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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오상수
* [새재사랑산악회-166차 산행] 강원도 횡성 <운무산> *
▶ 2016년 7월 17일 (일요일) ◀
* [오늘의 산행지]▶ 한강기맥 운무산(雲霧山) ;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 [산행 코스]▶ 오전 10:30. 내촌입구→ 능현사→ 원시림의 숲길→ 가파른 오름길→ 능선→ 오름길→ <한강기맥> 삼거리→ 안부→ 오름길→ 헬기장(점심식사)→ 안부→ 오름길→ 운무산(980m) 정상→ 원넘이고개 삼거리(하산점)→ 전나무수림→ 계곡 합수점→ 운무산 산장가든→ 오대산샘물 공장 주차장(하산 완료)→ 귀경
* [한강기맥 세 번째 이정표] — 가파르고 험난한 산길, 안개 속의 선경(仙境)
한강기맥 세 번째 이정표에 이르렀다. 운무산 정상까지는 1.49km 남겨둔 지점이다. 여기서부터는 산록의 아래로 쏟아지는, 아주 가파른 비탈로 난 길이었다. 비가 내려 길은 질척거리고 아래로 쏟아지는 산길은 험난했다. 몸의 균형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발길을 내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름길, 크고 작은 각진 돌들이 산길에 깔린 구간이다. 산모롱이를 돌아서 아래로 내려가니 비교적 너른 공간이 있는 안부(鞍部)에 이르렀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감도는 편안한 곳이었다. 맑은 바람결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청량하고 신선한 산의 정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고되기는 하지만 산행은 이래서 참 행복한 여정이다. 비는 가랑비가 되어 내린다. 주위의 나무들은 안개 속에서 환상적인 실루엣으로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다.
안부(鞍部)를 지나고 나니 아주 가파른 오름길이다. 연무에 젖은 산속의 나무들, 각진 돌들이 깔린 산길을 치고 오르니 바윗길이 이어진다. 경사(傾斜)는 가파르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짙은 안개 속의 산길은 천상(天上)으로 통하는 아련한 하늘 길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길 위에 올린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면, 안개 속에 잠긴 활엽수가 신비스럽고, 크고 작은 나무들을 거느리고 있는 키 큰 소나무의 모습이 또한 일품이다. 온갖 나무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어울려 사는 산, 그 중에서 장송(長松)은 그 모습 자체가 어떤 기개(氣槪)를 느끼게 한다. 숨을 몰아쉬며 어기차게 산을 치고 올랐다.
* [오늘의 첫 번째 산행 포인트] — 헬기장에서의 점심식사, 마음을 나누다
드디어 헬기장에 도착했다. 오늘의 첫 번째 산행 포인트, 한강기맥 네 번째 이정표가 서 있다. 먼드래재에서 4.46km, 운무산 정상까지는 0.8km 지점이다. 잔디가 깔린 헬기장 바닥에는 하얀 시멘트 블록으로 착륙장 표지를 해 놓았다. 예정대로 헬기장 한 가운데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를 했다.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내어놓고 환담을 나누며 식사를 했다.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식사를 하는데 큰 불편을 없었다. ‘이슬을 머금고’ 식사를 했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우리 산악회는 함께 하는 식사하는 자리가 마음을 나누는 자리이다.
남정균 회장이 직접 농사지었다는 고추가 한 뼘이 넘는다. 크기에 비해 전혀 맵지가 않아서 ‘아재개그’처럼 싱겁고 허전(?)했다. 그런데 지평 대장이 싱싱한 곰취를 한 웅큼 내놓았다. 귀한 산나물이다. 지난 주 오지(奧地)의 산에 가서 채취해 왔다는 그 야생의 곰취, 쌈장을 살짝 찍어 입어 넣었더니 그 향기가 입안에 가득했다. 본인은 점심 밥을 들지 않으면서도 대원들을 위하여 이렇게 준비해온 것이다. 정성이 고맙다.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통쾌하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나서 보니, 배낭이고 옷가지고 모든 것이 비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은 사실이다. 비오는 날, 비를 맞기로 작정했으니 개의할 것은 없다. 즐거운 식사, 우의(友誼)를 나누는 시간이다.
