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 안개와 비바람, 말 그대로 익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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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도봉산 만장봉 후면을 주마링으로 서둘러 오르고 있는 선수. 아래쪽에서 연두색 재킷을 입은 진행요원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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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우선 오전 7시 우이동파출소 뒤 송림 속에 마련된 대회본부에서 장비검사부터 받았다. 헤드랜턴, 방풍재킷, 수통 등의 운행장비를 비롯해 로프 10mm x 50m(각 팀별 1동), 도르래(홀링 및 티롤리안 브리지용), 등강기(주마) 2개 이상, 카라비너 5개 이상, 헬밋, 안전벨트, 8자 하강기 등의 등반장비, 텐트 2인용(1인용 비박텐트는 2세트), 침낭, 매트리스 등의 막영장비까지 꼼꼼히 체크 받은 뒤 선수들은 배낭을 다시 꾸려 곧바로 출발했다. 다만 식량과 취사구는 무게, 개인 기호차 등의 이유로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
선수들은 우이능선을 가며 우선 독도법 테스트부터 거쳤다. 1:2,500 지형도 상에 표기된 지점에 숨겨둔 기념품을 찾아가야 했는데, 각 조마다 물품을 숨겨둔 포인트가 달라, 다른 선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독도법 테스트를 포기한 조는 10분씩 감점을 당했다.
대회는 총 30개팀을 15팀씩 짝수 조와 홀수 조로 나누어 진행했다. 한 조는 만장봉 업어내리기부터, 한 조는 오봉 티롤리안 브리지부터 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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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빨리!” 만장봉 후면 암벽등반 중인 후등자를 확보보고 있는 선수. 남자부는 40초 차이로 1, 2위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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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에서 만장봉보다는 오봉까지의 거리가 25?km로 다소 짧아서 오봉 티롤리안 브리지 경기부터 시작됐다. 오봉 1~2봉 정상 간 60m 허공엔 전날 서울산악조난구조대 대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늘어나지 않은 특수 로프인 스태틱(static) 로프로 티롤리안 브리지를 안전하게 설치해두었다. 원칙대로라면 자신이 이용할 브리지를 직접 설치하고 건너야 하겠지만, 그러자면 대회 기간이 한없이 늘어날 것이다.
안개 속 2봉쪽으로 스태틱 로프, 보조로프 등 여러 가닥의 로프가 뻗어나가 있다. 로프의 절반 저편은 짙은 안개에 녹아 사라진 것 같고 발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은데, 바람은 몸이 흔들릴 만큼 심하다. 혼성팀의 어느 여성 선수는 공포감을 느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는 동료 남성 선수의 채근에 결국 도르래를 걸고 만다. 도르래도 선수 각자가 자기 것을 지참하게 돼 있다. 어떤 선수는 너무 작은 도르래를 가져와, 중간에서 로프가 끼이며 오도 가도 못하고 매달려 있기도 했다. 선수들은 등에 멘 배낭 무게로 몸이 뒤집힐 때 가장 크게 당황했다.
“그냥 매달린 채로 보조로프를 잡아당기면서 건너오세요!”
티롤리안 브리지 경험이 풍부한 서울산악조난구조대의 진행요원들이 선수들을 코치한다. 티롤리안 브리지는 평소 연습해볼 기회가 거의 없어 선수들 거의가 첫경험이다. 허공에서 몸이 휙 뒤집히면 대개 여성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할 터이지만, 암벽등반을 통해 위기의 순간을 여러 번 체험했을 바위꾼들이라 역시 그런 사람은 없었다. 혼성팀 김성순씨(45)는 “안개에 아래쪽이 가려지니까 고도감이 없어서 너무 편하고 좋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