년 전 사람들이 내 위에 올라가 천체 관측을 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 때 나는 하늘을 품고 그 뜻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하나의 풍경일 뿐이군요. 사람들이 제 고통과 슬픔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사진 찍는 관광지로만 생각합니다.
계속 내 마음 속 어딘가의 행복 주머니가 터지지 않은 채로 오늘도 하루가 넘어갑니다.
끊이지 않는 사진찍는 소리, 플래시 불빛이 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가 되어 사진소리, 플래시 불빛을 맞는다면 사람들도 내 마음을 알게 될까요?
내가 다시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게 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밤 하늘 별들이 나눠준 이야기와 드넓게 펼쳐진 우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중등
강물
정소영 (선덕여중 1-3)
내가 만약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강물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어디엔가에도 나와 같이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강물은 돌고 돌면서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학교 국어시간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란 시를 배웠다. 그 평화로운 느낌의 시는 강물을 시인의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평온한 마음이 지속되길 바라서 끝없는 강물이 흐른다고 썼는데 난 이 구절이 마음에 들었다. 이 구절에는 어딘가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시 한행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시험 때문에 시를 외우고 한다고 읽는 것에 질렸던 나는 시를 통해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학교 입학 했을 때 국어선생님 한 분이 늘 시를 외우시며 즐겁게 다니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조금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강물이 마음을 순환하며 내 정신을 정화시켜 주듯이 나도 모든 사람의 깨끗한 강물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강물이 언제나 모든 사람의 마음의 한 켠에 남아있듯이 나도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기억하는 특별한 강물이 되고 싶다. 내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강물처럼 계속 돌고 돌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달려왔던 길마다 내 흔적이 남을 것이다. 마치 강물처럼.
고등 으뜸1
까치밥
황효정 (선덕여고 3-6)
도심을 지나 한참을 달려 실개천을 건너고 ‘과연 차가 지나갈 수 있을까?’ 의심스런 좁은 길에 다다르면 작은할머니댁이 보인다. 차에서 내려 작은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린 후, 나는 온동네 개와 닭, 소들에게 먹이를 주러 쏘다녔다. 먹이 주는 일이 지루해지면 실개천에 발을 담그고 놀거나 돌을 뒤집어 숨어있던 물고기들을 잡으며 놀기도 했다. 여느때처럼 소에게 여물을 주고 있는데, 작은할아버지께서 대나무 장대를 주시더니 감따러 가자고 하셨다.
장대는 내 키의 두 배 가량 길고 의외로 무거웠다. 장대 끝은 두 갈래로 나뉘어져있고 그 아래로는 그물망이 달려있었다.
나는 바다에 낚시줄을 던지듯 감나무에다 장대를 걸었다. 장대로 가지를 치자 탐스럽게 달린 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뭉개져버렸다. 작은할아버지가 다가오시더니 “그렇게 따는 게 아니라 장대끝의 틈에다 나무 가지를 걸고 감을 당기는거다. 그러면 그 감이 망에 담기는 거지”하셨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감을 따며 감들을 맛보기도 했다. 나뭇가지 사이 햇살에 눈이 부시고 하늘을 향한 목이 부러질듯 아프긴 했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다.
가지 끝에 남은 대여섯개의 감을 따려는데 작은할아버지께서 “그건 나둬라. 따지말고 두렴.”하고 말하셨다. 할아버지 말씀에 장대를 거두긴 했지만 그 까닭이 궁금해 할아버지께 여쭙자 할아버지가 말해주셨다. “감을 남겨두는건 까치나 까마귀 몫으로 두는거란다. 겨울이 되면 사람뿐아니라 동물들도 힘드니 배려해주는거지.” 나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감탄했다. 그래서 다 따지 않았던거구나! 하고.
그 날 나는 비록 초등학생이라 어렸지만 가르침을 얻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까치와 까마귀에게 먹을 것을 남겨준다하여 ‘까치밥’이라 불리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조상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찮은 짐승이라도 먹을것을 나눠먹으며 상부상조하는 모습에 한편으론 씁쓸함도 들었다. 하늘을 찌를듯한 고층 빌딩과 건물들이 빽빽하게 세워지자 동물들은 갈 곳을 잃었다. 갈 곳 잃은 까치와 동물들. 우리가 조금 더 배려해 줄 순 없을까? 온고지신으로 좋은 풍습은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다. 작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처럼. “그런데 까치밥은 짐승뿐아니라 사람 사는 일에도 그래야 된다. 상부상조하며 서로 돕고 배려해서 말이다.”
고등 으뜸2
까치밥
이수민 (선덕여고 1-4)
내가 자란 곳은 시골이다. 아주 첩첩산중은 아니지만, 새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떠 창문으로 달려가면 고즈넉한 언덕 위에 지키고 선 나뭇가지 끝에서 선잠을 자는 구름을 훔쳐볼 수 있는 곳이다. 찌르릉 찌르릉 녹슨 자전거와 동행해 무수한 알곡의 강을 끼고 달려가면 또 다른 가을이 가슴을 벅차게 했다.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산을 이루는 마을에 도래하게 되는것이다. 어떤 형용사를 나열해야 표현 할 수 있을까! 톡-치면 속이 와르르 쏟아질 듯한 잘 익은 감은, 만개한 벚꽃 보다 더 눈부셨다. 아름다운 곳 이었다.
