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위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하늘에서 쏟아내는 햇빛으로 농작물은 더 잘 자라 생육상태가 아주 좋다고 한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모내기를 할 때 가뭄으로 인하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상태로 계속된다면 대풍(大豊)은 예약된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 아침 기상뉴스를 보니 우리 나라로 올라오는 태풍이 밀려서 일본으로 상륙(上陸)한다고 하니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9월말까지는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것이 농민들의 마음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오늘 시골길을 달리며 길옆에 펼쳐진 논에서 풍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벌써 벼의 낟알이 익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곧 노란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되었다. 오랜만에 덕산 온천(溫泉)을 찾아 목욕을 하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덕산을 벗어나 삽교읍으로 접어들며 도로 왼쪽으로 과수원이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카페 '사과나무'로 들어갔다.
사과나무는 사과 과수원 옆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사실 옛 시골집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그렇다고 다 쓰러져 가는 그런 초가집은 아니다. 목재와 황토를 이용하여 집을 지었고 건물 밖에는 시골에서 사용하였던 물건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곳을 가면 마음이 아주 편해진다. 아마 우리들이 옛날 사용하였던 물건들을 만나고 장식물 하나 하나가 억지로 전시를 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모습이 누구에게나 포근함을 주게 한다. 옹기그릇, 등잔, 장군, 그리고 시골에서 사용하던 질그릇이 여기저기 놓여있는데 질서를 가지지 않았지만 무질서하지도 않다.
이 곳은 경영하는 부부는 공방까지 경영하며 실제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카페경영에 전념하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주인은 상당히 인간적이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집의 주된 메뉴는 보리밥과 돈가스(포크커틀릿)인데 손님 대부분은 보리밥을 선호한다. 내가 그 집의 문을 열었을 때 빈자리를 겨우 발견하고 자리를 잡았다. 우리들이 앉은자리 옆에는 게시판이 있는데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쓰여져 있었다. 그 곳에는 사랑의 이야기, 이별의 아픔을, 감사의 말들이 스프링 노트를 찢어서 썼지만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실내의 테이블은 생각보다 모던한 면이 있다. 통나무탁자를 생각할 지 몰라도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테이블과 심플한 의자, 벽에 설치되어있는 수족관이 있어 우리들의 거실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그 곳의 탁자에는 '사과나무'라는 잡지가 놓여 있었는데 그 잡지는 희망과 용기, 사랑이 있는 풍경 등을 소재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 수록되어 있어 식사가 준비되기까지 그 책을 읽었다.
그 집의 주 메뉴인 보리밥이 널리 알려져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를 보니 서울, 경기도, 충북, 심지어는 전북의 번호도 볼 수 있었다. 카페의 문을 연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만큼 널리 홍보가 되어있다고 생각이 된다.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사장이자 종업원인 남자 주인이 늘 중절 모자를 쓰고 물을 제공해준다. 물을 마시며 한지로 만들어진 차림 판을 뒤적이다보면 식사가 돈가스와 보리밥이 주 메뉴임을 알 수 있다.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은 십대의 어린이들, 이십대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70대 노인들도 있어 일반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과나무' 카페는 전원에 위치한 점을 잘 살려나가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진 건물하며 주위의 사과 과수원이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키고 한참 기다리면 그 집에서 만든 쟁반에 여섯 가지의 나물이 준비되어 식탁에 오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들이 흔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인데 시기에 따라 메뉴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콩나물, 취나물, 애호박 볶음, 오이 무침, 신 열무김치, 오이지 그리고 이름을 모를 나물 두어가지가 있었는데 우선 상추를 썰어 넣고 참기름을 가미한 대접이 각자에게 주어지고 손님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나물을 넣고 고추장을 넣은 다음 보리밥을 쏟아 부어 나무로 된 수저로 보리밥을 비비가 시작한다. 밥이 다 비벼질 때쯤 된장찌개가 나오는데 그 맛 또한 보리밥의 맛을 가미해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정말로 맛이 좋아 한번 와서 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단골이 되는데 나도 또한 그런 사람중이 한 사람이 되었다.
동료들과 그 곳에서 보리밥을 먹어 본 후 나는 그 맛에 빠져버렸다. 물론 내가 가서 먹기도 했지만 그 곳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통하여 맛을 전달해주니 나보다 더 그곳을 자주 찾는 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지어본다. 된장찌개로 식사의 마무리를 하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식탁을 말끔하게 치워지고 어느덧 식탁엔 커피 향이 피어오른다.
오천 원에 맛있는 보리밥과 커피가지 마실 수 있으니 정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식사를 한 후 커피를 마시며 전원의 분위기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나무에서 매미소리가 늦은 여름을 수놓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