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역사기행에서 눈 때문에 임길택 선생 시비에도 못 가고
노동문학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사북과 태백에 가 볼 만 한 곳을 찾아 나섰다
가족끼리만 어디 가 본지도 오래 되어서 가장 도리도 다 할겸 해서....
토요일 아침 08시 청량리 출발 강릉행 기차를 탔다
등산객이 참 많다
시제를 지내러 간다는 사람도 있고
역시 기차는 시끌시끌해야 제 맛이다
열두 시가 좀 넘어서 태백에 도착했다
미리 전화해 둔 렌트카 회사에서 차 한 대 빌려서 석탄박물관을 찾아 나섰다.
가다가 발견한 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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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군입대를 앞두고
목숨 걸고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땅을 느껴보라는 선배 말 따라 전국을 돌면서 들렀던 사북에서 본
그 광부사택이 보였다.
원래 함태탄광 간부숙소 자리라는데 밀고 50년대부터 광부들 사택을 재현했다
사택 뒷편 공동변소. 앞쪽에는 우물
소설 '내사랑 사북'과
임길택 시인이 쓴 '탄광마을 아이들'
'딱지따먹기'로 대표되는 임길택 선생님 아이들이 쓴 시에 나오는 그 광부들이 사는 곳이던 사택.
역시 소장 숙소에는 집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그리고 함태탄광 건물을 그대로 전시관으로 꾸며 놓았다
샤워장 탈의실 장화 세척장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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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부들이 다니던 바로 그 계단으로 막장가는 입구까지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갱 입구로 내려가자마자 풍기는 유황냄새
여기가 박물관이 아님을 코에 대고 소리친다
저 승강기를 타고 600미터를 내려가면 지하 수평갱이 있고,
지금도 탄을 캘 수 있다고
탄을 실어나르던 탄차와 사람을 실어나르던 인차가 녹슨 레일위에 멈춰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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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방재를 넘어서 사북으로 오는 길은 참으로 꾸불길이었다
태백역 앞에서 얻는 관광지도에는 환상의 드라이브 길이라지만
위험천만인 길이었다.
정상에서 본 눈풍경은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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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방재를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정암탄광 아래 계곡은 붉은색이었다.
유황 때문일까? 철분때문일까?
문 닫은 채 버려진 존재에 대한 몸부림일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폐광이 주는 경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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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도 정말 함께 하실까요'라고 노래한 임길택 시인은
정선군 동면 어우실에 묻혀있고
그가 쓴 '아버지 가시는 길을' 을 새긴 시비가
무덤가는 들머리에 서 있다
생전에 얼굴을 뵈온 적은 없지만 갈 때마다 시란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담배 한 개피에 불을 붙여 시비에 걸쳤다
내 나름대로,
담배를 즐겼다는 선생님께 드리는 제물이다
선생님 계시는 그 곳에는 선생님을 사람으로는 그만 살게 한 폐암이라는 것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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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북으로 나왔다
강원랜드에는 옆길까지 메우며 차들이 즐비하다
구경이나 해 볼까 하다가 아이는 못들어 간단다 안해도 내키지 않는단다
강원랜드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사북에서 석탄을 실어나르던 역사가 보존되어 있다.
일부러 치우지 않았으니 방치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아무런 보존처리 없이 그냥 두었으니 보존이라기보다는 방치에 가깝다
앞은 울타리로 막혔고
설명하는 표지판도 없으니까
거대한 크레인이 만화영화 미래소년코난에 나오는 인더스트리아를 연상케 한다
이제는 오라는 것도 갈곳도 없어진 장비들이 녹슨 레일 위에 잡초들 사이에 우두커니들 서 있다
머잖아 저들이 녹슬고 부서지면 지금보다 더 흉물 취급을 받으며 어디론가로 버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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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북에 큰 건물은 강원랜드 영향으로 세워진 호텔들이 대부분이다
사북역 앞에 서면 탄광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강아지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려했던 석탄도시 사북은
이제 도박도시, 말이 좋아 관광도시가 되어 간다
석탄 도시 시절이
20년전
기차 시간을 기다리느라 들린 사북 역앞 옥다방에 미스김이 타 주던 커피 맛이 그리울 필요는 없지만
광부들이 일군 도시 사북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박꾼들에 의해 번창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어쨌든 이번 12월 역사기행에서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가 많아져서 기쁘다