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창업의 시대다.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창업활동지수(창업 42개월 미만 신생기업에 종사하는 경제인구의 비율)는 14%로 태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에 비해 한 계단 뛰어오른 수치다. 이렇게 창업 전선으로 뛰어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직장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대변하듯 실업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면서 개인 창업을 대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 창업 전문지의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 10명 가운데 9명이 창업을 생각하거나 계획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취업 대신 창업을 준비중이라고 대답해 최근의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했다.
이처럼 풍부한 예비 창업자군은 향후 창업시장의 활황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창업을 꿈꾸지만 성공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도처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생계형 창업 성공확률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3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수많은 소매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일반 직장인들을 능가하는 수입을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리 주눅부터 들 필요는 없다. 창업을 생각하는 예비 창업자나 성공을 꿈꾸는 기존 사업자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 없어도 본사에서 이미 검증된 노하우를 전수받아 매뉴얼대로 운영하면 되기 때문에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통해 고수입을 올리는 점주들이 좋은 경우다.
지난해 국내 창업시장은 사회 전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마찬가지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점포가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 폐업과 업종 변경이 속출했다.
같은 브랜드를 내걸고 장사를 하면서도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 상권이나 입지조건 등의 변수가 있지만 점주의 경영능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 가운데 최상위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점주들에 대한 취재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유추해볼 수 있다.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점주의 경영능력이 프랜차이즈 창업 성공의 '상수(常數)'라는 것이다.
성공한 가맹점주들은 우선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경쟁력이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을 선택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점포 입지를 선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매출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꾸준한 홍보·판촉활동과 철저한 매장 관리를 통해서만 매출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1등 가맹점포'들의 공통점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 관리, 또 관리하라.
패션주얼리 전문점은 어떤 업종보다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다. '미니골드' 성남신흥역점 김현(33) 점주는 이러한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재고관리가 관건이라고 판단, 본사가 '밀어내는' 제품을 무작정 받기보다는 판매상황을 체크해 완전히 소진할 수 있는 제품 위주로 직접 주문서를 작성해 악성재고를 줄여나갔다.
반찬전문점의 경우도 품질 못지않게 매장관리가 중요하다. '장독대' 서울대입구점 정호기(41) 점주는 창업 초기 손해를 무릅쓰고 당일 소진되지 않는 반찬을 공짜로 나눠줬다.
또 일정 기간 판매되는 절임류 반찬도 매일 디스플레이를 바꿈으로써 고객들에게 신선한 반찬을 판매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 직원은 사업의 동반자다.
외식업의 경우 사업의 성패는 직원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할머니보쌈' 일산화정점 박종만(43) 점주는 “고생은 함께 하고 성과는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는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철저한 교육과 성과에 따른 보상은 직원들이 장기근무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미용업은 특성상 직원들의 이직이 잦은 업종이다. 이는 자칫 단골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전용 헤어숍 '블루클럽' 삼호가든점 정장우(47) 점주 역시 이직이 잦은 헤어디자이너로 골치를 썩이다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직원 문제가 안정되자 매출이 50%나 올랐다.
▷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서비스한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주가가 오르는 것이 바로 고객이다. 소매업에서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고객만족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을 감동시키지 않는다면 단골, 더 나아가 충성고객을 만들지 못한다.
'미스터피자' 역삼점 김대철(36) 점주는 피자에 문제가 있거나 배달시간이 지연되면 몇 번이라도 다시 배달해 고객을 감동시켰다.
'청소대장' 대전서지점 한상민(35) 점주 역시 고객이 요청하면 세 번까지 무료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몇 시간이고 작업을 계속했다.
▷ 튀어야 산다.
프랜차이즈 본사만 1,600여개, 가맹점수가 약 12만개가 넘는 상황에서 남들과 똑같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특히 대중화된 업종과 아이템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맥주전문점 '해리피아' 까치산역점 김종환(61) 점주는 본사가 개발한 이벤트 외에 호텔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호텔식 고급 서비스와 요리 안주를 선보여 젊은 고객들의 깐깐한 요구를 충족시켰다.
참숯닭불구이 전문점 '닭익는 마을' 영등포점 한흥섭(49) 점주는 패밀리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의 마케팅 방식을 도입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할인 쿠폰 제공, 포인트카드제 도입, 영화 티켓 제공, 와인 서비스 등 대기업 뺨치는 마케팅을 실시해 젊은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 투자에 인색하지 마라.
돈이 벌리지 않으면 않는 대로, 장사가 잘 되면 잘 될수록 소홀해지는 것이 바로 투자다. 투자할 돈이 없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거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과감한 투자가 더 큰 수익을 가져온다.
차량외형복원업체인 세계덴트칼라시스템(세덴) 인천심곡점 방희순(33) 점주는 창업 1년도 안돼 8평짜리 점포에서 60평짜리 점포로 확장했다.
직원도 더 뽑고, 장비를 추가로 구입했다. 돈이 들어간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놀부부대찌개' 광명철산점 김학돈(37) 점주 역시 인수한 가게가 노후됐다고 판단, 점포를 리모델링하고 직원을 더 뽑아 24시간 영업을 강화해 매출을 더욱 늘렸다.
10명의 점주 가운데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사람도 있고, 1위는 아니지만 향후 성장성이 가장 기대되는 점주도 포함돼 있다.
업종과 성별, 연령의 차이가 있지만 성공에의 열정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력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점주들은 “소자본 창업자 역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직원을 거느린 '개인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