* [운무산 정상으로 가는 길] — 희귀식물로 보호받는 연분홍 ‘솔나리꽃’,
'이슬을 머금고' 점심식사를 한 후 산행을 계속했다. 산길은 그냥 아래로 쏟아지는 내림길, 울창한 수림(樹林)이 짙은 안개 속에 젖어있고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들이 번들거린다. 우중의 산행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을 차고 오른다. 이제 운무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막바지 가파른 산길이다. 그런데 팍팍한 산길이지만 길가의 풀섶에 하늘거리는 연분홍 꽃 세 송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운무산에서 만나는 귀한 ‘솔나리꽃’이었다. 자연보호종 2급으로 지정된 희귀식물이다. 함부로 채취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민 대장이 말했다. 기다랗게 올라온 꽃대에 가늘게 뻗쳐있는 잎들이 꼭 솔잎은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목을 쭉 뽑아 올린 대궁 위에 핀, 맑은 연분홍 꽃잎은 동그랗게 360도 뒤로 젖히고 있고, 꽃잎 한 가운데서 나온 긴 꽃술 끝에, 노란 꽃가루 뭉치가 어울려 정결한 품위를 드러낸다. 정결하고 가녀린 몸매, 그 용자(容姿)가 가히 애틋하고 매혹적이다. 활짝 핀 솔나리꽃이 신비로운 생명의 자태를 가슴에 담는다. 산나리꽃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유독 솔나리의 아름다운 품격에는 미치지 못한다.
솔나리꽃
* [운무산 정상(頂上)] — 오늘 산행의 정점에서의 인증샷
오후 1시30분, 해발 980m 운무산(雲霧山) 정상(頂上)에 도착했다. 먼드래재에서 5.26km 떨어진 지점이다. 좁은 공간의 정상에는 한강기맥 ‘이정표’와 빛바랜 ‘산행안내판’ 그리고 ‘정상 표지석’ 등 시설물을 세워놓아 복잡했다. 정상석은 두 개가 있었다. 누런 자연석으로 된 '운무봉'(해발 980m 표지)은 일찍이 횡성군에서 세운 것이고, 장방형의 화강암 입석으로 된 '운무산'(980.3m 표지)은 홍천군에서 최근에 세운 것이다. 언뜻 보면 정다운 신랑-각시 같지만, 실은 운무산(녀霧山)이 군계 능선에 있는 산이니 각 지방마다 자기 영역이라고 내세운 정상석이다. 지방자치제가 되고 나서 지나치게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거나, 명승지나나 역사 유적에 대해 서로 영역 싸움을 하는 일 비일비재하다. 자연은 글자그대로 ‘저절로 그렇게’[自然히] 된 것이고 산(山)은 원래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자연(自然)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욕심, 내 것만 챙기는 욕심으로 삶의 누추한 행태를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 시설물이 복잡하니 사진을 찍어도 화면이 복잡하다.
* [험난한 하산 길] — 풀섶과 바위 틈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풀꽃둘
정상에서 뒤따라 도착하는 대원들을 맞아 사진을 찍어주었다. 다행이 빗속에서도 카메라는 순조롭게 작동을 했다. 이제 산(山)은 아주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인정사정없이 쏟아지는 산길이었다. 급전직하의 험한 산길, 다시 바위를 타고 오르는 길 흙길은 질척거리고 미끄러지기 일쑤고 가파른 바윗길은 고정자일을 설치해 놓았다.
험한 산길의 바위 위에 낙락장송(落落長松) 자욱한 안개 속에 잠겨 있고 척박한 바위절벽에 자라는 ‘산꿩발’의 가녀린 작은 꽃, 노란 ‘돌양지꽃’이 눈길을 끌었다. 야생화에 해박한 민 대장이 응달진 바위 연초록의 이끼 위에 서식하는 ‘병아리난초’를 카메라에 담고, 바위틈에 무더기 핀 ‘기린초’도 알려주었다.
갖은 풍상을 이기고 자란 낙락장송, 등산객을 위한 안전자일이라지만 이렇게 노송을 결박해 놓았으니 — 참 무례하다!!
