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是我讀(“나는 이렇게 읽었다”의 뜻)
『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역
숲 2007 간, 강남국 읽음
《일리아스》는 1만 5,693행, 24권으로 구성된 책으로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에 의해 BC 900년경 쓰여진 작품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의 원류가 되는 그리스 최대 최고의 민족 대서사시다. 《일리아스》는 도시 트로이의 별명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한 것이며,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10년간에 걸친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 해에 일어난 사건들을 노래한 서사시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아가멤논에게 모욕을 당한 그리스 최고 영웅 아킬레우스가 노하여 싸움에서 손을 떼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리아스》는 그리스인들에겐 오디세이아(Odysseia)와 함께 그리스 민족의 단일성과 영웅적 자질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책은 한미다로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을 낳은 원류라 할 수 있다. 플라톤은 일찍이 이 책을 금서로 할 것을 제안한 바 있고, 유럽 서사시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전 유럽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유럽문학의 효시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럽 문화의 근원이면서 문화적 재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잠깐 저자 호메로스(Homeros, Homer)에 대하여 알아보자. 안타깝게도 저자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없다. 대략 기원전 8세기쯤에 활동했던 것으로 추측할 뿐이며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대체로 이오니아 방언으로 씌어진 점과 두 작품이 방대한 스케일과 형태와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 주제의식 등이 보여주는 공통점들을 고려해 볼 때 시성(詩聖)이란 칭호가 걸맞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한마디로 유럽 문학 최고 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다. 제1권 역병- 아킬레우스의 분노로부터 제24권 몸값을 주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받는 장면까지 그 방대한 스펙터클은 요즘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기시킨다. 또한 이 책의 자랑은 그리스 원전번역의 대가인 천병희역으로 읽는 맛이 새롭다. "내가 지은 시는 한낱 호메로스의 잔치 마당에 떨어진 부스러기에 불과하다." 라고 극찬했단 그리스 비극 시인 아이스퀼로스의 말이 생각난다. 역자의 호메로스를 향한 그의 애착과 사명감은 남다르다. 2000년도 더 먼 고대에 씌어진 글을 번역한다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하지만 그의 번역에 대한 열정은 그 어려운 작품을 아주 가깝고도 친밀하고 또 그리스 원전에 대한 두려움을 벗고 역본이지만 어제 나온 것처럼 그렇게 읽어볼 만한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맛은 새로운 번역이 수반됐을 때문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케케묵은 옛날 투의 번역은 읽는 맛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제목의 뜻을 살펴보자. 일이아스라는 말은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한 것이며,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만학의 아버지였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극찬을 받았고 당시 그리스에서 국민적 서사시로 모든 국민이 암송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은 서양 문화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토대로 유럽의 모든 문학은 하나하나 그 위에 층층이 쌓아 올린 문화적 재산의 근원으로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정신적 근원을 뿌리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구전(口傳)의 힘의 얼마나 컸던 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만도 구전이 되어 전해오던 것을 호메로스라는 시성에 의해 체계적인 글로 수집돼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숱한 구전 설화와도 무엇이 다를까. 얼마나 작품이 좋으면 전해오는 이야기에 이만큼의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지 아련할 따름이다. 좋은 작품은 세월을 뛰어 넘을 뿐만 아니랴 인류의 보고(寶庫)라는 생각이다.
2013. 4. 27 청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