언젠가 또 한번 찾아간 감나무의 마을에서 감을 수확하는 할아버지의 일손을 거들어 드린 적이 있었다. 몹시 즐거운 작업이였다. 플라스틱 용기를 몇 개나 가득 채우고서야 나무는 부끄러운 모습이 되었다. 이제 다되었다고 말씀하시며 할아버지는 사다리에서 내려오셨다. 그러나 나무에는 아직 감이 남아있었다. 할아버지께서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 따야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할아버지께서는 그 인자한 웃음을 함박 함박 머금으시며, 매년 잊지않고 찾아오는 까치들에게도 잘 익은 단 감을 맛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는 것이였다. 커다란 광주리에 달콤한 과실과, 타는햇살을 가득 담아가는 농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울렁했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그 넉넉한 가을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와 같이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순환했으며, 그 마을의 가을은 여전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높은 가지가 여전히 붉던 작년 가을의 감나무를 보며.
가난한 가지 위에 남아 지친 얼굴로 찾아올 까치를 기다리는 최후의 감, 까치밥. 인정이라 할까 여유를 잃어버린 이 시대에, 이런 따스한 그림을 그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는 사람들을 비난 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경쟁의 연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자신의 몫을 챙기려 하는 모습을 어쩌면 나 또한 타인에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올 가을에도 그 마을의 감나무 꼭대기에 달콤한 향기가 맴돌길 바란다.
일반
고분
오은주 (황성동)
능을 걷고 있으면 씨앗과 껍질이 생각난다. 한적한 시간이 주어지면 걷기를 좋아한다. 호수를 산책하기도 하고, 가벼운 산길을 걷기도 하고, 들판을 걷기도 하고, 고분군을 걷기도한다. 그중 고분을 걷다보면 옛 신라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왕들의 숨소리, 맥박소리를 듣는 듯한 혼돈에 빠지기도 한다. 옛 신라의 씨앗이었을 그분들이 이제는 거북의 등처럼 지은 집 속에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자연이 되었을 것이다. 씨앗에서 껍질이 되기까지 그분들의 수고와 노력 덕택에 오늘의 우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고분을 산책하다 주위를 둘러본다. 가을이 온 누리에 내리고 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부서지는 햇살을 온 산천에 뿌려 가을이 노랗게, 빨갛게, 저마다의 자태를 부각 시키며 익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가장 생각나는 한분이 내 가슴에 가을햇살처럼 따뜻이 다가온다.
우리 가족의 껍질이 되어서 작은 고분을 등에지고 계시는 분이다. 속옷이 정갈하게 비치는 모시 주적삼을 즐겨 입으셨고 중절모자를 쓰고 대갓집 양반처럼 잘 생기셨다. 환하게 웃으시는 시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려서 일찍 아버지를 여윈 나는 시아버님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친정아버지 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길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자상하신 성품과 늘 넉넉하게 베풀어 주시는 사랑이 좋았다. 남편과의 결혼도 시아버지의 인품을 보고 그 분을 닮은 분이라면 믿어도 될 것이라 판단했다.
두 살 아래인 어머님께서 2년 동안 치매라는 모진 병을 앓으시고, 또 몇 달간의 병상에 누워 계실 때도 아버님은 극진한 간호를 해 주시며, 당신의 사랑을 그렇게 몸소 보여 주시며, 자상함을 끝까지 잃지 않으셨다. 돌아가신 뒤 산소도 정성스럽게 손질하시며 어느 여왕의 묘를 가꾸듯 그렇게 지극정성이셨다.
시어머님께서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두해가 넘게 홀로 사셨던 아버님은 무척이나 외롭고 힘드셨을 것이다. 비록 맏이가 아니었고 그 당시 함께 모시고 살 형편이 되지 못했던 말 못할 사정은 있었지만 아흔이 다 되어가는 어른을 혼자 계시게 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그 일이 이래도록 가슴에 못으로 남는 일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추석 전 아버님 어머님 산소를 벌초했다. 일을 하면서 수없이 들리지 않는 속상하게 해 드렸던일, 지혜롭지 못했던 언행들 용서해 달라고 간절히 두 손 모았다. 그래서 일까 흐렸던 하늘이 걷히며,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고분을 걷다가, 옛 신라의 왕부터 현재 우리의 껍질이 되신 작은 무덤속의 양친 부모님까지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하다.
우리 부모님의 산소는 옛 왕의 무덤처럼 화려하고, 거대하지 않다. 하지만 당신들의 정신과 사랑은 지금 우리 가족에게는 소중한 유산으로 가슴에 남는다. 저 고분속의 왕들처럼 훌륭한 씨앗이 되셨고, 껍질로서 영원히 우리 부부의 가슴에, 내 아이의 마음에 살아 계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