산꿩발
돌양지꽃
기린초
* [바위 위의 낙락장송(落落長松)] — 나무가 산이 되어 산을 지키다
무엇보다 오늘 운무산의 압권은 바위 위에 서 있는 낙락장송, 짙은 안개 속에 서 있는 암송(巖松)이다. 언제인가. 바위가 그 틈새에 솔씨를 품고 그것이 자라 뿌리를 내리고 난 후, 세월의 모진 풍상이 장송을 키워냈다. 비록 허리가 휘어지고 몸은 뒤틀렸어도 이제 노송은 자신이 산(山)이 되어 산(山)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이다. 산의 생명으로 의연히 하늘을 받들고 있다. 장엄(莊嚴)하다. 지나오는 길목에 거대한 송암(松巖)이 있다. 거대한 바위가 하나의 암봉을 이루고 있는데 거기 소나무들이 몇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소나무을 키우며 하늘을 받들고 사는 바위봉우리, 짙은 안개 속에서 신비한 실루엣으로 가슴에 안겨왔다.
안개 속에 잠긴 송암(松巖) —
산꿩의 다리
병조회풀
* [한강기맥의 갈림길, 원넘이재] — 본격적인 하산 길에 접어들다
널따란 안부에 도착했다. 가장자리에 벤치도 하나 있다. 한강기맥의 사거리 이정표가 있는 고개였다. 서쪽의 먼드래재, 동쪽의 봉복산-덕고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안부인 것이다. 운무산 정상에서 1km 내려온 곳으로 이름하여 ‘원넘이고개’이다. 옛날 이 지방 원님이 이 고개를 넘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쪽의 횡성에서 북쪽의 홍천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이곳이 우리들의 하산 포인트. 북쪽으로 가면 홍천군 서석면 청량리이고 남쪽으로는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이다. 우리의 하산 완료지점은 속실리이다.
* [비가 그치고] — 물기 머금은 수목들, 호젓한 길목 그리고 청랑한 계곡의 물소리
이제 한강기맥 원넘이고개에서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방향으로 본격적인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비가 그쳤다. 산야의 숲과 초목들은 온통 물기에 젖어 촉촉한 분위기이고 인적이 없는 산길은 아주 적요했다. 길목의 풀섶에서 이슬을 함빡 머금은 동자꽃들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다. 가파른 경사면을 한참 내려오고 나니, 산길은 전나무 군락지, 하늘을 찌르는 장대한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길이었다. 그리고 완만한 숲속의 오솔길을 걷는다. 하늘이 환하게 열린다. 비가 그치고 울창한 숲길을 벗어나니 그 짙은 안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호젓하고 쾌적한 산길이 이어졌다.
전나무숲 길
무성한 산죽길
낙엽송길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니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계곡이 가까워 온 것이다. 119구조 위치표지목 ‘운무산 03’ 지점 아래,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계곡에 이르렀다. 두 손으로 맑은 물을 훔쳐 뜨거운 얼굴을 적신다. 하아, 운문산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제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사람의 키만큼 자란 산죽의 군락지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계곡의 물소를 들으며 산비탈의 길을 걸어서 내려오니 시야가 환하게 열린 산중 들판이 나타났다. 잡초가 우거진 묵정밭에는 여기저기 노란 달맞이꽃이 수줍게 피어 있고 수정알 같은 이슬을 머금고 있는 나뭇잎에 영롱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듯하다.
청정수류(淸淨水流) — 운무산에서 발원하는 섬강의 원류
싱그러운 여름
영롱한 이슬 — 맑은 수정빛 정령(精靈)들
* [하산 완료] — 계곡의 합수부,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합수부 지점, 운무산과 봉복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두 개의 계곡물이 모이는 지점이다. 등산화를 벗고 계곡을 건넌다. 차갑고 맑은 물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이 맛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발목이 시리도록 열나게 걷던 산길, 이제 두 발과 종아리도 시원한 물맛을 보는 것이다. 미리 도착한 대원들이 신발을 벗고 발을 씻고 있었다. 한참 동안 머물고 세수도 하고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계곡의 숲속의 집 한 채 <운무산장가든>이 있는데, 그 주인 고향 사람이어서 인사를 나누었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받쳐 들고 걸음을 빨리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오대산 샘물> 공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의 분홍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민창우 대장이 후미의 대원들을 수습하여 내려왔다. 오늘 산행에 선두와 후미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은 김화영, 김동만, 유형상, 민창우 대장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오늘 우중(雨中)의 운무산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여름산, 이 맛이야!!
