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을 받은 하얀눈은 더욱 하얗게 보인다.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시다.
태초의 모습이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이른 아침이라 등산로도 한산하다. 이 모든 풍경을 누구와 나누지 않고 나 혼자만의 것이고 싶은 이기심이 찾아온다.
윗세오름 휴게소가 보인다. 어리목에서 출발한지 2시간 정도 된 것 같다.
어리목코스는 처음 1시간 정도가 힘이 든다. 급경사에 지루하리 만치 길게 이어지는 숲터널을 뚫고 나와야 한다.
그 구간만 이겨낸다면 그 보상은 충분하게 받을 수 있다. 탁트인 평원에 백록담 화구벽을 보며 윗세오름까지 평탄하게
이어진다. 순백의 겨울 한라산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는 보너스다.
윗세오름휴게소에서 이미 한라산의 명물이 되어버린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영실코스로 하산을 시작한다.
역시 명품한라산이다.
눈이 조금만 더 쌓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이 정도로도 훌륭하다.
드넓은 선작지왓 벌판에 우뚝 솟아있는 백록담은 시선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내려오는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된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파란하늘에 하얀 눈꽃은 그야말로 색의 조화다. 나뭇가지마다 피어있는 하얀 눈꽃은 마치 녹용같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곳이 이 곳 한라산이 아닌가 싶다.
겨울이 되면 등반객이 많아지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명품한라산. 하찮은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고결함과 순결함이다.
어리목코스로 등산하여 영실코스로 하산하는데 총4시간이 걸렸다. 처음의 힘들었던 몸은 이제 가뿐해 진다.
몸의 모든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그 무엇으로 다시 채워진 느낌이다.
영실휴게소에서 어리목휴게소까지 택시비 15,000원이 들었다. 택시가 휴게소에서 대기하니 만약 어리목에서 출발했
다면 영실로 하산하는게 좋다.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는 정상등반이 통제되어 있고 1700고지 까지만 등반이 가능하
다. 그리고 12시가 되면 입산이 통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