* [에필로그] — 오늘은 우리 대한민국의 제헌절이요, 그리고 초복(初伏) 날이다
귀경 길, 경춘고속국도 가평-서종 구간에서 차가 정체되기는 했지만, 이른 시간에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 차 안에서 생각했다. 오늘은 국가적으로 제헌절(制憲節)이요, 계절적으로 초복(初伏)이다.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통해 초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그 국회에서 7월 12일 헌법을 제정하여 7월 17일에 공표하였다. 그 헌법에 의거하여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선출한 후, 8월 15일 광복절을 기해 대통령 취임식을 겸하여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서 대한민국이 공식 출범한 것이다. 그 후 여덟 차례 헌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法治國家)이다. 그러므로 헌법에 의해 제정된 법 규정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이다. 법(法)은 국민의 안전 보장과 행복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안정된 나라,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통치자에서부터 모든 국민에 이르기까지, 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헌법과 모든 법률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은 초복(初伏)이라, 남정균 회장이 우중의 산행을 한 대원들을 위하여 저녁을 사셨다. 우리들이 늘 단골로 찾는 구의동 민속칼국수, 그 따끈하고 구수한 국수 한 그릇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비록 초복의 소찬(素餐)이지만 정성어린 만찬이다. 남정균 회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오늘 산행의 노고를 푸는 데 아주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오늘, 차가운 비를 맞으며, 짙은 안개 속에서 첩첩산을 주파한 장한 대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끝>
사위질빵 — (하산 길 임도의 길목에서)
* [운무산 우중 산행] — “짙은 안개 속에서 ‘깊은 하늘’을 보았습니다.”
남쪽으로 내려간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산행 하루 전, 토요일 낮부터 내리던 장맛비가
밤을 새워 내렸습니다.
그래도 생각하면 마음 설레는 7월의 청산(靑山).
울창한 숲과 온갖 생명들이 하늘과 호흡하는 곳
거기 푸른 산을 내달리며
비가 내리면 비를 맞기로 작정하고
땀이 나면 땀을 흘리기로 작정하고
더운 몸, 풀기 위해 흔연히 산으로 가는 마음 ——
그 마음과 마음이 동행하는 벗들이 있습니다.
저 동쪽의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갈라져 나온
장대한 산줄기
한반도의 중간, 그 허리를 가로지르는 한강기맥(漢江氣脈)
산이 산을 업고달리는, 강원도의 장대한 뼈대입니다.
오늘, 비오는 오지(奧地)의 심산(深山), 출렁이는 생명의 바다
청정한 초록의 목숨들이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처녀림의 숨은 비경(秘境), 깊은 골에 감추어두고 ———
산봉은 하늘의 턱밑까지 솟아올라, 그것이 민망했는가.
산은 구름과 안개로 온몸을 가리니
우리에겐 더욱 아득한 오리무중의 거산(巨山)이었습니다.
강원도의 남과 북, 횡성과 홍천을 분계(分界)하고
남한강과 북한강의 수계(水系)를 가름하는 뼈대 있는
산(山) ———
한강기맥 중의 운무산(雲霧山)
그 어기차게 고고(高高)한 능선에는
가파른 절벽이나 큰 바위가 작은 솔씨를 품은 이후
세월의 모진 풍상이 낙락장송(落落長松)으로 키워냈으니
지금은 그 나무가 산(山)이 되어 산(山)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니 비를 맞고, 운무가 하늘을 가리니
짙은 안개 속에서 거친 숨 몰아 쉬며 가파른 산을 오르고 내렸습니다.
우중(雨中)의 험한 산길, 악천고투(惡天苦鬪)였지만
싱그러운 숲, 영롱한 이슬로 탄주하는 수정(水晶)빛 음표들,
나뭇잎, 풀잎들의 소리 없는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울창한 길목의 풀섶에
맑은 눈을 뜨고 하늘거리는 야생화(野生花) ———
초록의 풀밭에 목이 긴 주홍색 ‘동자꽃’
파란 이끼에 서식하는 작은 풀꽃 ‘병아리난초’
가파른 바위에 붙어사는 ‘산꿩발’, 노란 ‘돌양지꽃’
움푹한 바위에 소복하게 피어있는 ‘기린초’
무엇보다 운무산의 2급 보호종, 희귀한
‘솔나리꽃' ———
귀티가 흐르는 정갈한 자태,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호젓하고 그윽한 산길에서 만난,
여리고 완강한 ‘생명의 신비’였습니다.
산은 운무산이었습니다.
험난한 산길에서 몸 안의 더운 땀을 쏟아
—— 맑아진 마음,
빗줄기, 짙은 안개 속에서 ‘깊은 하늘’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행복한 우중(雨中)의 산행(山行)이었습니다.
호 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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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오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